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의 모든 챕터: 챕터 471 - 챕터 480

1202 챕터

제471화

퍽퍽퍽...둔탁한 타격 소리와 함께 권해철 등 사람들은 피 안개가 나타나는 걸 보았다.지면을 보니 수많은 제자가 바닥에 누워있었다. 어떤 이들은 칼에 맞아 죽었고, 어떤 이들은 검에 베여 죽었고, 또 어떤 이들은 목이 꺾여서 죽었다.겨우 3분 사이, 화령문 반 이상의 제자들이 혈운 조직 네 사람의 손에 죽었다.짙은 피비린내가 도관 안을 가득 메웠고, 도관 전체가 붉은색 살기로 뒤덮였다.예준섭이 들고 있는 장검에서 피가 끊임없이 뚝뚝 떨어졌다.권해철과 천경문 네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예준섭을 바라보는 네 사람의 눈빛에는 분노와 두려움이 가득했다.이때 권해철은 그제야 혈운 조직이 정말로 소문처럼 잔악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다른 살아있는 제자들은 이 순간 저항할 의욕을 잃었다. 그들은 벌벌 떨면서 멍한 얼굴로 지옥과도 같은 광경을 바라보았다....“진서준 씨, 얼른 나와요. 권해철 씨 사형제들이 전부 죽게 생겼어요!”허윤진은 목욕실 문 앞에 도착해서 문을 힘껏 두드렸다.그러나 허윤진이 아무리 큰 소리로 외쳐도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허윤진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왼쪽에 창문 하나가 있는 걸 발견했다.그 창문은 나무판자와 샌드페이퍼로 만든 것인데 조금만 힘을 줘도 망가뜨릴 수 있었다.허윤진은 서둘러 나무 의자 하나를 가져와 창문 아래 내려놓고 창문을 뚫고 들어갔다.그런데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갈 때 발밑이 미끄러워 바닥에 넘어지게 되었고 옷에는 먼지가 잔뜩 묻게 되었다.허윤진은 아픈 걸 신경 쓸 새도 없이 서둘러 진서준을 찾으러 갔다.진서준이 눈을 감고 욕조 안에 있는 걸 본 그녀는 급하게 달려갔다.“진서준 씨, 수련은 그만하고 얼른 나가요. 권해철 씨랑 누렁이 모두 죽게 생겼어요!”허윤진은 너무 초조해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주먹을 너무 힘줘서 꽉 쥐는 바람에 관절이 하얗게 변했다.그러나 진서준은 마치 석상처럼 꿈쩍하지 않았다.“진서준 씨, 왜 그래요? 왜 말을 안 해요?”허윤진은 상황을 살피다가 서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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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진서준은 이 용혈과로 몸을 단련할 수만 있는 줄로 알아서 영해를 증진하는 효과가 있는 줄은 몰랐다.이때 진서준 체내의 영해는 조금 더 높아졌고 몸도 아주 단단해졌다.지금은 총알이라고 해도 진서준을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왜... 왜 옷을 안 입은 거예요?”진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허윤진은 갑자기 진서준이 나체라는 걸 발견했다.그녀는 부주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다.허윤진은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예쁘장한 얼굴은 붉어졌다. 마치 여름날 밤의 노을처럼 말이다/진서준은 서둘러 나무 욕조 안에서 뛰쳐나와 황급히 옷을 입었다.“윤진 씨,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진서준은 옷을 입은 뒤 서둘러 물었다.“혈운 조직의 네 명의 종사가 우리에게 복수하겠다고 찾아왔어요. 권해철 씨가 지금 그들과 싸우고 있는데 진서준 씨가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허윤진은 진서준이 진지하게 얘기하자 서둘러 그의 손을 잡고 도관 쪽 대전으로 달려갔다....“너희는 분명 죗값을 치를 거야!”바닥에 즐비한 시체들을 본 천경문은 가슴이 짓이기듯 아팠다.그 제자들은 화령문의 근간이었고, 그들의 아이들이기도 했다.천경문 일행은 아이들이 자라는 걸 직접 봐왔었다.그래서 제자들을 일찌감치 자기 친아들로 생각하고 있었다.그런데 그런 제자들이 예준섭 등 사람들에 의해 도륙당한 걸 보니 가슴이 찢기듯 아팠다.“다음에는 당신들 차례야!”함영식은 칼 두 자루를 들고 천경문 일행을 향해 서서히 걸어갔다.그가 쥐고 있는 갈혈도는 이미 검붉은색이 되어 있었다. 위에는 두 개의 긴 용이 그려져 있었는데 아주 흉포해 보였다. 그저 힐끗 보는 것만으로도 오한이 들었다.천경문 일행을 바라본 권해철은 비분에 찼고, 미안했다.“죄송합니다. 사형. 모두 제 탓입니다!”“네 탓이 아니다. 이건 우리가 겪어야 했던 일이었어.”천경문은 슬픔에 찬 얼굴로 탄식했다.이 순간 그는 십 년은 늙은 듯했다.다른 세 명의 장로도 마음이 무거웠다. 그들은 죽음이 두렵지 않았지만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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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분노, 슬픔, 자책... 여러가지 감정들이 진서준의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진서준은 자신의 출현으로 인해 화령문이 이렇게 큰 재앙을 겪게 될 줄은 몰랐다.조금 전 그가 폐관하지 않았더라면 상황이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몰랐다.“진 마스터님, 부디 저희 제자들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천경문은 진서준을 보자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했다.“진 마스터님, 저희 화령문 제자를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싸늘한 시선으로 예준섭 일행을 바라보았다.“오늘 당신들 모두 죽어야 해. 그리고 내친김에 혈운 조직도 없애주지.”이것은 천경문을 향한 그의 약속이자, 죽은 이들을 위한 약속이었다.진서준의 목소리는 마치 심연 속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것만 같아, 예준섭 일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우리를 죽이려면 그럴 실력이 있어야지.”진서준의 일격에 예준섭 일행은 사실 아주 놀랐다.그러나 그들에게는 물러날 길이 없었기에 목숨 걸고 진서준과 싸워야 했다.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는 아무도 몰랐다.게다가 그들은 네 명이고 진서준은 혼자였다.“같이 덤벼서 저 자식을 죽이자고!”예준섭은 소리를 지르면서 두 발을 힘껏 굴렀다. 순간 발밑의 땅이 가루가 되었다.함영식 등 세 명이 그의 뒤를 바짝 따라서 진서준을 죽이려고 들었다.네 명의 대성 종사는 기세가 엄청났다. 먼 곳에서 관전하고 있던 허윤진은 입술을 깨물면서 손가락 관절이 희게 질릴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진서준 씨, 꼭 무사해야 해요!”허윤진은 진서준을 위해 묵묵히 기도하고 있었다.기세등등한 네 명 앞에서 진서준은 천천히 손을 들어 체내의 장청의 힘을 동원했다.다음 순간, 진서준의 손바닥이 담청색으로 변했고 그의 손 뼈 또한 아주 또렷해졌다.그의 손바닥에 모여든 영기가 자주색의 번개로 변하여 네 사람을 향해 덮쳐들었다.천둥이 손에서 벗어났다. 마치 하늘 위 천둥처럼, 수백 마리의 자줏빛 뱀처럼, 예준섭 일행을 습격했다.“강기화이?”네 사람의 안색이 순식간에 달라졌다.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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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폭원단을 써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우리 넷이 저 자식을 이길 수는 없어.”변정선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폭원단을 복용하면 단기간에 네 사람의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네 사람은 원래 대성 종사라서 폭원단을 사용하면 아마 선천 대종사와 실력이 엇비슷해질 것이다.그러나 폭원단을 쓰면 큰 부작용이 있었다.예전에 유혁수가 그것을 복용했을 때 순식간에 30살 넘게 늙었다.“폭원단을 써서라도 반드시 오늘 저 자식을 죽여야 해!”네 사람은 그렇게 말한 뒤 곧바로 폭원단을 꺼냈다.권해철은 상황을 보다가 서둘러 진서준에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진 마스터님, 절대 저들이 폭원단을 복용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큰일 날 수도 있어요!”진서준은 그들을 말릴 생각이 없었다. 그는 그저 차갑게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폭원단을 복용한 뒤 예준섭 일행은 머리가 하얗게 세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스무 살 넘게 늙은 것 같아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처럼 보였다.허약하고 무기력했던 그들의 몸이 다시 전성기로 돌아왔다. 전성기보다 더 좋으면 좋았지 못하지는 않았다.쿵!폭발음과 함께 함영식은 자신의 갈혈도를 들고 빠르게 움직였다. 기세가 전보다 훨씬 더 강했다.“네 피로 이 칼을 물들이겠어!”함영식은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질렀다. 칼보다 50cm는 더 긴 듯한 붉은색 도강이 진서준을 향해 덤벼들었다.권해철은 참지 못하고 창백해진 얼굴로 몸서리를 쳤다.“혈운 조직이 이렇게 악랄할 줄이야!”네 사람은 자신의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진서준을 죽이려고 했다.마지막에 폭원단을 복용한 변정선은 한 번에 폭원단 세 알을 삼켰다.그의 실력은 폭원단으로 인해 선천 대종사와 엇비슷한 수준이 되었다.이렇게 무시무시한 진영이라면 선천 대종사라고 해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진서준은 천천히 손을 들었다. 담청색의 영기가 그의 두 손을 뒤덮었고 함영식의 두 칼을 가볍게 두드렸다.눈 깜짝할 사이에 함영식의 공격이 해결됐다.그러나 나머지 세 사람이 진서준을 에워쌌다.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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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진서준이 날아가는 순간 권해철 등 사람들은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았다.허윤진은 미친 사람처럼 진서준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무너진 대전을 향해 달려갔다. “진서준 씨, 진서준 씨! 절대 죽으면 안 돼요!”허윤진은 마음이 아파 눈물을 줄줄 흘렸다.진서준이 정말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녀도 진서준과 함께 죽을 생각이었다.변정선 등은 악랄한 표정을 지었다.“이것이 바로 네가 잘난 체한 결과야. 우리 넷이 폭원단을 먹으면 진정한 선천 대종사라고 해도 우리 손에 죽게 돼 있어. 오늘 너희를 같이 지옥으로 보내주지. 길동무가 있으니 외롭지는 않을 거야!”퍽!허윤진이 반쯤 달려갔는데 폐허더미가 갑자기 폭발했다.진서준이 폐허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서준 씨가 무사할 줄 알았어요!”허윤진은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이 났고 몸도 덜덜 떨렸다.“아직 살아있다고?”변정선이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조금 전 변정선은 온 힘을 다해 발차기를 날렸다.폭원단을 무려 세 알이나 복용했기 때문에 그 위력이 선천 대종사가 사력을 다한 일격보다 절대 약하지 않을 것이었다.“이렇게 쉽게 죽지 않을 줄 알았어.”예준섭은 차갑게 말했다.“하지만 넌 오늘 반드시 죽게 될 거야!”함영식과 하신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 들린 무기에서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진서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그의 등 뒤에 남았던 상처는 혈기의 작용 덕분에 서서히 사라졌다.조금 전 예준섭 일행과 근접전을 펼치면서 진서준은 영기를 쓰지 않고 조금 전 응집해 둔 혈해의 기운을 썼다.진서준은 영기와 비교했을 때 혈해가 훨씬 더 위력이 약하다는 점을 발견했다.조금 전 영기로 몸을 보호했다면 절대 함영식의 발차기에 상처를 입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혈해의 기운 덕에 진서준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 더 많아졌다.앞으로 정말 강적을 만나게 된다면, 영기를 다 소모한 상태에서도 혈해의 기운을 사용하여 상대와 육탄전을 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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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변정선의 발밑으로 갑자기 약 30cm 깊이의 둥근 구덩이가 생겼다. 그는 마치 독수리처럼 날쌘 몸짓으로 진서준을 향해 달려들었다.변정선의 발밑에서 강기가 넘실거렸는데 당장이라도 응집되어 실체를 가질 듯했다.조금 전 그가 시전한 공격보다 더욱 무시무시했다.독수리의 울음소리는 완전히 무장한 탱크 같았고 변정선은 곧장 진서준에게 덤볐다.그의 아래 있던 함영식은 혹시라도 변정선에게 무슨 문제가 생길까 봐 발을 구르며 빠르게 움직였다.공중에 있는 독수리를 보고도 진서준은 표정이 평온했다. 마치 중생을 바라보는 선인처럼 그의 표정에서는 슬픔도 기쁨도 보이지 않았다.그는 한 손으로 검을 쥐고 있었고 다른 한 손은 등 뒤로 가져갔다.체내의 장청의 힘이 움직이기 시작하며 천문검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이때 천문검 전체가 밤하늘처럼 되었는데 한 줄기 푸른 빛이 검 위를 맴돌고 있었다.독수리가 내려오기 직전, 진서준이 움직였다.그의 눈동자에는 별이 떠 있는 것만 같았다.검이 울부짖으면서 소리를 냈다.틱!검날이 독수리의 발톱과 부딪치면서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다음 순간, 변정선의 다리에 있던 강기가 흩어졌고, 진서준은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디며 변정선의 당황한 표정을 바라보았다. 곧 검이 마치 바람처럼 변정선의 목을 스쳐 지나갔다.죽기 직전까지 변정선은 진서준이 자신의 사력을 다한 공격을 명검으로 수박을 자르듯이렇게 쉽게 막을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도관 안에 흩뿌려졌다.그 광경에 진서준을 향해 달려들던 함영식은 넋이 나갔다.“폭원단을 세 알이나 먹은 변정선이 이렇게 쉽게 죽다니!”“정말 무시무시한 공격이었어!”사람들은 믿기 어려운 사실에 혀를 내둘렀다.반대로 검도를 위주로 수련한 예준섭은 얼굴 근육이 떨리고 있었다.“검의를 깨우쳤다니!”화진 전체를 아울러봐도 검의를 가진 자는 적어도 선천 대종사였다.평생 수련한 예준섭도 이제야 겨우 문턱을 넘었을 뿐, 검의를 장악하려면 한참 모자랐다.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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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모든 것이 고요했다.호흡 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아직 살아있는 권해철 등 사람들은 경외와 숭배 가득한 눈빛으로 대전 앞에 우뚝 서 있는 진서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허윤진은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모든 걱정이 이 순간 사라졌다.“서준 씨가 이겼어. 서준 씨가 이겼어...”25세 나이에 혈운 조직의 대성 종사 네 명을 연달아 죽였다.이러한 성과라면 진서준은 화진 무도계에서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보운산에서 이 일을 아는 사람은 몇 명밖에 없었다.허윤진은 아무데나 떠벌리고 다니지 않을 것이고 권해철도 마찬가지였다.괜히 말을 퍼뜨렸다가 혈운 조직의 사람들이 계속해 진서준에게 복수하겠다고 찾아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그렇게 되면 진서준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천경문 사형제 네 사람은 더더욱 소문을 낼 생각이 없었다. 소문을 낸다면 화령문의 체면이 깎이게 될 테니 말이다.화령문 제자들이 혈운 조직 종사들에게 학살을 당했다.비록 장로 몇 명은 살아남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화령문은 분명 줄곧 비웃음당할 것이다.“우리 문파 제자들을 위해 복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천경문은 정신을 차린 뒤 자신의 상처를 신경 쓸 새도 없이 진서준의 앞으로 가서 허리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다른 장로들도 서둘러 다가와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구해주신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권해철은 허리를 깊게 숙였다. 머리가 다리에 닿을 정도로 말이다.“저한테 감사할 필요 없어요. 이 일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저한테도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죠.”진서준은 서둘러 손을 저으며 바닥에 가득한 시체를 바라보았다. 그는 사실 많이 괴로웠다.만약 혈운 조직 사람들을 일찍이 발견했더라면 절대 이런 비참한 일이 일어나게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진서준 씨, 얼른 가서 누렁이 좀 봐줘요. 누렁이 아직 저기에 파묻혀 있어요.”허윤진이 달려와서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곧바로 바위 아래 파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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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진서준은 허윤진이 뽀뽀했던 곳을 만지작거리면서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화령문 뒷산.오장로는 이때 그의 사부가 있는 석동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기에 도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다.오장로의 사부는 아직도 폐관 중이었기에 혹시라도 그에게 방해가 될까 봐 오장로는 감히 큰 소리를 내지 못했다. 해가 저물 때쯤이 되어서야 한 사람이 동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동안이지만 머리가 하얬고 걸음이 가벼우며 걸을 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흰색 긴 옷을 입은 그에게서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사부님!”노정명을 본 오장로가 크게 외치면서 곧바로 다가가서 예를 갖췄다.“알고 있다. 호산대진이 파괴되었지.”노정명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호산대진이 파괴되었을 때 노정명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그는 새로운 경지에 이르는 중요한 단계에 놓여 있었기에 출관할 수가 없었다.다행히도 오늘은 날이 저물기 전에 다행히도 새로운 경지에 이르러 영선경 1품이 되었다.“얼른 사문으로 돌아가자. 자꾸만 불길한 예감이 드는구나.”노정명은 불안한 마음으로 저 멀리 있는 도관을 바라보았다.그는 도관 상공에서 붉은색의 살기가 떠다니는 것이 보이는 듯했다.두 사람은 빠르게 움직여 30분 만에 도관 후문에 도착했다.이때 도관 안에서는 불길이 피어오르고 있었다.“설마 도적놈이 도관을 태우려는 걸까요?”그 광경에 오장로는 깜짝 놀랐다.“아니, 피비린내가 나는구나. 그것도 아주 짙은 피비린내가.”노정명은 재빨리 도관 안으로 들어갔다.도관 안에 들어선 노정명은 동공이 심하게 떨렸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아수라장이 된 도관을 바라보았다.웅장하던 대전은 폐허가 되어 있었고 그 폐허 앞에는 사람 몇 명과 산 아래서 지내는 짐승이 서 있었다.발소리를 들은 천경문 등 사람들은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사부님!”노정명을 발견한 천경문은 서둘러 그를 맞이했다. 그의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했다.“어떻게 된 일이냐? 도관이 왜 이 모양이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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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노정명의 시선이 진서준의 허리춤에 있는 천기 옥패로 향하는 순간, 노정명은 흠칫하면서 눈을 빛냈다. 그러나 그 빛은 곧 사라졌고 노정명은 곧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하지만 진서준은 노정명의 표정 변화를 전부 눈에 담았다. 그는 내심 기뻐했다.“우선 제자들의 시체부터 처리해. 난 이분과 나눌 얘기가 있다.”노정명이 갑자기 말했다.권해철은 순간 안색이 달라졌다. 그는 노정명이 진서준을 공격하려는 건 줄로 알았다.“사부님, 이 일은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탓하려면 저를 탓하세요!”노정명은 차갑게 호통을 쳤다.“내가 언제 손을 쓰겠다고 했니? 넌 어서 떠나. 잠시 뒤에 너와 결판을 낼 거다.”천경문 등 사람들은 조금 의아했다. 그러나 이것은 노정명의 명령이었기에 따르지 않을 수가 없어서 곧바로 그곳을 떠났다.“윤진 씨, 윤진 씨는 누렁이의 상처부터 살펴봐요.”진서준이 갑자기 허윤진에게 말했다.“네, 조심해요.”허윤진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진서준을 힐끗 본 뒤 몸을 돌려 떠났다.“노정명, 각주님을 뵙습니다!”노정명은 진서준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이면서 정중하게 말했다.진서준은 조금 전 노정명의 작은 변화를 보았었다. 노정명도 아마 천기각의 사람일 테니 놀랄 건 없었기에 진서준은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예의 차리실 필요 없습니다.”노정명은 허리를 편 뒤 공손하게 물었다.“각주님, 구창욱 씨 몸은 어떠십니까?”“어르신이요? 아주 정정하십니다.”구창욱이 감옥에서 술을 마시고 닭고기를 먹던 모습을 떠올린 진서준은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감옥에서 그렇게 자유롭고 제멋대로인 사람은 구창욱이 유일할 것이다.“저희 사부님과는 어떻게 아시게 된 겁니까?”진서준이 노정명을 바라보며 물었다.“저와 구창욱 씨는 수십 년 전 알게 되었습니다.”노정명은 계속해 설명했다.“저도 구창욱 씨의 가르침을 받아서 이 정도 실력을 얻게 된 겁니다. 2년 전 구창ㅇ욱 어르신께서는 직접 화령문에 온 적도 있습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자 안색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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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금지 구역 내부에는 구창욱 씨가 직접 설치한 진법이 있습니다. 그걸 파괴하는 건 그리 쉽지 않을 겁니다.”진서준도 노정명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일단은 하루 쉬고 다음 날 다시 가보려고 했다....서울 허씨 일가 별장.“아줌마, 서라 씨 평소 집에 늦게 들어오나요?”허사연은 조희선을 바라보았다.“아니, 평소에는 별로 외출하지 않아. 외출한다고 해도 날이 저물기 전에는 꼭 돌아와.”조희선도 이상함을 느꼈다.이미 저녁 열 시가 되었는데 진서라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아줌마, 서라 씨 언제 별장을 떠났죠?”허사연이 물었다.“네 시쯤이었던 것 같아. 주방에서 요리를 하다가 전화를 받더니 급하게 나가더라고.”조희선의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설마 서라가 위험한 상황에 처한 건 아니겠지?”진서준은 오늘 떠났다. 만약 진서라가 오늘 위험에 처한다면 조희선은 진서준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아줌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 진서라 씨를 찾아보라고 할게요!”허사연은 곧바로 강성철과 도진수에게 연락하여 진서라의 행방을 알아보라고 했다.동시에 허사연은 회사 사람들까지 동원했다.하지만 이때 진서라는 이미 서울에 있지 않았다. 그녀는 유지수가 파견한 사람들에게 납치당했다.“서라야, 오랜만이야.”두 사람은 유지수의 별장에서 만났다.당시 유지수와 진서준이 연애할 때 진서라와 유지수는 몇 번 만난 적이 있었고 진서라는 유지수를 굉장히 존경했었다.앞으로 그녀의 올케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진서준이 유지수 때문에 감옥에 가게 될 줄은 몰랐다.유지수는 진서준이 감옥에 간 뒤로 곧바로 그와 헤어지고 이지성과 만났다.현재 진서라는 유지수가 죽도록 미웠다.“유지수 씨, 절 놓아주는 게 좋을 거예요. 우리 오빠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신 큰일 나요.”진서라는 유지수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진서준은 서울에 있지도 않은데 네가 납치당한 걸 어떻게 알겠어?”유지수는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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