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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6화

“서유, 어제 가혜가 말해주더라. 네가 올 거라고 해서 민정 씨에게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많이 준비하라고 했어. 점심도 같이하고 가.”

그는 이 소식을 듣고 순간 망설였다. 거절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만약 만나지 않으면 서유가 자신이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줄로 오해할까 봐 결국 나오기로 결심했다. 그는 서유가 자신이 이미 잊었다는 것을 알기를 바랐다. 그녀가 마음 편히 이승하와 평생을 함께하며 행복하게 살길 바랐다.

하지만 오랜만에 그녀를 보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벽 5시, 그는 휠체어를 밀고 꽃밭에 앉아 그녀를 기다렸다...

해가 막 떠오르며 햇살이 비출 때 그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그녀를 드디어 만났다.

그 순간, 멈춰있던 그의 가슴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는 이내 깨달았다.

평생 잊지 못할 거라는 것을. 하지만 잊은 척해야 한다는 것도.

“그래.”

서유는 눈물을 머금은 채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송사월은 그녀를 집 안으로 안내하며 문 앞을 지나갈 때 휠체어를 잠시 멈췄다.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서유가 과거 무릎을 꿇고 자신에게 버리지 말아 달라고 간절히 애원했던 순간을.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녀를 안고 대답해 주었을 것이다.

“그래, 나는 절대 너를 버리지 않을 거야.”

하지만 시간은 이미 흘러가 버렸고 세월은 되돌릴 수 없었다. 후회해도 다시 기회를 얻을 수는 없었다.

서유가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결혼한 김민정이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서유 씨, 정말 오랜만이에요.”

김민정은 서유의 손을 잡고는 위아래로 그녀를 살펴보았다.

“여전히 예쁘시네요.”

“당신도 여전하네요.”

서유는 눈앞의 환하게 웃는 소녀를 보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시선은 자연스레 그녀의 배로 향했다.

김민정의 배는 살짝 불러 있었고 보아하니 임신한 것 같았다.

“이 아이는 저와 태진 씨 아이예요.”

김민정은 자신의 배를 가리키며 옆에 서 있던 김태진의 팔을 감싸고는 그의 팔에 머리를 살짝 기대었다.

“민정 씨, 정말 축하해요.”

예전의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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