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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5화

서유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뭔가 말하려는 찰나, 검은 그림자가 갑자기 달려와 심형진을 한 발로 걷어차 땅바닥에 쓰러뜨렸다. 그 검은 그림자는 곧바로 심형진의 몸 위에 올라타 주먹을 높이 들어올리더니 온 힘을 다해 심형진의 얼굴을 내리쳤다.

“가혜 씨를 괴롭히고 내 형수님 앞에서 헛소문을 퍼뜨리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이연석은 한 번도 누군가를 이토록 증오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거의 여지를 남기지 않고 온몸의 힘을 주먹에 실어 심형진을 향해 마구 내리꽂았다.

심형진은 이미 칼에 찔린 상처가 있는 데다 환자 가족에게 맞기까지 했으니 기량천의 이런 폭행을 어떻게 막아낼 수 있겠는가. 순식간에 그의 얼굴은 시퍼렇게 멍들었고 입가는 찢어졌다. 몇 대 맞지도 않아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가 사람을 때려죽일까 봐 두려웠던 모양이다. 정가혜와 서유는 서둘러 앞으로 나가 분노에 차 있는 기량천을 말렸다.

마침 그때 주서희가 경비원들을 이끌고 달려왔고, 경비원 몇 명이 앞으로 나서서 수갑을 꺼내 심형진의 손목에 채웠다.

심형진이 경비원들에 의해 순식간에 제압되는 것을 보고 나서야 주서희는 몸을 돌려 정가혜와 서유를 붙잡고 위아래로 꼼꼼히 살펴보았다.

“괜찮아요? 둘 다 다친 데는 없어요?”

서유는 고개를 저은 뒤 주서희에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경찰이 개입했다고 하지 않았냐며, 어째서 심형진이 입원실까지 올 수 있었는지 물었다.

주서희는 심형진을 경찰에 인계한 후 심형진이 경찰에게 사무실에 임 선생을 해치려 한 증거가 있는데 자신이 숨겨뒀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경비원들이 그를 데리고 가서 찾으려 했는데, 심형진이 그 틈을 타 경비원을 따돌리고 병원 구조에 익숙한 점을 이용해 직원 통로로 달아났다고 했다. 경비원들이 병원을 한 바퀴 뒤졌고, 주서희는 이 사실을 듣자마자 심형진이 틀림없이 입원실로 정가혜를 찾아갔을 거라고 짐작하고 경비원들과 함께 급히 달려왔다고 했다.

심형진은 살인을 저질렀고 강간미수 죄까지 범했으니 평생 감옥에 갇힐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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