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은 한 손으로 검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수인을 맺으며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금지 구역 안에는 함정들이 가득했다. 독가스도 있고, 깊은 구덩이도 있고, 커다란 바위가 굴러가는 함정도 있었다.이런 함정들은 진서준은 단칼에 해결했다. 그의 속도는 전혀 영향받지 않았다.곧 진서준은 가장 깊은 곳에 도착했다.그곳은 농구장만 한 크기의 땅이었다.공지 중간에는 바위로 만들어진 단상이 있었고 그 위에는 파란색을 내뿜는 뼈가 있었다.진서준의 눈이 빛났다.“영골을 드디어 찾았어!”이 영골이 있다면 어머니의 다리를 치료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어머니는 앞으로 평범한 사람들처럼 걸어 다닐 수 있었다.진서준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노정명의 당부를 잊었다.공지 안에 들어서는 순간 진법이 발동되었다.진서준의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발밑도, 눈앞도 전부 밤하늘이었다.그리고 그 밤하늘은 졸졸 흐르는 실개천 같은 은빛으로 가득했다.진서준이 움직이기도 전에 그의 머리 위로 엄청난 크기의 운석이 떨어졌다.진서준은 상황을 보고 서둘러 장청의 힘을 사용하여 검을 휘둘렀다.퍽...운석이 산산이 조각나며 바닥에 흩어졌다.그러나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진서준이 숨을 고르기도 전에 또 운석 몇 개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하늘, 둘, 셋... 마지막에는 하늘 위 별보다 더 많았다.진서준의 안색이 달라졌다.“어르신이 날 놀리려고 일부러 그런 거네!”진서준은 화가 나서 이가 갈렸다. 그러나 지금은 화를 낼 때가 아니었다. 그는 반드시 진법의 진안을 찾아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진법 속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진법 안의 운석들은 보운산의 영기로 만들어진 것으로 무게가 엄청났다.거기에 맞는다면 아마 종사의 사력을 다한 공격과 맞먹을 것이다.비록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수가 너무도 많았다.진서준은 피하는 와중에 진안을 찾았다.“보자, 어르신이 어디에 진안을 만들기를 제일 좋아했는지...”진서준은 자신이 처음 있었던 곳을 보고 눈을 빛냈다.당시
조희선의 두 다리가 부러진 사실을 진서준의 사부는 알고 있었다.그는 그 일을 알게 된 뒤로 분통이 터졌다.그러나 구창욱은 조희선을 위해 복수하는 대신 조희선의 두 다리를 치료할 수 있는 영골을 화령문으로 가져왔다.그리고 그 뒤로 진서준을 더욱 엄격하고 가혹하게 가르쳤다.구창욱은 진서준이 본인의 실력으로 영골을 얻어 조희선의 두 다리를 치료해 주길 바랐다.그리고 그곳에 절대 자만하지 말라는 교훈 또한 남겨두었다.서울 또는 남주성은 화진에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땅이 드넓은 화진에는 수억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천재도 널리고 널렸다.진서준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동굴 밖, 노정명은 대지가 흔들리자 안색이 달라졌다.“설마 안에서 뭔가 뜻밖의 일이 벌어진 건가? 설마 진서준 씨가...”진서준의 실력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금지 구역 안의 진법은 구창욱이 직접 설치한 것이었다.진서준이 구창욱의 제자라고 하더라도 뜻밖의 사고가 일어날 수는 있었다.노정명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 봐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진서준이 동굴 안에서 나왔다.“진서준 씨, 괜찮으세요?”노정명은 진서준을 보자 서둘러 그에게 다가가서 걱정스레 물었다.“괜찮아요.”진서준은 손을 저었다.“영골은 얻었습니까?”노정명이 물었다.“네, 여기요.”진서준은 자신의 왼손을 들어 노정명에게 보여줬다.진서준의 저장 반지를 본 뒤 노정명은 큰 충격을 받았다.저장 반지는 보기 드문 보물로 수련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원하는 것이었고 돈이 있다고 해도 구하기 어려운 것이었다.저장 반지를 하나 만드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려웠다.저장 반지 같은 보물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기 때문이다.이곳저곳 다 가본 노정명도 겨우 한 명 알고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강남 최고의 장인 경우현이었다.“진서준 씨, 이 저장 반지 혹시 경우현 씨가 만든 겁니까?”노정명이 물었다.“아뇨, 우연히 얻은 겁니다.”진서준이 물었다.“경우현 씨는 누군가요?”노
“왜 갑자기 달리는 거야?”허윤진은 깜짝 놀라며 서둘러 누렁이를 뒤따랐다.문가로 가자 마침 진서준과 부딪혔다.허윤진이 넘어질 뻔했을 때 갑자기 힘 있는 손이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잡았다.“왜 이렇게 빨리 달리는 거예요?”’진서준이 훈계했다.허윤진은 얼굴을 붉히면서 진서준을 밀어내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뭔 상관이에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고개를 돌려 화령문 안쪽으로 돌아갔다.이내 누렁이가 낑낑댔다.진서준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허윤진은 조금 전까지 그를 몹시 걱정하다가 그를 보자마자 오히려 고개를 홱 돌리며 떠났다.“누렁아, 너... 난 네 입을 찢어버릴 수도 있어!”허윤진은 진서준이 누렁이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번뜩 떠올랐다.조금 전 누렁이가 낑낑댄 것은 아마도 비밀을 얘기한 것일 테다.그녀가 진서준을 걱정하던 걸 진서준 본인에게 전부 얘기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허윤진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허윤진은 누렁이를 뒤쫓으며 달렸고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영골은 이미 얻었으니 더는 신세 지지 않겠습니다. 저희는 잠시 뒤에 하산할 겁니다.”진서준이 노정명에게 말했다.“좋아요. 잠시 뒤에 함께 하산하시죠.”노정명이 말했다.“함께 하산하자고요? 화령문에 계시지 않을 겁니까?”진서준이 당황하며 물었다.“제자들도 없는데 여기 있어 봤자 아무 의미 없죠.”노정명이 한숨을 쉬었다.“어젯밤 경문이와 다른 애들과도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다 하산해서 우리 화령문의 제자가 될 법한 사람을 찾을 겁니다. 그리고 1년 뒤 다시 화령문으로 돌아올 생각입니다.”노정명의 계획을 들은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화령문에는 장로 몇 명만 남았기에 더 이상 이곳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었다.보운산을 떠나 속세로 가서 제자들을 많이 받는 편이 나았다.“참, 이 공법을 드릴게요.”진서준은 미리 써둔 공법 비결을 꺼냈다.노정명은 눈을 빛냈다. 진서준은 무려 구창욱의 제자가 아닌가?구창욱의 실력을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
하산한 뒤 진서준과 노정명 등은 작별했다.“진서준 씨, 앞으로 제가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노정명이 진서준에게 정중하게 말했다.“네, 그런 상황이 생기면 저도 사양하지 않고 부탁드리겠습니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그러고 나서 그들은 작별 인사를 했다.진서준과 권해철 등 네 명과 누렁이는 다시 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갔다.노정명 등 사람들은 전국 각지로 흩어져서 제자를 받아 화령문을 다시 일으킬 생각이었다....서울.김연아가 아침 일찍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비서 이지연이 그녀를 찾았다.“사장님, 이건 오전에 사장님 앞으로 도착한 편지 한 통이에요.”김연아는 편지를 받은 뒤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지금 시대에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있다니.김연아는 누가 편지를 보낸 건지 궁금했다.편지를 열고 그 위에 적힌 내용을 본 김연아는 곧바로 안색이 달라졌다.[딸아, 그동안 잘 지냈니?]김연아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계속해 편지를 읽었다.[그동안 미안했다. 많이 힘들었지? 난 이제 다시 김씨 일가의 대권을 잡았어. 그리고 안장도 다시 했단다. 하지만 가족들의 반대가 너무 심해서 아직 그녀를 김씨 일가 조상의 무덤으로 데려오지는 못했어. 이틀 뒤에 서울로 가서 널 볼 생각이다. 그때가 되면 나와 같이 강남으로 돌아가자. 이제 널 욕하거나 괴롭힐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글을 쓴 사람은 김형섭이었다.편지를 읽은 김연아의 눈동자에는 분노와 눈물이 가득했다.김연아의 어머니는 강남 김씨 일가의 도우미였는데, 김형섭의 마음에 들었고 그의 맹렬한 공세 끝에 그와 만나게 되었다. 김연아를 낳은 뒤 김형섭은 김연아의 어머니와 결혼하지 않고 강남 최고의 가문인 서씨 일가와 정략결혼을 했다.서씨 일가는 체면 때문에 김씨 일가에 김연아와 그녀의 어머니를 죽이라고 했다.그러나 김형섭은 차마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서씨 일가에서는 종사를 보내 김연아의 어머니를 죽였다.김연아가 살 수 있었던 건 김형섭이 절박하게 애원했었기
오늘은 김연아의 생일이었다.김형섭은 항상 기억하고 있었다.김형섭의 진심이 느껴지는 말에 김연아는 흠칫했다.김연아 또한 당시 김형섭이 어쩔 수 없었음을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김형섭을 용서할 수는 없었다.김연아는 전화를 끊었고 김형섭에게 명확한 대답을 주지 않았다.저녁에 갈지 말지 그녀 또한 알 수 없었다.전화 건너편의 김형섭은 한숨을 쉬었다.감정을 다스린 뒤 김형섭은 침실을 나서 자신을 따라온 집사에게 말했다.“오늘 저녁 연아를 위해 가장 성대한 생일 파티를 열 거다. 서울의 모든 명망 있는 가문의 사람들을 전부 초대해 연아의 생일을 축하하게 할 거야.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가문을 없애버리겠어.”김씨 일가는 강남 둘째가는 가문일 뿐만 아니라 최고 가문인 서씨 일가와 정략결혼을 했다.서울의 모든 가문이, 남주성의 모든 가문이 김씨 일가보다 약했다.딸이 서울에 있지 않았더라면 김형섭도 굳이 이곳까지 찾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다.이내 서울의 모든 명망 있는 가문이 초대를 받았다.강남 김씨 일가의 가주가 직접 주최하는 파티이기 때문에 다들 흥분했다.만약 강남의 김씨 일가와 좋은 사이가 된다면 앞날이 창창할 것이다....허씨 일가의 별장. 허사연은 아침 일찍 외출했다.그녀는 직접 성약당의 남경석을 모셔 와서 조희선의 다리를 치료하게 할 생각이었다.그러나 허사연이 그를 찾았을 때 남경석은 방에서 쉬고 있었다.어제 그는 서현욱을 치료하느라 영기를 과도하게 소모했다.서울의 영기는 강주만큼 짙지 않았다.남경석은 단약을 많이 소모하고 싶지 않아서 천천히 회복하고 있었다.허사연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다려서야 남경석은 모습을 드러냈다.허사연은 오랫동안 서 있어서 다리가 저렸다. 남경석에게 다가가서 그를 맞이하고 싶은데 그것조차 어려웠다.그녀가 이렇게 고생을 자처하는 이유는 남경석을 데려가서 하루빨리 조희선의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서였다.이건 조희선뿐만 아니라 진서준을 위한 일이었다.“남 선생님!”허사연이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
서울에 거의 도착할 때쯤, 진서준은 허사연에게 연락했다.허사연은 이때 남경석이 조희선의 다리를 치료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전화가 울리자 그녀는 서둘러 확인했다.진서준에게서 걸려 온 전화인 걸 확인한 허사연은 흥분한 얼굴로 병실을 나섰다.“진서준 씨, 산에서는 신호가 없다면서요?”“우리 이미 돌아왔어요. 이제 곧 서울에 도착할 거예요.”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네? 이렇게 빨리 돌아왔다고요?”허사연은 무척 경악했다.진서준은 화령문에 열흘이나 보름 동안 있어야 한다고 했다.그런데 바로 다음 날에 돌아올 줄이야.“네, 조금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영골을 얻어서 바로 돌아가고 있어요.”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됐어요. 참, 좋은 소식 하나 얘기해줄게요.”허사연이 비밀스럽게 말했다.“무슨 좋은 소식이요?”“제가 모셔 온 성약당의 장로가 아줌마의 다리를 치료해 줄 거예요.”허사연이 흥분해서 말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자 안색이 확 바뀌었다.조희선의 두 다리를 완벽히 치료하려면 반드시 영골이 필요했다.치료하는 사람이 도를 닦는 사람이고 실력이 구창욱 만큼 강한 게 아니라면, 절대 아무것도 없이 조희선의 다리를 치료할 수는 없었다.“허사연 씨, 그 장로에게 영골이 있나요?”진서준의 목소리가 엄숙해졌다.“아뇨, 영골이 없으면 치료가 불가능한가요?”허사연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영골이 뭘 의미하는지 전혀 몰랐다.“그건 아니지만 그러려면 그가 제 사부님만큼 실력이 있어야 해요.”진서준이 말했다.“그 성약당의 장로는 아마도 제 사부님만큼 강하지는 못할 거예요.”허사연은 진서준의 말을 듣자 조금 불만스러웠다.그녀는 성약당의 남경석을 데려오기 위해 많은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진서준은 그녀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남경석의 실력을 의심하고 있었다.“진서준 씨, 지금 절 탓하는 거예요?”허사연은 울컥해서 화를 내며 말했다.“아뇨, 전 그냥 혹시라도 뜻밖의 일이 생길까 봐...”진서준은 자신의 어조와 말하는 방
허사연은 진서준의 의술 수준을 잘 알고 있었다.진서준조차 영골이 있어야만 조희선의 다리를 치료할 수 있었다.남경석은 어두운 얼굴로 은침을 전부 뽑았고, 이때 조희선은 거의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다.“중간의 다리뼈가 전부 부러졌고 경맥도 전부 망가졌어요. 이걸 치료하려면 대가가 너무 커요.”남경석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면서 허사연을 바라보았다.“그쪽에서 준 200억으로는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를 수가 없어요.”허사연은 그 말을 듣자 당황했다.“뭐가 필요하시나요? 저희 허씨 가문 일이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들어드리겠습니다!”치료가 반쯤 진행됐는데 이제 와서 남경석을 보내줄 수는 없었다.사실 남경석은 일부러 이러는 것이었다.그는 조희선의 다리를 봤을 때 자신이 치료할 수 없다는 걸 바로 눈치챘다.그가 이렇게 하는 건 허씨 일가의 돈을 뜯기 위해서였다.남경석은 성약당의 장로이기 때문에, 허씨 일가에서 그가 사기를 쳤다는 걸 알아도 어쩌지는 못할 것이다.“5년 된 천산설련 하나요. 시중에서 충분히 살 수 있는 겁니다. 겨우 400억이죠.”허사연은 생각지도 않고 승낙했다.“네, 제가 구해오겠습니다.”400억을 더 달라고 해도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남경석이 조희선의 다리를 치료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그러나 옆에 있던 허성태는 남경석이 너무 탐욕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치료비용이 600억이라니, 욕심이 과했다.그러나 허성태는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그들로서는 성약당을 건드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좋아요. 우선 돈부터 이체하시면 치료를 계속하겠습니다.”돈을 주지 않으면 치료를 하지 않을 거란 뜻이었다.남경석의 까탈스러운 태도에 허사연은 곧바로 사람을 시켜 그의 통장에 입금했다.600억이 입금된 걸 확인한 남경석은 만족스러운지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비록 조희선의 다리를 치료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치료한 척해야 뒤탈이 없을 것 같았다.남경석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그 상자 안에는 금색의 얇은 침이 13개 들어있었다.동시에 그는
진서준은 분노가 극에 달했다.가족은 그의 역린이었다. 지금 남경석으로 인해 그의 어머니가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그가 허사연이 말했던 성약당 장로라고 해도 상관없었다.장로면 뭐 어떠한가?설령 신이라고 해도 감히 그의 어머니를 다치게 한다면 죽일 것이다.“진서준 씨, 드디어 왔네요!”진서준을 보자 허사연은 순간 마음이 안정되었다.동시에 그녀는 진서준에게 조금 미안했다.진서라는 아직도 행방을 알 수 없었고 조희선은 남경석 때문에 이 꼴이 되었으니 말이다.“당신은 누구죠? 사부님께서 치료를 하고 있으니 지금 당장 나가시죠.”남경석의 한 제자가 진서준을 막아서면서 화가 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진서준은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그 제자의 목을 졸라 방 밖으로 던졌다.“시끄럽긴!”그리고 빠르게 남경석의 앞으로 걸어갔다.진서준의 속도에 남경석은 놀라서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어. 지금 당장 떠나는 게 좋을 거야.”남경석은 소매를 홱 털면서 진서준에게 종사로서의 위엄을 보여주려고 했다.종사의 위엄 앞에서도 진서준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조희선의 괴로워하는 표정에 진서준은 마음이 찢기는 듯했다.“당신이 우리 어머니를 해친 거야?”진서준은 한없이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남경석을 바라보았다.남경석의 안색이 달라졌다. 그는 종사의 위엄이 진서준에게 아무 소용도 없을 줄은 몰랐다.“우리 어머니가 멀쩡하길 기도해. 그렇지 않으면 성약당의 사람들을 모조리 죽여버릴 거니까.”진서준은 짓씹듯이 말을 내뱉었다.그는 엄청난 힘으로 남경석의 얼굴을 때렸다.남경석의 강기는 진서준의 따귀를 버티지 못했다. 남경석은 비명을 지르더니 피를 토하면서 날아가 뒤쪽의 벽에 부딪혔다.따귀 한 방에 남경석의 치아가 전부 빠졌다.그리고 진동 때문인지 조희선은 피를 한 모금 토했다.“어머닌...”진서준은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했다. 그는 곧바로 모든 신경을 조희선에게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