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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0화

서유는 휴대폰을 보지 않고 오로지 송사월의 이마를 닦는 데만 집중했다.

세심하게 돌봄을 받은 남자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

“서유야, 넌 이미 결혼했어. 이렇게 나를 돌보는 건 적절하지 않아...”

서유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가 눈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사월아, 괜찮다면 내가 널 오빠처럼 여기게 해줘.”

잔인한 말이었지만, 이것이 그들 두 사람의 최종 귀착점이었다.

끊을 수 없는 은혜와 잊을 수 없는 감정을 친정으로 승화시키자는 뜻이었다.

송사월의 눈이 순간 물기로 흐려졌다. 그는 반짝이는 눈물을 감추려 살짝 고개를 들었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무성한 나뭇가지 사이로 새어 들어와 그의 눈을 찔렀다.

분명 아팠지만, 그는 그 빛을 마주하며 눈물을 억지로 밀어 넣고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다.

“그럼 수고스럽겠지만 동생, 내 얼굴도 좀 닦아줄래?”

그는 고개를 살짝 숙여 서유 앞으로 다가갔다.

목소리에 담긴 밝은 기운은 마치 그녀를 동생으로 인정한 듯했다.

서유는 그가 동의하는 것을 보고 입가에 더욱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응.”

그녀는 다시 물티슈를 들어 그의 얼굴을 닦아주고 일어나 휠체어를 밀었다.

두 사람은 배나무 아래에 도착했고, 송사월은 아직 꽃이 피지 않은 가지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서유야, 내년 봄이 되면 이 배나무에 하얀 꽃이 피어날 거야. 정말 아름다울 거야.”

서유는 그의 시선을 따라 햇살 속의 큰 배나무를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년 봄에 다시 와서 함께 배꽃을 보러 올게.”

송사월은 고개를 돌려 서유를 보며 미소 지었다.

“약속이야?”

“응, 물론이지. 약속이야.”

어떤 부분이 그를 감동시켰는지, 송사월은 이 말이 마치 구원의 밧줄처럼 그를 깊은 심연에서 끌어올리는 것 같았다.

“그럼 내년 봄에 오빠가 네 방문을 기다릴게. 너는... 이번엔 약속을 어기지 마.”

“응.”

서유의 달콤한 대답에 송사월의 눈가에 체념의 미소가 어렸다.

이생에서 함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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