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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1화

이승하의 그 말에 연이는 어쩐지 안심이 되었는지 울음을 그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연이도 아빠랑 엄마한테 꽃 주러 가고 싶어요.”

왕실 사람들이 죽었을 때 묘비에 국화꽃을 올려놓았던 것을 떠올린 연이가 말했다.

딸인 자신이 엄마와 아빠에게 꽃을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이승하가 뒤로 손짓하자 경호원 중 한 명이 그에게 국화꽃을 건네주었다. 한 송이가 아닌 여러 송이라 조금 무거웠지만 연이는 거뜬하게 안아 들었다.

이승하는 차 문을 열고 먼저 연이를 내려준 다음 힘든 몸을 이끌고 자신 역시 차에서 내렸다.

택이는 그 모습을 보더니 황급하게 그를 제지했다.

“그쪽으로 가면 지씨 가문 사람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릅니다.”

이승하는 한 손을 차체에 올려놓고 안에 있는 택이를 보며 말했다.

“저들은 날 어떻게 못 해.”

만약 지씨 가문에서 이승하를 해하려 했다면 전용기에서 내렸을 때 처리하려 들었을 것이다.

이승하가 몸을 돌려 안쪽으로 가려는데 조그마한 아이손이 갑자기 손가락을 잡아 왔다.

이에 그는 시선을 내려 뒤꿈치를 한껏 올리고 어떻게서든 손을 잡으려는 아이를 보더니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 손을 빼버렸다.

그러고는 아이의 순진무구한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기억해. 내 몸에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은 네 이모뿐이야.”

연이는 그 말에 삐진 듯 볼을 한껏 부풀리더니 씩씩대며 서유 쪽으로 달려갔다.

전용기에서 이승하와는 말도 섞지 않겠다며 다짐했던 게 바로 어제였지만 결국 아까 먼저 말을 건 건 아이였다. 그 생각도 함께 떠오른 것인지 연이는 이제는 정말 말을 걸지 않겠다며 다시 한번 굳게 다짐했다.

연이는 꽃을 든 채 사람들 틈을 가로질러 서유의 곁으로 다가왔다.

아이의 등장에 지씨 가문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수군거렸다.

“어머, 저 아이 케이시 딸 아니에요?”

“아니래요. 제대로 조사해보니 현우 딸이래요.”

“듣기로는 케이시가 중간에서 손을 쓴 바람에 현우는 여태 자기한테 딸이 있었는지도 몰랐대요. 아이도 자기 아빠는 줄곧 케이시라고 믿었다고 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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