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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7화

그녀가 화가 나서 한 말인 줄 알면서도 주체할 수 없이 마음이 아팠다.

신발을 갈아 신고 옷을 가지러 갈 때까지도 그는 다가오지 않았고 그녀는 이를 악문 채 집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순간, 그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고 두통이 몰려와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고개를 돌려 정원 밖을 쳐다보니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왠지 모르게 잔뜩 풀이 죽은 것 같았다.

한편, 블루리도를 나선 그녀는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나무 아래에 앉아 마음을 가라앉혔다.

잠시 후, 이승하의 차가 눈앞을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보고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차는 수백 미터 앞으로 달려가더니 갑자기 멈추고 후진했다.

차가 멈추기도 전에 뒷좌석의 문이 열렸고 그가 차에서 내려와 그녀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그녀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이마의 땀을 닦아주었다.

“이러다가 더위 먹겠어. 일단 집으로 가자. 싸우더라도 집에 가서 싸워.”

분명 그도 화가 났을 텐데 화를 참으며 자신을 달래러 온 그 모습에 그녀는 마음이 풀렸다.

“누가 싸운대요?”

마음이 풀린 건지 말투가 한결 누그러들었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앞에 내밀었다.

“알았어. 그만 싸우고 집에 가자.”

그늘 아래 앉아 있던 여자는 남자의 손을 한 번 쳐다보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집에 차가운 녹두 수프 있어요?”

하얗게 질렸던 그의 얼굴은 점차 희미한 웃음으로 물들었다.

“글쎄. 집에 가서 주 집사님한테 물어봐.”

“그래요.”

그녀는 땀이 뚝뚝 떨어지는 손을 그의 손바닥에 넣고 일부러 손을 문질렀다. 이 남자 때문에 화가 나서 뛰쳐나와 더워죽는 줄 알았으니까.

결벽증이 있는 남자는 조금도 꺼리지 않고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차에 올라타 물티슈로 그녀의 손을 닦아주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그녀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해요. 왜 나한테 일부러 속인 거냐고 당신한테 따지는 게 아니었어요.”

그 말 때문에 이승하가 오해를 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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