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당신을 믿지 않는 게 아니에요. 그저 두려울 뿐이죠. 만약 결혼 후에 절대 바람피우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다면, 시간을 좀 두고 나중에 가혜에게 말해 보세요. 지금은 몰아붙이지 마시고요.”이 말을 듣고 이연석은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형수님, 저를 불러내신 건 가혜 씨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말리려는 게 아니었나요?”서유의 온화한 얼굴에 고요하고 우아한 미소가 번졌다.“내 말은 여전히 같아요. 모든 건 도련님 마음에 달렸어요. 도련님께서 진심으로 가혜를 대하고, 가혜도 당신과 함께하길 원한다면, 나는 당연히 막지 않을 거예요.”이연석은 서유가 이렇게 이해해줄 줄은 몰랐다. 굳게 다문 입술 끝이 살짝 올라갔다.“고마워요, 형수님.”서유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들어가서 함께 있어요. 난 승하 씨 좀 찾아볼게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요.”그녀가 말을 마치고 돌아서려는데, 이연석이 다시 그녀를 불러세웠다.“형수님, 방금 가혜 씨의 마음에 제가 있다고 하신 말씀... 정말인가요?”서유는 고개를 돌려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스스로 느끼지 못하나요?”이연석은 정가혜를 안고 병원에 왔을 때 그녀가 했던 설명을 떠올렸다.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어서, 그가 자신을 깨끗하지 않다고 생각할까 봐 설명한 것일까?정가혜의 마음에도 자신을 향한 약간의 호감이 있다는 생각에 이연석의 눈썹이 천천히 펴졌다.“그럼 형수님, 어서 돌아가세요.”자신에게 손을 흔드는 이연석을 보며 서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이게 전형적인 쓰고 버리기 아닌가?이연석은 급히 병실로 들어가 정가혜가 혼자 면봉으로 약을 바르고 있는 것을 보고 서둘러 다가가 면봉을 받아들었다.“누워 있어요. 내가 할게요.”정가혜는 그를 한번 쳐다보았다. 그의 단정한 얼굴에 밝은 미소가 어려 있는 것을 보고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서유가 뭐라고 하지 않았어요?”약을 정성스레 바르던 이연석의 동작이 점점 느려졌다.그는 칠흑 같은 눈동자를 들어 창백한 얼굴의 정가혜를
소지섭은 서유에게 이승하가 볼일을 처리하러 갔으니 잠시 병원에서 기다리라고 전했다.서유는 구석 자리를 골라 앉았다. 휴대폰을 보지 않고 그저 조용히 앉아 있었다.이승하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멀리서 그를 기다리는 아름다운 그림자를 발견하고 천천히 걸음을 멈췄다.서유는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끼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제야 멀리 서 있는 이승하를 보았다.그녀는 서둘러 일어나 이승하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가보니 그의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여보, 무슨 일 있어요?”그 맑은 눈동자를 응시하던 이승하는 순간 그녀와 눈을 마주치기가 두려워 시선을 돌렸다.그의 어색한 표정을 느낀 서유는 발끝을 들어 그 아름다운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다.“왜 그래요? 누가 당신을 화나게 했나요?”결혼 후 서유의 눈에는 오직 그의 모습만 담겨 있었고, 다른 사람은 더 이상 들어올 자리가 없었다.이승하는 그녀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며, 송사월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더 이상 송사월을 위해 자신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동시에 그는 그녀가 송사월에 대해 여전히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걸을 수 없는 그의 다리에 대한 죄책감...만약 그녀가 송사월이 그녀를 그리워하다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더욱 죄책감을 느끼고 괴로워할 것이다.송사월의 우울증은 중증이었다. 그를 우울증에 빠지게 한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아무도 그를 구할 수 없었다.그리고 그를 우울증에 빠지게 한 사람은 20여 년의 어린 시절 우정을 나눈 사이였다. 사랑은 사라졌을지 모르지만 가족 같은 애정은 여전했다.게다가 어린 시절 송사월은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이런 은혜에, 정가혜가 알게 되면 분명 송사월을 돕고자 할 것이다.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얻지 못해서 병이 된 것이다.오직 얻어야만 그를 도울 수 있다.이승하는 머릿속으로 너무나 명확히 알고 있었다. 너무 잘 알기에 그는 골치가 아팠다.그가 대답 없이 자신을 바
그녀가 보온 도시락을 들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문 앞에 환자 가족들이 몰려있는 것을 보았다.병원 관계자들이 가족들을 진정시키려 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현수막을 들고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었다.“양심 없는 의사, 목숨으로 갚아라!”“양심 없는 의사, 목숨으로 갚아라!”서유는 처음에 다른 의료사고인 줄 알았다. 하지만 현수막에 붙은 사진이 심형진의 것임을 보고서야 이 가족들이 심형진을 겨냥한 것임을 알았다.그녀는 놀랐다. 심형진이 어젯밤 정가혜를 괴롭힌 후 빌딩 옥상에 버려졌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는데 갑자기 의료사고가 났다니?“사모님, 빨리 뉴스를 보세요.”서유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소수빈이 휴대폰을 건넸다.그녀는 받아 뉴스를 열어보았다. 앵커의 말을 듣고서야 심형진이 노벨 의학상을 위해 윤주원을 함정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심형진이 믿을 만한 남자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좋은 의사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집착과 불만이 여자에게만 향한 게 아니었다니 놀라웠다.“심형진을 내놔라!”“그래, 그를 내놔! 아니면 우리는 절대 물러나지 않을 거야!”가족들의 소란이 극에 달했을 때, 주서희가 손짓하며 경호원들에게 심형진을 병원 밖으로 데리고 나가게 했다.심형진이 나오자마자 임 선생의 가족들이 달려들어 그를 때리기 시작했고, 경비원들도 막지 못했다.심형진은 가족들에게 심하게 맞았고, 한참 후에야 경호원들이 나서서 형식적으로 그를 막아주었다...“그만 때리세요. 심 선생님이 의도적으로 환자를 해치고 윤주원 의사를 모함한 건에 대해 경찰이 이미 개입했습니다. 여러분은 돌아가서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려주세요.”경호원들 뒤로 물러난 심형진은 자신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어 하는 가족들을 바라보며 점점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주먹을 꽉 쥐고 분노에 찬 눈으로 자신을 욕하는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멀리 서 있는 서유를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서유는 잠시 머물렀다가 사람들이 조금 흩어지자 발걸음을 옮겨 소수빈과 함께
송사월이 중증 우울증에 걸렸다.정가혜가 알고 있었다.이승하도 알고 있었다...서유의 얼굴에서 홍조가 서서히 사라지고, 하얀 손이 무력하게 벽을 짚었다.“서유 씨, 중증 우울증은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송사월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나요?”그녀 눈에 비친 충격과 놀라움을 심형진은 놓치지 않았다.그는 당시 정가혜가 자신을 송사월에게 데려갔던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승하에 대항할 기회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심형진은 원래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승하가 그를 이렇게 대하고 괴롭혔는데, 왜 이승하만 편안해야 하는가?그는 서유와 이승하 사이에 간극을 만들어 그들을 갈라놓고 싶었다. 이승하가 송사월처럼 우울증에 걸려 죽게 만들고 싶었다!이런 생각에 심형진은 냉소를 지으며 한 걸음 다가섰다.“서유 씨, 송사월은 당신을 그리워하다 병이 들어 우울증에 걸린 겁니다.”“하지만 당신은 그를 버리고 이승하와 함께하고 있어요. 송사월이 살아도 사는 게 아닐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요?”심형진의 말은 심장을 내리쳤고, 먼지 속에 숨겨져 있던 인영이 한 줄기 빛처럼 갑자기 솟아올랐다.그녀는 송사월이 그녀의 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공사장에서 벽돌을 나르던 모습을 떠올렸다...그때 그의 나이 겨우 열여섯.등을 구부정하게 하고, 뜨거운 여름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를 숙이고 힘을 다해 고된 일을 했다.그녀가 발견했을 때 송사월은 웃으며 말했다. “서유야, 나는 몸을 단련하려고 하는 거야. 돈 때문이 아니야.”그의 손바닥에 갈라진 피부와 생긴 굳은살은 모두 그녀를 위한 것이었다...송사월의 전반생은 모두 그녀를 위한 것이었다...서유가 벽을 짚고 있던 손이 천천히 떨어졌다...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심형진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서유 씨, 송사월은 두 다리를 잃어 영원히 일어설 수 없고, 중증 우울증까지 걸렸어요. 그는 죽을 거예요...”그는 죽을 거예요...서유는 창백해진 작은 얼굴을 들어
서유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뭔가 말하려는 찰나, 검은 그림자가 갑자기 달려와 심형진을 한 발로 걷어차 땅바닥에 쓰러뜨렸다. 그 검은 그림자는 곧바로 심형진의 몸 위에 올라타 주먹을 높이 들어올리더니 온 힘을 다해 심형진의 얼굴을 내리쳤다.“가혜 씨를 괴롭히고 내 형수님 앞에서 헛소문을 퍼뜨리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이연석은 한 번도 누군가를 이토록 증오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거의 여지를 남기지 않고 온몸의 힘을 주먹에 실어 심형진을 향해 마구 내리꽂았다. 심형진은 이미 칼에 찔린 상처가 있는 데다 환자 가족에게 맞기까지 했으니 기량천의 이런 폭행을 어떻게 막아낼 수 있겠는가. 순식간에 그의 얼굴은 시퍼렇게 멍들었고 입가는 찢어졌다. 몇 대 맞지도 않아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아마도 그가 사람을 때려죽일까 봐 두려웠던 모양이다. 정가혜와 서유는 서둘러 앞으로 나가 분노에 차 있는 기량천을 말렸다.마침 그때 주서희가 경비원들을 이끌고 달려왔고, 경비원 몇 명이 앞으로 나서서 수갑을 꺼내 심형진의 손목에 채웠다.심형진이 경비원들에 의해 순식간에 제압되는 것을 보고 나서야 주서희는 몸을 돌려 정가혜와 서유를 붙잡고 위아래로 꼼꼼히 살펴보았다.“괜찮아요? 둘 다 다친 데는 없어요?”서유는 고개를 저은 뒤 주서희에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경찰이 개입했다고 하지 않았냐며, 어째서 심형진이 입원실까지 올 수 있었는지 물었다.주서희는 심형진을 경찰에 인계한 후 심형진이 경찰에게 사무실에 임 선생을 해치려 한 증거가 있는데 자신이 숨겨뒀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경비원들이 그를 데리고 가서 찾으려 했는데, 심형진이 그 틈을 타 경비원을 따돌리고 병원 구조에 익숙한 점을 이용해 직원 통로로 달아났다고 했다. 경비원들이 병원을 한 바퀴 뒤졌고, 주서희는 이 사실을 듣자마자 심형진이 틀림없이 입원실로 정가혜를 찾아갔을 거라고 짐작하고 경비원들과 함께 급히 달려왔다고 했다.심형진은 살인을 저질렀고 강간미수 죄까지 범했으니 평생 감옥에 갇힐 만했다
이승하는 회사 일을 일찌감치 블루리도로 돌아왔다. 들어오니 서유가 거실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겨있었다. 외투를 벗어 하인에게 건네주고는 한 손으로 넥타이를 풀면서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오늘은 일 안 했어?”평소 이 시간에 돌아오면 그녀는 늘 서재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만 오늘은 어찌 된 일인지 거실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다정한 그의 목소리에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손이 조금 아파서요.”그 말에 그가 넥타이도 풀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고는 세심하게 손목을 문질렀다. “당신 언니가 생전에 남긴 프로젝트만 아니었다면 절대 이렇게 당신 힘들게 하지 않았을 거야.”그녀에게 최고의 삶을 주고 싶었고 평생 걱정 없이 살게 해주고 싶었다. 자신의 손을 주무르는 그를 쳐다보며 한동안 생각에 잠겼던 그녀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사월이가 우울증에 걸린 사실을 당신은 알고 있었어요?”손목을 주무르던 그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 그가 짙은 속눈썹을 들어 올리고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녀는 어느새 눈 밑이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그녀가 이미 알게 되었으니 그는 계속 망설이고 생각할 기회를 잃고 말았다. “알고 있었어.”이미 답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직접 인정하는 순간 그녀는 마음이 아팠다.“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요?”그가 그녀의 손을 천천히 놓아주고는 한쪽 소파에 기대어 앉아 약간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당신이 난처해하고 죄책감을 느낄까 봐...”“그래서 일부러 날 속인 거예요?”검고 짙은 그의 눈썹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지금 송사월 때문에 나한테 따지는 거야?”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그의 얼굴을 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게 아니라 나한테 제때 알려줬어야죠.”“알려주면 뭐가 달라지는데? 병이 하루아침에 낫기라도 한대?”그 말에 그녀는 하고 싶은 말을 멈추고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그래서 나한테 얘기 안 했던 거예요? 당신이 그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어요.”조금 화가
그녀가 화가 나서 한 말인 줄 알면서도 주체할 수 없이 마음이 아팠다. 신발을 갈아 신고 옷을 가지러 갈 때까지도 그는 다가오지 않았고 그녀는 이를 악문 채 집을 나섰다.문이 닫히는 순간, 그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고 두통이 몰려와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고개를 돌려 정원 밖을 쳐다보니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왠지 모르게 잔뜩 풀이 죽은 것 같았다.한편, 블루리도를 나선 그녀는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나무 아래에 앉아 마음을 가라앉혔다. 잠시 후, 이승하의 차가 눈앞을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보고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차는 수백 미터 앞으로 달려가더니 갑자기 멈추고 후진했다.차가 멈추기도 전에 뒷좌석의 문이 열렸고 그가 차에서 내려와 그녀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그녀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이마의 땀을 닦아주었다.“이러다가 더위 먹겠어. 일단 집으로 가자. 싸우더라도 집에 가서 싸워.”분명 그도 화가 났을 텐데 화를 참으며 자신을 달래러 온 그 모습에 그녀는 마음이 풀렸다.“누가 싸운대요?”마음이 풀린 건지 말투가 한결 누그러들었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앞에 내밀었다. “알았어. 그만 싸우고 집에 가자.”그늘 아래 앉아 있던 여자는 남자의 손을 한 번 쳐다보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집에 차가운 녹두 수프 있어요?”하얗게 질렸던 그의 얼굴은 점차 희미한 웃음으로 물들었다.“글쎄. 집에 가서 주 집사님한테 물어봐.”“그래요.”그녀는 땀이 뚝뚝 떨어지는 손을 그의 손바닥에 넣고 일부러 손을 문질렀다. 이 남자 때문에 화가 나서 뛰쳐나와 더워죽는 줄 알았으니까. 결벽증이 있는 남자는 조금도 꺼리지 않고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차에 올라타 물티슈로 그녀의 손을 닦아주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그녀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미안해요. 왜 나한테 일부러 속인 거냐고 당신한테 따지는 게 아니었어요.”그 말 때문에 이승하가 오해를 한 것이
“당신이 가면...”송사월이 이승하를 보면 병이 더 악화될까 봐 망설여졌다. “당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난 꼭 같이 가야겠어.”그녀를 안고 있는 남자의 차가운 눈동자에 약간의 질투가 서려 있었다.“송사월은 만나지 않으면 될 거 아니야.”가슴이 따뜻해진 그녀는 손을 뻗어 잘생긴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승하 씨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그녀의 남편은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녀를 위해 무엇이든 양보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사랑이 가득한 것을 보고 그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든든해졌다. 그가 손을 뻗어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는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송사월을 돌봐주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어. 하지만...”그가 그녀의 턱을 치켜올리며 포악한 얼굴을 드러냈다.“밤에는 꼭 나한테 돌아와야 해.”낮에는 송사월을 돌보는 걸 받아들일 수 있지만 밤에는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 병을 앓고 있는 송사월을 만나면 그녀가 측은지심이 생길 게 뻔한 일이었다. 두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 지내다가 20여 년의 감정이 되살아날까 봐 걱정되었다.그녀를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원래 통제되지 않는 것이니까.그도 그랬었다. 한때는 서유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주체할 수 없이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가 낮에 흔들리기라도 하면 밤에 그녀의 몸과 마음을 다시 붙잡을 생각이었다. 그녀가 자신의 곁에 있기만 한다면 그녀의 마음을 죽을 때까지 붙잡고 있을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빼앗길 생각이 없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걸 전혀 모르고 있던 서유는 고개를 숙이고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일단 가서 상황 보고 결정해요.”현재 송사월의 상황이 어떠한지 먼저 알아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같이 가겠다는 제안을 그녀가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그가 그제야 질투가 가득 찬 눈빛을 거두고는 운전석에 앉아 있는 기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잠깐 나가 있어.”백미러를 통해 눈빛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