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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1화

“꼭 당신을 믿지 않는 게 아니에요. 그저 두려울 뿐이죠. 만약 결혼 후에 절대 바람피우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다면, 시간을 좀 두고 나중에 가혜에게 말해 보세요. 지금은 몰아붙이지 마시고요.”

이 말을 듣고 이연석은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형수님, 저를 불러내신 건 가혜 씨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말리려는 게 아니었나요?”

서유의 온화한 얼굴에 고요하고 우아한 미소가 번졌다.

“내 말은 여전히 같아요. 모든 건 도련님 마음에 달렸어요. 도련님께서 진심으로 가혜를 대하고, 가혜도 당신과 함께하길 원한다면, 나는 당연히 막지 않을 거예요.”

이연석은 서유가 이렇게 이해해줄 줄은 몰랐다. 굳게 다문 입술 끝이 살짝 올라갔다.

“고마워요, 형수님.”

서유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들어가서 함께 있어요. 난 승하 씨 좀 찾아볼게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요.”

그녀가 말을 마치고 돌아서려는데, 이연석이 다시 그녀를 불러세웠다.

“형수님, 방금 가혜 씨의 마음에 제가 있다고 하신 말씀... 정말인가요?”

서유는 고개를 돌려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스스로 느끼지 못하나요?”

이연석은 정가혜를 안고 병원에 왔을 때 그녀가 했던 설명을 떠올렸다.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어서, 그가 자신을 깨끗하지 않다고 생각할까 봐 설명한 것일까?

정가혜의 마음에도 자신을 향한 약간의 호감이 있다는 생각에 이연석의 눈썹이 천천히 펴졌다.

“그럼 형수님, 어서 돌아가세요.”

자신에게 손을 흔드는 이연석을 보며 서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이게 전형적인 쓰고 버리기 아닌가?

이연석은 급히 병실로 들어가 정가혜가 혼자 면봉으로 약을 바르고 있는 것을 보고 서둘러 다가가 면봉을 받아들었다.

“누워 있어요. 내가 할게요.”

정가혜는 그를 한번 쳐다보았다. 그의 단정한 얼굴에 밝은 미소가 어려 있는 것을 보고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서유가 뭐라고 하지 않았어요?”

약을 정성스레 바르던 이연석의 동작이 점점 느려졌다.

그는 칠흑 같은 눈동자를 들어 창백한 얼굴의 정가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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