서유는 연이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가 그 뒤로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서 있는 남자를 보고 시선이 멈춰버렸다.남자는 검은색 양복 차림에 조각 같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서유는 이승하가 차에서 내려 굳이 이곳으로 온 것을 보고 어떤 상황인지 대충 알겠다는 듯 다시 연이를 바라보았다.원래 그녀는 지씨 가문 사람들이 다 떠난 뒤 연이를 데리고 이곳에 오려고 했었지만 이승하의 여유 넘치는 얼굴을 보니 지씨 가문 사람들에게 연이를 빼앗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그렇다면 지금은 아이가 사람들과 함께 부모를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도리다.서유는 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연이야, 연이 엄마 여기 있어. 하고 싶은 얘기 있으면 마음껏 해.”연이는 묘비에 있는 김초희와 지현우의 사진을 뚫어지라 쳐다보더니 앙증맞은 손을 내밀어 부드럽게 두 사람 얼굴을 쓰다듬었다.“엄마, 아빠, 천국에서 조금만 더 연이 기다려요. 다음 생에 또 태어나도 연이는 엄마랑 아빠 아이 할래요.”서유는 연이의 말에 찡해졌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깨닫고 물었다.“연이야, 현우 삼촌이 아빠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연이는 서유를 보며 대답했다.“삼촌은 끝까지 인정 안 했지만 연이는 알 수 있어요.”아이는 일반 아이들보다 훨씬 똑똑했다. 게다가 이런 복잡한 관계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그릇이 크기도 했다.지강현과 심혜진은 똑 부러진 아이의 모습을 보더니 더욱더 환희에 차 허리를 굽혀 아이를 끌어안으려고 했다.그러나 낯선 손이 어깨에 닿는 순간, 연이는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서유의 뒤로 숨어버렸다.“아이가 이런 상황에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러니 주의 부탁드릴게요.”서유는 연이의 앞을 막아서고는 침착한 얼굴로 두 사람에게 말했다.연약한 겉모습과는 달리 그녀의 눈에서는 경계심이 잔뜩 서려 있었다.지씨 부부도 교양있는 사람들이었기에 무리하게 아이를 빼앗으려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도 않았다.“서유 씨, 현우와 초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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