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의 모든 챕터: 챕터 841 - 챕터 850

1194 챕터

제841화

차에 앉아 있던 유기철은 사장로와 오장로가 진서준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하는 모습에 온몸이 식은땀에 젖었다.“운전해. 빨리 도망가. 절대 잡히면 안 돼.”유기철이 기사를 향해 고함을 지르자 기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시동을 걸고 도망가려 했다.시동 소리를 들은 진서준이 고개를 돌려 힐끗 보면서 말했다.“이미 왔으니 도망갈 생각하지 마.”천문검이 한 줄기의 빛이 되어 쏜살같이 날아와 바로 차 앞에 내리꽂히자 기사가 겁을 먹고 바삐 브레이크를 밟았다.“브레이크를 왜 밟아? 빨리 운전해. 그깟 검으로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없어.”유기철이 목청이 터지라고 소리 질렀다.오늘 밤 만일 진서준에게 잡히는 날이면 절대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기사가 다시 엑셀을 밟자 공포스러운 광경이 발생했다.천문검의 검신에서 한줄기 청색 빛이 뿜어나오더니 검기가 톱처럼 변하면서 이천만짜리 승용차를 반으로 잘라버렸다.쾅 하는 소리가 귀청을 때리자 세 장로는 동시에 머리를 부둥켜안았다.혹시라도 진서준의 칼이 자기를 향해 날아올까 봐 무서워 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유기태와 두 명의 호국사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이게...이게 바로 진 대가님의 실력이에요?”“너무 공포스럽지 않아요? 이건 단순히 검기만 이용한 거지 검신도 아니에요...”이렇게 어린 나이에 국안부의 상경이 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이 정도 실력이라면 은세 대종의 핵심 제자도 진서준을 상대하기 어려웠다.“켁켁켁...”유기철이 반동강이 난 차에서 부랴부랴 내려 차를 보니 머리카락이 쭈뼛해졌다.만일 방금 검이 가로질러 날아왔더라면 유기철은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지 오래다.“은영과 어떻게 했어?”진서준이 유기철을 향해 느릿느릿 물었다.“날 살려주면 은영과 줄게.”유기철이 고개를 돌려 진서준과 흥정을 시도했다.“너는 조건을 제시할 자격이 없어.”진서준이 손을 내밀자 천문검이 철컥하고 손에 쥐어졌다.그걸 본 유기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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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어떻든 간에 두 사람은 친형제이고 함께 40여 년을 살아왔다.“진 대가님...한 가지만 부탁드릴게요.”마지못해 유기태가 진서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살려달라고요?”진서준이 담담하게 물었다.“네. 비록 사람 구실을 못 하는 등신이지만 그래도 저와 친형제잖아요. 만일 걱정되신다면 오늘부터 유씨 가문 족보에서 파버리고 죽든 살든 내버려둘게요.”유기태가 다급히 덧붙여 말했다.유기철이 큰 잘못을 저질렀기에 유씨 가문은 절대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가문에서 쫓아내는 것이 제일 좋은 징벌 방법이다.유씨 가문의 그늘이 없다면 유기철이 제아무리 복수하고 싶어도 힘든 일이기에 진서준에게 위협도 안 될 것이다.“그래요. 호국사님 말대로 해요.”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유씨 가문 가정사에 참여하지 않았다.유기철의 얼굴이 회색빛이 되어 비록 목숨을 부지하기는 했지만 유씨 가문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초상집의 개와 다름없었다.그리고 유기철의 막내 아들 유문기가 사지가 부러져 아직 병원에서 응급을 받고 있었다.“진 대가님이 요구한 물건을 드리고 당장 꺼져.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유기태가 싸늘하게 말했다.“알겠어. 둘째 형 잘 있어.”유기철이 은영과를 꺼내 놓고는 까마득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성약당에 은영과가 아직 몇 그루나 있어?”진서준이 사장로를 향해 물었다.“아직 두 그루가 있습니다. 하지만 두 그루 모두 성약곡의 내전에 있어 들어가려면 열쇠가 있어야 해요.”사장로가 고분고분 대답했다.“누가 열쇠를 가지고 있어?”“큰 장로님이 갖고 계시는데 아직 수련 중이세요.”“내일 성약곡으로 함께 가. 너희 큰장로가 출관하기까지 못 기다려.”진서준이 냉랭하게 말했다.진서준에게 낭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하루 빨리 엄마의 행방을 찾아야 했고 명년 3월이면 신농산에도 가야 했다.“네네. 내일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사장로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 밑으로 옅은 희열이 휙하고 스쳐 지나갔다.진서준이 내일 그들과 함께 성약곡으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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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간교한 달빛이 커튼을 넘어 허사연의 백옥같이 하얀 피부를 밝히고 있었다.검은색 레이스 잠옷을 입은 허사연이 얇은 이불로 대충 몸을 가리고 있어 절반 이상의 피부가 밖에 드러나 있었다.진서준이 그 자리에 선 채로 10초가량 지켜보다 정신을 차리니 몸속으로 뜨거운 것이 솟구치면서 아랫배가 찌릿찌릿했다.허사연이 깰까 봐 조심조심 침대로 다가가니 옅은 소녀 향이 풍겨왔다.시각과 후각의 이중 충격으로 하여 진서준의 체내 혈액이 빠르게 흐르면서 아랫배가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아까부터 반응이 있었던 진서준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허사연이 깨기만을 기다렸다.“사연아...”진서준이 허리를 굽혀 허사연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어...”허사연이 낮게 신음하며 몸을 뒤척이더니 가까스로 눈을 떴다.“서준 씨, 왔어요?”허사연이 몽롱한 표정으로 물었다.“어. 왜 갑자기 내 방에서 자? 그리고 이 잠옷은 뭐야?”진서준이 침대에 걸쳐 앉더니 허사연을 품에 안으며 물었다.잠이 확 깬 허사연이 진서준인 것을 보고 반항하지 않고 편한 자세를 찾아 고쳐 누웠다.“서준 씨를 위해서죠.”허사연이 고개를 숙이더니 진서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마치 술 취한 모습이었고 품에 안은 허사연의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나를 위해서?”진서준은 호흡이 턱 막히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이건 무슨 뜻일까? 오늘 밤 내가 드디어 진정한 남자가 된 단말인가?’진서준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진작에 욕망으로 꿈틀거리던 진서준은 손을 뻗어 허사연의 쇄골로부터 시작해 서서히 아래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진서준의 손길이 닿자 워낙 콩닥거리던 가슴이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우리가 이렇게 오래 사귀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여자 친구의 책임을 다 못한 거 같아요. 혹시 날 원망하는 건 아니죠?”허사연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당연하지. 내 여자 친구가 되어달라는 건 그 일 때문이 아니야.”진서준이 진지하게 말했다.스킨십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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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허사연이 자기를 위해 대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네가 부끄럼타는 모습이 제일 예뻐.”진서준이 허사연의 아래턱을 잡고 얼굴을 들어 올리자 잘 익은 복숭아처럼 빨갛게 달아올라 저도 모르게 깨물어버렸다.진서준이 깊이 숨을 들이쉬면서 말했다.“너무 예쁘다.”사랑에 빠진 여자는 남자 친구의 칭찬에 약했고 허사연도 마찬가지였다.허사연의 눈썹이 반달처럼 되더니 호호 웃으며 물었다.“얼마나 예뻐요?”“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보다 더 예뻐.”“그런데 20년이 지나서 늙어버리면 내가 싫어지겠죠?”허사연이 속상한 듯 말했다.“남자들은 다 똑같아요. 항상 18살짜리 소녀만 좋아하잖아요.”진서준이 그 말을 듣고 큰소리로 웃었다.“왜 웃어요?”허사연이 진서준의 허리를 꼬집으며 말했다.“만일 내가 늙었다고 버리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아니야. 넌 영원히 늙지 않을 거야. 난 너와 한평생 함께하고 싶어.”진서준이 허허 웃으며 은영과를 꺼내자 이내 허사연의 눈빛을 사로잡았다.은영과에서 풍겨오는 향긋한 냄새가 허사연의 코를 자극했다.“이게 뭐예요?”“널 영원히 젊게 해줄 수 있는 맛있는 과일이야. 이걸 먹으면 너도 윤진이처럼 아기 피부가 될 수 있고 한평생 늙지 않아.”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짜예요?”허사연이 놀라면서 물었다.“당연하지. 그리고 이걸 먹으면 너도 진정한 수련자가 될 수 있어.”“너무 좋아요. 이젠 나도 서준 씨를 도울 수 있어요.”허사연이 기쁜 나머지 눈물이 맺힌 얼굴로 진서준에게 키스하자 진서준이 침대에 누우면서 격렬한 키스를 퍼부었다.허사연이 숨을 쉬지 못해 발버둥을 쳐서야 진서준은 입을 뗐다.고개를 들어 허사연을 보니 상반신이 눈앞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서준 씨...”허사연의 얼굴이 빨갛다 못해 터질 것만 같았고 마치 전기충격을 받은 듯 온몸이 찌릿찌릿했다.특히 진서준의 다른 한 손이 계속 허사연의 아래쪽을 파고들었다.“안 돼요.”“왜?”“오늘...생리가...”허사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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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5화

어젯밤 진서준이 집으로 돌아올 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을까 봐 걱정되어 다들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문소리가 들리자 허윤진은 진서준이 온 줄 알고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하려고 방 앞까지 왔다가 방안에서 들려오는 야릇한 소리를 들어버린 것이다.확인하지 않아도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기에 그녀들은 두 사람을 귀찮게 하지 않았고 장난기 많은 허윤진도 문을 벌컥 열어 진서준을 놀라게 하지 않았다.사실 어젯밤 두 사람이 정식으로 일을 치른 건 아니고 허사연이 입으로 진서준을 위해 고통을 덜어줬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는 극락을 맛보고 말았다.“언니, 어젯밤 좋았어?”진서준이 나가자 허윤진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그러자 김연아 몇몇도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다들 첫 경험을 못 겪어봤기에 허사연을 통해 알고 싶어했다.“무슨 헛소리야?”허윤진의 물음에 허사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내가 다 들었어. 어젯밤 언니가 형부 방에 있었잖아.”허윤진이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물었다.“나도 알아야 준비할 수 있을 거 아니야. 전에 내 친구가 그러는데 처음 할 때는 무척 아프대.”허윤진의 말을 듣고 허사연은 오해가 깊어졌음을 느꼈다.“너 헛소리 하지 마. 그런 거 아니야.”허사연이 급히 부인했다.“뭐가 아니야. 어젯밤 다 같이 들었어.”허윤진이 방문에 귀를 대고 엿듣고 있을 때 김연아가 조용히 다가왔고 그 뒤로 한보영이 왔으며 심지어 변희영도 다가와 엿들었다.진서라만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창피해서 어떡해.”허사연은 허윤진이 혼자서 엿들은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귀뿌리까지 빨개져 쥐구멍에라도 들어가 숨고 싶었다.항상 맏언니 노릇만 해오던 허사연의 위엄이 순간 와르르 무너져버렸다.“언니 걱정하지 마. 우리는 가족이잖아.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을게”허윤진이 가슴을 치며 맹세하자 허사연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그만하라고 했어. 이제 남자 친구가 생기면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어. 난 다 먹었으니까 방에 가서 쉴래.”말하고 나서 허사연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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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6화

진서준과 유기태는 사장로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성약곡으로 향했다.성약곡은 강주의 평양산에 있었다.평양산은 평범한 산이 아니었고 영맥이 숨어있어 여러 가지 귀중한 약재를 키워내고 있었다.성약당의 역사가 백여 년이 되었기에 기반이 탄탄했고 진서준이 찾고 있는 약재를 이곳에서 거의 다 구할 수 있었다.한 시간가량 운전해 산기슭에 도착하자 사장로가 말했다.“이제부터 걸어가야 해요.”“그럼 내려서 걷죠.”진서준과 유기태도 차에서 내려 사장로의 뒤를 따랐다.산기슭에 한 갈래의 인공 오솔길이 산속으로 뻗어 있었고 이 오솔길은 귀족 가문에서 성약당을 위해 만들어준 것이다.돈 있는 귀족 가문에서 매번 가족이 아플 때마다 성약당에 사람을 보내 약을 지어가곤 했다.성약당이 있은 지 백여 년이 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고 명성이 장난이 아니었다. 당주가 여행을 가면서 자리를 비운 것이 아니면 성약당으로 병 보러 오는 사람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산속의 경치는 아름다웠고 공기도 신선해 둘러보며 걷다 보니 진서준의 마음도 따라서 안정되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도시의 콘크리트 건물과 비교하니 대자연이 더 가깝고 친절하게 느껴졌다. 산 중턱을 하나 넘자 사장로가 앞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를 지나면 바로 성약당이에요.”사장로의 손끝을 따라 바라보니 앞쪽에 넓은 약재 밭이 보였다.돌길을 따라 앞으로 가니 ‘외부인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보였고 이건 이곳에 오는 행인들에 대한 경고이다.사실 평양산은 강주 사람들에게는 금지구역과 마찬가지였고 소수의 귀족만 성약당에 들어가 전설과 같은 신의를 만나볼 수 있었다.“멈춰.”세 사람이 앞으로 가려 할 때 갑자기 앞에서 호통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들어보니 멋을 잔뜩 부린 청년이 쌀쌀맞게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무슨 사람이야? 성약곡으로 입장할 수 있는 초청장이 있어?”청년의 오만방자한 태도는 몸에 밴 듯싶었다.“버르장머리 없는 놈. 나를 몰라?”사장로가 앞으로 한걸음 나서면서 매서운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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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사장로가 간 뒤 유기태가 걱정스럽게 말했다.“성약당 사람들이 대가님이 요구하는 약재를 순순히 내어줄까요?”방금 오면서 보니 성약곡에 종사가 여러 명 있었고 심지어 대종사도 몇 명 보였다.비록 그들이 성약당 인원이 아니지만 그들의 은혜를 입었을지도 모르기에 만일 장로들과 충돌이라도 일어나는 날이면 달려와 도울 게 뻔하다.진서준이 그 말을 듣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안 내어줘도 오늘 반드시 약재를 가져갈 거예요.”진서준이 이번에 강주로 온 목적이 바로 성약당의 귀중한 약재를 얻어가기 위해서이다.약재만 있으면 실력을 빨리 제고할 수 있기에 신농산으로 출발할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진서준은 마음이 조급해졌다.지금의 진서준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을 위해 살고 있었다.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죽기라도 하는 날이면 모순이 있었던 세가에서 진서라 등을 어떻게 대할지 상상하기만 해도 끔찍했다....“다섯째야, 독탕이 잘 되어가고 있어?”사장로가 대청에서 나오자마자 뒷마당에 있는 탕전실로 향했다.어젯밤 오장로가 성약곡으로 돌아오자마자 독탕을 조제해 달이기 시작했다.그건 바로 오늘 진서준을 죽이기 위해서이다.“다 돼가요.”오장로가 흉악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자식이 단장탕을 마시기만 하면 오장육부가 싹 물러지면서 실력이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양처럼 고분고분해질 거예요.”“알았어.”사장로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오장로가 말한 단장탕은 묘족 마을에서 배워온 13가지 극독물로 이루어진 탕약으로 한 가지 극독물을 제련하는 데만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단장탕을 마시면 장이 녹아 물러지면서 끊어질 뿐만 아니라 체내의 오장육부가 썩기 시작하면서 죽어야만 고통이 멈출 수 있다.당주를 죽이려고 준비했던 단장탕을 진서준의 실력이 하도 막강해 비장의 무기로 꺼낼 수밖에 없었다.“그 자식이 요구하는 약재는 다 준비했어?”사장로가 다시 물었다.“아니요. 당장 죽을 놈한테 그걸 왜 준비해요?”오장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오장로는 진서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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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탕약에서 향긋한 약재 향이 나면서 모르는 사람은 오장로한테 속아 마셨을지도 모른다.이때 유기태가 진서준에게 말했다.“대가님, 먼저 뒷밭에 가죠. 탕약은 돌아와서 마셔도 늦지 않아요.”유기태의 말에 오장로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귀뺨을 날리고 싶었다.‘쓸데없이 웬 참견이야? 나중에 내가 널 단단히 손 봐야겠어.”진서준이 탕약을 힐끗 쳐다보더니 오묘한 표정으로 오장로를 보면서 말했다.“탕약에 독이 들어있는 건 아니지?”오장로가 살짝 당황했지만 진정하고 말했다.“당연히 아니죠. 저와 사형의 목숨이 대가님 손에 달렸는데 제가 어떻게 감히 독을 타겠어요?”“맞아요. 대가님이 생각만으로도 우리를 죽일 수 있는데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다 해도 감히 못 그러죠.”사장로도 오장로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두 사람의 간절한 태도에 진서준이 말했다.“좋아. 너희 성의를 봐서 내가 마실 거야.”말하고나서 그릇에 담긴 탕약을 단숨에 들이켰다.진서준이 통쾌하게 마셔버리자 두 장로는 너무 기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이 자식은 이젠 꼼짝 못 하고 죽었어.’“진서준, 너 너무 자만한 거 아니야? 감히 우리가 준 탕약을 마셔?”“네가 탕약을 마시지 않으면 뒷밭에 있는 진법으로 널 죽이려 했는데 잘 됐어. 너 이제 오장육부가 물러지면서 한 토막씩 끊어지는 걸 느끼게 될 거야.”두 장로가 드디어 분풀이라도 한 듯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유기태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면서 급히 물었다.“진 대가님한테 대체 뭘 준 거야?”“뭐겠어. 극독물이 가득 들어있는 단장탕이야.”오장로의 입꼬리가 귀에 걸리면서 득의양양해 말했다.“이건 묘족 마을 촌장이 우리한테 가르쳐준 건데 신선이 마셔도 살아남지 못해.”유기태가 순간 폭발했다.“쓰레기 같은 자식들, 역시 묘족 마을과 연관이 있었어.”“그러면 어떡할 건데 자기 목숨도 지키지 못한 주제에.”사장로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진서준이 죽은 다음 바로 네 차례야. 유씨 가문에 너와 진서준이 약재를 다투다 맞아 죽었다고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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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9화

오장로가 합세하면서 우세를 차지하던 유기태가 차츰 밀리기 시작했다.유기태가 두 장로의 주먹을 몇 대 맞더니 입가로 피가 주르륵 흐르면서 곤경에 처했다.진서준은 두 눈을 꼭 감고 주위에 아무 일도 없는 듯 태연하게 앉아 있었다.30초가량 지나 진서준이 천천히 눈을 뜨더니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장청결이 아주 대단해. 독약도 연화할 수 있어.”진서준이 수련한 장청결은 영기를 연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들이마신 살기마저 영기로 바꿔줄 수 있었다.그리고 심지어 극독물인 단장탕도 장청결로 연화할 수 있었다.펑 하는 소리와 함께 유기태가 사장로의 발길에 채워 바닥에 떨어졌다.유기태의 온몸은 상처투성이었고 갈비뼈도 부러졌다.진서준은 유기태를 보고 나서 다시 고개를 돌려 두 장로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야? 네가 왜 아직 살아있어?”진서준은 전혀 중독된 기색이 없이 태연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단장탕을 마시면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데 이 자식은 극독물로도 죽이지 못 한단 말인가?‘아니야. 그럴 수 없어. 이건 사람이지 괴물이 아니야.’“단장탕은 나한테 소용없어.”진서준이 평온하게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 묘족 마을의 촌장이 우리한테 직접 가르쳐준 거야.”사장로가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다.그는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만일 단장탕으로도 진서준을 죽이지 못한다면 이젠 아무 방법도 없었다.“묘족 마을의 촌장도 별거 아니란 뜻이야.”진서준이 뒷짐을 쥐고 천천히 두 장로를 향해 걸어갔다.“오지 마. 다가오지 마.”두 장로는 겁이 나 연신 뒷걸음쳤다.어제 진서준이 삼장로를 어떻게 죽였는지 기억이 생생했다.부들부들 떨고 있는 두 장로를 보면서 진서준이 가소로운 듯 말했다.“이 주제에 감히 나한테 독을 타? 가서 너희 대장로와 이장로를 불러와. 한꺼번에 정리할게.”진서준이 말하자 사장로는 처음에는 멍하더니 이내 활짝 웃으며 말했다.“네 입으로 말했어. 후회하지 마.”“사제, 넌 이곳에서 기다려. 금방 다녀올게.”말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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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그러더니 하얀 도포를 입은 노인 두 명이 걸어 나왔다.하얀 도포에는 ‘성약’이라는 두 글자가 휘장처럼 수 놓여있었다.“큰형님, 둘째 형님.”두 노인이 나타나자 사장로가 흥분하며 말했다.“왜 이렇게 떠들어? 주책머리 없이.”대장로가 불쾌한 듯 꾸짖었다.거의 한 달 동안 폐관 수련해 삼품 대종사가 눈앞까지 다가왔고 삼품 대종사가 되면 지방 랭킹 순위가 껑충 뛰어오를 수 있었다.“큰형님, 정말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사장로가 울상이 되어 설명했다.“여섯째를 죽인 그 자식이 왔어요. 그리고 이틀 전에 우리의 계획을 다 망쳐놓고 유기태를 구해갔어요. 그리고 또 어젯밤 셋째 형님이 그 자식의 손에 죽었어요...”사장로는 요 며칠 발생한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사형에게 설명했다.대장로와 이장로는 들으면 들을수록 눈이 점점 휘둥그레졌다.“그 자식한테 단장탕도 안 먹힌단 말이야?”대장로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맞아요.”사장로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그 자식이 단장탕을 마시는 걸 제가 직접 봤는데 아무 일도 없이 사지가 멀쩡해요. 너무 신기해요.”대장로가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그 자식하고 강하게 대립하면 안 돼. 그 자식이 성약당의 약재를 요구한다면 줄 수도 있는데 그전에 우리의 대진을 깨트릴 수 있는지 두고 봐야겠어.”성약곡의 뒷밭에는 대진이 진수하고 있었다.안전하게 출입하려면 대진 도장이 있어야 했고 성약당의 몇 장로만 가지고 있었다.만일 외부인이 함부로 진입하면 한 가닥의 연기로 변해버릴 수 있다.“그 자식이 아무리 대단해도 우리 선조가 남겨준 대진을 깨트릴 수 없어.”대장로가 신심이 가득 차 말했다.전에 대장로가 대진을 테스트하려다 하마터면 뒷밭에 갇혀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좋아요. 그럼 큰형님 말대로 해요.”세 사람은 상의한 뒤 함께 대청으로 왔다.“진 대가님.”아까 전의 사장로의 오만방자함이 오간 데 없이 사라졌다.진서준이 그의 뒤를 따르는 두 노자를 평온한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두 장로는 속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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