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65화

아까 주 원장이 김 의사가 다시 부검을 했다고 말했을 때, 그는 당황해서 선 의사에게 질문을 던졌고, 이는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 되었다.

지금 이승하가 다시 그에게 물어본 것은 사건의 전체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라는 뜻이었다. 자세한 경위가 있어야 사건을 공식화하고 공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심형진처럼 끝까지 부인한다면, 방금 주 원장이 유도해 얻어낸 녹음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그 같은 작은 법의학자를 궁지에 몰아넣기에 충분할 것이다.

지금 협조한다면 어쩌면 이 대표가 한 번 봐줄지도 모른다. 결국 그는 단지 공범일 뿐이고 주모자는 아니니까. 이 대표가 처리하려는 대상은 심형진이지 자신이 아니다.

정 의사는 마음속으로 이해득실을 따져본 후 이승하에게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이 대표님, 이 일을 말하면 당신이 반드시 녹음과 녹화를 이용해 윤주원 의사의 명예를 회복시키려 할 거란 걸 압니다. 그렇게 되면 제 직업 생활은 틀림없이 파탄 날 겁니다. 저는 위험을 무릅쓰고 실상을 말씀드릴 수 있지만, 당신은 저를 이 일에서 빼내 주셔야 합니다.”

최소한 외부에 그의 신원을 보호해 주기를 바랐다. 그렇게 하면 국내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되더라도 해외에서는 갈 길이 있을 테니까.

정 의사는 심형진의 돈을 받은 것을 매우 후회했지만, 돈이 필요하지 않았다면 이런 의료 윤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일이 이렇게 된 만큼 자신의 퇴로를 마련하는 수밖에 없었다.

심형진에 대해서는, 이미 함께 묶여 있던 메뚜기와의 끈이 끊어졌으니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든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심형진은 정 의사가 이런 조건을 제시하는 것을 보고 주먹을 꽉 쥐며 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정 의사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이승하만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 대표님, 이 조건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이승하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당신이 내게 조건을 제시한 첫 번째 사람이군요.”

정 의사는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승하가 동의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