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은은 시가를 툭툭 털더니 서유를 보고 피식 웃었다.“서유 씨, 처녀파티에 남편을 데려가는 예비 신부가 어디 있어요?”서유는 그녀가 거절할 거라는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강세은이 자신을 파티로 데려가는 건 강도윤을 어떻게 꼬시면 좋을지 얘기를 나누기 위함일 텐데 그런 거라면 이승하를 데리고 가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강세은의 목적은 아마 자신과 이승하를 떨어트려 놔 그 틈을 이용해 강도윤이 이승하와 얘기하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내일 있을 결혼식은 저뿐만이 아니라 승하 씨 역시 오랫동안 고대했던 일이에요. 저는 결혼식 전에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고 그저 내일 아침 승하 씨가 준비해준 웨딩드레스를 입고 승하 씨와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기를 바라요. 그러니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서유는 이 말을 할 때 강세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는 것을 보았다. 즉 파티라는 건 역시 핑계에 불과했다는 소리였다.“정말 강도윤 씨를 꼬시고 싶은 거라면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줄래요?”강세은은 솔직히 조금 놀랐다.그녀는 서유가 아무것도 모르는, 그저 이승하 품속의 작은 공주님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생각보다 눈치가 빨랐고 이승하를 정말 많이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았다.결혼식 전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게 몸을 사리는 걸 보면 말이다.강세은은 전까지 서유에게 큰 관심이 없었고 심지어 조금 얕잡아 보기도 했다.하지만 방금 그녀가 했던 말과 무해하고 올곧은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어릴 때부터 총을 잡고 엄격한 훈련을 받아온 자신이 그녀 앞에서는 빛이 바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강세은은 시가를 잡은 손을 까딱거리며 몇 초간 침묵하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서유를 바라보았다.“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네요. 저는 단지 서유 씨와 함께 파티에 가서 놀고 싶을 뿐이에요.”“세은 씨는 정말 강도윤 씨를 좋아하시나요?”서유가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건넸다.“왜 그렇게 묻죠?”“만약 정말 강도윤 씨를 좋아하는 거
서유가 물었다.“그럼 일단 옷부터 갈아입고 와도 될까요?”강세은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는 듯 피식 웃었다.“서유 씨, 방금도 말했을 텐데요? 지금은 친구분들 생각부터 하시죠?”그녀의 말은 내가 지금 당신 친구들을 인질로 잡고 있으니 옷 갈아입고 오는 척 경호원들에게 몰래 얘기하거나 큰소리로 도움을 청하는 건 현명하지 못한 짓이라는 뜻이었다.서유는 잠깐 고민하다가 손을 티 안 나게 등 뒤로 가져가서는 경호원들에게 사인을 남겼다. 그러고는 태연한 얼굴로 차에 올랐다.강세은은 그녀가 순순히 차에 오른 것을 보더니 손에 든 시가를 끄고 시동을 걸었다.차가 움직이고 사이드미러 쪽을 보니 경호원들이 곧바로 차를 끌고 따라왔다.강세은은 피식 웃더니 풀 악셀을 밟고 이리저리 화려하게 움직이며 얼마 안 가 금방 경호원을 따돌렸다.그녀 역시 S 조직 사람이라 이런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서유는 난폭한 운전에 안전벨트를 꼭 부여잡고 거세게 뛰는 심장을 애써 진정하며 강세은을 노려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정면을 보고 물었다.“강도윤 씨를 좋아한다는 것도 거짓말이었죠?”아마 파티에 데려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승하에게서 떨어놓기 위해 댄 핑계임이 분명했다.강세은은 서유를 힐끔 보더니 담담하게 대답했다.“거짓말 아니에요. 그리고 파티에 데려가고 싶었던 것도 진심이었어요. 다만 어젯밤에 갑작스럽게 명령을 받아 의도치 않게 목적이 불순해진 것뿐이죠.”강중헌은 이승하 설득에 실패하자 곧바로 타겟을 서유에게로 돌렸다.이에 강세은은 만약 서유와 이승하를 떨어트려 놓으면 훨씬 더 이승하를 쉽게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이 행동이 얼마나 비열하게 보일지 모르는 건 아니지만 조직의 명령이기에 그녀 또한 어쩔 수 없었다.서유는 자신의 주머니를 매만졌다. 아까 별장 밖으로 나올 때 이렇게 반강제로 끌려가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터라 미처 휴대폰을 챙기지 못했다.강세은이 자신에게 해를 끼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기에 험한 꼴을 당할 걱정은 없었다
강세은에게 간파당한 서유는 인정에 호소했다.“세은 씨도 알다시피 승하 씨는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않아요. 그러니 아마 내 친구들을 잡아둔다고 해도 소용없을 거예요. 어차피 나도 여기서 도망가기는 그른 것 같은데 친구들은 풀어줘요. 부탁해요. 무고한 사람들을 굳이 잡아둘 이유는 없잖아요.”강세은은 서유의 맑은 눈동자를 한참이나 빤히 바라보더니 결국 손을 휘휘 저었다.“뭐, 어차피 서유 씨만 잘 감시하면 되니까요.”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서 대기하던 남자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녀의 눈빛에 남자가 어딘가에 전화를 걸더니 곧바로 다시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서유 씨 친구들은 이 상황을 몰라요. 그들을 납치한 게 아니라 당분간 휴대폰조차 보지 못하게 손 좀 쓴 것뿐이거든요. 그러니 친구분들을 만나도 이 얘기는 하지 마세요.”강세은은 이승하를 고려한 건지 아니면 서유를 고려한 건지 납치하는 편이 더 편할 텐데도 그러지 않았다.물론 서유가 끝까지 버텼다면 그때는 정말 납치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뭐가 됐든 정가혜와 주서희네가 안전해졌으니 이제는 도망갈 일만 남았다.서유는 주변을 한번 쓱 훑어보았다.큰 리조트에서 열리는 파티인 만큼 사람들이 없는 곳이 없었다.서유는 강세은과 함께 리조트 내부를 구경하다가 화장실을 발견하고는 어쩌면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어차피 이곳은 대다수가 S 조직 사람들이었기에 강세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세요.”서유가 화장실로 가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다가 그만 마침 계단을 내려오려던 사람과 부딪혀버렸다.이에 서유가 휘청하자 남자가 빠른 순발력으로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앞 좀 보고 다니시죠?”남자의 목소리는 듣기 좋은 중저음에 무척이나 여유로웠다.서유가 고개를 들자 파란색 눈을 가진 남자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었다.혼혈인 듯 보이는 남자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더니 뭐에 놀란 듯 잠깐 멈칫했다.이승하의 얼굴로 이미 눈이 한껏
그 말에 서유가 발걸음을 멈추고 뭐라고 대꾸하기 위해 몸을 돌리려다가 이럴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빠르게 여자 화장실로 걸어갔다.그 모습에 남자는 다시 계단으로 내려가 리조트 밖으로 향했다.화장실 안에는 여성들이 화장을 고치기 위해 설치된 곳이 따로 구분되어 있었다.서유가 그 안으로 들어가 보니 마침 사람 한 명 빠져나갈 수 있는 창문이 있었다.이에 그쪽으로 다가가 창문을 열어보니 바로 앞에 모래사장이 있었고 그 너머로 도로가 보였다.일단은 도로로 가면 어떻게든 될 거라는 생각에 서유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창틀 위로 올라갔다.그 시각 방금 서유와 마주쳤다가 파티 홀을 빠져나온 남자는 사람 없는 도로변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그러다 창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가 마침 창틀 위에 위험하게 서 있는 서유를 발견했다.밖으로 나올 거면 입구를 이용하면 될 일이지 왜 저렇게 위험한 짓을 하는 거지?“이봐요!”남자의 외침에 이제 막 뛰어내릴 준비를 하던 서유가 깜짝 놀라 손을 놓쳐버렸고 다음 순간 그대로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다행히 푹신한 모랫바닥이라 골절은 피할 수 있었지만 통증은 남아있었다.서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남자를 노려보았다.“위험하게 이게 무슨 짓이에요?”남자는 담배를 한 모금 빨아 자욱한 연기를 뿜어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위험한 행동을 한 건 그쪽이죠. 대체 저기서 왜 뛰어내립니까?”서유는 그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허리를 부여잡고 도로 쪽으로 향했다.하지만 그때 강세은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서유 씨, 내가 분명히 허튼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서유의 발걸음은 그대로 멈춰 버리고 말았다.남자는 강세은의 말을 듣고는 담배를 손으로 툭툭 털더니 피식 웃었다.“이름이 서유예요?”강세은은 서유를 향한 남자의 묘한 시선을 보더니 서둘러 그쪽으로 다가갔다.“이 여성분은 이승하 대표님의 아내 분이세요.”그녀는 남자가 신경을 끌 수 있게 일부러 이승하의 아내라고 소개했다.방
이승하가 이곳으로 향하는 시간 동안 서유는 벌써 3번이나 탈출에 실패했다. 그녀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계속 뒤 따라오는 강세은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강세은은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고 큰일이라도 났는지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그러다 가끔 이승하라는 이름도 들려왔다.지금쯤이면 이승하는 분명히 자신이 납치된 것을 알고 있을 텐데 혹시 강도윤의 제안을 받아들인 걸까?뭐가 됐든 이대로 계속 잡혀 있을 수는 없다.서유는 파도가 휘몰아치는 바다 쪽을 몇 초간 바라보더니 이내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바로 바다로 뛰어들었다.그녀는 이승하와 약속했었다. 인질이 되어버려도 절대 짐이 되지 않겠다고 말이다.이승하의 일로 강중헌과 통화하던 강세은은 그 장면을 보더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서유 씨!”그녀는 휴대폰을 던져버리고 서유를 구하러 바다로 뛰어갔다. 하지만 그때 그녀 옆으로 누군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더니 그대로 바다에 뛰어들었다.김선우는 파도에 밀려 점점 더 바다 깊은 곳으로 떠내려가는 서유를 향해 있는 힘껏 헤엄쳤다.강세은은 아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파도가 너무 세고 거기에 바람도 부는 바람에 순식간에 두 사람의 모습을 놓쳐버렸다.한 번도 이렇다 할 공포를 느껴본 적 없던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고 머릿속으로는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때, 밤하늘에서 웅장한 소리가 들리더니 헬기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며 곧바로 모래사장에 밝은 빛이 쏟아졌다. 헬기는 고도를 천천히 낮추더니 이윽고 해변에 착륙했다.이승하는 장갑을 낀 손에 총을 쥐고 무서운 얼굴로 헬기에서 내렸다.조직원들은 강도윤과 한창 얘기를 나누고 있어야 할 사람이 갑자기 헬기 여러 대를 끌고 이곳에 나타나 버리는 바람에 모두 제자리에 멈춰서 그대로 얼어버렸다.게다가 이승하는 지금 서유가 납치당한 사실에 이성을 잃어 온몸으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이런 그가 만약 서유가 바다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조직원들은 저도 모르게 한
서유는 잠깐 뭔가 생각하더니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김선우라고 했죠? 그럼 혹시...”‘김초희를 아세요?’라는 말을 하려던 찰나 김선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만 갈까요?”서유는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이제 겨우 거기서 빠져나왔는데 또다시 거기로 가자고요?”이에 김선우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쪽 집까지 데려다준다고요.”“아...”서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이대로 빨리 돌아가서 이승하에게 무사하다는 소식을 알려야 한다. 강도윤과 타협할 필요 없다고, 나로 인해 협박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김선우와 함께 모래사장을 벗어난 서유는 구급차 한 대가 빠르게 리조트 쪽으로 향하는 것을 발견했다.이에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자신이 뛰어들었던 곳을 바라보았다.멀리 떨어져 있어 사람 얼굴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작은 배들이 하나둘 바다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강세은 그 여자가 나를 구하겠다고 저렇게 많은 배를 보내지는 않았을 텐데... 설마 승하 씨가 온 건가?!’만약 정말 이승하가 여기로 온 거라면 강세은에게서 그녀가 바다에 뛰어들었다는 소식도 분명히 전해 들을 테고... 만약 그렇게 되면 이승하는 놀랄 게 분명했다.서유는 생각을 바꿨다.“우리 일단 다시 리조트 쪽으로 돌아가 볼까요?”이승하가 온 게 맞는지만 확인하고 다시 돌아가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김선우가 코웃음을 쳤다.“내가 왜 그쪽 말을 들어야 하는데요?”그러자 서유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보더니 싱긋 웃었다.“아까 나보고 누나라면서요. 동생이 돼서 누나 말 좀 들어주면 안 돼요?”그 모습에 김선우는 벙쪄 버렸다.그는 그녀의 웃는 얼굴을 어린 시절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어디서 봤지?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그는 머리를 세게 흔들어 생각을 멈추고 서유와 함께 다시 리조트 쪽으로 향했다.그 시각, 이승하는 서유를 찾기 위해 무려
이승하는 그녀의 온기를 느끼고서야 초조했던 마음이 천천히 진정되기 시작했다.그는 서유를 천천히 품에서 놓아주었다. 바닷물에 쫄딱 젖은 채 몸을 덜덜 떠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미안해야 할 사람은 나야. 나만 아니었으면 네가 이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됐을 거야.”“그게 무슨 바보 같은 소리예요. 우린 부부잖아요. 부부는 다 같이 짊어지는 거예요.”서유는 말을 마치고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보다가 손바닥 가득 묻은 피를 보고는 얼굴이 굳어버렸다.“승하 씨 상처 벌어진 거죠?! 빨리 구급차로 가요.”처음에는 그저 바닷물인 줄 알았는데 피였다. 상처가 벌어진 게 분명했다!서유는 그의 손을 끌고 서둘러 구급차 쪽으로 가려다가 이승하가 팔을 당기는 바람에 제자리에 멈춰버렸다.“서유야, 이 정도 상처는 괜찮아.”이승하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강세은을 바라보며 소수빈에게 말했다.“강세은 가둬놔. 그리고 어르신한테 내가 죽여버리기 전에 직접 와서 데려가라고 전해.”“네, 알겠습니다.”강세은은 이승하가 이곳에 나타난 이상 이렇게 될 줄 알았는지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방금 서유가 나타난 순간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며 마음속 깊이 안도했다.소수빈은 강세은을 헬기 안으로 데려갔다.문이 닫히는 순간 강세은이 물었다.“우리 오빠는 같이 안 왔어요?”소수빈은 그녀의 얼굴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납치범이 협박해야 하는 사람과 인질을 함께 두지는 않죠.”강세은은 자신이 서유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받고는 별다른 말 없이 헬기 시트에 등을 기댔다.이승하는 서유의 손을 잡고 헬기로 향했다.그러자 그때 등 뒤에서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와이프 구해줘서 고맙다는 한마디도 안 하고 가는 건 도리가 아닐 텐데?”그 말에 이승하가 몸을 돌려보니 거기에는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담배를 태우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그는 김선우를 본 순간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김선우.”김선우는 고개를 치켜든 채 입꼬리를
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지금은 일단 빨리 헬기에 올라요. 아니면 구급차로 같이 가던가.”빨리 지혈하지 않으면 아무리 이승하라고 해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이승하는 걱정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더니 얌전히 헬기에 올랐다.그날 밤, 서유는 이승하의 곁에 딱 붙어 의사가 지혈을 마치고 벌어진 상처를 다시 꿰맨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치료를 마치고 나니 어느새 동이 트기 시작했다.서유는 이대로라면 결혼식은 올리지 못할 것 같아 그에게 제안했다.“우리 결혼식 하루만 미루는 거 어때요?”타올로 그녀의 머리에 남은 물기를 닦아주던 남자가 단호하게 답했다.“안 돼. 결혼식은 예정대로 올릴 거야.”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나온 서유는 손에 우유를 든 채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승하 씨 상처가...”이승하는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로 말했다.“결혼식이 더 중요해.”이에 서유가 다시 그를 설득하려는데 이승하가 옆에 놓인 드라이기를 들어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었다.다 말리고 난 뒤에는 그녀가 또다시 허튼소리를 하지 못하게 직접 운전해 정가혜의 별장으로 그녀를 데려다주었다.“11시에 다시 올게.”원래는 10시였지만 휴식이 필요한 그녀를 위해 11시로 변경했다.이승하는 서유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더니 고개를 돌려 뒤따라온 소수빈에게 얘기했다.“지금 당장 경호원을 100명으로 늘리고 아무도 이곳으로는 접근하지 못하게 해.”“네, 알겠습니다.”소수빈은 재빠르게 휴대폰을 꺼내 들어 누군가에게 연락을 넣었다.이승하는 서유를 정가혜에게 넘겨준 다음 신신당부하고 나서야 안심한 듯 발걸음을 돌렸다.정가혜와 주서희는 멀쩡히 돌아온 서유를 보고 밤새 불안했던 가슴을 쓸어내렸다.“나랑 서희 씨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나도요!”그때 집 안에서 연이가 달려 나오더니 서유 앞에 멈춰서서는 자신을 안으라는 듯 두 팔을 활짝 벌렸다.서유는 연이를 안아 들고 미안함 가득한 얼굴로 정가혜와 주서희를 바라보았다.“미안해, 나도 이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