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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화

정 선생의 완강한 태도에 주서희조차 감탄했다.

“정 선생님, 아마 모르셨겠지만, 당신이 부검을 마친 후 제가 사람을 보내 한 번 더 검사를 했어요. 당신의 보고서와 좀 다른 점이 있더군요.”

정 선생은 몸이 굳어버렸다.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 서 있는 주서희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사람을 보내 부검을 또 했다고요?”

주서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환자의 혈관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돼서 다시 검사를 시켰죠. 그랬더니 정말 혈관에 문제가 있더라고요.”

혈관이라는 말을 듣자 정 선생은 순간 당황했다.

“당, 당신이 이미 혈관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서 왜 즉시 나한테 문제 삼지 않았죠? 그리고 왜 김 선생의 보고서로 학생들 입을 막지 않았어요?”

주서희는 턱을 들어 바닥에 누워있는 심형진을 가리켰다.

“이 자를 잡아내기 위한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이 말에 심형진조차 어리둥절했다.

‘주서희의 말은 무슨 뜻일까?’

주서희는 걸음을 옮겨 심형진 앞으로 가서 천천히 몸을 낮췄다.

“그때는 당신과 가혜 씨가 아직 헤어지지 않았으니까요. 저와 대표님은 가혜 씨를 생각해서 당신을 건드리지 않았죠. 하지만 지금은... 때가 왔네요...”

주서희는 말을 마치고 일어나 정 선생을 향해 돌아섰다.

“이 대표님의 성격을 아시죠. 기회는 단 한 번뿐입니다. 자백할지 말지는 당신 스스로 결정하세요.”

정 선생은 주서희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분간할 수 없어 불안해하며 심형진을 바라보았다.

“심 선생님, 당신이 그때 혈관 문제는 당신 혼자만 안다고 하지 않았나요? 왜 주 원장이 알고 있는 거죠?”

심형진도 어리둥절해하며 주서희와 이승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설마... 당신들이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건가요?”

“그렇죠.”

주서희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는 아무것도 몰랐다. 다만 윤주원이 큰 혈관 수술을 했다가 환자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점에서 혈관에 문제가 있었을 거라고 추측하고 정 선생을 떠보려 한 것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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