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사연은 원래 성약당 장로를 찾아서 진서준 어머니의 다리 치료를 부탁드릴 생각이었다.성약당 장로가 조희선의 다리를 치료한다면 진서준은 돌아온 뒤에 분명 무척 기뻐한 것이다.“아저씨, 그 사람 정말 성약당 장로 맞나요?”허사연이 서둘러 물었다.“맞아. 내 비서가 직접 고양시에 있는 한씨 집안을 찾아서 모셔 온 사람이야.”서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장로가 아저씨 아들의 병을 치료하고 나면 조희선 아줌마 다리 치료를 부탁드려도 될까요?”서정훈은 허사연이 말한 조희선 아줌마가 누군지 몰라서 물었다.“그분은 누구시니?”“진서준 씨 어머니세요. 아줌마는 2년 전 빌어먹을 놈들에 의해 두 다리를 다치셨어요. 진서준 씨도 치료할 수 없다고 해요.”허사연이 말했다.“이번에 서준 씨가 서울을 떠난 것도 어머니의 다리를 치료하는 데 필요한 약재를 얻기 위해서예요.”허사연의 설명을 들은 서정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그래도 되지. 돌아간 뒤에 그 남 선생님께 얘기해 둘게.”서정훈은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하지만 아마 거액의 진료비를 요구할 거야. 마음의 준비를 해둬.”허사연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아줌마의 다리를 치료할 수만 있다면 돈은 얼마나 들든 상관없어요!”허사연이 그렇게 말하자 서정훈은 웃으며 허성태의 어깨를 두드렸다.“사연이가 서준 선생님이랑 남다른 사이인가 봐!”허성태도 웃으며 말했다.“둘 사이 일에 나는 끼어들지 않아.”어른들이 그렇게 장난을 치자 허사연은 얼굴이 아주 붉어졌고 곧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우리 집 그 불효자는 언제쯤이면 사연이처럼 좋은 여자를 만날지 모르겠어. 그렇게 된다면 나도 우리 아내도 죽을 때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을 텐데 말이야.”서정훈은 자기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그는 서현욱이 이번 병으로 인해 조금은 달라지기를 바랐다.곧 허씨 일가 경호원이 검은색 캐리어를 들고 왔다.“안에 2억이 들어있습니다.”“성태야, 정말 너무 고마워. 이 돈은 내가 최대한 빨리
허사연은 사실 많이 화가 났지만 서정훈이 가차 없이 서현욱의 뺨을 힘껏 때리는 걸 보고 별말 하지 않았다.뺨을 맞은 서현욱은 많이 조용해졌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곁눈질로 허사연을 훔쳐보고 있었다.“남 선생님, 여기 2억입니다. 확인해 보세요!”서현욱이 상자를 탁자 위에 올려뒀다.남경석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와 함께 온 제자가 캐리어를 열었다.안에 든 현금을 본 남경석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이제 아드님 병을 치료해 줄게요.”그들은 병실 앞에 도착했다. 남경석은 일단 다른 사람들은 다 나가게 한 뒤 서현욱과 함께 둘만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바지 벗어요.”서현욱은 그 말을 듣고 서둘러 바지를 벗었다.남경석은 쭉 살피고는 서현욱의 맥을 짚었다.맥이 정상인 걸 확인한 뒤 남경석은 체내의 강기를 이용해 다시 찾기 시작했다.남경석은 이번에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강기 같은 기체가 서현욱의 하체에 있는 경맥을 막은 것 같았다.그래서 서현욱의 하체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이걸 치료하려면 반드시 막힌 경맥을 뚫어야 했다.“참아요. 지금부터 치료 시작할 겁니다.”서현욱은 서둘러 눈을 감은 뒤 이를 악물었다.남경석이 체내의 강기를 이용하자 서현욱은 자신의 체내에 아주 강렬한 기류가 날뛰고 있음을 느꼈다.기류가 움직이는 속도는 아주 빨랐다. 심지어 화끈거리는 느낌도 느껴졌다.그 기류는 바로 남경석의 강기였다.“흐...”서현욱은 아파서 얼굴을 사정없이 일그러뜨렸지만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좋아하는 여자가 병실 밖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허사연에게 자신의 볼품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정작 허사연은 그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남경석의 강기가 진서준이 남긴 영기와 부딪혔을 때, 마치 화성과 지구가 충돌하는 것 같았다.계속 참고 있던 서현욱은 결국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그 비명을 들은 서정훈과 심해윤은 병실 밖에서 초조해졌다.“여보, 무슨 일 일어난 건 아니겠죠?”심해윤이 긴장한 듯 말했다.“그럴 리 없어.
병실 문을 열고 서현욱은 크게 소리쳤다.“아버지, 저 나았어요. 완전히 나았어요!”서현욱은 무척 흥분했다. 그는 온 세상에 이 소식을 알리고 싶었다.“그걸 왜 그렇게 떠들어 대는 거야? 안 창피해?”서정훈은 내심 기뻤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서현욱을 나무랐다.서정훈의 말을 들은 서현욱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곧 허사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사연 씨, 남 선생님이 제 병을 고쳐주셨어요...”“치료 끝났으면 꺼져. 여기서 방해하지 말고!”서정훈은 서현욱을 걷어차면서 그의 말허리를 차갑게 잘랐다.서현욱도 병원을 떠날 생각이었다. 조금 전 약 두 알을 먹어서 풀 곳이 필요했다.“지금 당장 갈게요!”서현욱은 허사연에게 인사를 건넨 뒤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후다닥 떠났다.“남 선생님, 저랑 어디 좀 가주시겠어요? 남 선생님 도움이 필요한 환자 한 분이 있거든요!”허사연은 서둘러 다가가 기대에 찬 얼굴로 말했다.“돈은 얼마나 들든 문제없어요. 그분 다리만 치료해 주신다면요!”남경석은 허사연을 힐긋 보았다. 옷차림이 남다른 걸 보니 있는 집 자식 같았다.“치료해 줄 수는 있지만 오늘은 안 됩니다.”남경석은 피곤한 얼굴이었다.“조금 전 저 환자의 병을 치료하느라 힘을 많이 뺐거든요. 적어도 하루는 쉬어야 해요.”남경석은 체내의 강기를 거의 다 소모했다. 그런데 지금 허사연을 따라 다른 환자를 치료하러 간다면 기절할지도 몰랐다.허사연은 남경석이 확실히 힘이 없어 보이자 이렇게 말했다.“그러면 연락처 남겨주시겠어요? 내일 다시 연락드릴게요.”“네.”남경석은 제자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주라고 한 뒤 병원을 떠났다.허사연은 무척 들떴다.내일이면 조희선의 다리를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사연아, 내가 비서에게 널 바래다주라고 할게.”서정훈이 허사연에게 말했다.“네, 그러면 신세 좀 질게요.”“신세는 무슨, 내가 오히려 신세를 졌지.”서정훈은 쓴웃음을 지었다.서정훈과 허성태의 사이가 좋은 편이라 다행이었다
백 년 이상 수련한 맹수는 영성이 있어 낮은 수준의 수결을 배울 수 있었다.누렁이는 보운산에서 백 년을 지냈고 용혈과를 먹은 적도 있기에 영성도, 깨닫는 능력도 다른 영수들에 비해 훨씬 뛰어났다.진서준이 누렁이에게 가르쳐준 첫 번째 수결은 바로 자신의 몸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공법이었다.이 공법을 통해 누렁이는 자신의 몸집을 조절할 수 있었다. 누렁이는 2미터 크기에서 50cm 크기로 변했다.하지만 무게는 변하지 않는다. 몸집은 작아져도 허윤진은 누렁이를 안을 수 없었다.밤새워 연습한 덕에 누렁이는 드디어 수결을 터득했다.그래서 2m 크기에서 50cm 정도로 줄어들었다.“이렇게 보니까 정말 강아지 같네.”진서준은 누렁이를 보면서 크게 웃으며 말했다.누렁이는 조금 원망스러운 눈길을 했다. 마치 강아지 같은 걸 어떻게 자기랑 비교할 수 있냐는 듯 말이다.진서준은 잠기운이 몰려와서 몸을 돌려 자러 갔다....고양시.유건우, 유지수의 남동생.그는 유씨 가문 회사에서 한 팀의 팀장을 맡고 있었다.그러나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여자 직원들을 성추행하기 일쑤였다.“우리 누나는?”유지수의 별장 문 앞에 도착한 유건우는 경호원 두 명이 문 앞을 지키고 있자 곧바로 물었다.“사모님은 안 계십니다.”“누나가 여기 없는데 너희들은 뭘 지키고 있는 거야?”유건우가 물었다.“안에 아주 중요한 사람이 있거든요. 사모님께서 잘 감시하라고 하셨습니다.”“누군데? 남자야? 아니면 여자야?”“여자입니다.”여자라는 말에 유건우는 곧바로 흥미가 생겼다.“내가 들어가 볼게.”“죄송하지만 사모님께서 절대 그 여자에게 손을 대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한 경호원이 말했다.“알겠어, 알겠어...”유건우는 그들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난 사모님한테 연락할 테니까 넌 유건우 씨를 지켜봐.”낮에 유지수는 두 사람에게 말했었다.혹시라도 진서라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들의 가족까지 전부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다급한 나머지 진서라는 침대 옆 스탠드 조명을 들어 윤건우의 머리를 힘껏 쳤다.순간 유건우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렸다.유건우는 서둘러 손으로 머리를 만져봤고 피가 흐르는 걸 보고는 버럭 화를 냈다.“이 빌어먹을 X이 감히 내 머리를 쳐? 오늘 내가 단단히 혼내줄 거야!”유건우는 눈이 벌게져서는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이 마치 화가 난 들개 같았다.그는 진서라가 들고 있던 스탠드 조명을 빼앗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곧이어 그는 미친 듯이 진서라의 옷을 찢기 시작했다.“도련님, 안 됩니다!”경호원이 서둘러 그를 막으려 했다.“넌 꺼져!”유건우는 화를 내면서 소리를 질렀고 경호원의 배를 걷어찼다.경호원은 맞고 싶지 않아서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유건우, 내 말을 귓등으로 듣네!”단단히 화가 난 목소리가 침실 밖에서 들려왔다.그 목소리에 유건우는 움찔하면서 움직이던 손을 멈췄다.유지수는 단단히 화가 난 얼굴로 걸어 들어와서 유건우의 뺨을 힘껏 때렸다.“저 두 사람이 절대 이 여자에게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안 한 거야?”유지수는 유건우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누나, 여자 한 명일 뿐인데 뭘 그리 화를 내? 난 누나 친구랑도 잔 적이 있는데 말이야!”유건우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2년 전, 유건우는 장혜윤이 예쁘장하게 생긴 것 같자 나쁜 마음을 품고 그녀에게 약을 먹여서 적절치 않은 행위를 했다.그 일이 있는 뒤로 장혜윤은 신고하겠다고 난리를 치는 대신에 앞으로는 절대 그러면 안 된다고 그에게 경고했다.유지수도 그 일을 알게 되었지만 별말 하지 않았다.“얘는 장혜연이랑은 달라!”유지수는 화를 내며 말했다.“뭐가 다르다는 거야? 장혜윤보다 조금 더 예쁘기만 하네, 뭐.”유건우는 내키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뭐 대단한 집안 딸이라도 돼?”유지수는 유건우를 노려보면서 버럭 화를 냈다.“너 당장 꺼져!”“쳇, 알겠어. 간다, 가. 대신에 4억 줘.”유건우는 손을 뻗으며 유지수에게 돈을 달라고 했다.유건우가 4억을
“아까는 내가 헛소리한 거야. 신경 쓰지 마, 누나.”어떤 말들은 진짜 다급할 때만 하게 된다.유지수는 유건우가 헛소리를 했다는 걸 믿지 않았다. 그녀는 부모님이 자신에게 유독 냉담히 군다는 걸 은근히 느끼고 있었다.원래 유지수는 부모님이 딸보다 아들을 더 좋아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 이유가 아닌 듯했다.“난 사실을 알고 싶을 뿐이야. 얘기하지 않는다면 사람을 시켜 네 다리를 부러뜨릴 줄 알아.”유지수는 유건우를 협박했다.유건우는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조금만 위협해도 자기 여자 친구까지 가져다 바칠 사람이었다.역시나 유지수가 조금 위협하자 유건우은 겁을 먹고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때리지 마, 때리지 마. 얘기할게!”유건우가 말했다.“사실 누나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 친딸이 아니야. 누나를 데려왔을 때 우리 어머니는 날 임신하기도 전이었어. 그때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이를 갖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그러던 어느 날 밤 퇴근하던 길에 어머니가 길가에 버려졌던 누나를 발견한 거야. 그래서 누나를 데리고 왔지. 그런데 그러고 나서 반년도 안 돼 어머니는 날 임신했다는 걸 알게 되었어. 하지만 그때는 이미 누나에게 정이 붙은 상태라서 차마 누나를 버리지 못했어.”유지수는 그 말을 듣자 안색이 아주 어두워졌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누나, 이건 아버지랑 어머니가 나한테 알려준 거야.”유건우가 말했다.“믿기지 않는다면 직접 물어보든가.”유지수는 유건우의 말을 믿었다.유건우의 머리로는 이런 이야기를 짤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제야 이 사실을 알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들이 줄곧 자신을 속여왔다는 생각에 유지수는 괴로웠다.“네 말을 믿어.”유지수는 차갑게 말했다.“그러면 됐어. 비록 누나가 내 친누나는 아니지만 난 줄곧 누나를 내 친누나처럼 여겼어. 아버지랑 어머니도 그렇고.”유건우는 유지수의 말투에 날이 서 있자 서둘러 말했다.현재 유씨 일가를 먹여 살리는
아침 식사 때 허윤진은 놀랐다.“서준 씨, 누렁이 왜 갑자기 작아졌어요? 서준 씨가 한 거예요?”“네. 하지만 체중은 변하지 않았으니 안으면 안 돼요. 누렁이가 다른 사람 위로 올라가게 해서도 안 되고요.”진서준이 귀띔했다.누렁이의 체중이라면 테이블이나 소파 위에 섰다가는 집 안 가구들이 전부 다 망가질 것이었다.사람은 말할 것도 없었다. 발 한 번 휘둘렀다가 인명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네? 체중은 그대로라고요?”허윤진은 조금 실망했다.하지만 누렁이를 데리고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만족스러웠다.허윤진은 앞으로 외출할 때 누렁이를 데리고 다닐 생각이었다. 혹시라도 누군가 그녀를 언짢게 한다면 누렁이에게 상대방을 물라고 할 생각이었다.식사를 마친 뒤 진서준과 노정명은 떠날 준비를 했다.“사문의 금지 구역이 위험하지는 않겠죠?”허윤진은 긴장한 얼굴로 노정명을 바라보며 물었다.“위험합니다. 하지만 진 마스터에게 있어서 금지 구역의 진법 같은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죠.”노정명은 웃으며 말했다.진서준은 호산대진까지 단칼에 파괴한 사람이니 금지 구역의 진법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허윤진은 여전히 진서준이 걱정되어 그의 손을 꼭 잡았다.“서준 씨, 꼭 안전히 돌아와야 해요. 다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요!”“알겠어요.”진서준은 웃었다.허윤진은 남을 걱정하는 방식이 조금 남달랐다. 그러나 그녀의 성격과 꽤 잘 어울렸다.곧 진서준과 노정명은 사문 서쪽의 금지 구역으로 출발했다.가는 길에 노정명은 진서준에게 금지 구역의 함정과 진법에 대해 얘기했다.“앞의 함정과 진법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구창욱 씨가 설치한 그 진법이 문제죠.”노정명은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구창욱 씨 말을 들어 보니 오직 그의 제자만이 그 진법을 풀 수 있다고 해요!”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에 사부님과 수련할 때 된통 당한 적이 많았어요. 이 진법도 파괴하려면 아마 꽤 골치 아프겠네요.”진서준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두 사
진서준은 한 손으로 검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수인을 맺으며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금지 구역 안에는 함정들이 가득했다. 독가스도 있고, 깊은 구덩이도 있고, 커다란 바위가 굴러가는 함정도 있었다.이런 함정들은 진서준은 단칼에 해결했다. 그의 속도는 전혀 영향받지 않았다.곧 진서준은 가장 깊은 곳에 도착했다.그곳은 농구장만 한 크기의 땅이었다.공지 중간에는 바위로 만들어진 단상이 있었고 그 위에는 파란색을 내뿜는 뼈가 있었다.진서준의 눈이 빛났다.“영골을 드디어 찾았어!”이 영골이 있다면 어머니의 다리를 치료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어머니는 앞으로 평범한 사람들처럼 걸어 다닐 수 있었다.진서준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노정명의 당부를 잊었다.공지 안에 들어서는 순간 진법이 발동되었다.진서준의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발밑도, 눈앞도 전부 밤하늘이었다.그리고 그 밤하늘은 졸졸 흐르는 실개천 같은 은빛으로 가득했다.진서준이 움직이기도 전에 그의 머리 위로 엄청난 크기의 운석이 떨어졌다.진서준은 상황을 보고 서둘러 장청의 힘을 사용하여 검을 휘둘렀다.퍽...운석이 산산이 조각나며 바닥에 흩어졌다.그러나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진서준이 숨을 고르기도 전에 또 운석 몇 개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하늘, 둘, 셋... 마지막에는 하늘 위 별보다 더 많았다.진서준의 안색이 달라졌다.“어르신이 날 놀리려고 일부러 그런 거네!”진서준은 화가 나서 이가 갈렸다. 그러나 지금은 화를 낼 때가 아니었다. 그는 반드시 진법의 진안을 찾아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진법 속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진법 안의 운석들은 보운산의 영기로 만들어진 것으로 무게가 엄청났다.거기에 맞는다면 아마 종사의 사력을 다한 공격과 맞먹을 것이다.비록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수가 너무도 많았다.진서준은 피하는 와중에 진안을 찾았다.“보자, 어르신이 어디에 진안을 만들기를 제일 좋아했는지...”진서준은 자신이 처음 있었던 곳을 보고 눈을 빛냈다.당시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