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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서유는 이승하의 목소리에 정신을 번쩍 차리고는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뭐라고 얘기하려다가 결국 입을 꾹 닫은 채 고개만 끄덕였다.

이승하는 서유를 먼저 차에 태운 뒤 자신도 그 옆에 타고는 기다란 손을 뻗어 안전 벨트를 매주었다.

서유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명함을 쥐던 손에 힘을 꽉 주었다가 다시 풀었다.

“승하 씨.”

“왜?”

이승하의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지현우 엄마가 연이를 내어주는 조건으로 나한테 우리 엄마가 누군지 알려주겠대요. 그리고...”

이승하는 머뭇거리는 그녀를 보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

“나와 멀리하는 게 좋대?”

서유는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몇 초간 그를 바라보다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내가 엄마가 누군지 알면 승하 씨와 결혼 안 할거래요. 당신과 우리 엄마 사이에 큰 원한이라도 있는 듯한 말투였어요.”

이승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실 그는 결혼 전에 이런 방해꾼들이 나타나는 건 아닐까 줄곧 조마조마했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벌써 나타날 줄이야.

그는 서유의 얼굴을 한참이나 빤히 바라보더니 바람에 흐트러진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돈해주었다.

“그래서 너는 어떤데?”

서유는 손에 든 명함을 꼭 쥐고 그저 고개를 저었다.

이승하는 그녀가 심혜진의 말에 흔들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어쩐지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는 갑자기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더니 여전히 답답함이 가시지 않은 건지 주머니에서 담배를 찾았다. 이미 끊은 지 오래됐지만 지금 갑자기 담배 생각이 떠올랐다.

주머니에 담배가 없자 그는 어쩔 수 없이 차창을 열어 찬바람으로 머리를 식혔다. 그렇게 몇 분간 찬바람을 맞고 나서 정신을 차린 뒤 고개를 돌려 여태 고민하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서유야.”

그녀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전과 다를 것 없었지만 다리 위에 올린 손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나한테 원한을 가진 사람은 많아. 그리고 나는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기억하지도 못하고. 하지만 어머님 나이로 볼 때 원한이 있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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