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는 고분고분 알겠다고 말하고는 돌아서서 욕실로 들어가 욕조에 뜨거운 물을 넣은 후 자리에 누웠다. 따뜻한 물이 살갗에 출렁이면서 그녀의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정가혜는 깨끗한 수건과 잠옷을 챙긴 후 부엌으로 가서 생강차 한 그릇을 직접 끓여주었다.서유가 건강한 심장을 이식받긴 했지만 큰 수술을 받은 사람이라 몸이 누구보다 허약했다.이렇게 오랫동안 비를 맞았으니 감기에 걸려 열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주머니에게 부탁해 감기약을 사 오라고 했다.씻고 나온 서유는 테이블에 놓인 생강차와 감기약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녀는 소파에 앉아 생강차를 마시고 감기약을 먹은 후에야 정가혜의 안내를 받으며 2층으로 올라갔다.“이 집은 내가 살 때 일부러 안방을 두 개 만들었어. 그때는 네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었어. 안방 하나를 남겨놓으면 네가 내 곁에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서유는 이부자리를 펴고 있는 정가혜를 바라보며 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전반생은 정가혜와 송사월의 보살핌으로 어렵게 살아왔으니 후반생은 서유가 그 두 사람을 돌볼 차례였다...정가혜는 이불을 펴고 나서 부드러운 잠자리를 두드렸다.“이리 와서 푹 쉬어.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알겠어?”서유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불을 젖히고 자리에 누웠다.지금 이 순간 마치 자기 집에 온 것처럼 온몸에 긴장이 풀리더니 곧바로 잠이 들었다.서유가 잠든 것을 본 정가혜는 조심조심 방을 나갔다.도우미에게 서유의 옷을 세탁하고 말리게 한 다음 카드 한 장을 꺼내어 옷 주머니에 넣었다.이것은 서유가 떠나기 전에 그녀에게 남긴 5천만 원이었다.서유가 목숨 바쳐 번 돈이었으니 그녀는 한 푼도 쓸 수가 없었다.이제 서유가 돌아왔으니 카드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했다.정가혜는 거실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 SNS를 확인했다.첫 번째는 이연석이 올린 사진 한 장과 글 한 줄이었다.그는 나이트 레일의 호화로운 룸에 앉아 예쁜 얼굴의
이연석은 블랙리스트 작업을 마친 후 휴대폰을 내동댕이쳤다.장원 밖에서 들어오던 이승하가 마침 바닥에 있는 휴대폰을 보고 짙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형, 돌아왔어요?”이연석은 소파에서 일어나 온몸이 흠뻑 젖은 이승하를 보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비를 왜 이렇게 맞았어요?”이승하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입고 있던 양복 외투를 벗고 하인이 건네주는 수건을 받았다.그제야 머리를 닦으며 이연석에게 물었다.“넌 왜 우리 집에 있어?”이연석은 한숨을 쉬더니 심드렁하게 말했다.“주말이잖아. 너무 심심해서 형이랑 한잔하려고 왔죠.”이승하는 그를 차갑게 쏘아보았다.“심심하면 연준이 대신 아프리카에 가서 일하든가.”아프리카라는 말을 들은 이연석은 두피가 저렸다.“그 형은 피부가 거칠고 살이 두꺼워서 햇볕에 타도 되지만 난 아니에요. 이 얼굴이 인생의 자본인데 내 살길을 막고 싶어요?”무엇보다 이연석은 아프리카의 여자가 취향이 아니었다.게다가 아프리카 쪽은 일이 너무 까다로워서 이연준이 돌아올 때마다 머리숱이 점점 적어지니 이연석은 절대 대머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이연준: “너야말로 대머리다!”이승하는 이연석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머리를 깨끗이 닦고 바로 욕실로 들어갔다.그 도도하고 쓸쓸한 뒷모습을 보며 이연석은 안도하면서도 또 어쩔 수 없다는 한숨을 내쉬었다.지난 몇 년 동안 이승하는 줄곧 우울하게 지냈고 웃지도 않았다. ‘대체 언제쯤이면 그 여자를 잊을 건데.’이연석은 시선을 거두고 바닥에 있는 휴대폰을 바라보니 마침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그는 코웃음을 쳤다. 분명 정가혜가 삭제당한 것을 발견하고 따져 물으려고 전화 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전화가 거의 끊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휴대폰을 주워들고 말했다.“정가혜, 당신...”이연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대방이 입을 열었다.“안녕하십니까, 혹시 집 필요하신가요?”이연석은 할 말을 잃었다.‘대체 누가 내 번호를 유출한 거야? 왜 광고 전화가 걸려오냐고!
서유가 자고 일어났더니 이미 밤이었다. 너무 울어서 눈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손을 들어 눈을 비비고 다시 떴을 때, 갑자기 눈앞이 약간 흐릿해졌다.서유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다시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그녀는 휴대폰을 들어 조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선생님, 제 눈이 또 흐릿한 증상이 나타났어요.]조지 쪽에서 빨리 대답하지 않자 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이불을 젖히고는 침대에서 내려왔다.방문을 열고 내려갔더니 거실에서는 지현우가 정가혜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서유가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벽시계를 보니 이미 밤 10시였다.‘어쩐지 저 사람이 여기 있더라니.’서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정가혜를 데리고 송사월을 만나러 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이렇게 늦어서 못 갈 것 같았다.정가혜는 서유가 깨어난 것을 보고 얼른 일어나 그녀 앞으로 다가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깼어? 배 안 고파? 내가 밥 데워 올게.”서유가 대답하려는데 지현우의 무심한 목소리가 두 사람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이제 집에 가야죠.”정가혜는 고개를 돌려 지현우를 쏘아보았다.“이봐요. 서유가 애도 아니고. 이렇게 자유를 제한하는 건 곤란하죠.”소파에 나른하게 앉아 있는 지현우는 코웃음을 쳤다.“제가 만약 자유를 제한했다면 다시는 그쪽을 보지 못했겠죠.”자기 손아귀에 있는 서유를 충분히 쥐락펴락할 수 있는 지현우였다. 다만 서유 언니의 체면을 봐서 어느 정도 참고 있는 것이었다.정가혜는 그 말을 듣고 안색이 굳어졌다.왠지 서유가 지현우 옆에 있으면 점점 더 위험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어떻게 서유를 도와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서유는 정가혜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나지막이 위로했다.“가혜야, 우리 이미 이혼했어. 걱정하지 마.”두 사람이 이혼했다는 말을 들은 정가혜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이혼했다면 더더욱 돌아갈 필요 없잖아?”못 들은 척하는 지현우를 보며 서유는 입꼬리를 올리고 씁쓸
이 말을 들은 지배인은 미안한듯 얼굴에 난처함이 가득했지만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도련님, 제가 다시 전화를 걸어 재촉할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지배인이 돌아서서 나간 후, 얼굴의 웃음기는 점차 걱정으로 바뀌었다.이곳은 사장이 바뀐 이후로 아무도 감히 와서 소란을 피우지 못했는데, 오늘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부잣집 자제들이 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지배인이 정말 재수 없다고 한탄할 때, 등이 드러나는 검은색 긴 치마에 하이힐을 신은 정가혜가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사장님, 드디어 오셨어요? 사장님이 안 오시면 오늘 저희 가게 문 닫게 만들겠다고 하셨어요!”“괜찮으니까 겁먹지 말아요.”정가혜는 조금도 긴장하지 않고 간단히 위로하고는 VIP실로 향했다.문을 열고 들어가 어두컴컴한 곳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았을 때, 정가혜는 안색이 약간 변했다.그녀는 부잣집 도련님들이 더 이상 놀 것이 없어 일부러 와서 소란을 피우는 줄 알았는데 이연석이 있을 줄이야!정가혜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예전에 장사를 위해 이연석을 여기로 초대한 적이 있지만 그는 이곳이 너무 촌스러워 자신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체면도 세워주지 않았었다.그런데 지금 부잣집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일부러 거금을 들여 그녀를 지목했으니,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 없었다.“죄송합니다. 제가 늦었네요.”말을 마친 정가혜는 테이블 위의 술잔을 들어 시원시원하게 말했다.“벌주로 세 잔을 마실 테니 다들 화 푸시죠.”고개를 들고 마시려고 하자 단이수가 그녀를 막았다.“우리가 사장님을 한 시간이나 기다렸는데 벌주 세 잔으로 어디 되겠어요?”정가혜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그럼 이수 씨는 얼마나 마셔야 적당하다고 생각하죠?”단이수와 정가혜는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전에 이연석이 그녀를 데리고 나갔을 때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이혼녀라고 비웃었지만 단이수만 예외여서, 정가혜는 그에 대한 인상이 좋았다.다만 이연석과 헤어진
흰 양복을 입고 술잔을 들고 다리를 꼬고 있는 이승하는 영락없는 나른한 귀공자의 모습이었다.그는 무관심한 듯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술 한 병을 마시고 있는 여자에게 시선이 향했다.검은색 깊은 브이넥 드레스로 요염한 몸매를 드러내고 있는 정가혜는 조명 아래에서 더욱 섹시하고 남자의 욕구를 자아냈다.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가진 얼굴은 술 때문에 빨갛게 달아올랐고 뽀얀 피부가 붉게 물들었다.온몸에서 풍기는 남다른 분위기는 룸에 앉아 있는 클럽 에이스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많은 부잣집 자제들은 그런 패기 넘치는 정가혜를 보고 저도 모르게 마음을 사로잡혔다.이연석은 남자들이 모두 그녀의 깊은 브이넥 아래 가슴골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져 손에 든 술잔을 냅다 던졌다.쨍그랑 소리와 함께 술잔이 깨지는 소리에 정가혜는 세 번째 술병을 가지려던 손을 멈추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술잔을 던진 이연석을 바라보며 자본주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연석 도련님, 혹시 무슨 불만이라도 있으신가요?”이연석은 요염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갑자기 불편함을 느껴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꺼져!”정가혜는 어리둥절했다. 고작 술 두 병을 마시게 하려고 거금을 들여 그녀를 여기로 부른 것일까?하지만 그가 말을 꺼낸 이상, 정가혜도 여기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술병을 내려놓고 그들에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이만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술값은 받지 않을 테니 모두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랄게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룸을 나갔다.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배인은 그녀가 무사히 걸어 나오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사장님, 역시 대단하세요. 이렇게 빨리 처리하시다니...”정가혜의 얼굴에서 미소가 점점 사라졌다. 발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이연석은 방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미 다른 여자를 껴안고 게임을 하고 있었다.정가혜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고는 시선을 돌려 사
서유는 애써 자신을 진정시킨 후 휴대폰을 꺼내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경찰은 그렇게 일찍 도착하지 않았고 차의 시동이 꺼진 후 안은 매우 후덥지근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막히고 답답한 느낌에 그녀의 호흡이 점점 흐트러졌다.그녀는 경찰이 아직 오지 않은 것을 보고 즉시 정가혜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정가혜는 급히 가게로 가서 일을 처리하느라 휴대폰을 차에 두고 와서 전화를 받지 못했다.서유는 몇 차례 전화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자 더 이상 전화를 걸지 않았다.그녀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굳게 닫힌 별장 문을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그녀를 구하러 나오지 않았다.극도로 산소가 부족하고 질식할 것 같은 느낌에 그녀는 갑자기 화가 났다.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들어 힘껏 차창을 내리치고 또 내리쳤다. 휴대폰 액정이 깨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그녀는 지금까지 이 정도로 화난 적이 없었다. 이를 악물고 있는 힘을 다해 힘껏 내리쳤다.난간에 엎드린 지현우는 아래층을 한눈을 내려다보았지만 문을 열 생각은 않고 덤덤하게 바라만 보았다.서유의 휴대폰이 부서졌지만 차 유리창은 여전히 멀쩡했다.지칠 대로 지친 서유는 더 이상 힘이 없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그리고 차에 우두커니 앉아 좁은 공간의 공기가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얼마나 지났을까, 지현우가 다가와 조수석의 창문을 내리고 허리를 굽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서유를 보았다.“앞으로는 제시간에 집에 돌아올 건가요?”창밖으로 찬 공기가 불어 들어오자 산소 부족에 허덕이던 서유는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그녀는 차창에 엎드려 기를 쓰고 숨을 들이마시며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을 가라앉힌 후, 붉어진 눈으로 지현우를 차갑게 바라보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무수한 감정을 담은 그녀의 눈과 마주치자 지현우는 살짝 넋을 잃었다.예전의 김초희도 상처를 받을 때마다 그런 눈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한마디도 하지 않으려 했다.김초희를 생각하자 지현우는 심장이 저리기 시작했고 무의식적으로 눈을 돌린 후 몸을 곧게 세워
움츠러든 그녀의 모습을 보았을 때,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차 세워!”택이는 즉시 속도를 늦추고 차를 세웠다.“보스, 왜 그러세요?”이승하는 문을 열고 재빨리 차에서 내려 서유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서유는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고 즉시 몸을 일으켜 뒤로 물러났다.“오지 마!”이승하는 그녀가 이렇게까지 경계하는 것을 보고 자기가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싫은 줄 알고 걸음을 멈추었다.남자는 꼿꼿하게 서서 그녀를 유심히 보며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망울이 새빨갛게 물들더니 눈꼬리까지 붉어졌다.지금 이 순간에서야 그는 깨달았다. 이미 끝난 이상 그녀에게 한 발짝도 다가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서유는 눈앞의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자신이 소리를 지른 후로 감히 앞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자신이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들키면 다시 앞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유는 머리끝까지 차오른 분노가 순간 공포심으로 바뀌었다.그녀는 재빨리 몸을 돌려 앞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상관하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서유의 저항, 방어와 무시에 이승하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그래, 모두 내 잘못이야. 더 이상 찾아오지 않겠다고 해놓고 또 이러고 있으니.’그는 시뻘건 눈으로 멀리 달아나는 여자의 모습을 보며 택이에게 말했다.“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따라가.”택이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따라갔다.이승하는 마음의 통증을 억누르고 차로 돌아갔다.차에 타자마자 지현우의 차가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그제야 두 사람이 싸워서 서유가 집을 나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지금은 송사월도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고, 지현우도 다가갈 수 있지만 유독 이승하만 불가능했다.이승하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가볍게 웃기 시작했다.씁쓸한 웃음이 미간을 물들일 때 마치 짙은 어둠이 그를 삼켜버릴 것 같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택이가 차로 돌아왔다.“보스, 누군가 와서
서유는 집에 돌아간다는 말을 듣고 웃음이 났다.“그건 당신 집이지 내 집이 아니죠.”그녀는 집이 없다. 어릴 때부터 없었다. 언니를 찾으면 집이 생길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 눈앞의 이 형부라는 작자는 그녀가 제시간에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녀를 차 안에 가두어 숨 막혀 죽게 만들려 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와 집에 갈 수 있을까?지현우는 그녀가 돌아가려 하지 않자 느릿느릿 말했다.“그건 내가 당신 언니에게 사준 집이니 당신 집이기도 하죠.”서유는 더욱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언니는 당신 손에서 벗어나려고 자기 손으로 생을 마감했어요. 그건 전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말해주죠. 집이며 차며 전부 언니의 것이 아니죠. 당신이 일방적으로 언니에게 주려 했던 거죠.”지현우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눈 밑에는 순간 매서움이 피어올랐다.“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왜 10년 동안이나 나를 쫓아다녔겠어요? 그런데 나를 얻고 나서 날 배신하고, 버리고, 악착같이 벗어나려고 했죠. 근데 당신들은 이 모든 걸 왜 나에게 덮어씌우냐고!”서유는 어리둥절했다. 언니가 지현우를 10년이나 쫓아다녔을 줄은 몰랐다.‘그럼... 언니는 이 남자를 사랑한다는 말인데, 그럼 왜 버리려고 했을까?’서유는 의문이 가득했지만 지현우는 더 이상 김초희와 관련된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는 그녀를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었다.“지금 내가 초희에게 모든 것을 주려 하니 당신은 언니 대신 나에게 감사해야죠. 말끝마다 날 비난할 게 아니라.”“아직 내 인내심이 남아 있을 때 빨리 집에 가죠? 아니면 나도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겠는데?”김초희가 다른 남자와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직접 보았을 때, 지현우는 완전히 미쳐버렸다.그래서 그녀의 시신도 원하지 않았고 오직 이 심장만 원했다. 그녀의 심장은 적어도 자신을 사랑했기 때문에...하지만 그 심장을 담은 몸뚱이는 계속 말을 듣지 않고 그를 짜증 나게 해서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서유는 지금 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