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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2화

정가혜는 겨우 서른 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미 온갖 고난을 겪었다. 고생이라면 서유도 고생했지만 그래도 정가혜보다는 조금 더 운이 좋았다. 적어도 그녀는 자신의 언니를 찾았고 어머니의 영상도 봤으며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가혜는 부모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이 모든 세월 동안 정가혜가 겪어온 일들을 생각하니 서유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 그녀를 꼭 안으며 말했다.

“가혜야, 내가 잘못했어. 널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어.”

심형진이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즉시 그들을 말리지 않아 정가혜가 이런 일을 당하게 된 것 같아 자책했다.

이미 울고 난 정가혜는 붕대를 감은 손을 들어 서유의 등에 닿은 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그녀를 위로했다.

“난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마. 네 잘못도 아니야.”

이건 서유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저 자신이 연애에 있어서 늘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했을 뿐이다. 벽에 부딪혀 보고 나서야, 모든 것을 걸고 난 후에야 비로소 모든 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 같은 사람은 결혼 같은 걸 해서는 안 됐다. 그저 홀로 늙어가는 게 나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평온하게 일생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생각이 들자 정가혜는 여전히 병상 앞에 앉아있는 이연석을 바라보았다. 가슴 속에서 올라오는 쓰라림에 다시 한번 눈시울이 붉어졌다.

“연석 씨, 날 구해줘서 고마워요.”

그녀의 어조에 담긴 평온함은 마치 이 한 마디 감사 인사로 그와의 모든 관계를 정리하려는 듯했다.

이연석의 굵은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이 악몽에서 벗어나길 기다렸다가 다시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잘 쉬어요. 나는 좀 처리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

이연석은 이 말을 남기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러다 병실 밖에 팔짱을 끼고 서 있는 이승하를 보았다.

“어디 가?”

이연석은 주먹을 꽉 쥐었고, 근육질의 팔뚝에 핏줄이 툭 튀어나왔다.

“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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