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은에게 간파당한 서유는 인정에 호소했다.“세은 씨도 알다시피 승하 씨는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않아요. 그러니 아마 내 친구들을 잡아둔다고 해도 소용없을 거예요. 어차피 나도 여기서 도망가기는 그른 것 같은데 친구들은 풀어줘요. 부탁해요. 무고한 사람들을 굳이 잡아둘 이유는 없잖아요.”강세은은 서유의 맑은 눈동자를 한참이나 빤히 바라보더니 결국 손을 휘휘 저었다.“뭐, 어차피 서유 씨만 잘 감시하면 되니까요.”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서 대기하던 남자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녀의 눈빛에 남자가 어딘가에 전화를 걸더니 곧바로 다시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서유 씨 친구들은 이 상황을 몰라요. 그들을 납치한 게 아니라 당분간 휴대폰조차 보지 못하게 손 좀 쓴 것뿐이거든요. 그러니 친구분들을 만나도 이 얘기는 하지 마세요.”강세은은 이승하를 고려한 건지 아니면 서유를 고려한 건지 납치하는 편이 더 편할 텐데도 그러지 않았다.물론 서유가 끝까지 버텼다면 그때는 정말 납치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뭐가 됐든 정가혜와 주서희네가 안전해졌으니 이제는 도망갈 일만 남았다.서유는 주변을 한번 쓱 훑어보았다.큰 리조트에서 열리는 파티인 만큼 사람들이 없는 곳이 없었다.서유는 강세은과 함께 리조트 내부를 구경하다가 화장실을 발견하고는 어쩌면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어차피 이곳은 대다수가 S 조직 사람들이었기에 강세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세요.”서유가 화장실로 가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다가 그만 마침 계단을 내려오려던 사람과 부딪혀버렸다.이에 서유가 휘청하자 남자가 빠른 순발력으로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앞 좀 보고 다니시죠?”남자의 목소리는 듣기 좋은 중저음에 무척이나 여유로웠다.서유가 고개를 들자 파란색 눈을 가진 남자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었다.혼혈인 듯 보이는 남자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더니 뭐에 놀란 듯 잠깐 멈칫했다.이승하의 얼굴로 이미 눈이 한껏
그 말에 서유가 발걸음을 멈추고 뭐라고 대꾸하기 위해 몸을 돌리려다가 이럴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빠르게 여자 화장실로 걸어갔다.그 모습에 남자는 다시 계단으로 내려가 리조트 밖으로 향했다.화장실 안에는 여성들이 화장을 고치기 위해 설치된 곳이 따로 구분되어 있었다.서유가 그 안으로 들어가 보니 마침 사람 한 명 빠져나갈 수 있는 창문이 있었다.이에 그쪽으로 다가가 창문을 열어보니 바로 앞에 모래사장이 있었고 그 너머로 도로가 보였다.일단은 도로로 가면 어떻게든 될 거라는 생각에 서유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창틀 위로 올라갔다.그 시각 방금 서유와 마주쳤다가 파티 홀을 빠져나온 남자는 사람 없는 도로변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그러다 창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가 마침 창틀 위에 위험하게 서 있는 서유를 발견했다.밖으로 나올 거면 입구를 이용하면 될 일이지 왜 저렇게 위험한 짓을 하는 거지?“이봐요!”남자의 외침에 이제 막 뛰어내릴 준비를 하던 서유가 깜짝 놀라 손을 놓쳐버렸고 다음 순간 그대로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다행히 푹신한 모랫바닥이라 골절은 피할 수 있었지만 통증은 남아있었다.서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남자를 노려보았다.“위험하게 이게 무슨 짓이에요?”남자는 담배를 한 모금 빨아 자욱한 연기를 뿜어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위험한 행동을 한 건 그쪽이죠. 대체 저기서 왜 뛰어내립니까?”서유는 그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허리를 부여잡고 도로 쪽으로 향했다.하지만 그때 강세은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서유 씨, 내가 분명히 허튼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서유의 발걸음은 그대로 멈춰 버리고 말았다.남자는 강세은의 말을 듣고는 담배를 손으로 툭툭 털더니 피식 웃었다.“이름이 서유예요?”강세은은 서유를 향한 남자의 묘한 시선을 보더니 서둘러 그쪽으로 다가갔다.“이 여성분은 이승하 대표님의 아내 분이세요.”그녀는 남자가 신경을 끌 수 있게 일부러 이승하의 아내라고 소개했다.방
이승하가 이곳으로 향하는 시간 동안 서유는 벌써 3번이나 탈출에 실패했다. 그녀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계속 뒤 따라오는 강세은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강세은은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고 큰일이라도 났는지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그러다 가끔 이승하라는 이름도 들려왔다.지금쯤이면 이승하는 분명히 자신이 납치된 것을 알고 있을 텐데 혹시 강도윤의 제안을 받아들인 걸까?뭐가 됐든 이대로 계속 잡혀 있을 수는 없다.서유는 파도가 휘몰아치는 바다 쪽을 몇 초간 바라보더니 이내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바로 바다로 뛰어들었다.그녀는 이승하와 약속했었다. 인질이 되어버려도 절대 짐이 되지 않겠다고 말이다.이승하의 일로 강중헌과 통화하던 강세은은 그 장면을 보더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서유 씨!”그녀는 휴대폰을 던져버리고 서유를 구하러 바다로 뛰어갔다. 하지만 그때 그녀 옆으로 누군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더니 그대로 바다에 뛰어들었다.김선우는 파도에 밀려 점점 더 바다 깊은 곳으로 떠내려가는 서유를 향해 있는 힘껏 헤엄쳤다.강세은은 아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파도가 너무 세고 거기에 바람도 부는 바람에 순식간에 두 사람의 모습을 놓쳐버렸다.한 번도 이렇다 할 공포를 느껴본 적 없던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고 머릿속으로는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때, 밤하늘에서 웅장한 소리가 들리더니 헬기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며 곧바로 모래사장에 밝은 빛이 쏟아졌다. 헬기는 고도를 천천히 낮추더니 이윽고 해변에 착륙했다.이승하는 장갑을 낀 손에 총을 쥐고 무서운 얼굴로 헬기에서 내렸다.조직원들은 강도윤과 한창 얘기를 나누고 있어야 할 사람이 갑자기 헬기 여러 대를 끌고 이곳에 나타나 버리는 바람에 모두 제자리에 멈춰서 그대로 얼어버렸다.게다가 이승하는 지금 서유가 납치당한 사실에 이성을 잃어 온몸으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이런 그가 만약 서유가 바다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조직원들은 저도 모르게 한
서유는 잠깐 뭔가 생각하더니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김선우라고 했죠? 그럼 혹시...”‘김초희를 아세요?’라는 말을 하려던 찰나 김선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만 갈까요?”서유는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이제 겨우 거기서 빠져나왔는데 또다시 거기로 가자고요?”이에 김선우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쪽 집까지 데려다준다고요.”“아...”서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이대로 빨리 돌아가서 이승하에게 무사하다는 소식을 알려야 한다. 강도윤과 타협할 필요 없다고, 나로 인해 협박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김선우와 함께 모래사장을 벗어난 서유는 구급차 한 대가 빠르게 리조트 쪽으로 향하는 것을 발견했다.이에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자신이 뛰어들었던 곳을 바라보았다.멀리 떨어져 있어 사람 얼굴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작은 배들이 하나둘 바다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강세은 그 여자가 나를 구하겠다고 저렇게 많은 배를 보내지는 않았을 텐데... 설마 승하 씨가 온 건가?!’만약 정말 이승하가 여기로 온 거라면 강세은에게서 그녀가 바다에 뛰어들었다는 소식도 분명히 전해 들을 테고... 만약 그렇게 되면 이승하는 놀랄 게 분명했다.서유는 생각을 바꿨다.“우리 일단 다시 리조트 쪽으로 돌아가 볼까요?”이승하가 온 게 맞는지만 확인하고 다시 돌아가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김선우가 코웃음을 쳤다.“내가 왜 그쪽 말을 들어야 하는데요?”그러자 서유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보더니 싱긋 웃었다.“아까 나보고 누나라면서요. 동생이 돼서 누나 말 좀 들어주면 안 돼요?”그 모습에 김선우는 벙쪄 버렸다.그는 그녀의 웃는 얼굴을 어린 시절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어디서 봤지?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그는 머리를 세게 흔들어 생각을 멈추고 서유와 함께 다시 리조트 쪽으로 향했다.그 시각, 이승하는 서유를 찾기 위해 무려
이승하는 그녀의 온기를 느끼고서야 초조했던 마음이 천천히 진정되기 시작했다.그는 서유를 천천히 품에서 놓아주었다. 바닷물에 쫄딱 젖은 채 몸을 덜덜 떠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미안해야 할 사람은 나야. 나만 아니었으면 네가 이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됐을 거야.”“그게 무슨 바보 같은 소리예요. 우린 부부잖아요. 부부는 다 같이 짊어지는 거예요.”서유는 말을 마치고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보다가 손바닥 가득 묻은 피를 보고는 얼굴이 굳어버렸다.“승하 씨 상처 벌어진 거죠?! 빨리 구급차로 가요.”처음에는 그저 바닷물인 줄 알았는데 피였다. 상처가 벌어진 게 분명했다!서유는 그의 손을 끌고 서둘러 구급차 쪽으로 가려다가 이승하가 팔을 당기는 바람에 제자리에 멈춰버렸다.“서유야, 이 정도 상처는 괜찮아.”이승하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강세은을 바라보며 소수빈에게 말했다.“강세은 가둬놔. 그리고 어르신한테 내가 죽여버리기 전에 직접 와서 데려가라고 전해.”“네, 알겠습니다.”강세은은 이승하가 이곳에 나타난 이상 이렇게 될 줄 알았는지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방금 서유가 나타난 순간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며 마음속 깊이 안도했다.소수빈은 강세은을 헬기 안으로 데려갔다.문이 닫히는 순간 강세은이 물었다.“우리 오빠는 같이 안 왔어요?”소수빈은 그녀의 얼굴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납치범이 협박해야 하는 사람과 인질을 함께 두지는 않죠.”강세은은 자신이 서유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받고는 별다른 말 없이 헬기 시트에 등을 기댔다.이승하는 서유의 손을 잡고 헬기로 향했다.그러자 그때 등 뒤에서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와이프 구해줘서 고맙다는 한마디도 안 하고 가는 건 도리가 아닐 텐데?”그 말에 이승하가 몸을 돌려보니 거기에는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담배를 태우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그는 김선우를 본 순간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김선우.”김선우는 고개를 치켜든 채 입꼬리를
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지금은 일단 빨리 헬기에 올라요. 아니면 구급차로 같이 가던가.”빨리 지혈하지 않으면 아무리 이승하라고 해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이승하는 걱정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더니 얌전히 헬기에 올랐다.그날 밤, 서유는 이승하의 곁에 딱 붙어 의사가 지혈을 마치고 벌어진 상처를 다시 꿰맨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치료를 마치고 나니 어느새 동이 트기 시작했다.서유는 이대로라면 결혼식은 올리지 못할 것 같아 그에게 제안했다.“우리 결혼식 하루만 미루는 거 어때요?”타올로 그녀의 머리에 남은 물기를 닦아주던 남자가 단호하게 답했다.“안 돼. 결혼식은 예정대로 올릴 거야.”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나온 서유는 손에 우유를 든 채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승하 씨 상처가...”이승하는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로 말했다.“결혼식이 더 중요해.”이에 서유가 다시 그를 설득하려는데 이승하가 옆에 놓인 드라이기를 들어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었다.다 말리고 난 뒤에는 그녀가 또다시 허튼소리를 하지 못하게 직접 운전해 정가혜의 별장으로 그녀를 데려다주었다.“11시에 다시 올게.”원래는 10시였지만 휴식이 필요한 그녀를 위해 11시로 변경했다.이승하는 서유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더니 고개를 돌려 뒤따라온 소수빈에게 얘기했다.“지금 당장 경호원을 100명으로 늘리고 아무도 이곳으로는 접근하지 못하게 해.”“네, 알겠습니다.”소수빈은 재빠르게 휴대폰을 꺼내 들어 누군가에게 연락을 넣었다.이승하는 서유를 정가혜에게 넘겨준 다음 신신당부하고 나서야 안심한 듯 발걸음을 돌렸다.정가혜와 주서희는 멀쩡히 돌아온 서유를 보고 밤새 불안했던 가슴을 쓸어내렸다.“나랑 서희 씨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나도요!”그때 집 안에서 연이가 달려 나오더니 서유 앞에 멈춰서서는 자신을 안으라는 듯 두 팔을 활짝 벌렸다.서유는 연이를 안아 들고 미안함 가득한 얼굴로 정가혜와 주서희를 바라보았다.“미안해, 나도 이렇
스타일리스트는 그녀가 고른 드레스를 옷장에서 꺼낸 뒤 드레스 소재와 그 위에 박혀있는 다이아몬드를 만져보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해당 드레스는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았고 겹겹이 쌓인 레이스 위에 반짝반짝 빛을 내는 다이아몬드로 포인트를 주어 시선을 뗄 수 없었다.스타일리스트는 이 드레스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가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드레스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해외 전시관에 관상용으로 보관된 것을 누군가가 거액에 사들였다고 들었지만 그 드레스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아무리 JS 그룹의 대표라고 해도 자기 아내를 정말 사랑하는 게 아니면 이 드레스를 구매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게다가 옷장에 있던 나머지 하나의 드레스 또한 한정판으로 나온 드레스였고 가격 역시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되었다.“대표님께서 사모님을 엄청 많이 사랑하시나 봅니다.”서유는 그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이건 그녀 역시 알고 있는 사실이다.이승하는 그녀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다. 언제나 제일 좋은 것을 그녀에게 주려고 하고 그녀를 위해 같이 죽어줄 수 있을 만큼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서유 역시 이승하와 같은 마음이다. 그가 주는 만큼, 아니, 그것보다 더 흘러넘칠 만큼의 사랑을 그에게 주고 싶고 앞으로 그렇게 할 생각이다.“사모님께서 이리도 예쁘시니 당연한 일이죠.”“사모님은 예쁜 것뿐만 아니라 그저 이렇게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매력이 흘러넘치세요.”“그러니까요. 제가 대표님이었어도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아요.”메이크업 담당과 헤어 담당 그리고 스타일스트까지 모두 입에 꿀이라도 바른 듯했다.그리고 그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메이크업을 해주던 사람 중 한 명은 그녀의 피부는 꼭 진주처럼 매끄럽고 고와 컨실러 같은 거로 가릴 필요 없이 파운데이션만으로도 충분하다며 감탄했고 또 다른 한 명은 그녀가 동양인 중에서는 나올 수 없는 얼굴이라며 음영을 아주 조금만 주어도 금방 입체감이 생긴다며 칭찬했다.헤어
원체 귀여운 얼굴이라 그런지 연이는 뭘 해도 사랑스러웠고 오늘따라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아기 천사처럼 보였다.정가혜는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길 창문을 통해 별장밖에 세워진 익숙한 차량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차량 앞에 휠체어에 탄 한 남자가 보였다.그녀는 다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가 그를 불렀다.“사월아!”정가혜의 외침에 송사월은 그녀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오늘 서유 결혼한다는 소식 들어서 찾아와 봤어요. 나 들어가도 돼요?”조심스럽게 동의를 구하는 모습에 정가혜는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당연히 되지.’라고 호기롭게 대답하고 싶었지만 문득 그의 등장이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서유는 병원에서 그와 헤어진 뒤로 한 번도 그를 만난 적이 없고 그 뒤로 얘기를 꺼낸 적도 없다.송사월을 향한 마음은 확실하게 놓은 것 같지만 그를 향한 죄책감은 아직 마음속 깊이 박혀 있을 것이 분명했다.만약 이대로 송사월을 만나게 되면 서유의 마음이 무거워지지 않을까?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송사월을 보내기에는 너무나도 미안한 일이었다.정가혜는 설마 언젠가 두 사람 사이에서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송사월은 대답을 망설이는 그녀를 보더니 예쁜 미소를 지었다.“누나, 걱정할 필요 없어요. 결혼식은 무사히 진행될 거예요.”서유의 마음속에서 그는 이미 진작 사라지고 없으니까.그의 이름을 부르며 언제나 옆에 있던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를 놓아버렸으니까.정가혜는 그 말에 움찔하더니 이내 결정한 듯 입을 열었다.“그래, 서유 만나러 가자.”그녀는 김태진이 잡고 있던 휠체어를 이어받고 천천히 별장 안으로 향했다.서유는 어느새 모든 세팅을 끝냈다.그녀는 거울 앞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체크하다가 거울 너머로 보이는 남자를 발견하고는 몸이 굳어버렸다.서유는 그 남자를 거울로 한참을 보고 나서야 서서히 몸을 돌렸다.“사월아...”송사월은 그녀의 입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매우 기뻤다. 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