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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이연석은 블랙리스트 작업을 마친 후 휴대폰을 내동댕이쳤다.

장원 밖에서 들어오던 이승하가 마침 바닥에 있는 휴대폰을 보고 짙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형, 돌아왔어요?”

이연석은 소파에서 일어나 온몸이 흠뻑 젖은 이승하를 보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비를 왜 이렇게 맞았어요?”

이승하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입고 있던 양복 외투를 벗고 하인이 건네주는 수건을 받았다.

그제야 머리를 닦으며 이연석에게 물었다.

“넌 왜 우리 집에 있어?”

이연석은 한숨을 쉬더니 심드렁하게 말했다.

“주말이잖아. 너무 심심해서 형이랑 한잔하려고 왔죠.”

이승하는 그를 차갑게 쏘아보았다.

“심심하면 연준이 대신 아프리카에 가서 일하든가.”

아프리카라는 말을 들은 이연석은 두피가 저렸다.

“그 형은 피부가 거칠고 살이 두꺼워서 햇볕에 타도 되지만 난 아니에요. 이 얼굴이 인생의 자본인데 내 살길을 막고 싶어요?”

무엇보다 이연석은 아프리카의 여자가 취향이 아니었다.

게다가 아프리카 쪽은 일이 너무 까다로워서 이연준이 돌아올 때마다 머리숱이 점점 적어지니 이연석은 절대 대머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

이연준: “너야말로 대머리다!”

이승하는 이연석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머리를 깨끗이 닦고 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그 도도하고 쓸쓸한 뒷모습을 보며 이연석은 안도하면서도 또 어쩔 수 없다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이승하는 줄곧 우울하게 지냈고 웃지도 않았다.

‘대체 언제쯤이면 그 여자를 잊을 건데.’

이연석은 시선을 거두고 바닥에 있는 휴대폰을 바라보니 마침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코웃음을 쳤다. 분명 정가혜가 삭제당한 것을 발견하고 따져 물으려고 전화 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전화가 거의 끊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휴대폰을 주워들고 말했다.

“정가혜, 당신...”

이연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대방이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혹시 집 필요하신가요?”

이연석은 할 말을 잃었다.

‘대체 누가 내 번호를 유출한 거야? 왜 광고 전화가 걸려오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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