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Chapter 1061 - Chapter 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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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1화

병원으로 가는 길에 서유는 이승하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심형진이 정가혜에게 약을 먹였고, 정가혜가 도망쳐 나온 뒤에는 술에 취한 중년 남자가 그녀를 끌고 가 폭행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필사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면 이미 강간당했을 거라고 했다.이 말을 들은 서유는 화가 나서 눈이 붉어졌다. “심형진이 어떻게 그런 사람일 수가 있어?”그녀는 심형진이 정가혜의 선배로, 최소한 정직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강은우처럼 정가혜를 속이지는 않을 거라 여겼는데, 알고 보니 강은우보다 더 나쁜 사람이었던 것이다.한 손으로 턱을 괸 이승하의 차가운 눈빛 속에 살의가 어렸지만, 그는 서유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그녀의 손을 토닥이며 안심시켰다.차가 병원 앞에 멈추자 서유는 재빨리 차 문을 열고 응급실로 달려갔다...서서히 정신을 차린 정가혜는 몸이 그렇게 무겁고 답답하지 않다는 걸 느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힘겹게 눈을 돌려 병상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깊고 어두운 붉은 눈동자와 마주쳤다.그녀는 불편한 듯 시선을 돌렸지만, 자신의 손이 그에게 꽉 잡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 있는 걸 보니 오랫동안 잡고 있었던 것 같았다.정가혜는 잠시 망설이다 손을 빼려 했지만, 이연석이 그녀의 손을 더 꽉 잡았다. 정가혜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자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요?”정가혜는 고개를 저었고, 시선은 다시 이연석의 손으로 향했다.“만지지 말아 주겠어요?”지금의 그녀는 조금 더러우니까...이연석은 그녀를 몇 초간 바라보다 손을 놓았다.정가혜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연석도 그녀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둘이 침묵하고 있을 때 서유가 뛰어 들어왔다.“가혜야!”서유의 목소리를 듣자 정가혜의 생기 없던 눈동자에 비로소 생기가 돌았다.“서유야...”정가혜의 얼굴은 부어 있고 목에는 손자국이 있으며 이마는 깨져 있고 손에는 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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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2화

정가혜는 겨우 서른 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미 온갖 고난을 겪었다. 고생이라면 서유도 고생했지만 그래도 정가혜보다는 조금 더 운이 좋았다. 적어도 그녀는 자신의 언니를 찾았고 어머니의 영상도 봤으며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가혜는 부모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였다...이 모든 세월 동안 정가혜가 겪어온 일들을 생각하니 서유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 그녀를 꼭 안으며 말했다.“가혜야, 내가 잘못했어. 널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어.”심형진이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즉시 그들을 말리지 않아 정가혜가 이런 일을 당하게 된 것 같아 자책했다.이미 울고 난 정가혜는 붕대를 감은 손을 들어 서유의 등에 닿은 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그녀를 위로했다.“난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마. 네 잘못도 아니야.”이건 서유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저 자신이 연애에 있어서 늘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했을 뿐이다. 벽에 부딪혀 보고 나서야, 모든 것을 걸고 난 후에야 비로소 모든 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솔직히 말해서, 그녀 같은 사람은 결혼 같은 걸 해서는 안 됐다. 그저 홀로 늙어가는 게 나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평온하게 일생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이런 생각이 들자 정가혜는 여전히 병상 앞에 앉아있는 이연석을 바라보았다. 가슴 속에서 올라오는 쓰라림에 다시 한번 눈시울이 붉어졌다.“연석 씨, 날 구해줘서 고마워요.”그녀의 어조에 담긴 평온함은 마치 이 한 마디 감사 인사로 그와의 모든 관계를 정리하려는 듯했다.이연석의 굵은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이 악몽에서 벗어나길 기다렸다가 다시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잘 쉬어요. 나는 좀 처리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이연석은 이 말을 남기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러다 병실 밖에 팔짱을 끼고 서 있는 이승하를 보았다.“어디 가?”이연석은 주먹을 꽉 쥐었고, 근육질의 팔뚝에 핏줄이 툭 튀어나왔다.“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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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병실 문이 열리는 순간, 심형진은 검은 양복을 입고 하얀 장갑을 낀 이승하가 침착한 걸음으로 여러 사람들에 둘러싸인 채 천천히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그의 자태는 늠름하고 키가 컸으며, 입체적이고 깊이 있는 이목구비는 마치 조각해 놓은 듯 완벽하고 잘생겼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압도적이었다.이런 이승하를 볼 때마다 심형진은 두려움을 느꼈다. 그 두려움은 죄책감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이승하의 눈에서 느껴지는 타고난 공포감 때문이었다. 그와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겁을 먹게 되었다.지금 심형진의 느낌이 바로 그랬다. 몸 안의 최음제 효과는 이미 사라졌고, 정가혜에 대한 죄책감과 후회만이 남아있었다.만약 그가 천천히 접근했더라면, 체면을 구기지 않고 정가혜를 자신의 온화한 외모에 빠지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가 원하는 일도 자연스럽게 일어났을 텐데, 지금은 스스로 망쳐버렸고 심지어 이승하의 보복까지 불러왔다.그렇다, 지금까지도 심형진은 이승하가 여기 온 이유가 단지 정가혜를 위해 정의를 구현하러 온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윤주원의 일과 연관 지어 의심하지 않았고, 이승하가 그저 자신을 훈계하러 왔다고만 여겼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승하가 들어오자마자 손을 한번 휘두르자, 두 명의 건장한 남자가 갑자기 그의 팔을 붙잡고 침대에서 끌어내려 바닥에 던졌다.바닥에 끌려나온 심형진이 몸부림치며 일어나려 했지만, 건장한 남자가 가죽신으로 그의 등을 세게 밟아버렸다.밟히는 순간 온몸이 바닥으로 쓰러져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 그는 바닥에 엎드린 채 고개를 들어 역광을 받으며 걸어오는 남자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건 저와 가혜 일이에요. 저한테 책임을 묻고 싶으시다면 가혜가 직접 와야죠. 당신은 저를 이렇게 대할 권리가 없어요!”이미 소파에 앉은 남자는 긴 다리를 들어 게으르게 교차시킨 후, 시선을 내리깔고 하얀 장갑을 만지작거리며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심 선생, 당신과 가혜 씨 일은 나중에 얘기하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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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화

정 선생의 완강한 태도에 주서희조차 감탄했다.“정 선생님, 아마 모르셨겠지만, 당신이 부검을 마친 후 제가 사람을 보내 한 번 더 검사를 했어요. 당신의 보고서와 좀 다른 점이 있더군요.”정 선생은 몸이 굳어버렸다.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 서 있는 주서희를 바라보았다.“당신이 사람을 보내 부검을 또 했다고요?”주서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환자의 혈관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돼서 다시 검사를 시켰죠. 그랬더니 정말 혈관에 문제가 있더라고요.”혈관이라는 말을 듣자 정 선생은 순간 당황했다.“당, 당신이 이미 혈관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서 왜 즉시 나한테 문제 삼지 않았죠? 그리고 왜 김 선생의 보고서로 학생들 입을 막지 않았어요?”주서희는 턱을 들어 바닥에 누워있는 심형진을 가리켰다.“이 자를 잡아내기 위한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거든요.”이 말에 심형진조차 어리둥절했다.‘주서희의 말은 무슨 뜻일까?’주서희는 걸음을 옮겨 심형진 앞으로 가서 천천히 몸을 낮췄다.“그때는 당신과 가혜 씨가 아직 헤어지지 않았으니까요. 저와 대표님은 가혜 씨를 생각해서 당신을 건드리지 않았죠. 하지만 지금은... 때가 왔네요...”주서희는 말을 마치고 일어나 정 선생을 향해 돌아섰다.“이 대표님의 성격을 아시죠. 기회는 단 한 번뿐입니다. 자백할지 말지는 당신 스스로 결정하세요.”정 선생은 주서희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분간할 수 없어 불안해하며 심형진을 바라보았다.“심 선생님, 당신이 그때 혈관 문제는 당신 혼자만 안다고 하지 않았나요? 왜 주 원장이 알고 있는 거죠?”심형진도 어리둥절해하며 주서희와 이승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설마... 당신들이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건가요?”“그렇죠.”주서희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는 아무것도 몰랐다. 다만 윤주원이 큰 혈관 수술을 했다가 환자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점에서 혈관에 문제가 있었을 거라고 추측하고 정 선생을 떠보려 한 것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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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5화

아까 주 원장이 김 의사가 다시 부검을 했다고 말했을 때, 그는 당황해서 선 의사에게 질문을 던졌고, 이는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 되었다.지금 이승하가 다시 그에게 물어본 것은 사건의 전체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라는 뜻이었다. 자세한 경위가 있어야 사건을 공식화하고 공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만약 그가 심형진처럼 끝까지 부인한다면, 방금 주 원장이 유도해 얻어낸 녹음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그 같은 작은 법의학자를 궁지에 몰아넣기에 충분할 것이다.지금 협조한다면 어쩌면 이 대표가 한 번 봐줄지도 모른다. 결국 그는 단지 공범일 뿐이고 주모자는 아니니까. 이 대표가 처리하려는 대상은 심형진이지 자신이 아니다.정 의사는 마음속으로 이해득실을 따져본 후 이승하에게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이 대표님, 이 일을 말하면 당신이 반드시 녹음과 녹화를 이용해 윤주원 의사의 명예를 회복시키려 할 거란 걸 압니다. 그렇게 되면 제 직업 생활은 틀림없이 파탄 날 겁니다. 저는 위험을 무릅쓰고 실상을 말씀드릴 수 있지만, 당신은 저를 이 일에서 빼내 주셔야 합니다.”최소한 외부에 그의 신원을 보호해 주기를 바랐다. 그렇게 하면 국내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되더라도 해외에서는 갈 길이 있을 테니까.정 의사는 심형진의 돈을 받은 것을 매우 후회했지만, 돈이 필요하지 않았다면 이런 의료 윤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일이 이렇게 된 만큼 자신의 퇴로를 마련하는 수밖에 없었다.심형진에 대해서는, 이미 함께 묶여 있던 메뚜기와의 끈이 끊어졌으니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든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심형진은 정 의사가 이런 조건을 제시하는 것을 보고 주먹을 꽉 쥐며 그를 노려보았다.하지만 정 의사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이승하만 똑바로 바라보았다.“이 대표님, 이 조건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이승하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당신이 내게 조건을 제시한 첫 번째 사람이군요.”정 의사는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승하가 동의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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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6화

심형진이 자신의 야망을 태연히 인정하자 이승하는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의학상을 받고 싶어 하는 건 알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당신이 원하는 걸 절대 갖지 못하게 할 거예요.”이 잔인한 말에 심형진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무슨 권리로?”이승하는 손에 든 작은 칼을 햇빛 아래 들어 올렸다. 칼날에서 눈부신 빛이 반사됐다.“당신 목숨과 앞날이 내 손에 달렸으니까.”칼에서 반사된 빛에 눈이 부신 심형진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손목에 칼이 스치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뜨자 살갗에서 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손목을 베어낸 사람은 피를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마치 생명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심형진은 이승하가 그저 말로만 협박하는 줄 알았는데 진짜로 칼을 휘두르자 크게 놀랐다...정 의사도 겁에 질려 연신 뒷걸음질 쳤지만 문 앞을 막고 선 경호원에게 밀려 도로 들어왔다.이승하는 느긋하게 소수빈이 건넨 물수건으로 칼날을 닦아냈다.“심형진 씨, 내 인내심은 한계가 있어. 말하지 않으면 당신이 입을 열 때까지 계속 베어낼 수밖에 없겠지.”손목의 고통에 심형진은 이승하의 말이 단순한 협박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 남자는 교활할 뿐 아니라 무서운 짓도 서슴지 않는 자였다. 자신이 이승하의 본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이다.“말하면 돌려보내 주시겠습니까?”이승하는 냉소를 지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심형진은 이제 이승하의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피 흘리는 손목만 바라보며 망설였다.이승하의 인내심이 바닥난 듯했다. 칼끝을 심형진의 손목으로 가져가 힘줄을 도려내려 하자 심형진이 황급히 애원했다.“제발 손목 건드리지 마세요. 다 말하겠습니다...”그의 손으로 아직 수술을 해야 했다. 절대 망가뜨릴 수 없었다!“그날 원장님이 윤 선생님을 찾아와 의학상은 윤 선생님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을 때, 저는 마음에 꿍꿍이를 품었습니다. 마침 급하게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있었는데, 그 환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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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7화

“정가혜의 일에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서는 거야?”심형진은 손목을 감싸쥐고 고개를 들어 붉게 충혈된 눈으로 이승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그가 저지른 일을 녹음해 임 선생의 가족과 의대생들에게 보냈다. 이는 그의 퇴로를 막은 것과 다름없었다. 본국으로 돌려보내준다 해도 이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터였다.이승하가 이미 충분히 잔인하게 굴었는데 이제 와서 정가혜의 일까지 나서다니,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무슨 자격이냐고?”남자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하얀 장갑을 낀 손을 펴 심형진을 붙잡고 있는 경호원들에게 손짓했다.두 경호원은 즉시 그 뜻을 알아차리고 심형진의 양팔을 잡아 이승하 앞으로 끌고 왔다. 심형진이 일어나기도 전에 갑자기 하늘에서 손바닥이 내리꽂혔다.엄청난 힘에 얼굴이 흔들리더니 바람이 지나간 뒤 살을 찢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반쯤 꿇어앉은 심형진의 왼쪽 뺨이 순식간에 부어올랐고, 입가에서 흘러나온 피가 손등 위로 떨어졌다. 그는 놀란 눈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당신...”이승하는 심형진을 때린 장갑을 벗어 옆의 쓰레기통에 버리고 소수빈이 건넨 물수건으로 손을 닦은 뒤에야 바닥에 꿇어앉은 사람을 내려다보았다.“가혜 씨는 내 아내의 친구, 즉 내 친구나 마찬가지지. 친구를 건드린 건 곧 나를 건드린 거나 다름없어. 그 계산을 내가 해야 하지 않겠나?”심형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이승하를 멍하니 바라보다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정가혜를 친구처럼 여긴다 해도 날 때릴 자격은 없어!”그는 여태껏 한 번도 뺨을 맞아본 적이 없었다. 그것도 남자한테 맞다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계산할 게 있다면 법정에 고소하든가. 법의 심판을 받게 하지, 왜 날 때리는 거야?”“조급해하지 마.”심형진의 격분과 달리 이승하는 느긋하게 대꾸했다.“법정에 서게 될 거야.”“그럼 왜 날 때린 거야?”손목을 베었을 때보다 이 뺨 때림이 더 분노를 자아냈다.이승하는 무덤덤하게 그를 힐끗 보았다.“내 아내를 대신해 때린 거야.”그녀의 친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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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8화

심형진은 손목의 상처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서희의 바지 끝자락을 붙잡고 고개를 들어 절박하게 물었다.“어서 말해 보세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주서희는 이제 심형진이 너무나 혐오스러워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났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발로 그를 걷어찼다!“당신 덕분에 오늘 밤 길가에서 죽을 뻔했어요!”심형진은 주서희가 거짓말을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속에 가득 찬 분노를 보고 거짓말 같지는 않다고 느꼈다.“가혜는 괜찮아요?”그는 여전히 정가혜를 좋아했다. 다만 자신의 욕망이 그녀에 대한 애정보다 컸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말에 여전히 걱정이 되었다.“괜찮은지 아닌지가 이제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주서희의 무표정한 얼굴에 심형진은 깊게 눈썹을 찌푸렸다.“주 원장님, 당신...”“날 부르지 마세요. 당신이 역겨워요.”시의를 모함하고 정가혜를 괴롭히는 등 심형진은 할 수 있는 나쁜 짓은 다 했다.“오늘부터 병원에 당신이란 사람은 없어요.”그의 직위를 박탈한 후 주서희는 몸을 돌려 이승하를 향했다.“이 대표님, 저는 먼저 가서 가혜 씨를 보고 오겠습니다.”이승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주서희는 자리를 떠났다. 그가 떠나고 나서야 이승하는 천천히 일어섰다.우뚝 선 남자의 모습은 심형진 앞에 태산이 내려앉은 듯했다. 바닥에 웅크린 심형진은 그를 보며 숨이 막히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당신... 더 뭘 하려는 거죠?”정가혜에 대한 조그마한 걱정보다 지금 이 순간 이승하가 자신에게 다시 손을 댈까 봐 더 두려웠다.그는 이승하 같은 권세 있는 사람들이 명성을 중요하게 여겨 그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승하는 상식을 벗어나 오히려 권력을 이용해 제멋대로 행동했다. 정말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심형진은 결심했다. 여기서 빠져나가면 이승하의 오늘 행동들을 폭로해 그를 여론의 뭇매를 맞게 할 것이다! 모든 언론과 인터넷을 총동원해 이승하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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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9화

그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심형진이 입을 열자마자 벼락을 맞은 듯 온몸이 굳어버렸다.“중증 우울증에 걸렸어요. 당신 아내를 그리워하다 병이 든 거죠...”심형진은 꼼짝도 않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눈썹을 치켜 올리고 거침없이 큰 소리로 웃었다.“이 대표님, 당신이 가혜를 대신해 나를 심판하려 하는데, 누가 송사월을 대신해 당신을 심판할까요?”“당신은 그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고도 떳떳하게 살고 있지만, 송사월은 영원히 지옥 속에서 살고 있어요!”심형진의 음침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자 이승하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아마도 소수빈이 더는 듣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가 돌아서서 빠르게 심형진에게 다가가 옷깃을 잡아 올리고는 주먹으로 그를 때려 기절시켰다! 닭 던지듯 기절한 심형진을 바닥에 내팽개친 후, 소수빈은 이승하 곁으로 돌아와 무척 침착하게 그를 달랬다.“대표님, 심형진의 말은 믿을 수 없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대표님은 송사월에게 빚진 게 없었다. 기껏해야 같은 여자를 사랑했을 뿐이다. 오해나 갈등이 있었다면 서유와 헤어진 그 해의 일이겠지.하지만 그때 서유와 송사월은 연인 사이도 아니었고, 그때 대표님이 서유를 찾아갔다고 해서 끼어든 것도 아니니 빼앗았다고 할 수 없었다.그 후에 송사월이 따라 자살을 시도했을 때 대표님이 그를 구해줬고, 인력과 물자, 재력을 들여 그를 보호하고 살아가도록 격려하셨다.서유가 돌아왔을 때도 대표님은 성의를 다하셨고, 그의 부모 원수를 갚아주고 심지어 구씨 집안도 되찾아 주셨다. 송사월에게 빚졌다 해도 이미 다 갚으신 거나 다름 없었다.소수빈은 세 사람 사이의 모든 은원과 갈등을 지켜본 사람으로, 대표님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굳이 잘못을 찾자면 대표님이 처음에 서 양에게 그렇게 냉담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뿐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송사월이 기억을 되찾고 돌아왔어도 별 문제가 없었을 테니까.하지만 분명 이승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서유의 마음속에 송사월이 차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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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0화

입원실, 7층 병실.서유는 면봉에 약을 묻혀 정가혜의 팔에 발랐다. 힘이 좀 세었는지 정가혜가 아프다고 소리를 내자 서유의 손이 멈칫했다. “미안해.”정가혜가 괜찮다고 하려는 찰나, 옆에 앉아있던 이연석이 갑자기 서유의 손에서 면봉을 가져갔다. “내가 할게요.”서유와 정가혜는 잠시 놀랐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면봉을 들고 정성스레 약을 발랐다.그의 손길이 무척 부드러워 아프지 않게 하려 조심하는 게 보였다. 이런 이연석의 모습에 정가혜는 잠시 망설이다 담담히 말을 꺼냈다.“연석 씨, 서유가 여기 있으니 먼저 돌아가세요.”정가혜는 이미 여러 번 이런 말을 했지만 이연석은 가지 않고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 있기만 했다.“형수님 몸이 좋지 않으니 먼저 가서 쉬세요.”꼼꼼히 약을 바르던 남자가 말을 마치고 고개를 들어 옆에 서 있는 서유를 바라보았다.“형수님, 제가 있으니 걱정 마세요.”이 말뜻을 서유가 못 알아들었다면 좀 둔한 사람일 것이다.“가혜야, 연이가 혼자 집에 있어서 걱정되네. 내일 다시 올게.”정가혜 입을 열기도 전에 서유는 테이블 위의 휴대폰을 집어 들고 돌아섰다.다만 문 앞에 이르러 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이연석을 돌아보았다.“도련님, 잠깐 나와 봐요. 할 말이 있어요.”그제야 이연석이 손에 든 면봉을 내려놓았다.“잠깐만 기다려요.”정가혜는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른 채 두꺼운 유리 너머로 복도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서유는 하얗고 깨끗한 얼굴을 들어 자신보다 훨씬 키가 큰 이연석을 보며 눈썹을 찌푸리고 말을 꺼냈다.“연석 씨, 지금 가혜에 대한 마음이 어떤 거예요?”좋아하는 건지,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아직 장난이 덜 끝난 건지?이연석은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려 약간 피곤해 보이는 눈을 드러냈다.“형수님, 저는 가혜 씨를 사랑합니다.”이것은 그가 처음으로 서유 앞에서 정가혜를 사랑한다고 직접 인정한 것이었다. 전혀 숨기지 않았다.진지한 표정과 태도로 말하는 이연석을 보며 서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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