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장면을 본 서유는 눈꺼풀을 약간 늘어뜨렸다.갑자기 옛날에도 이승하가 연지유의 손을 잡고 떠났던 일이 떠올랐다.당시의 서유는 뭐라 할 자격이 없었고, 지금의 서유는 더더욱 관여할 수 없었다.그들은 이미 끝난 사이이고 이승하가 누구와 함께 있든 서유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정가혜는 두 사람이 고급 차로 향하는 것을 보고는 시선을 돌려 서유를 바라보았다.긴장했던 서유가 이미 평온해진 것을 보고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그냥 팔짱 낀 것뿐이야. 별것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그리고 방금 승하 씨는 널 보지 못했어. 만약 봤더라면 당연히 다른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았겠지.”정가혜는 비록 자신의 동생인 송사월의 편이었지만 만약 서유가 여전히 이승하를 사랑한다면 슬퍼할까 봐 걱정되었다.서유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정가혜를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가혜야. 나 괜찮으니까 걱정 마.”정가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유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그럼 우리 이제 과일 사러 갈까?”서유는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돌아서서 지하 1층 쪽으로 걸어갔다.엘리베이터를 탈 때 서유는 참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았다.이승하가 매너 있게 차 문을 열어주는 것을 보고는 피식 웃어 보였다.럭셔리 리무진에 올라탄 이승하는 조용히 양복 재킷을 벗었다.여자는 그를 한 번 쳐다보더니 참지 못하고 고개를 가로저었다.“결벽증이 아주 날로 심해지네?”맨 뒷줄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이연석은 이 여자의 목소리에 안색이 돌변했다.꼬았던 다리를 풀고 단정히 앉은 뒤 앞줄에 파티 드레스를 입은 여자를 향해 공손히 말했다.“누나.”이승연은 고개를 돌려 두려움에 빠진 이연석을 보더니 웃음이 터졌다.“연석아, 천하에 두려울 것 하나 없는 네가 왜 나만 보면 고양이 만난 쥐가 되는 거야?”이연석은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침을 꿀꺽 삼켰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손사래를 쳤다.“내가 언제... 아니에요.”입으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이승연은 방금 한 네일아트를 만지며 이연석에게 말했다.“네 동생 혼사는 걱정 마. 어려운 건 너니까. 네 평판이 좋지 않아서 많은 재벌가에서 딸을 시집보내고 싶어 하지 않거든.”이연석은 속으로는 ‘나도 싫거든’이라며 중얼거렸지만 겉으로는 개의치 않은 듯 말했다.“급하지 않으니까 천천히 해요.”이승연은 그가 아직 충분히 놀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더 이상 신경 쓰기 귀찮아 다시 이승하에게 시선을 돌렸다.“넌 어때?”시종일관 차창 밖을 바라보던 이승하는 이승연의 물음에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나 신경 쓰지 말아요.”이승연의 아름다운 얼굴에 유감스러운 표정이 그려졌다.“승하야, 그 여자 때문에 평생 혼자 살 거야?”그녀는 이승하의 일을 귀국한 후에야 알게 되었다.어렸을 때부터 사사로운 감정에 흔들리지 말라고 교육받은 이승하가 여자 때문에 자살까지 할 줄은 몰랐다.이승연은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모르지만 이승하가 그 여자를 때렸고 그 바람에 상대가 목숨을 잃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비록 목숨은 구했지만, 한 번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 어떻게 다시 이승하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이것만 봐도 두 사람은 이미 인연을 다 했는데, 지금 와서 서유에게 강요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타인의 설득에 쉽게 마음이 움직일 이승하가 아니었다.이씨 가문의 권력자로서 가정을 꾸리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이승하는 ‘그 여자’라는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사지로 번지는 고통에 손바닥까지 아파졌다.그는 눈을 늘어뜨리고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땅바닥에 쓰러져 절망하는 그녀의 모습을 떠올렸다.서유에게 깊은 상처를 줬으니 평생 속죄해도 모자라는데 어떻게 다른 여자와 결혼할 수 있을까?모두 얻을 수 없으면 포기하고 다른 사람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한마음으로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이승하는 사랑이 곧 소유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김시후가 그에게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이연석의 형제 관계는 복잡하지만 또 너무 복잡한 건 아니었다.이씨 가문의 아버지 대에는 다섯 명의 형제가 있었는데, 이 다섯 명의 형제가 모두 여덟 명의 아이를 낳았다.큰형 이시원과 둘째 형 이승하는 큰아버지 댁의 자식이고, 큰누나 이승연은 둘째아버지댁의 딸이었다.이승하와 이승연은 같은 해에 태어났기 때문에 형제자매들도 모두 그들을 큰형, 큰 누나라고 불렀다.셋째 형과 넷째 형은 셋째 아버지 댁 아들이고, 다섯째 형과 여섯째 형은 넷째 아버지댁 아들이며, 이연석과 이지민은 막내 아버지의 자식이었다.손자 세대는 남자가 많고 여자가 적어서 서열 8위인 이지민은 가문의 보물 같은 존재였다.모두가 그녀의 혼사를 주시하고 있었고, 혹여나 좋은 시댁에 시집가지 못할까 봐 3, 4년부터 결혼 상대를 고르기 시작했다.처음에는 김씨 가문을 예의주시했지만 김시후가 거절해서 그만두었고, 이제 이지민이 학업을 마치고 돌아왔으니 당연히 다시 선택해야 했다.럭셔리 리무진이 시동을 걸자 뒤따르던 10여 대의 리무진이 빠르게 따라붙었다.차는 이내 이지민이 있는 아파트에 멈춰 섰고, 이승연은 차에서 내려 우아한 발걸음으로 마중 나갔다.이연석은 큰누나가 가는 것을 보고 급히 이승하에게 물었다.“형, 아까 왜 갑자기 차에서 내려 쇼핑몰에 뛰어 들어갔어요?”그의 행동에 놀란 경호원들은 모두 차에서 내려 재빨리 뒤쫓아 들어갔다.이연석은 그렇게 많은 경호원들이 있는 것을 보고 별로 걱정하지 않았지만 이승하가 대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이승하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고 덤덤한 눈동자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피어올랐다.방금 서유와 닮은 뒷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몇 번 더 쳐다보았다.공교롭게도 연지유가 그 뒷모습을 따라 쇼핑몰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그는 무의식적으로 기사에게 차를 세우라고 하고 재빨리 달려갔지만 서유가 아니었다.그 순간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던 이승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지난날의 트라우마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3년 동안 그는
두 사람은 웃으며 차에 탄 뒤, 차를 몰고 정가혜가 자주 다니는 절로 향했다.산기슭에 도착하자마자 깊고 아득한 종소리와 염불 소리가 들렸다.이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상쾌하고 평온하게 해 주었고 몸을 짓누르는 돌멩이마저도 가벼워지게 했다.서유는 과일을 들고 정가혜의 뒤를 따라 계단을 하나씩 오르며 더할 나위 없이 경건하게 절 안으로 들어갔다.금빛 불상들을 보았을 때, 눈에서 눈물이 솟구쳤다.마음속 가득 서러움을 안은 서유는 잠시나마 이곳에서 안정을 되찾는 기분이었다.그들이 들어간 후 한 스님이 그들을 인도하여 향불과 점괘를 흔들었고 정가혜는 절실하게 소원을 빌었다.스님이 서유의 점괘를 보더니 친절하게 말했다.“너무 많은 빚을 졌군요. 이 빚을 다 갚지 않으면 이번 생은 평안할 수 없습니다.”서유는 마음을 간파당한 듯 멍하니 있었고 얼굴빛이 조금씩 창백해졌다.스님은 빨간 소원 띠 세 개를 가져와 위에 소원을 적어 나무에 걸어놓으라고 했다.서유는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스님이 건네준 펜을 받아 소원 세 가지를 적었다.첫째, 가혜가 평안하기를.둘째, 사월이가 건강하기를.셋째...여기까지 쓴 서유는 손가락을 멈추더니 그와 관련된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스님은 서유의 망설임을 눈치채고 인자하게 말했다.“생각나는 분을 쓰셔도 됩니다. 고민하지 마세요.”그 말을 들은 서유는 다시 펜을 들었다.셋째, 이승하가 행복하기를.서유는 이승하가 행복하기를 바라며, 또한 하루빨리 여생의 동반자를 찾기를 바란다.소원을 적은 서유는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돌아서서 절을 나섰다.그리고 그리 크지 않은 나무를 찾아 소원 세 개를 모두 매달았다.빨간 소원 띠가 바람에 휘날리는 것을 보며 서유는 깨끗이 내려놓았다.이승하의 부득이한 사정과, 그녀를 위해 한 일을 알고 나서 서유는 확실히 심경에 영향을 받았다.하지만 그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볼 때, 그 복잡한 마음도 서서히 사라졌다.앞으로 그는 새로운 삶을 살 것이고, 서유도 자신만의
서유는 언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사진을 통해서만 보았는데도 아주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런 사람이 사심 없이 자신의 심장을 내주었고 서유는 다시 태어날 기회를 얻게 되었다.하지만 김초희는 자신의 이름도 갖지 못한 채 이런 식으로 여기 묻히게 되었다...서유는 언니를 그렇게 사랑하는 지현우가 왜 그렇게 시신을 빨리 화장했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나중에 언니가 지현우를 배신했다는 말을 듣고, 지현우가 언니를 사랑하는 동시에 또 미워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지현우는 그 원한으로 언니의 시선을 무자비하게 버리게 되었고, 이 차가운 땅속에 언니를 3년 동안이나 묻혀두고 있었다.‘지현우 같은 사람이랑 평생 얽히느라 언니도 힘들었겠네. 그런데 언니가 그 사람을 10년이나 쫓아다녔다니. 진짜 지현우를 사랑했을까?’이렇게 생각한 서유는 약지에 낀 반지를 내려다보고는 빼서 묘지 앞에 놓았다.“만약 언니가 그 사람을 사랑했다면 내가 이미 언니 이름으로 영국 교회에서 결혼식을 마쳤어.”“만약 이미 마음이 떠났다고 해도 내가 이미 언니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 이 결혼을 끝냈어.”10년을 쫓아다녔다는 것으로 보아, 언니는 아마도 지현우를 사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생명을 끝내면서 그에게서 도망치려 했다는 것은 어쩌면 마음이 변했을지도 모른다.김초희는 이미 사라졌으니 서유는 그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언니가 다음 생에는 자신을 사랑해주고 지킬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 바랄 뿐이었다.서유는 묘비 앞에서 조용히 언니의 곁을 지켰다.옆에 있던 정가혜는 서유가 언니에게 하는 말을 조용히 듣던 중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송사월도 가족을 찾았고 서유도 가족을 찾았는데 정가혜만 찾지 못했다.그녀는 어느 집안의 자식일까? 그녀의 가족은 또 어디에 있을까?정가혜는 고개를 들어 애써 눈물을 삼켰다. 원장님은 그녀가 부모에게 버림받아서 가족이 그녀를 찾아올 리 없다고 말했다.석양이 지고 묘원 마감 시간이 되자 서유는 천천히 일어나 언니와 작별을 고하
서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뭔데요?”지현우의 냉랭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그림 그릴 줄 알아요?”서유는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했다.“네.”그녀는 어려서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어서 디자인을 배웠다.“계약 첫 번째 조항은 초희가 완성하지 못한 프로젝트를 대신해주는 거예요.”서유는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김초희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건축 설계사이고, 서유는 그저 디자인 학과를 졸업했을 뿐인데 어떻게 언니를 대신해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을까?지현우는 그녀가 완성하든 못하든 계속 차갑게 말했다.“초희가 전에 설계했던 건축 도면을 초안이랑 완제품 모두 서유 씨에게 보냈어요. 그 중에 빈 그림책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초희가 맡은 프로젝트예요. 순서대로 완성하면 돼요.”서유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하지만 저는 건축 디자인이 아니라 브랜드 디자인을 공부해서 건축 도면은 그릴 줄 몰라요.”지현우는 몇 초 동안 침묵했다. 그의 어이없음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서울에 초희 건축회사가 있어요. 심이준이라는 사람이 수석 디자이너인데 내가 직접 서유 씨를 가르치라고 할게요. 절대 언니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배워요.”서유의 작은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하지만...”지현우는 약간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됐고 내 말대로 해요.”서유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지현우는 이번만큼은 그녀를 속이지 않았다. 확실히 언니와 관련된 일을 시켰으니 말이다.하지만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근데 왜 저보고 언니 프로젝트를 맡으라는 거죠?”지현우는 몇 초간 침묵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저도 방금 알았거든요. 초희가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는 거...”서유는 그의 말을 듣고 따라서 침묵했다. 알고 보니 언니는 아쉬움을 안고 세상을 떠났다.지현우는 점차 마음을 가다듬고 무심코 말했다.“서유 씨가 초희 이름으로 이 프로젝트를 완성하면 초희 대신 꿈을 이루는 거나 마찬가지예요.”서유는 언니를 위한 것임을 알고 더
정가혜는 서유가 전화를 받은 후로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급히 경적을 울렸다.서유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캐리어를 끌고 정가혜 쪽으로 갔다.두 사람은 별장에 도착했고 예전처럼 한 침대에 누워 과거,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서유는 정가혜의 재잘거리는 말을 들으며 점차 온몸의 간장을 풀고 그녀의 어깨에 기대어 깊은 잠에 빠졌다.정가혜는 서유가 잠든 것을 보고 이불을 덮어주고는 자신도 천천히 눈을 감고 꿈나라로 향했다.다음날, 정가혜는 원래 서유와 함께 송사월을 만나러 가려고 했다.하지만 가게에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 정가혜는 따라가지 않았다.서유는 외출하기 전에 그 혼인신고서를 작은 가방에 챙겼다.가방을 메고 휴대폰을 챙기고는 송사월이 있는 별장에 도착했다.송사월은 여전히 뒤뜰에 앉아 머리를 숙이고 책을 읽었는데 멀리서 보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다만 그 뒷모습은 적막하기 그지없었고 세상의 버림을 받은 듯 생기 하나 없었다.서유는 그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다가갔다.“사월아...”서유의 목소리를 들은 송사월은 예전처럼 기뻐하면서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손에 든 책을 조금씩 움켜쥐었다.서유는 그의 앞에 서서 몸을 웅크리고는 쳐다보았다.“오늘 좀 어때? 어디 아픈 데 없어?”송사월은 속눈썹을 늘어뜨리며 빨개진 눈시울을 감추며 나지막이 말했다.“나 괜찮으니까 앞으로 찾아오지 않아도 돼.”서유는 그를 한참 동안 쳐다보더니 물었다.“사월아, 혹시 승하 씨가 널 구해준 것 때문에 그 사람한테 빚졌다고 생각하는 거야?”송사월은 입술을 앙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서유와 눈도 마주치지 못했으며 자신을 삼켜버릴 것 같은 죄책감에 마음이 무거웠다.서유는 그의 손에 있는 책을 빼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사월아, 네가 진 빚은 내가 꼭 갚을 테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송사월은 붉어진 눈동자를 치켜들고 물었다.“네가 어떻게 갚아...”서유는 그의 말에 눈썹을 드리웠
“서유야, 그건 나에 대한 죄책감이잖아. 네가 마음속으로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이승하잖아.”“그 사람도 너 많이 사랑해. 그런데 내가 어떻게 나 좋자고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을 갈라놓겠어. 너...”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멈추더니 목소리가 점차 굳어졌다.“너 그 사람한테 돌아가. 나 신경 쓰지 마.”송사월은 이기적이고 싶었다. 하지만 이승하가 자신을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떻게 마음 편히 서유를 차지하겠는가?그는 고개를 들고 눈물과 아쉬움을 애써 삼키더니 휠체어를 밀고 돌아섰다.서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실망해서 말했다.“사월아, 너... 나 버리는 거야?”송사월은 갑자기 멈춰 서서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서유를 돌아보았다.당장 달려가 그녀를 품에 안고 도저히 버릴 수 없다고, 자기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지금의 그는 휠체어에 갇힌 쓸모없는 인간이었으니 서유에게 짐이 되고 폐만 끼칠 뿐이었다.그녀의 죄책감을 빌미로 이기적이게 자신의 곁에 둘 수는 없었다.송사월은 빨개진 눈으로 말했다.“서유야, 내 두 다리 때문에 죄책감 느낄 필요 없어. 이건 너랑 상관없이 내가 초래한 결과니까.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널 위해 한 모든 건 전부 내가 원했던 거였어. 내 사랑이 너한테 짐이 되는 건 싫어. 알겠어?”서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다시 그의 앞으로 다가간 후, 가방에서 혼인신고서를 꺼내 건네주었다.“혹시 나랑 결혼한 거 이미 잊었어?”서유는 혼인신고서에 박힌 도장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봐. 우리는 법적 부부라고. 그런데 내가 어떻게 널 내버려 둘 수 있겠어? 어떻게 네가 나한테 짐이냐고...”송사월은 그 혼인신고서를 보더니 꾹꾹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그는 한 손으로 눈을 가리며 서유가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지 못하게 했다.하지만 서유는 몸을 웅크리고 그를 정면으로 쳐다보았다.“사월아, 너만 나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 다시 시작해.”다시 시작하자는 말은 송사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