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주서희를 씻기고 나와 호텔로 데려가 쉬게 하려 했지만 주서희는 윤주원이 걱정되어 수술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의사로부터 윤주원의 힘줄 접합 수술이 성공했다는 말을 듣고서야 안심했다.윤주원은 마취 상태라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주서희는 그가 무사하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정가혜의 설득에 따라 일어났다. 하지만 병실 문을 나서기도 전에 이승하가 보낸 경호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이 대표님, 소준섭이 사망했습니다. 총상이었습니다.”이승하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경호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고 발걸음을 늦춘 주서희를 돌아보았다.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주서희 씨, 소준섭이 죽었어요...”주서희의 몸이 순간 굳어버렸다.두려움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 그녀는 자신의 양손이 순간 떨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고 이어 다리에 힘이 빠져 서 있기 힘들어졌다.서유와 정가혜가 양쪽에서 부축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미 바닥에 쓰러졌을 것이다.그녀의 얼굴색이 점점 창백해졌고 고개 돌리기를 거부하던 꼿꼿한 등이 눈에 띄게 무너져 내렸다...그녀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이승하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들려오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뭐라고요?”방금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마치 온 세상이 조용해진 것처럼 귀에서 울리는 소리만이 폭발하듯 슬프게 울려 퍼져 이승하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듣지 못했다...이승하는 휴대폰을 쥐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주서희 앞으로 걸어왔다.“경찰 쪽에서 일단 소준섭의 시신을 건드리지 말라고 합니다. 보고 싶다면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볼 수 있습니다.”총격으로 인한 사망이라 형사 사건에 해당되어 첫 현장을 봉쇄해야 하고 국내 경찰도 소준섭의 행방을 추적 중이라 시신을 쉽게 가져갈 수 없을 것이다.멍한 상태의 주서희는 ‘시신'이란 말을 듣고서야 소준섭이 정말로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는 분명 의술이 그렇게 뛰어났는데 어떻게...그가 젊었을 때
그녀가 문을 열고 나왔을 때, 이미 문밖에는 이승하, 이연석, 서유, 그리고 정가혜가 나란히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마치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했다.주서희는 손을 꼭 쥐고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소준섭을 쏴 죽였어요. 그러니 마지막 모습을 보러 갈 생각은 없어요.”말을 끝낸 주서희는 네 사람을 지나쳐 빠르게 병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윤주원의 병상 앞에 앉아 그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그 사건을 담당한 현지 경찰이 영어로 이승하에게 물었다. “방금 뭐라고 했죠?”이승하는 차가운 눈빛으로 경찰을 쏘아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얼음처럼 냉랭했고 경찰은 그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더 이상 묻지 못했다.서유는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 병실 유리창 너머로 침착해 보이지만 사실은 혼란에 빠진 주서희를 바라보았다. 주서희가 스스로 총을 들어 사랑했던 사람을 쏘아 죽인 것은 그만큼 극한 상황에 몰렸기 때문일 것이다. 서유는 주서희와 소준섭이 증오로 얽히며 평생을 보낼 줄 알았는데, 그들의 끝이 이렇게 생명을 대가로 한 결말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서유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소준섭이 과거 주서희를 바라보던 눈빛이었다. 그것은 집착, 광기, 그리고 일종의 변태적인 사랑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뒤에 숨어있던 것은 깊고도 절절한 애정이었다. 소준섭은 주서희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가 준 사랑은 너무도 극단적이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이 결말이 과연 좋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나쁜 것일까......정가혜는 감정에 둔감한 편이라 주서희가 아직 소준섭을 사랑하는지 아닌지를 잘 알 수 없었다. 다만 지금의 주서희가 온몸을 떨고 있는 것 같았다.정가혜는 잠시 멈춰 선 후 병실로 들어가 주서희의 어깨에 손을 올려 그녀에게 약간의 힘을 실어주었다. 주서희는 그 손끝의 온기를 느끼며 피가 나도록 찢어진 가슴이 조금씩 진정되는 듯했지만, 머릿속에는 ‘소준섭이 죽었다'는 말만이 계속해서 맴돌았다.이연석은 소준섭이 죽든 말든 별다른 감정을 느
막 도착한 소수빈은 미친 듯이 병원 밖으로 달려가는 사촌 주서희를 보고 급히 소리쳤다. “어디 가는 거야?”하지만 주서희는 대답하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병원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녀 자신도 왜 이러는지 몰랐지만, 마음속에는 단 하나의 목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조금만 더 기다려... 조금만 더...'주서희는 급히 섬으로 돌아와 새장 방에 뛰어들었다. 그 순간, 휠체어에 앉아 있는 송사월과 그의 옆에 서 있는 김태진이 보였다. 두 사람의 뒷모습이 소준섭을 가리고 있었다. 주서희가 처음 본 것은 그들의 깔끔한 정장 차림의 등뿐이었다.옥상에서 비치는 햇살이 두 사람의 몸을 감싸며 옅은 금빛을 띠었다. 주서희가 다가온 것을 알아차린 듯 송사월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드디어 왔네.”송사월은 소준섭이 주서희를 납치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미 외국에 나가 있었지만, 수술을 계획했던 시간을 미루고 소준섭이 예전에 했던 말을 기억해 파미란로 왔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것은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였다.그의 눈동자는 짙은 붉은빛을 띠었고, 그가 느낀 슬픔과 고통은 그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는 오랫동안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저 유리창에 기대어 앉아 있는 친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주서희는 송사월의 붉어진 눈을 잠시 바라본 후,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한 걸음 한 걸음 소준섭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비로소 땅에 앉아 있는 소준섭이 보였다.빛이 너무 강했다. 그 빛은 소준섭을 완전히 감싸며, 마치 그가 지옥에서 기어 나온 것처럼 금빛으로 물들게 했다. 그 빛은 그의 몸을 은은하게 덮으며 그를 보호하는 막이 된 듯했다. 소준섭의 온몸이 창백하게 빛났는데 마치 신이 내려온 듯한 모습이었다.그렇게 한쪽 무릎을 세운 채 대형 유리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오른쪽 팔꿈치는 무릎 위에 올려져 있었고 긴 손가락 사이에는 총이 쥐어져 있었다. 총구는 그의 심장 쪽을 겨냥하고 있었으며 그의 몸은 이미 굳어져 있었기에 자세는 아주 정확하
하지만 지금 눈앞에 완전히 죽어버린 소준섭을 보며 알 수 없는 목소리가 그녀의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물었다.‘소준섭이 정말 죽어 마땅할까?’그의 잘못은 대체 누구에게서 시작된 것인가? 먼저 소준섭을 좋아한 건 그녀였지 않은가? ‘네가 소준섭에게 집착하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 사람 곁에 다가갔잖아.’그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고 싫어하고 미워했다는 이유로 죄인이 되어야 하는 걸까?소준섭이 그들을 미워했던 것은 사실 그녀의 이모 때문이었다. 이모는 소준섭의 어머니를 자살로 내몬 주범이었고 그런 살인자와 함께 그녀는 소준섭의 가정을 빼앗고 그에게 돌아가야 할 사랑을 차지했다. 소준섭이 그녀를 미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모든 원한의 시작은 그들 윗세대의 부끄러운 행동에서 비롯되었다. 그런 행동이 그들의 후손에게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남기고 그 상처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그들의 인생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소준섭의 원한이 윗세대의 잘못에서 시작되어 그녀에게로 옮겨간 것처럼, 그녀의 원한도 소준섭이 그녀를 집단 강간하도록 지시하면서 시작되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인과의 순환이었다.그래서 원한이 시작되었으면 반드시 끝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끝은 그녀가 복수를 위해 소준섭이 자신을 사랑하게끔 설계한 것이었다. 원래 소준섭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으나 그녀가 그를 지옥으로 끌어들였다. 만약 그녀가 그런 방법으로 그를 사랑하게 만들지 않았다면 소준섭은 그녀에게 얽매이지 않았을 것이고, 그들의 관계는 결국 남남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과가 존재하는 이상 그녀는 그를 지옥으로 끌어내렸고 지옥에 빠진 이들에겐 결코 좋은 결말이 있을 수 없었다. 그러니 결국 이런 비참한 결말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그저 주서희는 자신의 증오가 마침내 해소된 것 같아 속이 후련했다. 이제야 큰소리로 웃어댈 수 있었다. “보복은 늦지 않았어. 소준섭, 넌 마땅히 죽어야 해.” 그런데도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그녀는 멍하니 소준섭의
그러나 그녀가 위험에 처했을 때 이 작은 악마는 여전히 망설임 없이 그녀를 구하러 달려가곤 했다. 어릴 적 그녀가 물에 빠져 거의 익사할 뻔했을 때도 그가 뛰어들어 그녀를 구해냈다.그녀가 처음으로 설렘을 느낀 순간도 바로 그때였다. 물속에서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소준섭의 모습이 그녀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졌고 그 후로 그는 그녀의 마음속에서 조금씩 자리 잡기 시작했다. 생명의 은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나서서 그녀를 지켜준 사람이기도 했다.그 당시 그녀는 그에게 물어보곤 했다. “오빠, 아직도 날 신경 쓰고 있는 거죠?” 교복을 입고 난간에 기대어 있던 소준섭은 냉소적인 눈길로 그녀를 힐끗 보며 거만하게 대답하곤 했다. “이 세상에서 너를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야.”이전에는 주서희가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소준섭은 이미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조금씩 좋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자 주서희의 눈이 갑자기 붉어졌다. 이제는 그가 죽었으니 아무도 그 답을 알려줄 수 없었다.그녀는 손을 들어 소준섭의 바짓단을 따라가며 바닥에 말라버린 핏자국을 더듬었다. 그 핏자국은 그가 남긴 유언이었다. 네 줄의 글자였다.[주서희, 내가 죽었으니 이제 네가 다른 사람과 결혼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어.]알고 보니 그는 죽을 때까지도 그녀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죽으면 더 이상 볼 수 없으니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서 그는 이런 마음으로 자신을 구하려 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녀에게 구조를 요청하지도 않은 채.그래, 소준섭은 여러 번 그녀를 찾아왔지만 그 이유는 그녀가 윤주원과 결혼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녀를 잃을까 두려워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그는 폭력적인 방법을 택했고 그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하지 않았다. 그런 행동은 분명히 극단적이었다.그는 그녀를 괴롭히면서도 구해주고 주서희가 이유를 물으며 그
소준섭이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만 친구를 대할 때는 정이 깊고 의리가 있었다. 그의 형이 소준섭에게 자신을 감시하라고 부탁했음에도 소준섭은 한 번도 형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기억을 되찾게 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하기도 했다.그가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도 소준섭은 술 몇 병을 들고 그의 묘 앞에 앉아 묵묵히 술잔을 기울이곤 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앉아 있던 적도 많았다.이후 다시 제국으로 돌아왔을 때 소준섭은 너무나 기뻐서 눈물을 흘렸고 두 다리를 잃은 그를 장애인으로 보지 않았다. 소준섭은 그를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그의 다리를 치료하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그러나 그때의 김시후는 사랑을 얻지 못한 절망감에 서서히 일어설 의지를 잃어가고 있었기에 소준섭의 제안을 번번이 거절했다.김시후는 생각했다. 만약 그때 소준섭의 도움을 거절하지 않았다면 그의 뛰어난 의술로 인해 자신이 다시 일어설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소준섭과 주서희 사이에도 얽히고설킨 일이 너무 많았다. 소준섭 자신도 지독한 고통 속에 살고 있었기에 자신의 다리와 우울증을 위해 소준섭이 여기저기 뛰어다니게 할 수는 없었다.그런데도 자신조차 돌볼 여유가 없었던 그가 죽기 직전까지도 자신의 다리와 앞으로의 삶을 걱정해 주었다는 사실에 송사월은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소준섭의 창백한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그는 눈시울이 붉어졌다.“준섭아, 네 유언 꼭 들어줄게. 부디 편히 쉬어라...”주서희의 손가락은 김시후를 위한 유언을 넘어 마지막 줄로 향했다.[다음 생엔...]단 네 글자만 쓰여 있었다. 그 후에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피의 자국을 보면 유언을 쓰다 도중에 죽은 것이 아니라 그가 이 지점에서 이 세상에 자신을 찾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 느끼고 더 이상 쓸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듯했다.소준섭에게 있어 계모와 결혼한 아버지는 이미 마음이 온통 계모에게 쏠려 있었고, 계모와의 갈등으로 인해 아버지와의 관계는 나빠져
송사월조차 모르는 사실이라면 아마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다. 아마 그 당시 소준섭은 그저 그렇게 악랄하게 굴고 싶었을 것이다. 주서희를 철저히 괴롭히기 위해 사람들을 보낸 것일 테니 말이다.어쨌든 그때 그는 주서희를 몹시도 증오했다. 비록 그녀를 조금이라도 좋아했을지라도 그동안 쌓인 증오가 훨씬 컸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좋아한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다.이제는 더 이상 답을 찾을 수 없게 된 주서희는 천천히 눈을 내리깔고 여전히 햇빛 속에 있는 소준섭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차가운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손끝이 차갑고 굳어진 그의 뺨에 닿았을 때 주서희는 그를 한번 안아보고 싶었지만 결국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그저 조용히 그를 응시할 뿐이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주서희는 다시 송사월에게 물었다. “누가 준섭 씨를 죽였는지 묻지 않나요?”송사월은 주서희의 가녀린 등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준섭이가 널 지키고자 했다면 누가 그를 죽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자살로 위장된 흔적이 아무리 정교해도 송사월은 소준섭을 너무 잘 알기에 속지 않았다. 분명 소준섭은 너무도 폭력적이었고 주서희가 총을 쏘게 강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주서희에게 어떤 책임도 지우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죽기 직전 자살로 위장한 것이다.송사월은 오래도록 생각했다. 만약 그가 소준섭의 입장이었다면 그 역시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의 사랑은 집착에 가깝지만 그 사랑은 진심이었고, 그래서 모든 것을 심지어 목숨까지도 내줄 수 있는 것이다...하지만 이 결말은 떠난 자에게는 해방일 수 있으나 남겨진 자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그를 직접 쏴 죽인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러니 이 오랜 세월의 사랑과 증오 속에서 도대체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 누가 알겠는가?송사월은 주서희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그를 지키고자 했던 친구의 유언을 존중할 것이다. 하지만 주서희 스스로는 자신을 탓하게 될 것이다.
소수빈이 그렇게 아래층으로 끌려오곤 멍하니 있던 주서희에게 다가가며 말을 걸었다.“서희야...”아연실색한 주서희를 보며 소수빈은 그녀가 무서워한다고 생각하곤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쳤다.“걱정하지 마. 소준섭이 죽었으니 앞으로 너한테 집착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주서희는 눈 밑에 달아오른 붉은 빛을 감추고는 입꼬리를 올려 개운하나 조금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래요, 소준섭이 죽었으니 이제 더 이상 나를 괴롭힐 사람이 없어요. 정말 다행이에요.”소수빈은 그녀의 감정을 알아채지 못하고 정말로 기뻐하는 줄 알았다. 서둘러 몸을 돌려 저 멀리를 가리켰다.“서유 씨와 가혜 씨가 저기서 기다리고 있어...”소수빈이 가리킨 방향을 따라 보니 서유와 정가혜가 배 아래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녀가 나온 것을 눈치챘는지 서유와 정가혜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에게 빠르게 걸어오더니 거의 뛰다시피 달려와 그녀를 껴안았다.따뜻함을 느낀 주서희도 두 사람을 안아주었지만 왜인지 그들이 주는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서희의 마음은 여전히 덩굴에 감긴 듯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다. 그 답답하고 숨 막히는 느낌에 주서희는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서유의 어깨에 턱을 기대고 있었을 뿐, 소준섭의 시신이 운구차에 실려 내려가는 것조차 돌아보지 못했다...서유는 하얀 손을 들어 주서희의 등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주서희가 병실을 뛰쳐나갔을 때부터 그녀의 마음속에 소준섭에 대한 죄책감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이 감정은 아마도 사랑했던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는 것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고, 오랫동안 얽혀있던 관계가 갑자기 끝났다는 부적응 때문일 수도 있고 또는...주서희가 아직도 소준섭을 사랑하는지 그 답은 오직 그녀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는 서유조차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일이었다...그녀는 주서희를 달래고 나서 그녀를 놓아주고 배에 태우려고 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