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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강도윤도 강중헌에게서 그의 어린 시절 첫사랑에 관해 들은 적이 있다. 그 여성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까지는 모르지만 강중헌이 그 여성을 위해 평생 독신으로 살아왔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강도윤은 문득 대화 주제가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조직 설립의 목적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강중헌이 초기에 무엇을 위해서 조직을 설립했든 그들은 지금 자신들이 알고 있는 목적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

생각 정리를 마친 강도윤은 이승하를 향해 진지한 얼굴로 약속했다.

“저도 같이 갈게요. 죽을 각오 돼 있습니다.”

강도윤이 이승하에게 충성을 맹세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이승하가 감동할 줄 알았지만 돌아오는 건 무심한 눈빛이었다.

“너는 짐밖에 안 돼.”

그 말에 강도윤이 발끈했다.

“그동안 내가 열심히 뒤처리해준 건 기억 안 나나 보죠? 내가 없었으면 그간의 임무를 제대로 완수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이승하는 고개를 살짝 위로 치켜들었다.

“여기서 포인트는 네가 뒤처리만 맡았다는 거지. 그게 너한테 딱 맞는 수준인 거야.”

‘저 입을 확 찢어버릴 수도 없고!’

“이만 가봐. 난 우리 와이프 보러 가야 해서 멀리는 못 나가.”

이승하는 잔뜩 약을 올리고는 미련 없이 몸을 일으켰다.

“그래서 정말 안 가시겠다는 말입니까?”

이승하는 강도윤의 말을 무시한 채 서재를 나와 계단을 올랐다.

“한가지 잊으신 것 같은데, 대표님은 루드웰에 얼굴이 팔린 상태예요. 이미 발을 뺄 수 없는 상태라고요. 이대로 그들을 계속 놔뒀다가 만약 그들이 여기까지 찾아오면 그때는 어쩌시려고요?”

아이를 구하기 위해 이승하가 루드웰에 가겠다고 한 순간부터 그는 이미 함정에 걸려든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강중헌이 일부러 이승하를 곤란하게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다. 조직원들을 다수 잃게 되어 어쩔 수 없이 그에게 희망을 건 것이다.

강중헌은 이승하가 루드웰에 들어가기 전에 혹시 모를 대책도 전부 세워두었다. 하지만 이승하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무사히 거기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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