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정가혜는 서유의 손에 쥐어진 검은 우산을 발견했다.그리고 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서유를 보고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아주머니에게 수건을 갖다 달라고 한 후 비에 젖은 그녀의 머리카락과 얼굴을 닦아주었다.닦은 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가서 뜨거운 물에 샤워부터 해. 내가 생강차를 끓여 올 테니 씻고 나와서 마셔.”그녀가 서유를 욕실로 밀자, 서유는 갑자기 눈시울을 붉혔고 자그마한 얼굴은 이미 하얗게 질렸다.정가혜는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서유야, 혹시 이승하 씨가 너한테 뭐라고 했어?”그녀가 이승하한테 끌려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의 서유는 아주 고통스럽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정가혜는 두 팔을 벌리고 부드럽게 말했다.“서유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난 늘 네 곁에 있어. 힘들 때 나한테 기대도 돼.”이 말을 들은 서유는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어린아이가 부모의 품에 안기듯, 서유는 모든 방비와 위장을 벗은 채 가슴이 찢어지도록 울었다.“가혜야, 그 사람이 나 사랑한다는 말, 진심이었어...”알고 보니 그는 어릴 때부터 불구덩이에서 자라왔다.알고 보니 그는 자기가 아끼는 것이 어머니에 의해 파괴될까 봐 두려워했다.알고 보니 그가 남들 앞에서 서유에게 냉담했던 것은 전부 그녀가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서였다.알고 보니 그는 서유의 전화번호를 마음속에 기억하고 있었고, 연지유와 잠자리를 같이 한 적도 없었다.알고 보니 그는 서유를 누군가의 대역으로 삼지 않았었다.알고 보니 그는 서유를 위해 자살을 기도한 적도 있고, 서유를 아주 사랑했다...이런 뒤늦은 진실 때문에 서유는 마음이 한없이 무거웠고 마치 돌에 짓눌린 듯 도저히 숨을 쉴 수 없었다.정가혜는 모두 알아들었다. 이승하가 그녀를 데리고 떠난 후, 정가혜는 이승하가 서유를 사랑한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하지만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돌아온 서유에게 이 뒤늦은 진실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정가혜는 손을 들어 서유의 등을 가
Last Updated : 2024-04-0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