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진은 손목의 상처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서희의 바지 끝자락을 붙잡고 고개를 들어 절박하게 물었다.“어서 말해 보세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주서희는 이제 심형진이 너무나 혐오스러워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났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발로 그를 걷어찼다!“당신 덕분에 오늘 밤 길가에서 죽을 뻔했어요!”심형진은 주서희가 거짓말을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속에 가득 찬 분노를 보고 거짓말 같지는 않다고 느꼈다.“가혜는 괜찮아요?”그는 여전히 정가혜를 좋아했다. 다만 자신의 욕망이 그녀에 대한 애정보다 컸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말에 여전히 걱정이 되었다.“괜찮은지 아닌지가 이제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주서희의 무표정한 얼굴에 심형진은 깊게 눈썹을 찌푸렸다.“주 원장님, 당신...”“날 부르지 마세요. 당신이 역겨워요.”시의를 모함하고 정가혜를 괴롭히는 등 심형진은 할 수 있는 나쁜 짓은 다 했다.“오늘부터 병원에 당신이란 사람은 없어요.”그의 직위를 박탈한 후 주서희는 몸을 돌려 이승하를 향했다.“이 대표님, 저는 먼저 가서 가혜 씨를 보고 오겠습니다.”이승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주서희는 자리를 떠났다. 그가 떠나고 나서야 이승하는 천천히 일어섰다.우뚝 선 남자의 모습은 심형진 앞에 태산이 내려앉은 듯했다. 바닥에 웅크린 심형진은 그를 보며 숨이 막히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당신... 더 뭘 하려는 거죠?”정가혜에 대한 조그마한 걱정보다 지금 이 순간 이승하가 자신에게 다시 손을 댈까 봐 더 두려웠다.그는 이승하 같은 권세 있는 사람들이 명성을 중요하게 여겨 그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승하는 상식을 벗어나 오히려 권력을 이용해 제멋대로 행동했다. 정말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심형진은 결심했다. 여기서 빠져나가면 이승하의 오늘 행동들을 폭로해 그를 여론의 뭇매를 맞게 할 것이다! 모든 언론과 인터넷을 총동원해 이승하를 함께
그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심형진이 입을 열자마자 벼락을 맞은 듯 온몸이 굳어버렸다.“중증 우울증에 걸렸어요. 당신 아내를 그리워하다 병이 든 거죠...”심형진은 꼼짝도 않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눈썹을 치켜 올리고 거침없이 큰 소리로 웃었다.“이 대표님, 당신이 가혜를 대신해 나를 심판하려 하는데, 누가 송사월을 대신해 당신을 심판할까요?”“당신은 그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고도 떳떳하게 살고 있지만, 송사월은 영원히 지옥 속에서 살고 있어요!”심형진의 음침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자 이승하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아마도 소수빈이 더는 듣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가 돌아서서 빠르게 심형진에게 다가가 옷깃을 잡아 올리고는 주먹으로 그를 때려 기절시켰다! 닭 던지듯 기절한 심형진을 바닥에 내팽개친 후, 소수빈은 이승하 곁으로 돌아와 무척 침착하게 그를 달랬다.“대표님, 심형진의 말은 믿을 수 없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대표님은 송사월에게 빚진 게 없었다. 기껏해야 같은 여자를 사랑했을 뿐이다. 오해나 갈등이 있었다면 서유와 헤어진 그 해의 일이겠지.하지만 그때 서유와 송사월은 연인 사이도 아니었고, 그때 대표님이 서유를 찾아갔다고 해서 끼어든 것도 아니니 빼앗았다고 할 수 없었다.그 후에 송사월이 따라 자살을 시도했을 때 대표님이 그를 구해줬고, 인력과 물자, 재력을 들여 그를 보호하고 살아가도록 격려하셨다.서유가 돌아왔을 때도 대표님은 성의를 다하셨고, 그의 부모 원수를 갚아주고 심지어 구씨 집안도 되찾아 주셨다. 송사월에게 빚졌다 해도 이미 다 갚으신 거나 다름 없었다.소수빈은 세 사람 사이의 모든 은원과 갈등을 지켜본 사람으로, 대표님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굳이 잘못을 찾자면 대표님이 처음에 서 양에게 그렇게 냉담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뿐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송사월이 기억을 되찾고 돌아왔어도 별 문제가 없었을 테니까.하지만 분명 이승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서유의 마음속에 송사월이 차지하
입원실, 7층 병실.서유는 면봉에 약을 묻혀 정가혜의 팔에 발랐다. 힘이 좀 세었는지 정가혜가 아프다고 소리를 내자 서유의 손이 멈칫했다. “미안해.”정가혜가 괜찮다고 하려는 찰나, 옆에 앉아있던 이연석이 갑자기 서유의 손에서 면봉을 가져갔다. “내가 할게요.”서유와 정가혜는 잠시 놀랐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면봉을 들고 정성스레 약을 발랐다.그의 손길이 무척 부드러워 아프지 않게 하려 조심하는 게 보였다. 이런 이연석의 모습에 정가혜는 잠시 망설이다 담담히 말을 꺼냈다.“연석 씨, 서유가 여기 있으니 먼저 돌아가세요.”정가혜는 이미 여러 번 이런 말을 했지만 이연석은 가지 않고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 있기만 했다.“형수님 몸이 좋지 않으니 먼저 가서 쉬세요.”꼼꼼히 약을 바르던 남자가 말을 마치고 고개를 들어 옆에 서 있는 서유를 바라보았다.“형수님, 제가 있으니 걱정 마세요.”이 말뜻을 서유가 못 알아들었다면 좀 둔한 사람일 것이다.“가혜야, 연이가 혼자 집에 있어서 걱정되네. 내일 다시 올게.”정가혜 입을 열기도 전에 서유는 테이블 위의 휴대폰을 집어 들고 돌아섰다.다만 문 앞에 이르러 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이연석을 돌아보았다.“도련님, 잠깐 나와 봐요. 할 말이 있어요.”그제야 이연석이 손에 든 면봉을 내려놓았다.“잠깐만 기다려요.”정가혜는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른 채 두꺼운 유리 너머로 복도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서유는 하얗고 깨끗한 얼굴을 들어 자신보다 훨씬 키가 큰 이연석을 보며 눈썹을 찌푸리고 말을 꺼냈다.“연석 씨, 지금 가혜에 대한 마음이 어떤 거예요?”좋아하는 건지,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아직 장난이 덜 끝난 건지?이연석은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려 약간 피곤해 보이는 눈을 드러냈다.“형수님, 저는 가혜 씨를 사랑합니다.”이것은 그가 처음으로 서유 앞에서 정가혜를 사랑한다고 직접 인정한 것이었다. 전혀 숨기지 않았다.진지한 표정과 태도로 말하는 이연석을 보며 서유는
“꼭 당신을 믿지 않는 게 아니에요. 그저 두려울 뿐이죠. 만약 결혼 후에 절대 바람피우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다면, 시간을 좀 두고 나중에 가혜에게 말해 보세요. 지금은 몰아붙이지 마시고요.”이 말을 듣고 이연석은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형수님, 저를 불러내신 건 가혜 씨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말리려는 게 아니었나요?”서유의 온화한 얼굴에 고요하고 우아한 미소가 번졌다.“내 말은 여전히 같아요. 모든 건 도련님 마음에 달렸어요. 도련님께서 진심으로 가혜를 대하고, 가혜도 당신과 함께하길 원한다면, 나는 당연히 막지 않을 거예요.”이연석은 서유가 이렇게 이해해줄 줄은 몰랐다. 굳게 다문 입술 끝이 살짝 올라갔다.“고마워요, 형수님.”서유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들어가서 함께 있어요. 난 승하 씨 좀 찾아볼게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요.”그녀가 말을 마치고 돌아서려는데, 이연석이 다시 그녀를 불러세웠다.“형수님, 방금 가혜 씨의 마음에 제가 있다고 하신 말씀... 정말인가요?”서유는 고개를 돌려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스스로 느끼지 못하나요?”이연석은 정가혜를 안고 병원에 왔을 때 그녀가 했던 설명을 떠올렸다.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어서, 그가 자신을 깨끗하지 않다고 생각할까 봐 설명한 것일까?정가혜의 마음에도 자신을 향한 약간의 호감이 있다는 생각에 이연석의 눈썹이 천천히 펴졌다.“그럼 형수님, 어서 돌아가세요.”자신에게 손을 흔드는 이연석을 보며 서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이게 전형적인 쓰고 버리기 아닌가?이연석은 급히 병실로 들어가 정가혜가 혼자 면봉으로 약을 바르고 있는 것을 보고 서둘러 다가가 면봉을 받아들었다.“누워 있어요. 내가 할게요.”정가혜는 그를 한번 쳐다보았다. 그의 단정한 얼굴에 밝은 미소가 어려 있는 것을 보고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서유가 뭐라고 하지 않았어요?”약을 정성스레 바르던 이연석의 동작이 점점 느려졌다.그는 칠흑 같은 눈동자를 들어 창백한 얼굴의 정가혜를
소지섭은 서유에게 이승하가 볼일을 처리하러 갔으니 잠시 병원에서 기다리라고 전했다.서유는 구석 자리를 골라 앉았다. 휴대폰을 보지 않고 그저 조용히 앉아 있었다.이승하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멀리서 그를 기다리는 아름다운 그림자를 발견하고 천천히 걸음을 멈췄다.서유는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끼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제야 멀리 서 있는 이승하를 보았다.그녀는 서둘러 일어나 이승하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가보니 그의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여보, 무슨 일 있어요?”그 맑은 눈동자를 응시하던 이승하는 순간 그녀와 눈을 마주치기가 두려워 시선을 돌렸다.그의 어색한 표정을 느낀 서유는 발끝을 들어 그 아름다운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다.“왜 그래요? 누가 당신을 화나게 했나요?”결혼 후 서유의 눈에는 오직 그의 모습만 담겨 있었고, 다른 사람은 더 이상 들어올 자리가 없었다.이승하는 그녀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며, 송사월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더 이상 송사월을 위해 자신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동시에 그는 그녀가 송사월에 대해 여전히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걸을 수 없는 그의 다리에 대한 죄책감...만약 그녀가 송사월이 그녀를 그리워하다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더욱 죄책감을 느끼고 괴로워할 것이다.송사월의 우울증은 중증이었다. 그를 우울증에 빠지게 한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아무도 그를 구할 수 없었다.그리고 그를 우울증에 빠지게 한 사람은 20여 년의 어린 시절 우정을 나눈 사이였다. 사랑은 사라졌을지 모르지만 가족 같은 애정은 여전했다.게다가 어린 시절 송사월은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이런 은혜에, 정가혜가 알게 되면 분명 송사월을 돕고자 할 것이다.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얻지 못해서 병이 된 것이다.오직 얻어야만 그를 도울 수 있다.이승하는 머릿속으로 너무나 명확히 알고 있었다. 너무 잘 알기에 그는 골치가 아팠다.그가 대답 없이 자신을 바
그녀가 보온 도시락을 들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문 앞에 환자 가족들이 몰려있는 것을 보았다.병원 관계자들이 가족들을 진정시키려 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현수막을 들고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었다.“양심 없는 의사, 목숨으로 갚아라!”“양심 없는 의사, 목숨으로 갚아라!”서유는 처음에 다른 의료사고인 줄 알았다. 하지만 현수막에 붙은 사진이 심형진의 것임을 보고서야 이 가족들이 심형진을 겨냥한 것임을 알았다.그녀는 놀랐다. 심형진이 어젯밤 정가혜를 괴롭힌 후 빌딩 옥상에 버려졌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는데 갑자기 의료사고가 났다니?“사모님, 빨리 뉴스를 보세요.”서유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소수빈이 휴대폰을 건넸다.그녀는 받아 뉴스를 열어보았다. 앵커의 말을 듣고서야 심형진이 노벨 의학상을 위해 윤주원을 함정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심형진이 믿을 만한 남자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좋은 의사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집착과 불만이 여자에게만 향한 게 아니었다니 놀라웠다.“심형진을 내놔라!”“그래, 그를 내놔! 아니면 우리는 절대 물러나지 않을 거야!”가족들의 소란이 극에 달했을 때, 주서희가 손짓하며 경호원들에게 심형진을 병원 밖으로 데리고 나가게 했다.심형진이 나오자마자 임 선생의 가족들이 달려들어 그를 때리기 시작했고, 경비원들도 막지 못했다.심형진은 가족들에게 심하게 맞았고, 한참 후에야 경호원들이 나서서 형식적으로 그를 막아주었다...“그만 때리세요. 심 선생님이 의도적으로 환자를 해치고 윤주원 의사를 모함한 건에 대해 경찰이 이미 개입했습니다. 여러분은 돌아가서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려주세요.”경호원들 뒤로 물러난 심형진은 자신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어 하는 가족들을 바라보며 점점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주먹을 꽉 쥐고 분노에 찬 눈으로 자신을 욕하는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멀리 서 있는 서유를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서유는 잠시 머물렀다가 사람들이 조금 흩어지자 발걸음을 옮겨 소수빈과 함께
송사월이 중증 우울증에 걸렸다.정가혜가 알고 있었다.이승하도 알고 있었다...서유의 얼굴에서 홍조가 서서히 사라지고, 하얀 손이 무력하게 벽을 짚었다.“서유 씨, 중증 우울증은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송사월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나요?”그녀 눈에 비친 충격과 놀라움을 심형진은 놓치지 않았다.그는 당시 정가혜가 자신을 송사월에게 데려갔던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승하에 대항할 기회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심형진은 원래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승하가 그를 이렇게 대하고 괴롭혔는데, 왜 이승하만 편안해야 하는가?그는 서유와 이승하 사이에 간극을 만들어 그들을 갈라놓고 싶었다. 이승하가 송사월처럼 우울증에 걸려 죽게 만들고 싶었다!이런 생각에 심형진은 냉소를 지으며 한 걸음 다가섰다.“서유 씨, 송사월은 당신을 그리워하다 병이 들어 우울증에 걸린 겁니다.”“하지만 당신은 그를 버리고 이승하와 함께하고 있어요. 송사월이 살아도 사는 게 아닐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요?”심형진의 말은 심장을 내리쳤고, 먼지 속에 숨겨져 있던 인영이 한 줄기 빛처럼 갑자기 솟아올랐다.그녀는 송사월이 그녀의 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공사장에서 벽돌을 나르던 모습을 떠올렸다...그때 그의 나이 겨우 열여섯.등을 구부정하게 하고, 뜨거운 여름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를 숙이고 힘을 다해 고된 일을 했다.그녀가 발견했을 때 송사월은 웃으며 말했다. “서유야, 나는 몸을 단련하려고 하는 거야. 돈 때문이 아니야.”그의 손바닥에 갈라진 피부와 생긴 굳은살은 모두 그녀를 위한 것이었다...송사월의 전반생은 모두 그녀를 위한 것이었다...서유가 벽을 짚고 있던 손이 천천히 떨어졌다...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심형진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서유 씨, 송사월은 두 다리를 잃어 영원히 일어설 수 없고, 중증 우울증까지 걸렸어요. 그는 죽을 거예요...”그는 죽을 거예요...서유는 창백해진 작은 얼굴을 들어
서유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뭔가 말하려는 찰나, 검은 그림자가 갑자기 달려와 심형진을 한 발로 걷어차 땅바닥에 쓰러뜨렸다. 그 검은 그림자는 곧바로 심형진의 몸 위에 올라타 주먹을 높이 들어올리더니 온 힘을 다해 심형진의 얼굴을 내리쳤다.“가혜 씨를 괴롭히고 내 형수님 앞에서 헛소문을 퍼뜨리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이연석은 한 번도 누군가를 이토록 증오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거의 여지를 남기지 않고 온몸의 힘을 주먹에 실어 심형진을 향해 마구 내리꽂았다. 심형진은 이미 칼에 찔린 상처가 있는 데다 환자 가족에게 맞기까지 했으니 기량천의 이런 폭행을 어떻게 막아낼 수 있겠는가. 순식간에 그의 얼굴은 시퍼렇게 멍들었고 입가는 찢어졌다. 몇 대 맞지도 않아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아마도 그가 사람을 때려죽일까 봐 두려웠던 모양이다. 정가혜와 서유는 서둘러 앞으로 나가 분노에 차 있는 기량천을 말렸다.마침 그때 주서희가 경비원들을 이끌고 달려왔고, 경비원 몇 명이 앞으로 나서서 수갑을 꺼내 심형진의 손목에 채웠다.심형진이 경비원들에 의해 순식간에 제압되는 것을 보고 나서야 주서희는 몸을 돌려 정가혜와 서유를 붙잡고 위아래로 꼼꼼히 살펴보았다.“괜찮아요? 둘 다 다친 데는 없어요?”서유는 고개를 저은 뒤 주서희에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경찰이 개입했다고 하지 않았냐며, 어째서 심형진이 입원실까지 올 수 있었는지 물었다.주서희는 심형진을 경찰에 인계한 후 심형진이 경찰에게 사무실에 임 선생을 해치려 한 증거가 있는데 자신이 숨겨뒀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경비원들이 그를 데리고 가서 찾으려 했는데, 심형진이 그 틈을 타 경비원을 따돌리고 병원 구조에 익숙한 점을 이용해 직원 통로로 달아났다고 했다. 경비원들이 병원을 한 바퀴 뒤졌고, 주서희는 이 사실을 듣자마자 심형진이 틀림없이 입원실로 정가혜를 찾아갔을 거라고 짐작하고 경비원들과 함께 급히 달려왔다고 했다.심형진은 살인을 저질렀고 강간미수 죄까지 범했으니 평생 감옥에 갇힐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