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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병실 문이 열리는 순간, 심형진은 검은 양복을 입고 하얀 장갑을 낀 이승하가 침착한 걸음으로 여러 사람들에 둘러싸인 채 천천히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자태는 늠름하고 키가 컸으며, 입체적이고 깊이 있는 이목구비는 마치 조각해 놓은 듯 완벽하고 잘생겼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압도적이었다.

이런 이승하를 볼 때마다 심형진은 두려움을 느꼈다. 그 두려움은 죄책감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이승하의 눈에서 느껴지는 타고난 공포감 때문이었다. 그와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겁을 먹게 되었다.

지금 심형진의 느낌이 바로 그랬다. 몸 안의 최음제 효과는 이미 사라졌고, 정가혜에 대한 죄책감과 후회만이 남아있었다.

만약 그가 천천히 접근했더라면, 체면을 구기지 않고 정가혜를 자신의 온화한 외모에 빠지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가 원하는 일도 자연스럽게 일어났을 텐데, 지금은 스스로 망쳐버렸고 심지어 이승하의 보복까지 불러왔다.

그렇다, 지금까지도 심형진은 이승하가 여기 온 이유가 단지 정가혜를 위해 정의를 구현하러 온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윤주원의 일과 연관 지어 의심하지 않았고, 이승하가 그저 자신을 훈계하러 왔다고만 여겼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승하가 들어오자마자 손을 한번 휘두르자, 두 명의 건장한 남자가 갑자기 그의 팔을 붙잡고 침대에서 끌어내려 바닥에 던졌다.

바닥에 끌려나온 심형진이 몸부림치며 일어나려 했지만, 건장한 남자가 가죽신으로 그의 등을 세게 밟아버렸다.

밟히는 순간 온몸이 바닥으로 쓰러져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 그는 바닥에 엎드린 채 고개를 들어 역광을 받으며 걸어오는 남자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대표님, 이건 저와 가혜 일이에요. 저한테 책임을 묻고 싶으시다면 가혜가 직접 와야죠. 당신은 저를 이렇게 대할 권리가 없어요!”

이미 소파에 앉은 남자는 긴 다리를 들어 게으르게 교차시킨 후, 시선을 내리깔고 하얀 장갑을 만지작거리며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심 선생, 당신과 가혜 씨 일은 나중에 얘기하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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