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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서유는 연이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가 그 뒤로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서 있는 남자를 보고 시선이 멈춰버렸다.

남자는 검은색 양복 차림에 조각 같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서유는 이승하가 차에서 내려 굳이 이곳으로 온 것을 보고 어떤 상황인지 대충 알겠다는 듯 다시 연이를 바라보았다.

원래 그녀는 지씨 가문 사람들이 다 떠난 뒤 연이를 데리고 이곳에 오려고 했었지만 이승하의 여유 넘치는 얼굴을 보니 지씨 가문 사람들에게 연이를 빼앗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그렇다면 지금은 아이가 사람들과 함께 부모를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도리다.

서유는 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연이야, 연이 엄마 여기 있어. 하고 싶은 얘기 있으면 마음껏 해.”

연이는 묘비에 있는 김초희와 지현우의 사진을 뚫어지라 쳐다보더니 앙증맞은 손을 내밀어 부드럽게 두 사람 얼굴을 쓰다듬었다.

“엄마, 아빠, 천국에서 조금만 더 연이 기다려요. 다음 생에 또 태어나도 연이는 엄마랑 아빠 아이 할래요.”

서유는 연이의 말에 찡해졌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깨닫고 물었다.

“연이야, 현우 삼촌이 아빠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

연이는 서유를 보며 대답했다.

“삼촌은 끝까지 인정 안 했지만 연이는 알 수 있어요.”

아이는 일반 아이들보다 훨씬 똑똑했다. 게다가 이런 복잡한 관계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그릇이 크기도 했다.

지강현과 심혜진은 똑 부러진 아이의 모습을 보더니 더욱더 환희에 차 허리를 굽혀 아이를 끌어안으려고 했다.

그러나 낯선 손이 어깨에 닿는 순간, 연이는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서유의 뒤로 숨어버렸다.

“아이가 이런 상황에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러니 주의 부탁드릴게요.”

서유는 연이의 앞을 막아서고는 침착한 얼굴로 두 사람에게 말했다.

연약한 겉모습과는 달리 그녀의 눈에서는 경계심이 잔뜩 서려 있었다.

지씨 부부도 교양있는 사람들이었기에 무리하게 아이를 빼앗으려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도 않았다.

“서유 씨, 현우와 초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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