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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화

그녀의 제안을 즉시 받아들인 정가혜는 술 몇 잔을 마셔도 쓰러지기는커녕 얼굴색 하나 안 바뀌고 자신을 향해 웃는 그녀의 모습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온유한 외모 아래 강한 면이 있는 이지민을 보며 정가혜는 황급히 술잔을 거두었다.

“그만 마셔요. 내가 졌어요...”

이지민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잡아당겼다.

“졌으니까 속마음 털어놓아요.”

...

차라리 서유의 집에 남아있을 걸 그랬다. 이승하를 마주하며 멀뚱멀뚱 소파에 앉아 있기보다 못하였다.

“무슨 얘기가 듣고 싶은 건데요?”

이지민은 술잔을 쥐고 바에 등을 기댄 채 차들이 분주히 오고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우리 오빠 얘기 좀 해줘요.”

그 말에 정가혜는 고개를 떨구었다.

“지금 내 꼴을 봐봐요. 연석 씨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을까요?”

이지민은 고개를 돌리고 자신을 비하하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가혜 씨만 원한다면 자격이라는 건 별거 아니에요.”

무심한 그녀의 말투에 정가혜는 자신보다 그녀가 더 성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렇게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픈 사랑을 겪고 우울증도 겪었으니 성숙하지 않을 리가 있나?

다만 그녀의 문제에 정가혜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손에 든 와인잔을 쳐다보며 한참 동안 침묵했다.

“다시는 결혼 같은 거 안 해요.”

이연석의 얘기는 꺼내지 않고 한 마디로 답을 줬다.

하지만 이지민은 잘 알고 있었다. 보통 여자들은 그 남자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때 그녀처럼 분명하게 말을 한다.

정가혜는 분명하지가 않았다. 다시는 결혼하지 않겠다는 건 자신을 단속하는 것일 뿐 이연석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빠한테 아직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기회를 어떻게 잡을지는 오빠한테 달린 것이다.

“지민 씨는요?”

정가혜가 고개를 돌리고 바에 기대어 있는 이지민을 쳐다보았다.

넓은 집안에는 바에 있는 작은 등만 켜져 있었다.

눈에 거슬리지 않는 조명 몇 개가 두 사람의 머리 위를 비추며 따뜻한 빛을 발했다.

“이수 오빠 말이에요?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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