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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서유는 고분고분 알겠다고 말하고는 돌아서서 욕실로 들어가 욕조에 뜨거운 물을 넣은 후 자리에 누웠다.

따뜻한 물이 살갗에 출렁이면서 그녀의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정가혜는 깨끗한 수건과 잠옷을 챙긴 후 부엌으로 가서 생강차 한 그릇을 직접 끓여주었다.

서유가 건강한 심장을 이식받긴 했지만 큰 수술을 받은 사람이라 몸이 누구보다 허약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비를 맞았으니 감기에 걸려 열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주머니에게 부탁해 감기약을 사 오라고 했다.

씻고 나온 서유는 테이블에 놓인 생강차와 감기약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생강차를 마시고 감기약을 먹은 후에야 정가혜의 안내를 받으며 2층으로 올라갔다.

“이 집은 내가 살 때 일부러 안방을 두 개 만들었어. 그때는 네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었어. 안방 하나를 남겨놓으면 네가 내 곁에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서유는 이부자리를 펴고 있는 정가혜를 바라보며 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전반생은 정가혜와 송사월의 보살핌으로 어렵게 살아왔으니 후반생은 서유가 그 두 사람을 돌볼 차례였다...

정가혜는 이불을 펴고 나서 부드러운 잠자리를 두드렸다.

“이리 와서 푹 쉬어.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알겠어?”

서유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불을 젖히고 자리에 누웠다.

지금 이 순간 마치 자기 집에 온 것처럼 온몸에 긴장이 풀리더니 곧바로 잠이 들었다.

서유가 잠든 것을 본 정가혜는 조심조심 방을 나갔다.

도우미에게 서유의 옷을 세탁하고 말리게 한 다음 카드 한 장을 꺼내어 옷 주머니에 넣었다.

이것은 서유가 떠나기 전에 그녀에게 남긴 5천만 원이었다.

서유가 목숨 바쳐 번 돈이었으니 그녀는 한 푼도 쓸 수가 없었다.

이제 서유가 돌아왔으니 카드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했다.

정가혜는 거실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 SNS를 확인했다.

첫 번째는 이연석이 올린 사진 한 장과 글 한 줄이었다.

그는 나이트 레일의 호화로운 룸에 앉아 예쁜 얼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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