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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7화

송사월은 더 이상 묻지 않고, 하얀 손가락을 들어 테이블 위의 찻주전자를 들었다. 작은 찻잔에 약간의 차를 따라 서유에게 건넸다.

“어릴 때 원장님이 차를 끓이는 걸 보고, 나중에 커서 다도사가 되고 싶다고 했었지. 그런데 결국 차 맛을 구분하는 법도 배우지 못했잖아. 지금은 좀 나아졌을까?”

송사월의 가벼운 말투에 서유의 긴장된 몸이 조금씩 풀려나갔다. 그녀는 찻잔을 받아 들고 입가에 가져가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미안해, 아직도 그런 재능은 없네. 이게 무슨 차인지 전혀 모르겠어.”

송사월의 생기 없는 눈이 그녀의 익숙하고도 달콤한 미소에 닿자, 서서히 색을 띠기 시작했다.

그는 옆에 있던 차 상자를 열어 깨끗한 손가락으로찻잎을 조금 집어 서유에게 차의 종류를 설명해 주었다.

“이건 대홍포차야. 현재 여섯 그루만 남아 있는 아주 희귀한 차지.”

서유는 그 말을 듣고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월아, 언제부터 차 마시는 걸 좋아하게 됐어? 예전에는 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네가 다도사가 되고 싶다고 했으니까, 내가 대신 그 꿈을 이뤄주기로 했어.’

송사월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대답했지만, 겉으로는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유는 그가 대답하지 않자, 자신이 쓸데없는 질문을 한 건 아닐까 싶어 다시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시며 어색함을 감추었다.

몇 초간의 침묵이 흐른 후, 서유는 찻잔을 내려놓고 긴 속눈썹을 들어 조용히 앉아 있는 송사월을 바라보았다.

“사월아, 넌 손씨 집안 아가씨와 결혼할 예정이었잖아. 그런데 왜 결혼 소식을 듣지 못했지?”

찻잔을 들고 있던 송사월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가 금방 사라졌다.

“약혼 취소했어.”

서유는 눈살을 찌푸렸다.

“왜?”

‘너와 이승하가 결혼을 순조롭게 마쳤으니 이제 더 이상 가면을 쓸 필요가 없었어.’

“그 아가씨가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을 만났거든.”

서유는 송사월의 맑은 눈을 바라보다가 무언가를 눈치챈 듯 시선을 돌렸다.

“사월아, 사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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