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1141 - 챕터 1150

1194 챕터

제1141화

주서희는 어두운 눈빛으로 거즈를 감고 있는 그의 손목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주원 씨, 난 불행한 사람이야. 나랑 함께 있으면 주원 씨가 자꾸만 이리 다치게 되잖아. 그러니까 우리 두 사람 다시 시작하지 않은 게 좋겠어.”그 말에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근데 그녀가 이런 답을 할 거라는 것을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그는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다.다만...“서희 씨, 소준섭 씨는 이미 죽었어요. 더 이상 날 해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그녀는 고개를 들어 잔뜩 기대에 찬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난 사람을 죽였어. 게다가 주원 씨가 보는 앞에서 그 사람이 나한테 그런 짓까지 했고. 이 두 가지 일은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지워버릴 수 없는 일이야.”그녀는 핑계를 대지 않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소준섭이 윤주원의 앞에서 그녀한테 그런 짓을 했을 때 두 사람은 이미 불가능한 사이였다. 이런 일을 겪어도 아무렇지 않게 상대방과 결혼해서 평생을 같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다른 사람 같았으면 아마 얼굴조차 마주치지 못했을 것이다. 주서희는 그래도 강인한 편이었다. 최소한 이리 아무렇지 않게 윤주원을 치료해 줄 수 있는 걸 보면. “난 상관없어요.”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서희 씨, 당신도 어쩔 수 없었던 거잖아요. 이건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소준섭을 죽인 것도 실수였죠. 정말로 죽이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잖아요. 난 다 알아요. 다 이해해요. 그래서 난 상관없어요. 근데 당신은 왜...”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웃기만 했다. 눈이 휘어진 것이 마치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초승달 같았다. “난 마음에 걸려.”그의 말을 끊어버리더니 그녀가 고개를 돌려 병실 밖에서 서 있는 중년 부부를 쳐다보았다. 피곤한 얼굴과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한 두 사람을 보며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주원 씨 부모님도 이젠 연세가 있으신데 더 이상 이런 일 겪게 하지 마. 두 분께서 주원 씨를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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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2화

말을 마친 그녀는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소준섭에게 총을 겨누던 그 순간처럼 그녀는 너무 단호했다. 그녀는 망설임이 없는 사람이었다. 한번 결정한 일이면 상대방에게 확실하게 알려주고 깔끔하게 관계를 정리했다 . 그러나 윤주원은 그녀가 이대로 그와 관계를 끊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최소한 그의 손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그녀는 평소처럼 그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녀의 마음속에 그는 여전히 중요한 사람이었다. 단지 사랑하는 사람만큼 중요하지 않을 뿐. 그렇다고 해서 전혀 낯선 사람 같은 존재는 아니었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서희 씨, 만약 그때 내가 당신을 찾아가지 않았다면 소준섭 씨와 한 달 동안 그 섬에서 잘 지냈을 건가요?”천천히 발걸음을 멈추던 그녀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더니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도 그녀의 속마음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알 수 있었다. 그가 만약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주서희는 소준섭과 한 달 동안 지내다가 무사히 돌아왔을 것이다.혼인 신고를 하던 날처럼 소준섭은 그녀를 다시 데려다줬을 것이다. 침대에 기대어 부모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그가 얼굴이 어두워졌다.나 때문에 소준섭 씨가 죽은 건가?주서희는 그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몇 마디 당부하고는 자리를 떴다.바로 이때, 윤주원의 부모님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주서희 씨, 방금 주원이랑 하는 얘기 다 들었어요.”윤주원 어머니의 온화한 얼굴에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결국 그녀는 마음을 다잡고 웃으며 주서희에게 감사를 표했다.“우리 주원이 생각해 줘서 고마워요.”더 이상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 아들이 남은 인생은 평안하기만을 바랐다. 이런 끔찍한 일을 겪지 말고 아이도 낳고 착한 아내와 함께 오손도손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를 바랐다. “주서희 씨는 좋은 여자예요. 다만 뼈저리게 사랑했던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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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3화

상대방이 백호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그녀는 그제야 그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여리여리하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그는 늠름한 모습이었고 점잖고 멋진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를 알아보고는 그녀도 똑같이 웃음을 지었다.“외국에 있다고 하지 않았어? 왜 돌아온 거야? 병원에는 무슨 일로?”백호는 오래된 지인을 만난 듯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요즘 외할머니가 몸이 안 좋으셔서 어머니가 빨리 돌아오라고 하셨어. 병원에서 널 보게 될 줄은 몰랐네.말은 마친 그가 다시 흰 가운을 입고 있는 주서희에게로 향했다.“옷차림을 보니까 의사인 것 같은데? 의사가 된 거야?”그녀는 별다른 말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에 고등학교 다닐 때도 의대에 가겠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난 네가 농담하는 줄 알았어. 정말 의사가 될 줄이야.”마음이 딴 데 있는 그녀는 웃으며 무심하게 되물었다.“듣자 하니 의사에 대해 편견이 있는 것 같다?”그가 연신 손을 저었다.“그럴 리가. 난 그저 그런 일이 있고 나면 다시는 소준섭의 뒤를 따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계속해서 말을 꺼내려던 그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은 듯 이내 말을 멈추었다.“미안해.”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다 지나간 일인데 뭐.”소준섭은 이미 죽었고 그 과거들도 그의 죽음과 함께 모두 사라져 버렸다. 소준섭의 얘기가 나오자 백호가 한마디 더 물었다.“소준섭이 죽은 거 넌 알고 있어?”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자신이 죽였는데 모를 리가 있겠는가? 백호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젊은 나이에 참 안 됐어. 근데 그런 말 있잖아. 나쁜 놈은 반드시 벌을 받게 된다고. 소준섭이 나쁜 짓을 많이 했으니까 그리 죽게 된 거야.”그 당시, 백호는 요트를 사서 그곳에서 주서희에게 고백하려고 했었다. 원래는 매우 의미 있고 아름다운 일이었다. 근데 소준섭이 갑자기 나타나서 그녀를 데려갔고 그 후 사람들을 시켜 그녀를 성폭행했다. 백호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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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4화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두 사람은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해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원래는 묻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들에 대한 근황을 말하고 있는 백호의 말에 그녀는 결국 입을 열었다.“그 사람들은 그저 건달들 아니었어? 어떻게 해외에서 잘살고 있는 거지? 무슨 사업이라도 하고 있는 거야?”백호는 그녀에게 반찬을 한 젓가락 집어주며 대답했다.“그 사람들이 무슨 사업을 하겠어? 출소하고 나서 누구한테 빌붙은 건지 갑자기 벼락부자가 됐어. 다들 해외로 이민을 갔고 사업은커녕 허구한 날 놀고먹기만 하던데 뭐. 돈은 어디서 난 건지...”사고가 났던 그날 밤, 도망치다가 발을 헛디뎌 물에 빠져 그 자리에서 죽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송문아에 의해 감옥에 보내졌다. 근데 그 사람들이 지금은 돈 걱정 없이 잘 먹고 잘살고 있단다.젓가락을 들고 있던 그녀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그 사람들 지금 어디에 있어?”그녀가 그들을 찾아가 결판이라도 낼 줄 알았던 그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오래전에 죽었어. 어떤 사람은 바다에 나갔다가 죽었고 어떤 사람은 도박하다가 칼에 맞아 죽었고 어떤 사람은 차에 치여 죽었어. 아무튼 다들 비참하게 죽었지. 하느님께서 너 대신 복수해 주셨나 봐.”나쁜 짓을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벌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의 소식을 듣고는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근데 주서희는 그 얘기를 듣고 의문 투성이였다. 그들이 왜 갑자기 부자가 되었는지, 왜 갑자기 사고로 죽었는지. 그들이 무슨 비밀이라도 알게 될까 봐 돈을 주고 이곳을 떠나게 한 뒤 감쪽같이 그들을 없앤 것 같다. 눈을 내리깔고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그녀가 고개를 들고 음식을 먹고 있는 백호를 향해 물었다.“넌 어떻게 알았어?”그는 고개조차 들지 않고 대답했다.“같은 나라에 있었으니까. 그들이 사고가 난 뒤 현지 뉴스에도 나왔었어. 근데 어떻게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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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5화

그녀 앞에 서 있던 소수빈은 최우진이란 이름을 본 순간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바로 입을 열었다. “그 당시 그 일 말이야. 송문아가 뒤에서 꾸민 일일지도 몰라. 아니라면 사촌 오빠가 그놈들한테 돈 보낼 일이 뭐가 있어? 게다가 각 계좌에 입금된 금액이 모두 일치해.”비록 여러 번 나누어 돈을 입금하였지만 모두 비슷한 금액이었다. 만약 그 배후가 소준섭이었다면 그는 그놈들에게 해외의 은행 계좌를 만들어 주고 조작한 뒤 돈을 송금했을 것이다. 아무도 찾을 수 없게. 무식한 송문아만이 이리 여러 개의 계좌를 통해 돈을 송금했을 것이다. 머릿속이 흐리멍덩해진 그녀는 소수빈의 부축을 받고서야 제대로 설 수 있었고 그녀는 소수빈의 팔을 잡고 소파에 천천히 앉았다. 그녀의 모습에 소수빈은 허리춤에 꽂힌 칼을 빼 들고 당장 부산으로 달려가 사람을 죽이려 했다. “그 여자 잡아 올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똑똑히 물어봐야겠어.”그녀가 손을 뻗어 그를 막았다.“내가 갈 거예요.”직접 가서 송문아에게 묻고 싶었다. 이 사람들에게 왜 돈을 보낸 건지? 소준섭의 유골함을 보고 웃던 사람이 왜 부산으로 돌아와 장례식장에서는 통곡을 한 건지? 그녀를 아끼던 고모의 진짜 모습은 어떤 건지?그녀는 간신히 소파를 짚고 일어섰다. 그녀가 마음에 걸렸던 소수빈은 함께 부산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허윤서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입꼬리가 점점 올라가는 그의 모습을 보고 그녀는 어렴풋이 좋은 소식이라는 걸 짐작했다.얼마 후, 전화를 끊은 그가 기쁜 얼굴로 입을 열었다.“서희야, 네 새언니 임신했대.”마음이 무거웠던 그녀도 반가운 소식에 기분이 좋아졌다.“너무 잘됐어요.”소수빈은 너무 기뻤다. 지금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 아내를 만나고 싶었지만 주서희를 보고는 이내 흥분을 가라앉혔다. “가자. 일단 부산으로 가.”오빠로서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주서희는 철없이 그의 호의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새언니 이제 막 임신했는데 오빠가 곁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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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6화

이 웃는 얼굴을 보니 갑자기 한 대 때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한참 동안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겨있던 그가 그 원인을 알아차렸다.자신보다 늦게 결혼한 소수빈이 먼저 아이를 가지게 되었으니...매일 밤 열심히 노력했는데 소수빈보다 명중할 확률이 낮다니... 그 생각에 갑자기 우울해졌다. 그가 펜을 집어 들며 차갑게 말했다.“안 돼.”“왜요?”웃고 있던 소수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아내가 임신을 했는데도 휴가를 허락해 주지 않는다니, 진짜 독한 인간이야.이승하는 더 이상 그를 상대하지 않고 계속해서 서류에만 몰두했고 마음이 급해진 소수빈은 소리를 질렀다.“대표님, 제발 하루만이라도 휴가 좀 주세요.”여전히 자신을 무시하는 이승하의 모습에 소수빈은 책상을 받치고 있던 손을 풀고 소파로 향했다. “대표님께서 허락해 주시지 않으면 저 여기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잠시 후, 소수빈을 흘겨보던 그가 서랍을 열어 카드 한 장을 꺼내 소수빈에게 건네주었다.“아이 가진 거 축하해.”카드를 보고 소수빈은 어리둥절해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대표님.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이승하는 다시 펜을 내려놓고는 손을 뻗어 카드를 낚아채려고 했다.“네 뜻이 그렇다면 할 수 없고. 이건 택이네 아이한테 줘야겠다.”그 소리에 소수빈은 냉큼 이승하의 손에서 그 카드를 낚아챘다.“다른 사람한테 다 양보해도 택이 씨한테 안 되죠. 그냥 제가 받겠습니다.”그가 뻔뻔스러운 얼굴로 크게 웃으며 카드를 다시 손에 넣었다.“그럼 대표님, 전 이만 저희 집사람한테 가보겠습니다.”이승하는 고개조차 들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소수빈이 사무실을 나서자 그제야 별처럼 빛나는 눈을 들어 소수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주변 사람들 중 소수빈이 첫 번째로 아빠가 되는 것이었고 소수빈을 생각하면 당연히 기뻤다. 다만 그의 아이는 언제쯤 찾아올지...원래 그는 아이를 원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소수빈이 저렇게 기뻐하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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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7화

자료를 힐끔 쳐다보던 송문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주서희가 은행에 가서 이 일을 조사할 줄은 몰랐던 것 같다. 그녀는 이내 마음을 다잡고 모른 척하며 자료를 집어 들면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글쎄, 난 모르는 일인데. 오빠가 왜 그 건달들에게 돈을 줬을까?”그녀는 자료를 쥐고 인상을 찌푸리며 계속 뒤적거렸다. 한편, 주서희는 맞은편에 앉아 송문아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고 그녀의 눈 밑에 약간의 분노가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최우진 이 인간. 어떻게 널 괴롭힌 건달들에게 돈을 줄 수가 있어?”송문아는 자료를 보고 화가 나서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버렸고 우아한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 걸 보니 엄청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 인간이 2년 전에 죽지만 않았어도 지금 당장 잡아와서 왜 그랬는지 똑똑히 물어봤을 거다.”그렇다. 최우진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증거는 사라졌다. 그렇지 않으면 소수빈에게 도움을 청해 최우진을 찾아가 증거를 찾은 다음 송문아와 대질했을 것이다. 그럼 송문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할 것이고 그녀가 여기까지 와서 송문아를 떠볼 일도 없었을 것이다. 주서희는 분노하는 송문아를 한동안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고모, 삼촌이 그 사람들에게 돈을 송금했다는 건 그 일의 배후가 바로 삼촌이라는 뜻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돈을 줄 이유가 없었겠죠.”송문아는 눈빛이 흔들렸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배후는 소준섭 아니었니? 그 당시 우리가 추궁했을 때 인정했잖아. 근데 어떻게 네 삼촌이겠어?”“삼촌이 그 건달들에게 돈을 빚진 건 아닐까? 그래서 그놈들이 출소를 한 후에 돈을 송금한 것이고. 너도 알다시피 돈 없는 인간들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거야. 삼촌이 도박꾼이었을지도 모르지. 그래서 그놈들한테 덜미를 잡히게 된 거고.”꽤 그럴싸한 핑계였다. 그러나 주서희는 그녀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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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8화

송문아는 딱 잘라 말했다. 소준섭이 이미 인정을 했었다고. 그러나 그 당시 주서희는 직접 듣지 못하였다. 당시 그녀는 병원에 누워있었고 모든 소식은 송문아가 그녀에게 가져온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최우진이 그 건달들에게 돈을 송금했다는 사실을 알고 쿤 충격을 받았다. 또한 만약 소준섭이 한 짓이 아니라면 왜 그가 인정했는지 의문이 들었다.그 의문들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송문아는 절대 알려주지 않을 사람이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송문아를 향해 다가갔다. 어렸을 때처럼 송문아의 곁에 쪼그리고 앉아 그녀의 다리에 손을 얹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고모, 전 고모가 가장 아끼는 조카딸이에요. 저도 항상 고모를 어머니처럼 생각하고 있고요. 우리 두 사람은 시골 마을에서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에요. 그러니 서로 아껴주고 도와주고 믿어야 하는 거잖아요. 고모도 알다시피 찬우는 아직 나이가 어려요.”“집안의 다른 사촌 형제들이 후계자 자리를 노리고 있어요.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주인이 될 수 있으니 언제 누군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줄도 모르죠. 그렇게 되면 찬우의 후계자 자리도 위태로워질 거예요.”“제가 비록 서울에 있긴 하지만 제 배후에 있는 세력도 만만치 않아요. JS그룹이 손가락 하나만 까닥해도 소씨 가문 전체가 뒤흔들리게 될 거예요. 절 믿는다면 진실을 말해주세요. 앞으로 찬우가 소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는 걸 제가 도울게요.”감동적인 말이라 송문아의 마음속 깊은 곳을 콕 찔렀다. 소준섭이 죽기 전에는 그가 후계자가 되어 그녀를 이 집안에서 쫓아낼까 봐 두려웠다. 지금은 어린 아들을 위해 소씨 가문의 사촌 형제를 경계해야 했다. 소씨 가문의 주식 제도는 정말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누구든지 한몫 끼어들 수 있었다. 분명히 회장은 소정의이고 아무리 형제들이 같이 일궈낸 회사라고는 하나 소정의를 중심으로 일궈낸 것인데 어떻게 누구나 후계자 자리를 넘볼 수 있는 건지...속으로는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그녀는 내색조차 않고 주서희의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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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9화

주서희는 눈을 붉히며 한사코 변명을 늘어놓는 송문아를 빤히 쳐다보았다.“고모가 어떻게 저한테 이래요? 어떻게 사람들을 시켜 절... 그러고는 그 일을 소준섭한테 뒤집어씌운 거예요?”송금자가 최우진인 것을 알았을 때, 그녀는 송문아를 의심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최우진이 혼자 벌인 일이라고 믿고 싶었다. 근데 송문아의 친아들이 그녀를 이리 지목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녀는 믿을 수 없는 얼굴을 한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고모가 시킨 짓이었고 소준섭이 한 짓이 아니었다.그럼 그녀는...소준섭을 10년 동안 원망했고 10년 동안 복수를 계획했고 끝내 소준섭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었다.잔인하게 그에게 상처를 주었고 그를 다치게 하였고 미치게 만들었고 죽게 만들었다.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자 그는 결국 그녀의 총에 기꺼이 목숨을 바쳤다. 피가 조금씩 다 빠져나가 죽어가는 그를 보면서도 그녀는 모질게 마음먹고 그를 구하러 돌아가지 않았다. 그 순간 그녀의 심장은 통제가 안 될 만큼 아팠다. 그동안 억눌려 있던 감정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눈물이 멈추지 않아 송문아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송문아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묻고 또 물었다.“도대체 왜 그랬어요? 왜... 왜요?”그 모습에 송문아는 얼른 손을 뻗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진정해. 찬우가 잘못 들은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송문아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매섭게 소찬우를 노려보았다.“당장 누나한테 말해. 네가 잘못 들은 거라고. 사람 억울하게 만들지 마.”그러나 소찬우는 평소처럼 송문아의 말을 듣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가 그 당시에 했던 일을 전부 털어놓았다. “엄마, 삼촌이 이 일로 엄마를 협박했잖아요. 결국 엄마는 몇억을 삼촌한테 주었고요. 그 후로도 툭하면 엄마한테 돈을 요구했었어요. 아쉽게도 삼촌은 마지막 돈을 받자마자 죽었죠...”이 말은 분명히 주서희를 일깨우고 있는 것이었다. 누군가 송문아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그걸 알아듣지 못하고 짐작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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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0화

“그놈들은 확실히 소준섭이 보낸 거야. 너한테 겁주려고 했었거든. 근데 마침 삼촌이 그걸 듣게 되었고 그놈들을 매수하라고 날 꼬드겼어. 그 당시 나도 제정신이 아니었던 거지. 소준섭이 패가망신을 당하는 걸 보고 싶어서 더 이상 그에게 손가락질받고 싶지 않아서 삼촌의 꼬드김에 넘어갔어.”말을 마친 그녀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주서희의 얼굴을 어루만졌다.“미안하다. 고모가 그때는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어. 소준섭 때문에 눈이 멀었었어. 그렇지 않았다면 절대 널 해치지 않았을 거야. 네가 그렇게 괴롭힘을 당한 것을 보고 나도 죽을 만큼 후회했어. 늘 너한테 죄책감을 가지고 살았어.”주서희는 그녀의 손길을 피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온몸의 피가 차가워졌고 차가운 연못에 떨어져 얼어버린 것처럼 아무리 발버둥 쳐도 몸부림칠 수 없었으며 그 차가움이 자신을 덮어버리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송문아의 말이 진실이기도 하고 거짓이기도 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정확한 건 단 한 가지. 소준섭은 사람들을 시켜 그녀를 성폭행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저 그녀에게 겁을 주려고 했던 것일 뿐. 그래서 여태껏 소준섭이 해명을 하지 않았던 걸까? 가슴에 가득 찬 분노를 참으며 주서희는 멍한 눈빛을 천천히 들어 올리고 잔인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송문아의 눈을 쳐다보았다.“그 당시 가법으로 그 사람을 처벌했을 때도 그 사람은 해명하지 않던가요?”병원에 누웠을 때 들은 소식에 의하면 그 자리에서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진 건달 몇 명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감옥에 끌려갔다고 했다. 다만 배후가 누구인지 아무도 말하지 않아서 소준섭은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깨어난 후, 몰아붙이는 송문아 때문에 그녀는 소준섭이라고 말했다. 그때 소준섭은 곁에서 그녀를 지키고 있었고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찰나 송문아가 그의 뺨을 때렸고 그는 결국 침묵을 택했다. 그가 소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끌려간 후 엄한 처벌을 받았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직접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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