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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어린 시절 서유가 괴롭힘을 당해 몸을 잔뜩 웅크리고 눈물을 흘릴 때면 항상 송사월이 나타나 그녀의 앞에 쪼그려 앉고는 이렇게 다정한 말투로 그녀를 위로하고 달래주었다.

그런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해 송사월이 얼마나 다정한 사람인지 알기에 서유는 더더욱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 울어. 혹시 아직도 나 좋아해?”

송사월은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야윈 손을 그녀에게 건넸다.

“아직 나 좋아하는 거면 이대로 나랑 도망칠래?”

그의 말투는 분명히 가벼운 농담을 건네는 듯했지만 그의 눈빛에서는 진심이 묻어있었다.

그 역시 서유를 내려놓고 진심으로 그녀의 행복을 빌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와 헤어진 뒤 아무리 노력해봐도 수면제의 도움까지 받았는데도 그녀를 내려놓지 못했다.

그녀를 사랑했던 시간이 너무나도 길어, 이미 뼛속 깊이 그녀가 박혀있어 훌훌 털어내 버릴 수가 없었다.

이승하가 없으면 서유는 안된다고 했지만 그건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없으면 그도 안된다.

‘서유야, 이대로 나랑 함께 가면 안 될까?’

서유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한마디를 내뱉었다.

“미안해...”

그녀는 또다시 ‘미안해’라는 말을 꺼냈다. 미안하다는 말 말고는 해줄 말이 없어 그것 또한 미안했다.

그녀가 거절할 줄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다시 한번 거절당하니 역시 마음이 쓰렸다.

그녀에게 내민 손이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한가지 다행인 건 그 말을 진지하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유야, 이승하 씨와 꼭 오래오래 행복하길 바랄게.”

송사월은 미련 가득한 눈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금이 아마 마지막일 것이다. 이제는 그녀를 만나러 올 핑계조차 없을 테니까.

그때 밖에서 굉음이 들려오고 창밖으로 보이는 뒷마당에 헬기가 하나둘 잔디 위에 착륙하는 것이 보였다.

송사월은 그 모습을 보고는 서서히 시선을 내렸다.

“너 데리러 왔나 보다.”

그는 휠체어를 뒤로 밀어 몇 걸음 물러났다.

“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

그 말을 끝으로 서유에게서 등을 돌린 순간 꾹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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