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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화

차는 곧 이지민의 아파트 아래층에 멈춰 섰고 기다리고 있던 정가혜는 차가 오자 얼른 앞으로 다가가 차 문을 당겼다.

운전자석에 앉아 있는 이승화와 중년 여성 스타일의 서유를 보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침을 삼켰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뒷좌석에 올라탔다.

“지민 씨는?”

“지금은 좀 조심스러우니까 일단 우리가 가서 상황을 파악한 뒤 오겠다고 했어.”

짧게 해명한 뒤 그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아내가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데 남편이 직접 데려다준다고?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가는 내내 차 안의 분위기는 나름 화기애애했고 갈등은 없었다.

김씨 가문의 별장에 도착하자 서유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졌다.

그 모습에 정가혜는 예전에 서유가 이 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자신을 버리지 말라고 송사월에게 애원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낯익은 기억이 머릿속에 떠올라 서유는 가슴이 아팠고 한참이 지나서야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있었다.

한편, 이승하는 그녀가 송사월을 만나는 일 때문에 긴장하고 무서워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줄 알았다.

핸들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두 시간 줄 테니까 병문안만 하고 얼른 나와.”

시간까지 정해놓다니...

추억에 젖어있던 서유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이 남자 정말 이제 와서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거야? 분명히 낮에는 사월이를 돌봐줘도 된다고 했잖아? 저녁에만 돌아오면 된다고 하더니 왜 시간을 재고 있어?

뒷좌석에 앉아 있던 정가혜는 시무룩해진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는 손을 뻗어 문을 열었다.

그 순간, 운전자석에서 차갑고 고급스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적당한 거리 유지하기.”

깜짝 놀란 정가혜는 손을 움츠리더니 바로 얌전히 앉아 있었다.

서유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는 그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또 있어요?”

요구를 한 번에 다 말하라고 한 줄 알고 그는 눈을 내리깐 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요. 나랑 같이 가서 옆에서 수시로 날 감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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