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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0화

사실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 그의 자리가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이젠 더 이상 남자를 믿지 못하였고 자신은 더 이상 결혼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주서희가 대답하기도 전에 정가혜는 바로 커튼을 열었고 멍하니 서 있는 이연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창밖으로 들어온 빛이 그를 비추었고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의 눈을 마주칠 용기가 없어서 그녀는 재빨리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 이연석이 입을 열었다.

“짐은 다 챙겼어요?”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 놓인 상자를 들려고 하는 데 그가 한발 앞서 손을 뻗었다.

“가요. 집에 데려다줄게요.”

그는 고현서에 대해 설명하지도 않았고 정가혜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도 묻지 않은 채 짐만 챙겨 병실을 나섰다.

훤칠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는 화를 참으면서 그녀와 말다툼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조금은... 성숙해진 것 같았다.

이때, 옆에 있던 주서희가 한마디 거들었다.

“젊었을 때 자유분방하던 사람도 점차 좋은 남자가 될 수 있는 거예요”

그 도리를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그녀는 그저 주서희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얘기는 그만해요. 참. 윤주원 선생도 이젠 누명을 벗었으니 두 사람 함께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주서희의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소준섭 씨와의 재판에서 이기면요. 그땐 평생 윤 선생과 함께할 거예요.”

그녀는 이지민과 성격이 비슷했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똑똑히 알고 있었고 한번 결정한 일은 뒤돌아보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성격이었다.

다만 현재는 소송의 승패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윤주원과 함께하지 못하였다. 그 이유는 그를 보호하기 위해서였고 그의 집안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부산에서 재판이 진행되죠? 마침 나랑 서유도 부산에 사월이 보러 갈 예정이거든요. 우리랑 같이 가요.”

주서희는 미소를 지으며 거절했다.

“아니에요. 재판 하루 전에 부산에 갈 거예요. 서유 씨한테는 송사월 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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