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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말을 마친 정가혜는 서유의 손에 쥐어진 검은 우산을 발견했다.

그리고 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서유를 보고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아주머니에게 수건을 갖다 달라고 한 후 비에 젖은 그녀의 머리카락과 얼굴을 닦아주었다.

닦은 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가서 뜨거운 물에 샤워부터 해. 내가 생강차를 끓여 올 테니 씻고 나와서 마셔.”

그녀가 서유를 욕실로 밀자, 서유는 갑자기 눈시울을 붉혔고 자그마한 얼굴은 이미 하얗게 질렸다.

정가혜는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서유야, 혹시 이승하 씨가 너한테 뭐라고 했어?”

그녀가 이승하한테 끌려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의 서유는 아주 고통스럽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가혜는 두 팔을 벌리고 부드럽게 말했다.

“서유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난 늘 네 곁에 있어. 힘들 때 나한테 기대도 돼.”

이 말을 들은 서유는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어린아이가 부모의 품에 안기듯, 서유는 모든 방비와 위장을 벗은 채 가슴이 찢어지도록 울었다.

“가혜야, 그 사람이 나 사랑한다는 말, 진심이었어...”

알고 보니 그는 어릴 때부터 불구덩이에서 자라왔다.

알고 보니 그는 자기가 아끼는 것이 어머니에 의해 파괴될까 봐 두려워했다.

알고 보니 그가 남들 앞에서 서유에게 냉담했던 것은 전부 그녀가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서였다.

알고 보니 그는 서유의 전화번호를 마음속에 기억하고 있었고, 연지유와 잠자리를 같이 한 적도 없었다.

알고 보니 그는 서유를 누군가의 대역으로 삼지 않았었다.

알고 보니 그는 서유를 위해 자살을 기도한 적도 있고, 서유를 아주 사랑했다...

이런 뒤늦은 진실 때문에 서유는 마음이 한없이 무거웠고 마치 돌에 짓눌린 듯 도저히 숨을 쉴 수 없었다.

정가혜는 모두 알아들었다. 이승하가 그녀를 데리고 떠난 후, 정가혜는 이승하가 서유를 사랑한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하지만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돌아온 서유에게 이 뒤늦은 진실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가혜는 손을 들어 서유의 등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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