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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7화

“정가혜의 일에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서는 거야?”

심형진은 손목을 감싸쥐고 고개를 들어 붉게 충혈된 눈으로 이승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가 저지른 일을 녹음해 임 선생의 가족과 의대생들에게 보냈다.

이는 그의 퇴로를 막은 것과 다름없었다. 본국으로 돌려보내준다 해도 이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터였다.

이승하가 이미 충분히 잔인하게 굴었는데 이제 와서 정가혜의 일까지 나서다니,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무슨 자격이냐고?”

남자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하얀 장갑을 낀 손을 펴 심형진을 붙잡고 있는 경호원들에게 손짓했다.

두 경호원은 즉시 그 뜻을 알아차리고 심형진의 양팔을 잡아 이승하 앞으로 끌고 왔다. 심형진이 일어나기도 전에 갑자기 하늘에서 손바닥이 내리꽂혔다.

엄청난 힘에 얼굴이 흔들리더니 바람이 지나간 뒤 살을 찢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반쯤 꿇어앉은 심형진의 왼쪽 뺨이 순식간에 부어올랐고, 입가에서 흘러나온 피가 손등 위로 떨어졌다. 그는 놀란 눈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당신...”

이승하는 심형진을 때린 장갑을 벗어 옆의 쓰레기통에 버리고 소수빈이 건넨 물수건으로 손을 닦은 뒤에야 바닥에 꿇어앉은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가혜 씨는 내 아내의 친구, 즉 내 친구나 마찬가지지. 친구를 건드린 건 곧 나를 건드린 거나 다름없어. 그 계산을 내가 해야 하지 않겠나?”

심형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이승하를 멍하니 바라보다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정가혜를 친구처럼 여긴다 해도 날 때릴 자격은 없어!”

그는 여태껏 한 번도 뺨을 맞아본 적이 없었다. 그것도 남자한테 맞다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계산할 게 있다면 법정에 고소하든가. 법의 심판을 받게 하지, 왜 날 때리는 거야?”

“조급해하지 마.”

심형진의 격분과 달리 이승하는 느긋하게 대꾸했다.

“법정에 서게 될 거야.”

“그럼 왜 날 때린 거야?”

손목을 베었을 때보다 이 뺨 때림이 더 분노를 자아냈다.

이승하는 무덤덤하게 그를 힐끗 보았다.

“내 아내를 대신해 때린 거야.”

그녀의 친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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