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빈이 그렇게 아래층으로 끌려오곤 멍하니 있던 주서희에게 다가가며 말을 걸었다.“서희야...”아연실색한 주서희를 보며 소수빈은 그녀가 무서워한다고 생각하곤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쳤다.“걱정하지 마. 소준섭이 죽었으니 앞으로 너한테 집착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주서희는 눈 밑에 달아오른 붉은 빛을 감추고는 입꼬리를 올려 개운하나 조금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래요, 소준섭이 죽었으니 이제 더 이상 나를 괴롭힐 사람이 없어요. 정말 다행이에요.”소수빈은 그녀의 감정을 알아채지 못하고 정말로 기뻐하는 줄 알았다. 서둘러 몸을 돌려 저 멀리를 가리켰다.“서유 씨와 가혜 씨가 저기서 기다리고 있어...”소수빈이 가리킨 방향을 따라 보니 서유와 정가혜가 배 아래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녀가 나온 것을 눈치챘는지 서유와 정가혜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에게 빠르게 걸어오더니 거의 뛰다시피 달려와 그녀를 껴안았다.따뜻함을 느낀 주서희도 두 사람을 안아주었지만 왜인지 그들이 주는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서희의 마음은 여전히 덩굴에 감긴 듯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다. 그 답답하고 숨 막히는 느낌에 주서희는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서유의 어깨에 턱을 기대고 있었을 뿐, 소준섭의 시신이 운구차에 실려 내려가는 것조차 돌아보지 못했다...서유는 하얀 손을 들어 주서희의 등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주서희가 병실을 뛰쳐나갔을 때부터 그녀의 마음속에 소준섭에 대한 죄책감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이 감정은 아마도 사랑했던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는 것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고, 오랫동안 얽혀있던 관계가 갑자기 끝났다는 부적응 때문일 수도 있고 또는...주서희가 아직도 소준섭을 사랑하는지 그 답은 오직 그녀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는 서유조차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일이었다...그녀는 주서희를 달래고 나서 그녀를 놓아주고 배에 태우려고 했다. 하지만
현지 경찰들은 현장을 봉쇄한 뒤 총기 사건의 경위를 조사했다. 그러고는 이내 소준섭이 자살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국내 경찰에 연락을 취하였고 사건은 그렇게 종결이 되었다. 얼마 후, 시신은 화장터로 옮겨졌고 그의 시신은 바로 화장을 마쳤다. 불 속에서 타고 있던 소준섭의 시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주서희는 이 모든 게 진실이기를 바랐다.의사인 그녀는 사람이 사망한 후 3일 동안은 인체의 근육이 완전히 죽지 않았기 때문에 근육 조직이 타는 듯한 통증을 느끼면서 신경 반사 현상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 순간에 소준섭이 벌떡 일어나 앉은 건 다만 근육이 아파서 보인 반응일 뿐이다. 소준섭은 이미 죽었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그가 죽기 전, 그는 그녀가 이 일에 연루되지 않도록 그녀를 보호하였지만 자신은 오히려 성폭행범으로 몰리게 되었다. 세상을 떠난 후, 그는 좋은 명성을 얻지 못하였고 소정의에 의해 가문에서 쫓겨나게 되었으며 소씨 가문에 더 이상 소준섭이라는 사람은 없게 되었다. 다만 체면을 위해 그들은 소준섭의 유골을 받으러 해외까지 달려왔다 . 소정의를 따라오는 사람들 중에는 송문아 그리고 늦은 나이에 얻은 일곱 살짜리 아이도 있었다. 아주 어린 아이였지만 눈빛은 야무져 보였다. 한편, 주서희가 소준섭의 유골함을 소찬우에게 건네주었을 때 그는 상자를 건네받아 바로 뒤에 있는 하인에게 던져주고는 다시는 쳐다보지 않았다. 죽은 사람의 유골이 담겨져 있는 상자라고 한껏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동생으로서 꼭 들고 있어야 할 유골함이지만 소찬우는 매몰차게 들고 있는 것조차 거부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어찌 됐든 그녀 때문에 그가 죽은 것이니까. 일곱 살짜리 아이가 소준섭한테 무슨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겠는가? 게다가 소준섭도 이 아이한테 쌀쌀맞게 대했었다. 근데 무슨 이유였을까? 유골함을 만지던 송문아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그려졌다. 소준섭의 어머니를
어린 시절의 그녀는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단지 고모가 자신을 돕고 있다는 생각에 고모의 말에 따라 용감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여 그녀는 송문아의 말에 따라 늘 소준섭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의 뒤를 쫓아다녔고 가끔은 성적이 안 좋다는 핑계까지 대면서 소준섭한테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했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아주 나빴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용감하게 그를 찾아갔다. 자신의 정성 어린 마음이 언젠가는 소준섭의 마음을 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언젠가는 그가 자신을 좋아할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송문아에 대한 싫은 마음 때문에 그는 그녀까지 미웠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그는 그녀에게 다짜고짜 화를 냈고 여우같이 남자한테 꼬리를 친다며 역시 송문아의 조카딸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그녀한테 멀리 떨어지라고 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그녀를 싫어하면서도 한밤중에 그녀의 방에 왔었다. 가끔 자다가 눈을 뜨면 그가 옆에 서서 복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다가 그녀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독살스럽게 노려보고는 돌아서기도 했다. 그 후, 송문아는 그녀의 방에서 나오는 소준섭을 몇 번 마주치더니 어찌 된 일인지 갑자기 말을 바꾸며 그에 대한 마음을 접으라고 하고는 백호를 좋아하라고 했다. 백호는 그녀와 같은 반 친구였다. 어느 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건달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때 그녀를 구해준 사람이 바로 백호였다. 그날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준 걸 마침 송문아가 보게 된 것이다.백호의 집안 배경을 조사해 본 송문아는 백호가 괜찮은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대놓고 주서희에게 백호랑 어찌해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백호가 예의가 바른 사람인 것 같다면서 소준섭보다 훨씬 교양이 있어 보인다면서 친구로 잘 지내라고만 했다. 주서희는 친구가 별로 없었고 게다가 백호는 확실히 괜찮은 사람이었다. 늘 먼저 그녀를 찾아와 말을 걸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은 가까워지게
이해가 되지 않았던 그녀는 송문아의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고모, 왜 웃으세요?”송문아는 웃음을 감추지 않고 오히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우리 서희가 이 악마 같은 놈한테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어서 웃는 거야.”송문아는 그녀를 매우 불쌍히 여기는 듯 아주 가볍고 부드럽게 그녀의 볼을 어루만졌다.“그동안 소준섭 때문에 네가 고생한 거 고모는 다 알고 있다. 널 보면서 내 마음이 너무 아팠어. 얘가 죽어서 내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그러나 네가 고통에서 벗어난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겠느냐?”송문아는 그녀에게 잘해주었다. 돈도 사랑도 아낌없이 주었고 그녀가 처음 소씨 집안으로 들어왔을 때, 소정의가 준 돈을 그녀의 통장에 넣어주었고 부동산도 여러 개 주었다.어렸을 때부터 가난하게 살아온 주서희가 어린 나이에 이미 억만장자가 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소준섭을 대하는 송문아의 태도는 그녀가 보기에 아주 다정했다. 늘 소준섭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를 정성껏 보살펴주었다. 아무리 소준섭이 냉담하게 대하고 독설을 퍼붓고 폭력적으로 대하더라도 송문아는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고 뒤끝도 없이 소준섭을 아껴주었다. 다만 소준섭은 주서희가 없는 곳에서 송문아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라고 욕설을 퍼부었고 그때면 송문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소정의가 먼저 나서서 그의 뺨을 후려쳤다. 뺨을 맞은 소준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의자를 걷어차고 일어나 소씨 가문을 떠났다. 세 사람이 갈등을 겪고 있을 때, 주서희는 위층에 있는 편이 많았고 실수로 부딪히기라도 하면 송문아가 그녀에게 얼른 가라고 눈빛을 보냈다. 남의 집에 얹혀살고 있는 신세에 그 집안일에 끼어드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얌전하게 멀리 떨어져 있었다.그 후 세 사람의 갈등은 점점 더 많아졌고 그녀는 가까이하지도 않았고 엿듣지도 않았다. 하여 매번 세 사람의 갈등이 폭발하는 이유를 그녀는 알지 못하였다. 주서희의 기억 속에 송문아는 정말 온화하고 착한
소준섭의 유골함은 소정의의 가족들이 가지고 귀국했다. 부산 쪽에서 전해온 소식에 의하면 송문아가 의붓아들에 대해 정이 매우 깊다고 했다. 반면 소정의는 소준섭이 가문 망신을 시킨 놈이라고 하면서 장례를 크게 치르는 것을 반대했다. 그 일로 송문아는 소정의와 대판 싸웠고 아무리 평판이 안 좋아도 어찌 됐든 소씨 가문의 아들이니 장례를 크게 치러야 한다고 했다. 결국 송문아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던 소정의는 그녀에게 장례를 맡겼고 조문 온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송문아가 소준섭의 영정 사진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기절할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부산에서는 그녀가 최고의 계모라고 소문이 자자했고 소준섭은 은혜도 모르는 의붓아들이라고 낙인찍혔다. 그 소식을 들을 때, 주서희는 한창 주삿바늘을 들고 약을 바르고 있었다. 흠칫하지도 않고 표정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죽은 사람에 대해 전혀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귓등으로 흘려보냈다. 얼마 후, 파미란에서 돌아온 그녀는 윤주원을 병원에 입원시키고 곁에서 그의 일상생활을 돌보면서 정상적으로 출근하고 해야 할 일들을 조금도 빼놓지 않고 예전과 다름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서유와 정가혜는 처음에 그녀가 소준섭 때문에 마음을 추스르지 못할까 봐 많이 걱정되었다. 근데 뜻밖에도 그녀는 돌아오자마자 바로 흰 가운을 입고 일을 시작했다. 소준섭을 언급하든 언급하지 않든 그녀는 늘 환한 얼굴이었고 마치 소준섭이 세상을 떠난 게 그녀에게는 고통에서 벗어난 일인 것 같았다.주서희는 그들에게 일부러 자신 앞에서 소준섭의 얘기를 회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가 없으니 더 이상 전전긍긍하며 살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조문도 가지 않았고 그가 어떻게 묻어있는지도 묻지 않았다. 서유와 정가혜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고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다. 그저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당부만 했다.그녀는 알았다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각자 볼일 보라고 그들을 돌려보냈다. 서유는 설계도를 서둘러 마무리해야 했고 정
윤주원의 손은 빠른 시간 안에 응급 처리를 했기 때문에 특별히 심각한 후유증 없이 이미 많이 회복되었고 조금 더 치료하면 퇴원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녀가 병실로 들어오자 윤주원은 옆에 있던 부모님을 내보냈고 그의 부모님들도 눈치껏 그녀를 한번 보고는 얘기를 나누라고 자리를 피했다. 그녀는 침대 옆으로 다가가 앉으며 물었다.“오늘은 어때? 손은 움직일 수 있어?”윤주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촉촉한 눈동자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말끔히 다 나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살펴보았고 회복이 잘 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대답했다.“회복은 될 수 있지만 앞으로 수술은 더 이상 힘들 거야.”“제약 회사에 한동안 다녀보니까 난 수술하는 의사보다 약품 개발에 더 관심이 있더라고요.”“훌륭한 외과의사였잖아. 이렇게 수술 기회를 놓치는 건 너무 아까워.”그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 의사든 약을 개발하는 사람이든 수술을 하든 환자의 재활에만 도움을 주든, 모든 게 다 사람을 구하는 일이잖아요. 사람을 구할 수만 있다면 아쉬울 게 없어요.”마지막 한마디에 그녀는 마치 무언가에 이끌려 과거로 돌아간 듯 멍해졌다.열여덟 살의 소준섭도 이와 똑같은 말을 했었다. 그 당시 그는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계단에 기댄 채 소씨 가문의 사람들이 그의 취업 방향에 대해 의논하고 있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소유성은 의사 가문을 이어 나가야 한다고 천부적인 재능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면서 의술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반면 소정의는 컴퓨터를 잘 다루니 금융 업계에 필요한 인재라고 하면서 금융업에 종사해야 한다고 했다. 두 부자가 이 일로 얼굴을 붉히며 싸웠고 결국 소정의의 뜻을 굽히지 못한 소유성은 화가 나 죽을 지경이었다. 이때, 소준섭이 소유성을 다독였다.“제가 어떤 일을 하든 사람을 치료하고 구할 수만 있다면 아쉬울 게 없어요.”소준섭은 대학에서 금융학을 전공하기로 소정의와 약속했기 때문에 소정의는 그가 대학
주서희는 어두운 눈빛으로 거즈를 감고 있는 그의 손목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주원 씨, 난 불행한 사람이야. 나랑 함께 있으면 주원 씨가 자꾸만 이리 다치게 되잖아. 그러니까 우리 두 사람 다시 시작하지 않은 게 좋겠어.”그 말에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근데 그녀가 이런 답을 할 거라는 것을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그는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다.다만...“서희 씨, 소준섭 씨는 이미 죽었어요. 더 이상 날 해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그녀는 고개를 들어 잔뜩 기대에 찬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난 사람을 죽였어. 게다가 주원 씨가 보는 앞에서 그 사람이 나한테 그런 짓까지 했고. 이 두 가지 일은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지워버릴 수 없는 일이야.”그녀는 핑계를 대지 않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소준섭이 윤주원의 앞에서 그녀한테 그런 짓을 했을 때 두 사람은 이미 불가능한 사이였다. 이런 일을 겪어도 아무렇지 않게 상대방과 결혼해서 평생을 같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다른 사람 같았으면 아마 얼굴조차 마주치지 못했을 것이다. 주서희는 그래도 강인한 편이었다. 최소한 이리 아무렇지 않게 윤주원을 치료해 줄 수 있는 걸 보면. “난 상관없어요.”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서희 씨, 당신도 어쩔 수 없었던 거잖아요. 이건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소준섭을 죽인 것도 실수였죠. 정말로 죽이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잖아요. 난 다 알아요. 다 이해해요. 그래서 난 상관없어요. 근데 당신은 왜...”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웃기만 했다. 눈이 휘어진 것이 마치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초승달 같았다. “난 마음에 걸려.”그의 말을 끊어버리더니 그녀가 고개를 돌려 병실 밖에서 서 있는 중년 부부를 쳐다보았다. 피곤한 얼굴과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한 두 사람을 보며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주원 씨 부모님도 이젠 연세가 있으신데 더 이상 이런 일 겪게 하지 마. 두 분께서 주원 씨를 얼마나
말을 마친 그녀는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소준섭에게 총을 겨누던 그 순간처럼 그녀는 너무 단호했다. 그녀는 망설임이 없는 사람이었다. 한번 결정한 일이면 상대방에게 확실하게 알려주고 깔끔하게 관계를 정리했다 . 그러나 윤주원은 그녀가 이대로 그와 관계를 끊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최소한 그의 손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그녀는 평소처럼 그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녀의 마음속에 그는 여전히 중요한 사람이었다. 단지 사랑하는 사람만큼 중요하지 않을 뿐. 그렇다고 해서 전혀 낯선 사람 같은 존재는 아니었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서희 씨, 만약 그때 내가 당신을 찾아가지 않았다면 소준섭 씨와 한 달 동안 그 섬에서 잘 지냈을 건가요?”천천히 발걸음을 멈추던 그녀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더니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도 그녀의 속마음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알 수 있었다. 그가 만약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주서희는 소준섭과 한 달 동안 지내다가 무사히 돌아왔을 것이다.혼인 신고를 하던 날처럼 소준섭은 그녀를 다시 데려다줬을 것이다. 침대에 기대어 부모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그가 얼굴이 어두워졌다.나 때문에 소준섭 씨가 죽은 건가?주서희는 그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몇 마디 당부하고는 자리를 떴다.바로 이때, 윤주원의 부모님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주서희 씨, 방금 주원이랑 하는 얘기 다 들었어요.”윤주원 어머니의 온화한 얼굴에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결국 그녀는 마음을 다잡고 웃으며 주서희에게 감사를 표했다.“우리 주원이 생각해 줘서 고마워요.”더 이상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 아들이 남은 인생은 평안하기만을 바랐다. 이런 끔찍한 일을 겪지 말고 아이도 낳고 착한 아내와 함께 오손도손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를 바랐다. “주서희 씨는 좋은 여자예요. 다만 뼈저리게 사랑했던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