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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0화

막 도착한 소수빈은 미친 듯이 병원 밖으로 달려가는 사촌 주서희를 보고 급히 소리쳤다.

“어디 가는 거야?”

하지만 주서희는 대답하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병원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녀 자신도 왜 이러는지 몰랐지만, 마음속에는 단 하나의 목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조금만 더 기다려... 조금만 더...'

주서희는 급히 섬으로 돌아와 새장 방에 뛰어들었다. 그 순간, 휠체어에 앉아 있는 송사월과 그의 옆에 서 있는 김태진이 보였다. 두 사람의 뒷모습이 소준섭을 가리고 있었다. 주서희가 처음 본 것은 그들의 깔끔한 정장 차림의 등뿐이었다.

옥상에서 비치는 햇살이 두 사람의 몸을 감싸며 옅은 금빛을 띠었다. 주서희가 다가온 것을 알아차린 듯 송사월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드디어 왔네.”

송사월은 소준섭이 주서희를 납치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미 외국에 나가 있었지만, 수술을 계획했던 시간을 미루고 소준섭이 예전에 했던 말을 기억해 파미란로 왔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것은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였다.

그의 눈동자는 짙은 붉은빛을 띠었고, 그가 느낀 슬픔과 고통은 그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는 오랫동안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저 유리창에 기대어 앉아 있는 친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주서희는 송사월의 붉어진 눈을 잠시 바라본 후,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한 걸음 한 걸음 소준섭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비로소 땅에 앉아 있는 소준섭이 보였다.

빛이 너무 강했다. 그 빛은 소준섭을 완전히 감싸며, 마치 그가 지옥에서 기어 나온 것처럼 금빛으로 물들게 했다. 그 빛은 그의 몸을 은은하게 덮으며 그를 보호하는 막이 된 듯했다. 소준섭의 온몸이 창백하게 빛났는데 마치 신이 내려온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한쪽 무릎을 세운 채 대형 유리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오른쪽 팔꿈치는 무릎 위에 올려져 있었고 긴 손가락 사이에는 총이 쥐어져 있었다.

총구는 그의 심장 쪽을 겨냥하고 있었으며 그의 몸은 이미 굳어져 있었기에 자세는 아주 정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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