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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6화

이승하는 회사 일을 일찌감치 블루리도로 돌아왔다. 들어오니 서유가 거실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겨있었다.

외투를 벗어 하인에게 건네주고는 한 손으로 넥타이를 풀면서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오늘은 일 안 했어?”

평소 이 시간에 돌아오면 그녀는 늘 서재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만 오늘은 어찌 된 일인지 거실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다정한 그의 목소리에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손이 조금 아파서요.”

그 말에 그가 넥타이도 풀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고는 세심하게 손목을 문질렀다.

“당신 언니가 생전에 남긴 프로젝트만 아니었다면 절대 이렇게 당신 힘들게 하지 않았을 거야.”

그녀에게 최고의 삶을 주고 싶었고 평생 걱정 없이 살게 해주고 싶었다.

자신의 손을 주무르는 그를 쳐다보며 한동안 생각에 잠겼던 그녀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사월이가 우울증에 걸린 사실을 당신은 알고 있었어요?”

손목을 주무르던 그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 그가 짙은 속눈썹을 들어 올리고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녀는 어느새 눈 밑이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그녀가 이미 알게 되었으니 그는 계속 망설이고 생각할 기회를 잃고 말았다.

“알고 있었어.”

이미 답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직접 인정하는 순간 그녀는 마음이 아팠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요?”

그가 그녀의 손을 천천히 놓아주고는 한쪽 소파에 기대어 앉아 약간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당신이 난처해하고 죄책감을 느낄까 봐...”

“그래서 일부러 날 속인 거예요?”

검고 짙은 그의 눈썹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지금 송사월 때문에 나한테 따지는 거야?”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그의 얼굴을 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게 아니라 나한테 제때 알려줬어야죠.”

“알려주면 뭐가 달라지는데? 병이 하루아침에 낫기라도 한대?”

그 말에 그녀는 하고 싶은 말을 멈추고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래서 나한테 얘기 안 했던 거예요? 당신이 그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어요.”

조금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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