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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9화

그녀가 문을 열고 나왔을 때, 이미 문밖에는 이승하, 이연석, 서유, 그리고 정가혜가 나란히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마치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했다.

주서희는 손을 꼭 쥐고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소준섭을 쏴 죽였어요. 그러니 마지막 모습을 보러 갈 생각은 없어요.”

말을 끝낸 주서희는 네 사람을 지나쳐 빠르게 병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윤주원의 병상 앞에 앉아 그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그 사건을 담당한 현지 경찰이 영어로 이승하에게 물었다.

“방금 뭐라고 했죠?”

이승하는 차가운 눈빛으로 경찰을 쏘아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얼음처럼 냉랭했고 경찰은 그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더 이상 묻지 못했다.

서유는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 병실 유리창 너머로 침착해 보이지만 사실은 혼란에 빠진 주서희를 바라보았다. 주서희가 스스로 총을 들어 사랑했던 사람을 쏘아 죽인 것은 그만큼 극한 상황에 몰렸기 때문일 것이다. 서유는 주서희와 소준섭이 증오로 얽히며 평생을 보낼 줄 알았는데, 그들의 끝이 이렇게 생명을 대가로 한 결말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서유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소준섭이 과거 주서희를 바라보던 눈빛이었다. 그것은 집착, 광기, 그리고 일종의 변태적인 사랑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뒤에 숨어있던 것은 깊고도 절절한 애정이었다.

소준섭은 주서희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가 준 사랑은 너무도 극단적이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이 결말이 과연 좋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나쁜 것일까......

정가혜는 감정에 둔감한 편이라 주서희가 아직 소준섭을 사랑하는지 아닌지를 잘 알 수 없었다. 다만 지금의 주서희가 온몸을 떨고 있는 것 같았다.

정가혜는 잠시 멈춰 선 후 병실로 들어가 주서희의 어깨에 손을 올려 그녀에게 약간의 힘을 실어주었다. 주서희는 그 손끝의 온기를 느끼며 피가 나도록 찢어진 가슴이 조금씩 진정되는 듯했지만, 머릿속에는 ‘소준섭이 죽었다'는 말만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이연석은 소준섭이 죽든 말든 별다른 감정을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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