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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1화

병원으로 가는 길에 서유는 이승하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심형진이 정가혜에게 약을 먹였고, 정가혜가 도망쳐 나온 뒤에는 술에 취한 중년 남자가 그녀를 끌고 가 폭행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필사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면 이미 강간당했을 거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서유는 화가 나서 눈이 붉어졌다.

“심형진이 어떻게 그런 사람일 수가 있어?”

그녀는 심형진이 정가혜의 선배로, 최소한 정직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강은우처럼 정가혜를 속이지는 않을 거라 여겼는데, 알고 보니 강은우보다 더 나쁜 사람이었던 것이다.

한 손으로 턱을 괸 이승하의 차가운 눈빛 속에 살의가 어렸지만, 그는 서유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그녀의 손을 토닥이며 안심시켰다.

차가 병원 앞에 멈추자 서유는 재빨리 차 문을 열고 응급실로 달려갔다...

서서히 정신을 차린 정가혜는 몸이 그렇게 무겁고 답답하지 않다는 걸 느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힘겹게 눈을 돌려 병상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깊고 어두운 붉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녀는 불편한 듯 시선을 돌렸지만, 자신의 손이 그에게 꽉 잡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 있는 걸 보니 오랫동안 잡고 있었던 것 같았다.

정가혜는 잠시 망설이다 손을 빼려 했지만, 이연석이 그녀의 손을 더 꽉 잡았다. 정가혜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자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요?”

정가혜는 고개를 저었고, 시선은 다시 이연석의 손으로 향했다.

“만지지 말아 주겠어요?”

지금의 그녀는 조금 더러우니까...

이연석은 그녀를 몇 초간 바라보다 손을 놓았다.

정가혜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연석도 그녀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둘이 침묵하고 있을 때 서유가 뛰어 들어왔다.

“가혜야!”

서유의 목소리를 듣자 정가혜의 생기 없던 눈동자에 비로소 생기가 돌았다.

“서유야...”

정가혜의 얼굴은 부어 있고 목에는 손자국이 있으며 이마는 깨져 있고 손에는 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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