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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어렴풋이 가시덤불이 움푹 패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 가시덤불에 다가가 허리를 굽히고 떨리는 손으로 푸른 풀이 무성한 가시덤불을 헤집었다.

남루한 옷차림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있는 그녀를 발견한 순간 그는 멍해졌다.

지금껏 두려운 게 없었던 그는 그 순간, 온몸의 피까지 차가워질 정도로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깊은 골짜기에 떨어진 것처럼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뭔가 말을 하려다가 그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저 떨리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차가운 얼굴을 만졌다.

누군가 자신을 만지는 것을 느낀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고 움직이려 하였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눈물이 핏물과 함께 섞여 천천히 흘러내렸다.

“제발, 다치지 말아요. 부탁이에요.”

자존심이 강한 그녀가 이렇게 애원하는 것을 보고 그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가혜 씨, 나예요.”

그녀는 메마른 눈동자를 굴리며 천천히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피가 눈 앞을 가려 희미하고 잘 보이지 않았고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할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당신이 누구든 나 건드리지 말아요. 부탁이에요.”

애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그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예요. 이연석.”

당신인 거 알아요. 그래서 이런 내 모습을 더 보여주기 싫은 거예요.

그녀는 낭패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녀의 몸에는 피를 제외하고도 가시덤불에 베인 상처가 곳곳에 있었다.

상처를 살펴보던 그는 가슴이 아파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그녀를 안아 올렸고 목덜미에 흐르는 핏물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묻었다.

“가혜 씨, 겁먹지 말아요. 우리 이제 집에 가요.”

그가 한쪽 무릎을 꿇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끌어안는데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정하고 애틋한 모습이었다.

이런 자신의 모습을 그한테 보여주기 싫었지만 이미 기진맥진한 그녀는 몸부림칠 힘이 없었다.

그녀는 꽉 쥐고 있던 돌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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