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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지현우는 느릿느릿 말했다.

“사인 안 해도 돼요. 어차피 난 상관없으니까...”

서유는 그를 훑어보았다.

“왜 갑자기 영국으로 돌아가려는 거예요?”

그는 분명 무슨 중요한 일이 있어서 떠나는 것이고, 떠난 후 서유를 통제할 수 없을까 봐 먼저 그녀에게 백지 계약서에 서명하게 하는 것이다.

지현우는 아무 감정 없이 덤덤하게 말했다.

“조지 선생이 초희 애가 아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가봐야 해요.”

‘언니의 아이?’

서유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깜짝 놀랐다.

“언니... 언니랑 당신 사이에 아이가 있었어요?”

지현우는 갑자기 차갑게 웃더니 눈 밑에는 혐오감이 가득했다.

“전남편 아이예요.”

‘뭐? 언니에게 전남편이 있었다고?’

서유는 어리둥절해서 지현우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덤덤하게 물었다.

“서유 씨도 황당하죠?”

서유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서서히 사그라졌다. 그녀는 언니에 대한 일을 잘 몰랐다. 모두 지현우를 통해 조금씩 들은 거라, 그의 일방적인 말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어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지현우는 여전히 김초희와 관련된 일에 대해 많이 얘기하고 싶지 않아 했고, 손가락으로 계약서를 가리켰다.

“구체적인 내용을 적지 않은 이유는 아직 나도 서유 씨가 뭘 했으면 좋을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안심해요. 난 단지 당신 언니 심장에만 관심이 있으니 서유 씨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전부 언니와 관련된 일일 거예요.”

서유는 그 말을 듣고 덤덤하게 웃었다.

“이런 계약서는 절대 서명할 수 없어요.”

지현우는 원래 영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으니, 서유가 이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아도 그는 떠날 것이다. 그러니 서유는 굳이 서명할 이유가 없었다.

지현우는 오히려 대수롭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럼 그러던가요. 어차피 초희가 다른 남자랑 낳은 아이인데 나랑 뭔 상관이에요?”

즉, 서유가 서명하지 않으면 그는 영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여전히 이곳에 남아 서유의 자유를 제한할 것이라는 뜻이다.

방금 굳어진 신념이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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