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향해 서 있는 아름다운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준섭은 주서희가 두려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바닥에서 일어났다.“주서희, 돌아봐.”그의 목소리를 듣고 주서희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본 것은 어느새 외투를 입고 얼굴에 편안한 미소를 띤 소준섭이었다.“넌 살인하지 않았어. 나도 괜찮을 거야.”마치 그녀가 믿지 않을까 봐, 소준섭은 피투성이 몸을 이끌고 그녀 앞으로 걸어갔다.“난 의사야. 지혈할 수 있어......”그는 큰 손을 들어 깊은 애정과 헤어짐의 아쉬움이 담긴 채로 주서희의 뺨을 어루만졌다.“두려워하지 마. 가...”주서희는 그를 바라보다가 잠시 멍해졌고, 곧 마음을 다잡고 돌아서서 윤주원의 손을 잡고 새장 같은 방에서 빠르게 나갔다...문이 열리는 순간, 햇살에 휩싸인 주서희는 따뜻함을 느끼지 못한 채 굳은 몸으로 윤주원을 잡고 계단을 따라 달려 내려갔다...윤주원이 저택을 나설 때 꼭대기 층을 올려다보니, 통유리창 앞에 서 있는 남자가 보였다. 그의 표정은 알 수 없었고, 그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지옥의 문이 앞으로 주서희에게 다시는 열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연인들이 쾌속정에 오르는 걸 보며, 소준섭은 주서희가 뒤돌아 자신을 한 번 바라봐 주기를 바랐지만 그러지 않았다. 끝까지 그러지 않았다...주서희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한 말이 진실이었음을 깨달은 순간, 끝까지 버티던 그의 몸이 유리창을 따라 천천히 미끄러져 내렸다.선홍빛 피가 옷과 바지를 물들이고, 바닥에 깔린 카펫까지 물들였다...소준섭은 유리창에 기대앉아 피투성이가 된 손가락을 들어 총알에 맞아 망가진 가슴을 만졌다.‘주서희, 심장이 망가지면 살릴 수 없어. 하지만...’‘네가 날 한 번 속였으니, 나도 널 한 번 속인 거야. 이제 우린 공평해졌어.’그는 흐릿해진 눈을 들어 창밖에서 비치는 빛을 바라보았지만, 그 빛이 자신을 지나쳐 다른 곳을 비추고 있음을 발견했다...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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