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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자신을 믿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차마 물을 수가 없었다.

한편, 이연석은 자신이 왜 대답을 안 했는지 모르겠다. 그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심형진을 믿는 그녀한테 화가 났고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는 그녀에게 화가 났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에 화가 났다.

그런 복잡한 마음을 가진 채 그녀를 안고 응급실로 뛰쳐 갔다.

“얼른 이 여자 좀 구해줘요.”

의사들은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급히 간호사들을 배치하여 그녀를 진료실로 보냈다.

진료실의 문이 닫히는 순간 이연석은 피곤한 얼굴을 한 채 벽에 기대었다.

손에 가득 찬 피를 보면서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어디를 다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온전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까지 여자 때문에 이렇게 아파해본 적이 없다. 그녀가 처음이었다.

이런 자신의 모습이 싫었지만 그녀를 차마 놓을 수가 없었다.

한편, 이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주서희가 그에게 어찌 된 일이냐고 물어보려는 찰나,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의 모습에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지나쳐 진료실로 바로 들어갔고 의사가 해독제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양이 많은 건가요?”

여의사는 고개조차 들지 않고 대답했다.

“아니요. 다만 시간이 좀 오래돼서 독소를 제거하기가 쉽지 않네요. 외상이 많은 걸 보니 누군가와 몸싸움을 벌인 것 같아요.”

정가혜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얼굴에 묻은 핏물이 간호사에 의해 깨끗하게 처리되자 뺨을 여러 대 맞은 것 같은 부은 얼굴이 드러냈다.

얼굴 양쪽이 다 부어있었고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으며 가느다란 목덜미에도 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그녀의 목을 심하게 조른 것 같았다.

그 상처들을 보고 주서희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정가혜의 몸을 감싼 외투를 벗겼다. 안의 옷은 찢길 대로 찢어져 맨살이 훤히 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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