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고요했다.호흡 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아직 살아있는 권해철 등 사람들은 경외와 숭배 가득한 눈빛으로 대전 앞에 우뚝 서 있는 진서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허윤진은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모든 걱정이 이 순간 사라졌다.“서준 씨가 이겼어. 서준 씨가 이겼어...”25세 나이에 혈운 조직의 대성 종사 네 명을 연달아 죽였다.이러한 성과라면 진서준은 화진 무도계에서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보운산에서 이 일을 아는 사람은 몇 명밖에 없었다.허윤진은 아무데나 떠벌리고 다니지 않을 것이고 권해철도 마찬가지였다.괜히 말을 퍼뜨렸다가 혈운 조직의 사람들이 계속해 진서준에게 복수하겠다고 찾아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그렇게 되면 진서준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천경문 사형제 네 사람은 더더욱 소문을 낼 생각이 없었다. 소문을 낸다면 화령문의 체면이 깎이게 될 테니 말이다.화령문 제자들이 혈운 조직 종사들에게 학살을 당했다.비록 장로 몇 명은 살아남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화령문은 분명 줄곧 비웃음당할 것이다.“우리 문파 제자들을 위해 복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천경문은 정신을 차린 뒤 자신의 상처를 신경 쓸 새도 없이 진서준의 앞으로 가서 허리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다른 장로들도 서둘러 다가와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구해주신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권해철은 허리를 깊게 숙였다. 머리가 다리에 닿을 정도로 말이다.“저한테 감사할 필요 없어요. 이 일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저한테도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죠.”진서준은 서둘러 손을 저으며 바닥에 가득한 시체를 바라보았다. 그는 사실 많이 괴로웠다.만약 혈운 조직 사람들을 일찍이 발견했더라면 절대 이런 비참한 일이 일어나게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진서준 씨, 얼른 가서 누렁이 좀 봐줘요. 누렁이 아직 저기에 파묻혀 있어요.”허윤진이 달려와서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곧바로 바위 아래 파묻
진서준은 허윤진이 뽀뽀했던 곳을 만지작거리면서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화령문 뒷산.오장로는 이때 그의 사부가 있는 석동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기에 도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다.오장로의 사부는 아직도 폐관 중이었기에 혹시라도 그에게 방해가 될까 봐 오장로는 감히 큰 소리를 내지 못했다. 해가 저물 때쯤이 되어서야 한 사람이 동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동안이지만 머리가 하얬고 걸음이 가벼우며 걸을 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흰색 긴 옷을 입은 그에게서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사부님!”노정명을 본 오장로가 크게 외치면서 곧바로 다가가서 예를 갖췄다.“알고 있다. 호산대진이 파괴되었지.”노정명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호산대진이 파괴되었을 때 노정명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그는 새로운 경지에 이르는 중요한 단계에 놓여 있었기에 출관할 수가 없었다.다행히도 오늘은 날이 저물기 전에 다행히도 새로운 경지에 이르러 영선경 1품이 되었다.“얼른 사문으로 돌아가자. 자꾸만 불길한 예감이 드는구나.”노정명은 불안한 마음으로 저 멀리 있는 도관을 바라보았다.그는 도관 상공에서 붉은색의 살기가 떠다니는 것이 보이는 듯했다.두 사람은 빠르게 움직여 30분 만에 도관 후문에 도착했다.이때 도관 안에서는 불길이 피어오르고 있었다.“설마 도적놈이 도관을 태우려는 걸까요?”그 광경에 오장로는 깜짝 놀랐다.“아니, 피비린내가 나는구나. 그것도 아주 짙은 피비린내가.”노정명은 재빨리 도관 안으로 들어갔다.도관 안에 들어선 노정명은 동공이 심하게 떨렸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아수라장이 된 도관을 바라보았다.웅장하던 대전은 폐허가 되어 있었고 그 폐허 앞에는 사람 몇 명과 산 아래서 지내는 짐승이 서 있었다.발소리를 들은 천경문 등 사람들은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사부님!”노정명을 발견한 천경문은 서둘러 그를 맞이했다. 그의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했다.“어떻게 된 일이냐? 도관이 왜 이 모양이 된
노정명의 시선이 진서준의 허리춤에 있는 천기 옥패로 향하는 순간, 노정명은 흠칫하면서 눈을 빛냈다. 그러나 그 빛은 곧 사라졌고 노정명은 곧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하지만 진서준은 노정명의 표정 변화를 전부 눈에 담았다. 그는 내심 기뻐했다.“우선 제자들의 시체부터 처리해. 난 이분과 나눌 얘기가 있다.”노정명이 갑자기 말했다.권해철은 순간 안색이 달라졌다. 그는 노정명이 진서준을 공격하려는 건 줄로 알았다.“사부님, 이 일은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탓하려면 저를 탓하세요!”노정명은 차갑게 호통을 쳤다.“내가 언제 손을 쓰겠다고 했니? 넌 어서 떠나. 잠시 뒤에 너와 결판을 낼 거다.”천경문 등 사람들은 조금 의아했다. 그러나 이것은 노정명의 명령이었기에 따르지 않을 수가 없어서 곧바로 그곳을 떠났다.“윤진 씨, 윤진 씨는 누렁이의 상처부터 살펴봐요.”진서준이 갑자기 허윤진에게 말했다.“네, 조심해요.”허윤진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진서준을 힐끗 본 뒤 몸을 돌려 떠났다.“노정명, 각주님을 뵙습니다!”노정명은 진서준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이면서 정중하게 말했다.진서준은 조금 전 노정명의 작은 변화를 보았었다. 노정명도 아마 천기각의 사람일 테니 놀랄 건 없었기에 진서준은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예의 차리실 필요 없습니다.”노정명은 허리를 편 뒤 공손하게 물었다.“각주님, 구창욱 씨 몸은 어떠십니까?”“어르신이요? 아주 정정하십니다.”구창욱이 감옥에서 술을 마시고 닭고기를 먹던 모습을 떠올린 진서준은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감옥에서 그렇게 자유롭고 제멋대로인 사람은 구창욱이 유일할 것이다.“저희 사부님과는 어떻게 아시게 된 겁니까?”진서준이 노정명을 바라보며 물었다.“저와 구창욱 씨는 수십 년 전 알게 되었습니다.”노정명은 계속해 설명했다.“저도 구창욱 씨의 가르침을 받아서 이 정도 실력을 얻게 된 겁니다. 2년 전 구창ㅇ욱 어르신께서는 직접 화령문에 온 적도 있습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자 안색이 달라
“금지 구역 내부에는 구창욱 씨가 직접 설치한 진법이 있습니다. 그걸 파괴하는 건 그리 쉽지 않을 겁니다.”진서준도 노정명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일단은 하루 쉬고 다음 날 다시 가보려고 했다....서울 허씨 일가 별장.“아줌마, 서라 씨 평소 집에 늦게 들어오나요?”허사연은 조희선을 바라보았다.“아니, 평소에는 별로 외출하지 않아. 외출한다고 해도 날이 저물기 전에는 꼭 돌아와.”조희선도 이상함을 느꼈다.이미 저녁 열 시가 되었는데 진서라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아줌마, 서라 씨 언제 별장을 떠났죠?”허사연이 물었다.“네 시쯤이었던 것 같아. 주방에서 요리를 하다가 전화를 받더니 급하게 나가더라고.”조희선의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설마 서라가 위험한 상황에 처한 건 아니겠지?”진서준은 오늘 떠났다. 만약 진서라가 오늘 위험에 처한다면 조희선은 진서준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아줌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 진서라 씨를 찾아보라고 할게요!”허사연은 곧바로 강성철과 도진수에게 연락하여 진서라의 행방을 알아보라고 했다.동시에 허사연은 회사 사람들까지 동원했다.하지만 이때 진서라는 이미 서울에 있지 않았다. 그녀는 유지수가 파견한 사람들에게 납치당했다.“서라야, 오랜만이야.”두 사람은 유지수의 별장에서 만났다.당시 유지수와 진서준이 연애할 때 진서라와 유지수는 몇 번 만난 적이 있었고 진서라는 유지수를 굉장히 존경했었다.앞으로 그녀의 올케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진서준이 유지수 때문에 감옥에 가게 될 줄은 몰랐다.유지수는 진서준이 감옥에 간 뒤로 곧바로 그와 헤어지고 이지성과 만났다.현재 진서라는 유지수가 죽도록 미웠다.“유지수 씨, 절 놓아주는 게 좋을 거예요. 우리 오빠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신 큰일 나요.”진서라는 유지수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진서준은 서울에 있지도 않은데 네가 납치당한 걸 어떻게 알겠어?”유지수는 웃으며 말했다.
서울 병원 안.부시장 서정훈은 심해윤과 함께 백발이 성성한 노인을 응접하고 있었다.서정훈과 심해윤 두 사람이 직접 응접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신분이 간단치 않을 것이었다.“남 선생님, 저희 못난 아들 꼭 잘 치료해 주십시오!”서정훈은 남경석을 바라보며 정중하게 말했다.“서정훈 씨,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환자를 치료하는 건 의사로서 당연한 일인데요.”남경석은 덤덤히 웃었다.서정훈과 심해윤은 매우 기뻤다. 그들은 진서준처럼 좋은 신의를 또 만났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이어진 남경석의 말에 두 사람은 당황했다.“하지만 저희 성약당에는 치료를 하면 반드시 치료비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전 성약당의 장로지만 장로인 저도 그 규정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남경석은 태연하게 말했다.“선생님 말씀대로 제가 두둑이 준비해 놓겠습니다.”서정훈은 그 말에 사실 굉장히 불쾌했다.사람을 치료하기도 전에 돈부터 달라니.그러나 병원을 생각해 보면 꽤 일리 있는 것 같기도 했다.“네, 그러면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 선물을 가져오라고 하겠습니다.”서정훈은 곧바로 비서에게 연락하여 예전에 샀었던 비싼 술과 미리 준비해 둔 6,000만 원을 가져오라고 했다.6,000만 원이면 두 사람의 몇 년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었다.이내 비서가 도착했다.“남 선생님, 이 술은 제가 삼십 년 넘게 소장한 술입니다. 엄청 비싼 술은 아니지만 보기 드문 술입니다. 그리고 이건 진료비입니다. 부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서정훈은 그것들을 남경석의 앞에 놓았다.남경석은 볼품없어 보이는 선물을 보더니 표정이 바로 달라졌다.“서정훈 씨, 저희 성약당의 규칙을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그 질문에 서정훈은 당황했다.그는 성약당의 규칙을 정말로 몰랐다. 심지어 성약당이라는 것도 부영권을 통해 알게 된 것이었다.“모릅니다. 제게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서정훈이 말했다.남경석은 말은 하지 않고 손가락 두 개를 내밀었다.그 손가락을 본 순간
서정훈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갛게 되었다. 그는 서현욱의 뺨을 두 대 세게 때렸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 그렇게 타일러도 말을 듣지 않으니 이 꼴이 된 거라고!”“아버지, 절 때려 죽어도 제 병은 낫지 않으니 얼른 가서 돈이라도 빌리세요!”서현욱이 울면서 말했다.“여보, 허씨 일가를 찾아가서 돈을 빌려볼까요?”심해윤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서현욱과 허성태는 사이가 꽤 좋은 편이었다.비록 허씨 일가는 돈이 모자라지 않았고 2억은 그들에게 절대 큰 숫자가 아니었다.서정훈은 비록 화가 났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기에 허성태에게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이 빌어먹을 놈, 병이 나은 뒤에도 또 밖에서 망나니 짓을 하고 다니면 때려서 죽일 줄 알아!”서현욱을 한 대 세게 걷어찬 뒤 서정훈은 서둘러 비서에게 허씨 일가로 가자고 했다.가는 길에 서정훈은 미리 허성태에게 연락했다.“성태야, 자고 있던 건 아니지?”서정훈이 물었다.서정훈은 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서정훈에게서 걸려 온 전화라서 안 받을 수가 없었다.“아니, 무슨 일 있어?”허성태가 서둘러 물었다.“다른 건 아니고 개인적인 부탁을 하나 하고 싶은데...”서정훈이 말했다.“개인적인 일? 어떤 일 말이야?”허성태는 보기 드문 일이라며 속으로 혀를 찼다.그와 서정훈은 십 년 넘게 우정을 유지해 왔는데 서정훈은 단 한 번도 사적인 일로 그를 찾아본 적이 없었다.“만나서 얘기해. 이제 곧 너희 집에 도착할 거야.”“그래, 마중 나갈게.”전화를 끊은 뒤 허성태는 서둘러 옷을 입은 뒤 허사연을 불렀다.“왜 그래요, 아빠?”허사연은 지금까지 진서라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한 상태라 기분이 조금 좋지 않았다.“정훈 아저씨가 곧 우리 집에 도착할 테니 나랑 같이 마중 나가자.”허성태가 말했다.“네? 정훈 아저씨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우리 집에는 웬일이래요?”허사연은 깜짝 놀랐다.“모르겠어. 개인적인 일이라고 하던데.”부녀 두 사람은 별장 입구에 도착해서 서정훈이 도착하기를
허사연은 원래 성약당 장로를 찾아서 진서준 어머니의 다리 치료를 부탁드릴 생각이었다.성약당 장로가 조희선의 다리를 치료한다면 진서준은 돌아온 뒤에 분명 무척 기뻐한 것이다.“아저씨, 그 사람 정말 성약당 장로 맞나요?”허사연이 서둘러 물었다.“맞아. 내 비서가 직접 고양시에 있는 한씨 집안을 찾아서 모셔 온 사람이야.”서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장로가 아저씨 아들의 병을 치료하고 나면 조희선 아줌마 다리 치료를 부탁드려도 될까요?”서정훈은 허사연이 말한 조희선 아줌마가 누군지 몰라서 물었다.“그분은 누구시니?”“진서준 씨 어머니세요. 아줌마는 2년 전 빌어먹을 놈들에 의해 두 다리를 다치셨어요. 진서준 씨도 치료할 수 없다고 해요.”허사연이 말했다.“이번에 서준 씨가 서울을 떠난 것도 어머니의 다리를 치료하는 데 필요한 약재를 얻기 위해서예요.”허사연의 설명을 들은 서정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그래도 되지. 돌아간 뒤에 그 남 선생님께 얘기해 둘게.”서정훈은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하지만 아마 거액의 진료비를 요구할 거야. 마음의 준비를 해둬.”허사연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아줌마의 다리를 치료할 수만 있다면 돈은 얼마나 들든 상관없어요!”허사연이 그렇게 말하자 서정훈은 웃으며 허성태의 어깨를 두드렸다.“사연이가 서준 선생님이랑 남다른 사이인가 봐!”허성태도 웃으며 말했다.“둘 사이 일에 나는 끼어들지 않아.”어른들이 그렇게 장난을 치자 허사연은 얼굴이 아주 붉어졌고 곧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우리 집 그 불효자는 언제쯤이면 사연이처럼 좋은 여자를 만날지 모르겠어. 그렇게 된다면 나도 우리 아내도 죽을 때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을 텐데 말이야.”서정훈은 자기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그는 서현욱이 이번 병으로 인해 조금은 달라지기를 바랐다.곧 허씨 일가 경호원이 검은색 캐리어를 들고 왔다.“안에 2억이 들어있습니다.”“성태야, 정말 너무 고마워. 이 돈은 내가 최대한 빨리
허사연은 사실 많이 화가 났지만 서정훈이 가차 없이 서현욱의 뺨을 힘껏 때리는 걸 보고 별말 하지 않았다.뺨을 맞은 서현욱은 많이 조용해졌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곁눈질로 허사연을 훔쳐보고 있었다.“남 선생님, 여기 2억입니다. 확인해 보세요!”서현욱이 상자를 탁자 위에 올려뒀다.남경석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와 함께 온 제자가 캐리어를 열었다.안에 든 현금을 본 남경석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이제 아드님 병을 치료해 줄게요.”그들은 병실 앞에 도착했다. 남경석은 일단 다른 사람들은 다 나가게 한 뒤 서현욱과 함께 둘만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바지 벗어요.”서현욱은 그 말을 듣고 서둘러 바지를 벗었다.남경석은 쭉 살피고는 서현욱의 맥을 짚었다.맥이 정상인 걸 확인한 뒤 남경석은 체내의 강기를 이용해 다시 찾기 시작했다.남경석은 이번에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강기 같은 기체가 서현욱의 하체에 있는 경맥을 막은 것 같았다.그래서 서현욱의 하체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이걸 치료하려면 반드시 막힌 경맥을 뚫어야 했다.“참아요. 지금부터 치료 시작할 겁니다.”서현욱은 서둘러 눈을 감은 뒤 이를 악물었다.남경석이 체내의 강기를 이용하자 서현욱은 자신의 체내에 아주 강렬한 기류가 날뛰고 있음을 느꼈다.기류가 움직이는 속도는 아주 빨랐다. 심지어 화끈거리는 느낌도 느껴졌다.그 기류는 바로 남경석의 강기였다.“흐...”서현욱은 아파서 얼굴을 사정없이 일그러뜨렸지만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좋아하는 여자가 병실 밖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허사연에게 자신의 볼품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정작 허사연은 그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남경석의 강기가 진서준이 남긴 영기와 부딪혔을 때, 마치 화성과 지구가 충돌하는 것 같았다.계속 참고 있던 서현욱은 결국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그 비명을 들은 서정훈과 심해윤은 병실 밖에서 초조해졌다.“여보, 무슨 일 일어난 건 아니겠죠?”심해윤이 긴장한 듯 말했다.“그럴 리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