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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휠체어에 앉은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정가혜를 보고는 잘생긴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가혜 누나.”

정가혜는 낯익은 호칭을 듣고서야 눈앞의 사람이 바로 그녀가 어릴 적부터 친동생으로 여겼던 송사월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지만 턱을 치켜들고 송사월에게 다가가 울면서 욕을 했다.

“이 나쁜 자식! 살아 있으면 안부라도 전해야지!”

“난 그것도 모르고 매일 절에 가서 잃어버린 두 사람을 돌려달라고 빌었잖아!”

“하도 무릎을 꿇어서 무릎이 퉁퉁 붓고 눈도 퉁퉁 부어서 장님 될 뻔했단 말이야.”

정가혜의 말에 서유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가혜가 그들을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했으니 남은 생으로 보답해도 부족했다.

송사월의 맑고 깨끗한 눈망울은 어려서부터 자신을 끔찍이 보살펴주던 누나를 보자 저도 모르게 붉어졌다.

“누나, 미안해. 내 잘못이야.”

정가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너도 어쩔 수 없었잖아.”

김씨 가문에서 송사월을 제거하려 했으니,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그가 아직 살아 있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었겠는가?

정가혜는 말을 마치고 그의 두 다리를 보고는 방금 멎은 눈물이 또 흘러내렸다.

어려서부터 송사월은 하늘이 내린 비상한 두뇌를 가졌다.

박식한 지식으로 세계 정상에 설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런 천운을 타고난 송사월이 휠체어에 앉아 있을 줄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정가혜는 아쉽고도 비통했다.

“그날 내 말 들었으면 얼마나 좋아...”

7일제 되던 날 송사월에게 바보 같은 짓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는 기어코 고집을 부렸다.

어려서부터 소고집이었던 송사월은 자신이 결정한 일이면 누가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이제 두 다리를 잃었으니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버텨낸단 말인가?

송사월은 개의치 않은 듯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정가혜도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었고 눈물을 닦고 서유를 바라보았다.

“서유야, 부처님이 내 기도를 듣고 너희 둘을 돌려주셨나 봐. 절에 가서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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