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301 - 챕터 310

1552 챕터

제301화

서유는 두피가 저리고 얼얼했지만 용기를 내어 말했다.“지현우 씨, 난 당신이 너무 무서워요.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 돼요?”잠시 눈이 먼 상황에서도 지현우와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또다시 차 안에 잠겨 숨 막혀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까 봐 두려웠다...지현우는 초점 없는 서유의 눈동자에 비친 두려움을 보고 다시금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를 한참이나 지켜보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일단 돌아가서 얘기해요.”이 말을 들은 서유는 상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고 그에게 손을 건넨 후, 그의 손에 이끌려 자신을 질식시킬 뻔했던 차에 올라탔다.이곳은 별장에서 아주 가까웠고 불과 몇 분 만에 차가 멈췄다.지현우는 그녀의 팔을 잡아당겨 침실로 들여보낸 후 약 한 상자를 가져다주었다.“이건 조지 선생이 당신 눈 치료하라고 준 약이에요. 당신이 도망갈까 봐 계속 안 줬어요.”어쩐지 그녀의 눈이 갑자기 보이지 않더라니.알고 보니 지현우가 일부러 약을 숨겨 서유가 제시간에 먹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서유는 다시 주먹을 꽉 쥐었다.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더욱 강렬해졌다.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약상자를 열어 약 몇 알을 꺼내고는 입에 넣어 억지로 삼켰다.그러고는 옆에 있는 지현우에게 차갑게 말했다.“잘게요.”지현우는 덤덤한 표정으로 서유를 보았다. 그녀가 이불을 더듬고 젖히는 것을 보고 나서야 몸을 돌려 침실을 나섰다.다음날, 잠에서 깨어난 서유는 방 천장의 색깔을 본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 잠시적인 실명이라 시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깊은 어둠 속에서 살 뻔했다.서유는 일어나서 세수를 마친 후 부서진 휴대폰을 집어 들고 전원을 켜려 했지만 도저히 켤 수 없었다.휴대폰 액정만 망가진 줄 알았는데 완전히 고장 났을 줄이야...서유는 전에 쓰던 휴대폰에 듀얼 카드를 넣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봉투를 꺼냈다. 그리고 원래 휴대폰을 꺼내 새 카드를 넣었다.설치를 완료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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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이번에도 어김없이 김씨였다.서유는 김씨가 이렇게 집착하는 것을 보고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여전히 그의 친구 신청을 수락하지 않았고 도리어 이 소식들을 전부 비웠다.카톡을 탈퇴하려고 할 때, 전에 협력했던 고객 단체 채팅방에서 누군가 이승하를 찾았다.이건 동아 그룹 대표가 고객 관리 차원에서 만든 단체 채팅방으로 안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룹의 대표들이었다.서유가 죽은 후에 회사 사람들이 그녀를 단체방에서 내보낼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아니었다...이승하에게 말한 사람은 바로 동아 그룹의 온재빈이었다. 급한 일이 있어 이승하를 찾고 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 단체방에서 이승하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하지만 이승하는 이런 소식에 답할 리가 없었다. 그가 이 채팅방에 들어온 것도 동아 그룹이 서유에게 시켜 이승하를 억지로 들어오게 한 것이다.서유는 이런 과거를 생각하며 갑자기 손가락을 제어할 수 없었고 그의 프로필 사진을 클릭했다.두 사람이 헤어진 후 서유는 이승하를 차단했다. 지금은 친구 사이가 아니지만 예전에 오갔던 메시지들은 볼 수 있었다.[승하 씨, 해외 출장 간 지 3개월이 다 되는데 언제 돌아와요?]이건 서유가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할까 봐 용기를 내어 보낸 메시지이지만 그는 답장하지 않았다.그리고 대화창을 더 위로 끌어올렸다. 두 사람의 대화는 아주 짧은 글로 별로 특별할 것이 없었다.유일하게 그녀의 마음을 따듯하게 한 건, 이승하가 아팠을 때 그녀에게 보낸 두 통의 메시지였다.[보고 싶어.][위 아파. 나 보러와.]그때는 이미 한밤중이었지만 서유는 이 두 메시지를 보고 즉시 코트를 입고 약을 산 후 이승하에게 달려갔다.그는 소파에 누워 한 손으로 위를 감싸고 크고 곧은 몸을 약간 웅크리고 있었는데 아주 고통스러워 보였다.서유는 뜨거운 물을 받은 후 위약을 들고 그에게 다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서유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이승하는 굳게 감긴 두 눈을 천천히 뜨고는 흐리멍덩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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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서유는 그런 디테일을 떠올리며 문득 그의 사랑을 느꼈다.하지만 지금의 그녀에게는 이미 늦어버렸다...서유는 기억에서 벗어나 카톡을 로그아웃하고 정가혜에게 전화를 걸려 했다.전화를 걸기도 전에 조지에게서 먼저 전화가 왔다.“서유 씨, 제때 약 안 먹었어요?”그 말을 들은 서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선생님, 지현우 씨가 제가 도망갈까 봐 약을 주지 않았어요.”조지는 몇 초간 침묵하더니 이를 갈며 말했다.“제가 현우 씨를 만나볼게요.”서유는 그 약들을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지 묻고 싶었지만 조지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조지가 전화를 끊자마자 정가혜의 전화가 걸려왔다.“서유야, 너 휴대폰을 왜 계속 끄고 있어?”정가혜는 어제 나이트 레일에서 한밤중에 나왔다가 서유의 부재중 전화를 보고 급히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전원이 꺼져있었다.정가혜는 서유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두려워 차를 몰고 지현우의 별장으로 갔다. 하인에게서 서유가 이미 잠들었다는 말을 듣고서야 안심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오늘 아침 일어나서 또 서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전원이 꺼져있었다.부랴부랴 별장으로 가려는데 마침 전화가 연결되었다.서유는 미안한 듯 말했다.“미안, 휴대폰이 망가져서 원래 휴대폰으로 바꿨어.”정가혜는 괜찮다고 말하고는 또 물었다.“어젯밤에는 무슨 일로 전화했었어?”서유는 지현우와의 갈등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정가혜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가혜야, 이따가 내가 너한테로 갈게. 너랑 같이 만날 사람이 있어.”정가혜는 누구를 만나는지 묻지도 않고 알겠다고만 대답했다.서유는 약속시간을 정하고 잠옷을 갈아입었다.이 잠옷은 어제 정가혜가 그녀에게 준 것인데 갈아입을 겨를도 없이 지현우에게 끌려왔다.서유는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전에 쓰던 휴대폰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던 지현우는 그녀를 보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식사를 계속했다.서유는 차갑게 그를 흘겨보고는 몸을 돌려 별장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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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지현우는 느릿느릿 말했다.“사인 안 해도 돼요. 어차피 난 상관없으니까...”서유는 그를 훑어보았다.“왜 갑자기 영국으로 돌아가려는 거예요?”그는 분명 무슨 중요한 일이 있어서 떠나는 것이고, 떠난 후 서유를 통제할 수 없을까 봐 먼저 그녀에게 백지 계약서에 서명하게 하는 것이다.지현우는 아무 감정 없이 덤덤하게 말했다.“조지 선생이 초희 애가 아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가봐야 해요.”‘언니의 아이?’서유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깜짝 놀랐다.“언니... 언니랑 당신 사이에 아이가 있었어요?”지현우는 갑자기 차갑게 웃더니 눈 밑에는 혐오감이 가득했다.“전남편 아이예요.”‘뭐? 언니에게 전남편이 있었다고?’서유는 어리둥절해서 지현우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덤덤하게 물었다.“서유 씨도 황당하죠?”서유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서서히 사그라졌다. 그녀는 언니에 대한 일을 잘 몰랐다. 모두 지현우를 통해 조금씩 들은 거라, 그의 일방적인 말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어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지현우는 여전히 김초희와 관련된 일에 대해 많이 얘기하고 싶지 않아 했고, 손가락으로 계약서를 가리켰다.“구체적인 내용을 적지 않은 이유는 아직 나도 서유 씨가 뭘 했으면 좋을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안심해요. 난 단지 당신 언니 심장에만 관심이 있으니 서유 씨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전부 언니와 관련된 일일 거예요.”서유는 그 말을 듣고 덤덤하게 웃었다.“이런 계약서는 절대 서명할 수 없어요.”지현우는 원래 영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으니, 서유가 이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아도 그는 떠날 것이다. 그러니 서유는 굳이 서명할 이유가 없었다.지현우는 오히려 대수롭지 않은 얼굴이었다.“그럼 그러던가요. 어차피 초희가 다른 남자랑 낳은 아이인데 나랑 뭔 상관이에요?”즉, 서유가 서명하지 않으면 그는 영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여전히 이곳에 남아 서유의 자유를 제한할 것이라는 뜻이다.방금 굳어진 신념이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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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지현우는 말을 마치고 계약서를 들고는 서유를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잔뜩 겁에 질린 서유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조지에게 전화했다.조지는 그녀의 말을 듣고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서유 씨, 안심하세요. 만약 현우 씨가 연이를 죽이려고 했다면 진작 죽였겠죠.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겠어요?”서유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이에 대해 다시 물었다.하지만 조지는 그저 김초희가 영국의 어느 귀족과 낳은 아이라고만 말하고는 더 이상 말을 아꼈다.서유는 귀족이라는 말을 듣고 무슨 비화가 있을까 봐 더 묻지 않고 걱정스레 물었다.“그럼 연이는 대체 무슨 병인데요?”조지는 침착하게 말했다.“아무 문제 없어요. 그냥 제가 거짓말 한 거예요. 서유 씨 약을 몰래 훔쳐서 내가 좀 괴롭혔어요.”서유는 깜짝 놀라더니 이내 따라 웃기 시작했다.“현우 씨가 이 사실을 알고 화낼까 봐 걱정도 안 되세요?”조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아니요. 뿐만 아니라 난 현우 씨가 계속 영국에 머물 수 있도록 방법을 찾을 건데요?”서유는 조지가 그녀를 돕기 위해 이렇게 한 것을 알고 서둘러 말했다.“선생님, 너무 감사드려요.”조지는 별것 아니라는 말을 한 뒤 신신당부했다.“참, 약은 꼭 챙겨 드세요. 눈 치료하는 약 말고 면역 억제제도 제때 챙겨 먹어야 해요.”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면역 억제제는 계속 먹고 있었어요.”조지는 그제야 안심했다.“앞으로 약은 서유 씨에게 보내 줄 테니 주소 하나만 주세요.”귀국 후, 조지는 약을 모두 지현우의 별장으로 보냈지만 그 약들이 서유의 손에 들어가지 않을 줄은 몰랐다.서유는 조지가 귀찮을까 봐 국내에서 구할 수 있냐고 물었다.“그래도 제가 드린 약을 드시는 게 좋아요.”서유는 정가혜의 주소를 그에게 알려주고 다시 물었다.“선생님, 약값은 얼마죠? 제가 드릴게요.”“이 대표님께서 전 세계 의료자원을 이용해 심장을 찾아달라면서 당시 6천 억 원을 주셨어요. 그 돈 아직 다 못 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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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서유는 그의 말 속에 뭔가 숨겨진 뜻이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물어봐도 어차피 지현우는 말해주지 않을 테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지현우는 확실히 그녀에게 말해 줄 생각이 없었고 단지 한마디 주의를 시키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고급 차가 질주해 가는 것을 보았을 때, 서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지현우가 언제 돌아올지는 모르지만 잠시나마 자유를 찾게 되었다.하지만 그 6천 억 원을 생각하면 풀렸던 마음이 다시 조여들었다.서유가 제자리에 멍하니 있는데 정가혜가 전화를 걸어와 왜 아직도 안 오냐고 물었다.그제야 서유는 복잡한 생각을 접고 곧 간다고 말하고는 차를 몰고 정가혜의 별장으로 향했다.정가혜는 서유가 점심을 안 먹었을까 봐 음식을 잔뜩 준비해서 작은 정원에 늘어놓았다.멀리서 서유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는 급히 불렀다.“서유야, 얼른 와서 밥 먹어.”서유는 열정적인 정가혜의 모습에 무거웠던 마음이 풀렸고 웃으며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정가혜는 그녀를 위해 의자를 당겨 앉힌 후 삼계탕 한 그릇을 떠주었다.“많이 먹어. 너 너무 말랐어.”서유는 몸매가 좋았지만 마른 편이었다. 전에는 병 때문에 많이 먹지 못했지만 지금은 몸이 좋아졌으니 기력을 보충해야 했다.이에 서유는 마음이 따듯해졌다.“그래, 네 말대로 할게.”말을 마치고는 금색 숟가락을 들어 한 입 마셨다.따끈따끈한 국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눈시울이 붉어졌다.서유의 소원은 정가혜의 곁에 있는 것이었는데 돌고 돌아 아직도 그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지금 겨우 자유를 얻어 정가혜의 곁에 있을 수 있게 되었지만 이 또한 잠시적인 자유였다...정가혜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서유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얼굴빛이 갑자기 변했다.“서유야, 왜 그래?”서유는 고개를 가볍게 흔들고 눈물을 가득 머금은 눈동자로 웃어 보였다.“가혜야, 지현우가 영국으로 돌아갔어.”정가혜는 흠칫 놀라더니 이내 활짝 웃었다.“널 놓아 준 거야?”서유는 서명한 그 계약서를 생각하자 표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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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휠체어에 앉은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정가혜를 보고는 잘생긴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가혜 누나.”정가혜는 낯익은 호칭을 듣고서야 눈앞의 사람이 바로 그녀가 어릴 적부터 친동생으로 여겼던 송사월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지만 턱을 치켜들고 송사월에게 다가가 울면서 욕을 했다.“이 나쁜 자식! 살아 있으면 안부라도 전해야지!”“난 그것도 모르고 매일 절에 가서 잃어버린 두 사람을 돌려달라고 빌었잖아!”“하도 무릎을 꿇어서 무릎이 퉁퉁 붓고 눈도 퉁퉁 부어서 장님 될 뻔했단 말이야.”정가혜의 말에 서유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가혜가 그들을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했으니 남은 생으로 보답해도 부족했다.송사월의 맑고 깨끗한 눈망울은 어려서부터 자신을 끔찍이 보살펴주던 누나를 보자 저도 모르게 붉어졌다.“누나, 미안해. 내 잘못이야.”정가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야, 너도 어쩔 수 없었잖아.”김씨 가문에서 송사월을 제거하려 했으니,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그가 아직 살아 있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었겠는가?정가혜는 말을 마치고 그의 두 다리를 보고는 방금 멎은 눈물이 또 흘러내렸다.어려서부터 송사월은 하늘이 내린 비상한 두뇌를 가졌다.박식한 지식으로 세계 정상에 설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런 천운을 타고난 송사월이 휠체어에 앉아 있을 줄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정가혜는 아쉽고도 비통했다.“그날 내 말 들었으면 얼마나 좋아...”7일제 되던 날 송사월에게 바보 같은 짓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는 기어코 고집을 부렸다.어려서부터 소고집이었던 송사월은 자신이 결정한 일이면 누가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이제 두 다리를 잃었으니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버텨낸단 말인가?송사월은 개의치 않은 듯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옅은 미소를 지었다.정가혜도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었고 눈물을 닦고 서유를 바라보았다.“서유야, 부처님이 내 기도를 듣고 너희 둘을 돌려주셨나 봐. 절에 가서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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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사월아, 우리 어렸을 때 크면 함께 살기로 약속했잖아. 이제 서유가 돌아왔으니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자.”정가혜가 그 별장을 산 것은, 꿈속에서 서유가 늘 다른 세계에서 집을 짓고 그들을 기다리겠다고 말할 것뿐만 아니라, 어릴 적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많은 일을 겪고 생이별을 경험한 그들이니 응당 함께 살면서 서로의 존재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하지만 김민정은 이를 듣더니 황급히 제지했다.“그건 안돼요. 사월 씨는 이곳을 떠나면 위험해요.”정가혜는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곧 알아차렸다.김시후가 죽었다고 해서 그가 영원히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김씨 가문 사람들이 아직 그가 살아 있는 것을 발견하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보아하니 그들은 더 이상 어린 시절처럼 자유롭게 함께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다.정가혜, 송사월, 서유 세 사람은 모두 성장으로 인해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정가혜는 이제서야 어떤 약속과 어떤 소원은 이루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정가혜가 낙담하자 김민정은 자신이 송사월의 자유를 제한하는 줄로 오해할까 봐 황급히 설명했다.“가혜 언니, 사월 씨가 여기서 완전히 자유를 잃고 사는 건 아니에요. 영안구 일대는 모두 이씨 가문 사람들이 지키고 있어서 사월 씨는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이 일대에서 산책하고 쇼핑하고 영화도 볼 수 있어요. 다만 이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좋아요. 그러면 이 대표님이 사월 씨의 신변을 보장할 수 없게 되니까요.”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서유가 그 말에 안색이 변했다.이승하가 송사월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계속 사람을 보내 보호해주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그가 이렇게 하는 것은 서유뿐만 아니라 송사월에게도 자유를 주는 것이다...하지만 영안구 일대가 이렇게 큰데, 대체 얼마나 많은 인력과 재력을 동원해야 송사월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까?이런 일련의 일들이 하나씩 밝혀지자 서유는 몸을 짓누르고 있던 그 돌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정가혜도 김민정의 말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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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송사월은 입꼬리를 올리며 씁쓸하게 웃었다. 생명을 빚진 은혜를 어찌 큰 선물로 다 갚을 수 있겠는가.그는 붉어진 눈으로 옆에 서 있는 서유를 바라보았다.이승하가 처음부터 끝까지 원했던 건 그저 서유 하나였음을 잘 알고 있다.하지만 송사월이 원하는 것도 서유였으니, 만약 그녀가 손을 놓는다면 송사월은 어떻게 해야 할까?서유는 무거운 마음을 억누르고 송사월에게 말했다.“내가 평생 너 돌보겠다고 약속했잖아. 그건 절대 변하지 않으니까 괜한 생각하지 마.”정가혜는 약간 놀란 듯 서유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송사월에게 그런 약속을 한 줄은 몰랐다.송사월은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아무 반응도 없는 다리를 필사적으로 눌렀다. 무너진 감정 때문에 더 이상 그들을 마주할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려 김민정에게 말했다.“나 피곤해요. 돌아가죠.”김민정은 자신이 한 말 때문에 세 사람 사이가 이상해진 것 같았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알지 못했다.서유와 정가혜에게 미안한 미소를 지으며 송사월을 밀고 별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그 뒷모습을 보며 정가혜는 눈썹을 살짝 찡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자신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 서유가 더 난처해질까 봐 걱정되었다.정가혜가 서유를 쳐다보니 그녀는 얼굴이 창백했다. 그래서 얼른 그녀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서유야, 나랑 같이 절에 가자.”절은 매우 깨끗한 곳이었다. 서유도 그곳에 가면 스트레스와 고통을 덜 수 있을지도 모른다...서유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올 때는 정가혜가 정신이 없어 서유가 운전했지만 돌아갈 때는 서유가 혼미해져서 정가혜가 운전했다.차가 시내의 가장 번화한 지역에 들어섰을 때, 정가혜가 차를 세우고는 공물로 좋은 과일을 사겠다고 했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쇼핑몰로 들어갔다. 막 지하 1층 마트에 들어가려는데 양복 차림의 사람들이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선두에 선 남자는 늘씬한 몸매에 명품 양복을 입고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조각 같은 얼굴은 정교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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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그 장면을 본 서유는 눈꺼풀을 약간 늘어뜨렸다.갑자기 옛날에도 이승하가 연지유의 손을 잡고 떠났던 일이 떠올랐다.당시의 서유는 뭐라 할 자격이 없었고, 지금의 서유는 더더욱 관여할 수 없었다.그들은 이미 끝난 사이이고 이승하가 누구와 함께 있든 서유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정가혜는 두 사람이 고급 차로 향하는 것을 보고는 시선을 돌려 서유를 바라보았다.긴장했던 서유가 이미 평온해진 것을 보고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그냥 팔짱 낀 것뿐이야. 별것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그리고 방금 승하 씨는 널 보지 못했어. 만약 봤더라면 당연히 다른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았겠지.”정가혜는 비록 자신의 동생인 송사월의 편이었지만 만약 서유가 여전히 이승하를 사랑한다면 슬퍼할까 봐 걱정되었다.서유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정가혜를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가혜야. 나 괜찮으니까 걱정 마.”정가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유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그럼 우리 이제 과일 사러 갈까?”서유는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돌아서서 지하 1층 쪽으로 걸어갔다.엘리베이터를 탈 때 서유는 참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았다.이승하가 매너 있게 차 문을 열어주는 것을 보고는 피식 웃어 보였다.럭셔리 리무진에 올라탄 이승하는 조용히 양복 재킷을 벗었다.여자는 그를 한 번 쳐다보더니 참지 못하고 고개를 가로저었다.“결벽증이 아주 날로 심해지네?”맨 뒷줄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이연석은 이 여자의 목소리에 안색이 돌변했다.꼬았던 다리를 풀고 단정히 앉은 뒤 앞줄에 파티 드레스를 입은 여자를 향해 공손히 말했다.“누나.”이승연은 고개를 돌려 두려움에 빠진 이연석을 보더니 웃음이 터졌다.“연석아, 천하에 두려울 것 하나 없는 네가 왜 나만 보면 고양이 만난 쥐가 되는 거야?”이연석은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침을 꿀꺽 삼켰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손사래를 쳤다.“내가 언제... 아니에요.”입으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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