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들은 지배인은 미안한듯 얼굴에 난처함이 가득했지만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도련님, 제가 다시 전화를 걸어 재촉할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지배인이 돌아서서 나간 후, 얼굴의 웃음기는 점차 걱정으로 바뀌었다.이곳은 사장이 바뀐 이후로 아무도 감히 와서 소란을 피우지 못했는데, 오늘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부잣집 자제들이 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지배인이 정말 재수 없다고 한탄할 때, 등이 드러나는 검은색 긴 치마에 하이힐을 신은 정가혜가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사장님, 드디어 오셨어요? 사장님이 안 오시면 오늘 저희 가게 문 닫게 만들겠다고 하셨어요!”“괜찮으니까 겁먹지 말아요.”정가혜는 조금도 긴장하지 않고 간단히 위로하고는 VIP실로 향했다.문을 열고 들어가 어두컴컴한 곳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았을 때, 정가혜는 안색이 약간 변했다.그녀는 부잣집 도련님들이 더 이상 놀 것이 없어 일부러 와서 소란을 피우는 줄 알았는데 이연석이 있을 줄이야!정가혜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예전에 장사를 위해 이연석을 여기로 초대한 적이 있지만 그는 이곳이 너무 촌스러워 자신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체면도 세워주지 않았었다.그런데 지금 부잣집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일부러 거금을 들여 그녀를 지목했으니,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 없었다.“죄송합니다. 제가 늦었네요.”말을 마친 정가혜는 테이블 위의 술잔을 들어 시원시원하게 말했다.“벌주로 세 잔을 마실 테니 다들 화 푸시죠.”고개를 들고 마시려고 하자 단이수가 그녀를 막았다.“우리가 사장님을 한 시간이나 기다렸는데 벌주 세 잔으로 어디 되겠어요?”정가혜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그럼 이수 씨는 얼마나 마셔야 적당하다고 생각하죠?”단이수와 정가혜는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전에 이연석이 그녀를 데리고 나갔을 때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이혼녀라고 비웃었지만 단이수만 예외여서, 정가혜는 그에 대한 인상이 좋았다.다만 이연석과 헤어진
흰 양복을 입고 술잔을 들고 다리를 꼬고 있는 이승하는 영락없는 나른한 귀공자의 모습이었다.그는 무관심한 듯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술 한 병을 마시고 있는 여자에게 시선이 향했다.검은색 깊은 브이넥 드레스로 요염한 몸매를 드러내고 있는 정가혜는 조명 아래에서 더욱 섹시하고 남자의 욕구를 자아냈다.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가진 얼굴은 술 때문에 빨갛게 달아올랐고 뽀얀 피부가 붉게 물들었다.온몸에서 풍기는 남다른 분위기는 룸에 앉아 있는 클럽 에이스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많은 부잣집 자제들은 그런 패기 넘치는 정가혜를 보고 저도 모르게 마음을 사로잡혔다.이연석은 남자들이 모두 그녀의 깊은 브이넥 아래 가슴골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져 손에 든 술잔을 냅다 던졌다.쨍그랑 소리와 함께 술잔이 깨지는 소리에 정가혜는 세 번째 술병을 가지려던 손을 멈추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술잔을 던진 이연석을 바라보며 자본주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연석 도련님, 혹시 무슨 불만이라도 있으신가요?”이연석은 요염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갑자기 불편함을 느껴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꺼져!”정가혜는 어리둥절했다. 고작 술 두 병을 마시게 하려고 거금을 들여 그녀를 여기로 부른 것일까?하지만 그가 말을 꺼낸 이상, 정가혜도 여기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술병을 내려놓고 그들에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이만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술값은 받지 않을 테니 모두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랄게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룸을 나갔다.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배인은 그녀가 무사히 걸어 나오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사장님, 역시 대단하세요. 이렇게 빨리 처리하시다니...”정가혜의 얼굴에서 미소가 점점 사라졌다. 발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이연석은 방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미 다른 여자를 껴안고 게임을 하고 있었다.정가혜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고는 시선을 돌려 사
서유는 애써 자신을 진정시킨 후 휴대폰을 꺼내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경찰은 그렇게 일찍 도착하지 않았고 차의 시동이 꺼진 후 안은 매우 후덥지근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막히고 답답한 느낌에 그녀의 호흡이 점점 흐트러졌다.그녀는 경찰이 아직 오지 않은 것을 보고 즉시 정가혜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정가혜는 급히 가게로 가서 일을 처리하느라 휴대폰을 차에 두고 와서 전화를 받지 못했다.서유는 몇 차례 전화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자 더 이상 전화를 걸지 않았다.그녀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굳게 닫힌 별장 문을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그녀를 구하러 나오지 않았다.극도로 산소가 부족하고 질식할 것 같은 느낌에 그녀는 갑자기 화가 났다.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들어 힘껏 차창을 내리치고 또 내리쳤다. 휴대폰 액정이 깨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그녀는 지금까지 이 정도로 화난 적이 없었다. 이를 악물고 있는 힘을 다해 힘껏 내리쳤다.난간에 엎드린 지현우는 아래층을 한눈을 내려다보았지만 문을 열 생각은 않고 덤덤하게 바라만 보았다.서유의 휴대폰이 부서졌지만 차 유리창은 여전히 멀쩡했다.지칠 대로 지친 서유는 더 이상 힘이 없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그리고 차에 우두커니 앉아 좁은 공간의 공기가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얼마나 지났을까, 지현우가 다가와 조수석의 창문을 내리고 허리를 굽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서유를 보았다.“앞으로는 제시간에 집에 돌아올 건가요?”창밖으로 찬 공기가 불어 들어오자 산소 부족에 허덕이던 서유는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그녀는 차창에 엎드려 기를 쓰고 숨을 들이마시며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을 가라앉힌 후, 붉어진 눈으로 지현우를 차갑게 바라보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무수한 감정을 담은 그녀의 눈과 마주치자 지현우는 살짝 넋을 잃었다.예전의 김초희도 상처를 받을 때마다 그런 눈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한마디도 하지 않으려 했다.김초희를 생각하자 지현우는 심장이 저리기 시작했고 무의식적으로 눈을 돌린 후 몸을 곧게 세워
움츠러든 그녀의 모습을 보았을 때,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차 세워!”택이는 즉시 속도를 늦추고 차를 세웠다.“보스, 왜 그러세요?”이승하는 문을 열고 재빨리 차에서 내려 서유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서유는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고 즉시 몸을 일으켜 뒤로 물러났다.“오지 마!”이승하는 그녀가 이렇게까지 경계하는 것을 보고 자기가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싫은 줄 알고 걸음을 멈추었다.남자는 꼿꼿하게 서서 그녀를 유심히 보며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망울이 새빨갛게 물들더니 눈꼬리까지 붉어졌다.지금 이 순간에서야 그는 깨달았다. 이미 끝난 이상 그녀에게 한 발짝도 다가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서유는 눈앞의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자신이 소리를 지른 후로 감히 앞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자신이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들키면 다시 앞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유는 머리끝까지 차오른 분노가 순간 공포심으로 바뀌었다.그녀는 재빨리 몸을 돌려 앞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상관하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서유의 저항, 방어와 무시에 이승하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그래, 모두 내 잘못이야. 더 이상 찾아오지 않겠다고 해놓고 또 이러고 있으니.’그는 시뻘건 눈으로 멀리 달아나는 여자의 모습을 보며 택이에게 말했다.“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따라가.”택이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따라갔다.이승하는 마음의 통증을 억누르고 차로 돌아갔다.차에 타자마자 지현우의 차가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그제야 두 사람이 싸워서 서유가 집을 나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지금은 송사월도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고, 지현우도 다가갈 수 있지만 유독 이승하만 불가능했다.이승하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가볍게 웃기 시작했다.씁쓸한 웃음이 미간을 물들일 때 마치 짙은 어둠이 그를 삼켜버릴 것 같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택이가 차로 돌아왔다.“보스, 누군가 와서
서유는 집에 돌아간다는 말을 듣고 웃음이 났다.“그건 당신 집이지 내 집이 아니죠.”그녀는 집이 없다. 어릴 때부터 없었다. 언니를 찾으면 집이 생길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 눈앞의 이 형부라는 작자는 그녀가 제시간에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녀를 차 안에 가두어 숨 막혀 죽게 만들려 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와 집에 갈 수 있을까?지현우는 그녀가 돌아가려 하지 않자 느릿느릿 말했다.“그건 내가 당신 언니에게 사준 집이니 당신 집이기도 하죠.”서유는 더욱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언니는 당신 손에서 벗어나려고 자기 손으로 생을 마감했어요. 그건 전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말해주죠. 집이며 차며 전부 언니의 것이 아니죠. 당신이 일방적으로 언니에게 주려 했던 거죠.”지현우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눈 밑에는 순간 매서움이 피어올랐다.“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왜 10년 동안이나 나를 쫓아다녔겠어요? 그런데 나를 얻고 나서 날 배신하고, 버리고, 악착같이 벗어나려고 했죠. 근데 당신들은 이 모든 걸 왜 나에게 덮어씌우냐고!”서유는 어리둥절했다. 언니가 지현우를 10년이나 쫓아다녔을 줄은 몰랐다.‘그럼... 언니는 이 남자를 사랑한다는 말인데, 그럼 왜 버리려고 했을까?’서유는 의문이 가득했지만 지현우는 더 이상 김초희와 관련된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는 그녀를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었다.“지금 내가 초희에게 모든 것을 주려 하니 당신은 언니 대신 나에게 감사해야죠. 말끝마다 날 비난할 게 아니라.”“아직 내 인내심이 남아 있을 때 빨리 집에 가죠? 아니면 나도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겠는데?”김초희가 다른 남자와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직접 보았을 때, 지현우는 완전히 미쳐버렸다.그래서 그녀의 시신도 원하지 않았고 오직 이 심장만 원했다. 그녀의 심장은 적어도 자신을 사랑했기 때문에...하지만 그 심장을 담은 몸뚱이는 계속 말을 듣지 않고 그를 짜증 나게 해서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서유는 지금 지현
서유는 두피가 저리고 얼얼했지만 용기를 내어 말했다.“지현우 씨, 난 당신이 너무 무서워요.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 돼요?”잠시 눈이 먼 상황에서도 지현우와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또다시 차 안에 잠겨 숨 막혀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까 봐 두려웠다...지현우는 초점 없는 서유의 눈동자에 비친 두려움을 보고 다시금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를 한참이나 지켜보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일단 돌아가서 얘기해요.”이 말을 들은 서유는 상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고 그에게 손을 건넨 후, 그의 손에 이끌려 자신을 질식시킬 뻔했던 차에 올라탔다.이곳은 별장에서 아주 가까웠고 불과 몇 분 만에 차가 멈췄다.지현우는 그녀의 팔을 잡아당겨 침실로 들여보낸 후 약 한 상자를 가져다주었다.“이건 조지 선생이 당신 눈 치료하라고 준 약이에요. 당신이 도망갈까 봐 계속 안 줬어요.”어쩐지 그녀의 눈이 갑자기 보이지 않더라니.알고 보니 지현우가 일부러 약을 숨겨 서유가 제시간에 먹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서유는 다시 주먹을 꽉 쥐었다.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더욱 강렬해졌다.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약상자를 열어 약 몇 알을 꺼내고는 입에 넣어 억지로 삼켰다.그러고는 옆에 있는 지현우에게 차갑게 말했다.“잘게요.”지현우는 덤덤한 표정으로 서유를 보았다. 그녀가 이불을 더듬고 젖히는 것을 보고 나서야 몸을 돌려 침실을 나섰다.다음날, 잠에서 깨어난 서유는 방 천장의 색깔을 본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 잠시적인 실명이라 시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깊은 어둠 속에서 살 뻔했다.서유는 일어나서 세수를 마친 후 부서진 휴대폰을 집어 들고 전원을 켜려 했지만 도저히 켤 수 없었다.휴대폰 액정만 망가진 줄 알았는데 완전히 고장 났을 줄이야...서유는 전에 쓰던 휴대폰에 듀얼 카드를 넣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봉투를 꺼냈다. 그리고 원래 휴대폰을 꺼내 새 카드를 넣었다.설치를 완료한 후,
이번에도 어김없이 김씨였다.서유는 김씨가 이렇게 집착하는 것을 보고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여전히 그의 친구 신청을 수락하지 않았고 도리어 이 소식들을 전부 비웠다.카톡을 탈퇴하려고 할 때, 전에 협력했던 고객 단체 채팅방에서 누군가 이승하를 찾았다.이건 동아 그룹 대표가 고객 관리 차원에서 만든 단체 채팅방으로 안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룹의 대표들이었다.서유가 죽은 후에 회사 사람들이 그녀를 단체방에서 내보낼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아니었다...이승하에게 말한 사람은 바로 동아 그룹의 온재빈이었다. 급한 일이 있어 이승하를 찾고 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 단체방에서 이승하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하지만 이승하는 이런 소식에 답할 리가 없었다. 그가 이 채팅방에 들어온 것도 동아 그룹이 서유에게 시켜 이승하를 억지로 들어오게 한 것이다.서유는 이런 과거를 생각하며 갑자기 손가락을 제어할 수 없었고 그의 프로필 사진을 클릭했다.두 사람이 헤어진 후 서유는 이승하를 차단했다. 지금은 친구 사이가 아니지만 예전에 오갔던 메시지들은 볼 수 있었다.[승하 씨, 해외 출장 간 지 3개월이 다 되는데 언제 돌아와요?]이건 서유가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할까 봐 용기를 내어 보낸 메시지이지만 그는 답장하지 않았다.그리고 대화창을 더 위로 끌어올렸다. 두 사람의 대화는 아주 짧은 글로 별로 특별할 것이 없었다.유일하게 그녀의 마음을 따듯하게 한 건, 이승하가 아팠을 때 그녀에게 보낸 두 통의 메시지였다.[보고 싶어.][위 아파. 나 보러와.]그때는 이미 한밤중이었지만 서유는 이 두 메시지를 보고 즉시 코트를 입고 약을 산 후 이승하에게 달려갔다.그는 소파에 누워 한 손으로 위를 감싸고 크고 곧은 몸을 약간 웅크리고 있었는데 아주 고통스러워 보였다.서유는 뜨거운 물을 받은 후 위약을 들고 그에게 다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서유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이승하는 굳게 감긴 두 눈을 천천히 뜨고는 흐리멍덩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서유는 그런 디테일을 떠올리며 문득 그의 사랑을 느꼈다.하지만 지금의 그녀에게는 이미 늦어버렸다...서유는 기억에서 벗어나 카톡을 로그아웃하고 정가혜에게 전화를 걸려 했다.전화를 걸기도 전에 조지에게서 먼저 전화가 왔다.“서유 씨, 제때 약 안 먹었어요?”그 말을 들은 서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선생님, 지현우 씨가 제가 도망갈까 봐 약을 주지 않았어요.”조지는 몇 초간 침묵하더니 이를 갈며 말했다.“제가 현우 씨를 만나볼게요.”서유는 그 약들을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지 묻고 싶었지만 조지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조지가 전화를 끊자마자 정가혜의 전화가 걸려왔다.“서유야, 너 휴대폰을 왜 계속 끄고 있어?”정가혜는 어제 나이트 레일에서 한밤중에 나왔다가 서유의 부재중 전화를 보고 급히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전원이 꺼져있었다.정가혜는 서유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두려워 차를 몰고 지현우의 별장으로 갔다. 하인에게서 서유가 이미 잠들었다는 말을 듣고서야 안심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오늘 아침 일어나서 또 서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전원이 꺼져있었다.부랴부랴 별장으로 가려는데 마침 전화가 연결되었다.서유는 미안한 듯 말했다.“미안, 휴대폰이 망가져서 원래 휴대폰으로 바꿨어.”정가혜는 괜찮다고 말하고는 또 물었다.“어젯밤에는 무슨 일로 전화했었어?”서유는 지현우와의 갈등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정가혜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가혜야, 이따가 내가 너한테로 갈게. 너랑 같이 만날 사람이 있어.”정가혜는 누구를 만나는지 묻지도 않고 알겠다고만 대답했다.서유는 약속시간을 정하고 잠옷을 갈아입었다.이 잠옷은 어제 정가혜가 그녀에게 준 것인데 갈아입을 겨를도 없이 지현우에게 끌려왔다.서유는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전에 쓰던 휴대폰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던 지현우는 그녀를 보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식사를 계속했다.서유는 차갑게 그를 흘겨보고는 몸을 돌려 별장 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