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사연은 진서준의 의술 수준을 잘 알고 있었다.진서준조차 영골이 있어야만 조희선의 다리를 치료할 수 있었다.남경석은 어두운 얼굴로 은침을 전부 뽑았고, 이때 조희선은 거의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다.“중간의 다리뼈가 전부 부러졌고 경맥도 전부 망가졌어요. 이걸 치료하려면 대가가 너무 커요.”남경석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면서 허사연을 바라보았다.“그쪽에서 준 200억으로는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를 수가 없어요.”허사연은 그 말을 듣자 당황했다.“뭐가 필요하시나요? 저희 허씨 가문 일이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들어드리겠습니다!”치료가 반쯤 진행됐는데 이제 와서 남경석을 보내줄 수는 없었다.사실 남경석은 일부러 이러는 것이었다.그는 조희선의 다리를 봤을 때 자신이 치료할 수 없다는 걸 바로 눈치챘다.그가 이렇게 하는 건 허씨 일가의 돈을 뜯기 위해서였다.남경석은 성약당의 장로이기 때문에, 허씨 일가에서 그가 사기를 쳤다는 걸 알아도 어쩌지는 못할 것이다.“5년 된 천산설련 하나요. 시중에서 충분히 살 수 있는 겁니다. 겨우 400억이죠.”허사연은 생각지도 않고 승낙했다.“네, 제가 구해오겠습니다.”400억을 더 달라고 해도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남경석이 조희선의 다리를 치료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그러나 옆에 있던 허성태는 남경석이 너무 탐욕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치료비용이 600억이라니, 욕심이 과했다.그러나 허성태는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그들로서는 성약당을 건드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좋아요. 우선 돈부터 이체하시면 치료를 계속하겠습니다.”돈을 주지 않으면 치료를 하지 않을 거란 뜻이었다.남경석의 까탈스러운 태도에 허사연은 곧바로 사람을 시켜 그의 통장에 입금했다.600억이 입금된 걸 확인한 남경석은 만족스러운지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비록 조희선의 다리를 치료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치료한 척해야 뒤탈이 없을 것 같았다.남경석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그 상자 안에는 금색의 얇은 침이 13개 들어있었다.동시에 그는
진서준은 분노가 극에 달했다.가족은 그의 역린이었다. 지금 남경석으로 인해 그의 어머니가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그가 허사연이 말했던 성약당 장로라고 해도 상관없었다.장로면 뭐 어떠한가?설령 신이라고 해도 감히 그의 어머니를 다치게 한다면 죽일 것이다.“진서준 씨, 드디어 왔네요!”진서준을 보자 허사연은 순간 마음이 안정되었다.동시에 그녀는 진서준에게 조금 미안했다.진서라는 아직도 행방을 알 수 없었고 조희선은 남경석 때문에 이 꼴이 되었으니 말이다.“당신은 누구죠? 사부님께서 치료를 하고 있으니 지금 당장 나가시죠.”남경석의 한 제자가 진서준을 막아서면서 화가 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진서준은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그 제자의 목을 졸라 방 밖으로 던졌다.“시끄럽긴!”그리고 빠르게 남경석의 앞으로 걸어갔다.진서준의 속도에 남경석은 놀라서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어. 지금 당장 떠나는 게 좋을 거야.”남경석은 소매를 홱 털면서 진서준에게 종사로서의 위엄을 보여주려고 했다.종사의 위엄 앞에서도 진서준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조희선의 괴로워하는 표정에 진서준은 마음이 찢기는 듯했다.“당신이 우리 어머니를 해친 거야?”진서준은 한없이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남경석을 바라보았다.남경석의 안색이 달라졌다. 그는 종사의 위엄이 진서준에게 아무 소용도 없을 줄은 몰랐다.“우리 어머니가 멀쩡하길 기도해. 그렇지 않으면 성약당의 사람들을 모조리 죽여버릴 거니까.”진서준은 짓씹듯이 말을 내뱉었다.그는 엄청난 힘으로 남경석의 얼굴을 때렸다.남경석의 강기는 진서준의 따귀를 버티지 못했다. 남경석은 비명을 지르더니 피를 토하면서 날아가 뒤쪽의 벽에 부딪혔다.따귀 한 방에 남경석의 치아가 전부 빠졌다.그리고 진동 때문인지 조희선은 피를 한 모금 토했다.“어머닌...”진서준은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했다. 그는 곧바로 모든 신경을 조희선에게
허사연은 남경석을 데려오기 위해 하루 종일 서 있었다.그 마음에 진서준은 매우 감동했다.조금 전에 전화로 싸운 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진서준은 허사연을 탓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이때 얼굴에 피가 묻은 남경석이 바닥에서 일어나 험악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젠장, 감히 날 때려? 내가 누군지 알아? 난 성약당의 장로야!”남경석은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면서 미친 노인처럼 굴었다곧 남경석은 허사연 부녀를 바라보면서 호되게 말했다.“이 사람더러 치료하게 할 생각이라면 무슨 문제가 생겨도 날 찾지는 말아요.”허성태가 차갑게 웃었다.남경석은 꽤 똑똑했다. 자신이 조희선을 구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이 기회를 틈타 진서준에게 책임을 돌렸다.그리고 600억을 챙겼다.조금 전 진서준에게 한 방 맞은 건 지금 당장 돌려줄 필요가 없었다.성약당으로 돌아가서 얘기한다면 남주성의 다른 가문에서 진서준을 혼내겠다고 나서줄 것이다.남경석은 떠나려 했고, 진서준은 이대로 그를 보낼 생각이 없었다.그로 인해 어머니가 괴로워했으니 말이다.“내가 언제 가라고 했지?”진서준은 고개를 돌려 차가운 얼굴로 남경석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서 분노가 불타올랐다.남경석은 흠칫했다.“왜? 날 죽이기라도 하게?”“우리 어머니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해.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줄게.”진서준이 차갑게 말했다.“뭐라고?”남경석은 경악했다.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기까지 했다.무려 성약당의 장로인 그가 진서준의 어머니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니.이때 권해철이 진서준의 곁으로 다가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진 마스터님, 저 사람은 성약당 장로입니다.”“그런데요?”진서준은 싸늘한 얼굴로 차갑게 되물었다.“그...”권해철은 진서준이 큰 사고를 칠까 봐 두려워 서둘러 설명했다.“화진에서 성약당의 지위는 아주 높습니다. 화진의 유명한 가문들도 그들을 쉽게 건드리지 못합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차갑게 웃었다.“다른 사람
감히 성약당 장로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하다니.미친 건지 아니면 머리에 문제가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사부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지금 당장 이 거만한 자식을 혼쭐내겠습니다.”남경석은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조금 전 그는 기습적으로 진서준에게 따귀를 맞아 꽤 심하게 다쳤다.그래서 남경석은 진서준이 아마도 반보 종사 급의 천재일 거라고 생각했다.남경석이 두 제자가 함께 손을 쓰게 놔둔 건 진서준의 실력을 시험해 보고 동시에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남경석의 두 제자는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체내의 내력이 움직이고 있었다.쿵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훌쩍 뛰어올라 마치 호랑이처럼 진서준을 습격했다.다른 한 명도 손을 썼다. 그의 얼굴에 경멸 어린 미소가 걸렸다.그들에게 있어 진서준 같은 사람을 처리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제 주제도 모르는 놈들. 오늘 너희는 대가를 톡톡히 치를 거야.”두 사람은 아주 악랄했다. 모든 공격이 목숨을 빼앗으려는 치명적인 공격이었다.허사연은 상황을 보자 겁을 먹고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서 두 손을 덜덜 떨었다. 그녀는 더욱 자책했다.권해철은 상황을 지켜보다가 성약당 제자들을 공격하려 했다.진서준이 그를 말리면서 차갑게 말했다.“이놈들은 제가 직접 처리할 겁니다.”어머니를 괴롭게 했으니 진서준은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직접 성약당 사람들을 혼쭐낼 생각이었다.권해철은 곧바로 물러나면서 연민 어린 눈빛으로 두 명의 내력 무인을 바라보았다.진서준이 직접 나선다면 큰일이었다.두 사람과 가까워질 때쯤, 갑자기 강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무릎 꿇어!”진서준은 차가운 얼굴로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그는 눈동자가 번뜩이면서 체내의 영기가 움직였다. 곧 엄청난 위력의 힘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두 명의 손을 쓰려던 무인은 순간 엄청난 압박을 느껴서 두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털석 무릎을 꿇었다.두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
“감히 나한테 무릎을 꿇으라고 해?”남경석은 성약당의 장로로 신분이 높았다.그런데 진서준에게 맞았을 뿐만 아니라 무릎까지 꿇게 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닌단 말인가?성약당에서의 그의 체면이 나락으로 떨어질 게 분명했다.그러나 남경석은 전력을 다해도 진서준의 손바닥에 저항할 수 없었다.남경석의 눈동자에 두려움이 가득했다.눈앞의 소년은 그보다 몇 배는 더 강했고 심지어 대성 종사만큼이나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이럴 수가!이 세상에 어떻게 대성 종사 경지에 다다른 20대 청년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물론 경성의 몇몇 가문에서는 그럴 수도 있을지 몰랐다.설마 눈앞의 청년이 바로 경성 대가문의 사람인 걸까?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남경석의 두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그의 얼굴은 한없이 어두웠다.성약당의 여섯 번째 장로이자 종사급 강자인 그는 화진의 강자들 중에서도 강한 존재였다.그러나 그는 지금 한 청년의 앞에 무릎 꿇고 있었다.도저히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세 번 무릎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려!”싸늘한 음성이 방 안에서 울려 퍼졌다. 순간 이곳이 극지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진서준의 손바닥에서 번쩍이는 자줏빛 번개는 무시무시했다.남경석은 어쩔 수 없이 진서준이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 자칫했다가는 정말로 진서준에게 죽임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남경석은 울부짖었고, 피가 그의 입가에서 흘러내렸다.그는 매우 두려웠다. 지금은 성약당으로 진서준에게 겁을 줄 수밖에 없었다.진서준은 이미 손을 썼기에 성약당이든 뭐든 당연히 두렵지 않았다.“꿇지 않겠다고? 그러면 죽어야지!”진서준이 손을 쓰려는 데 허사연이 서둘러 외쳤다.“서준 씨, 저 사람을 죽이면 안 돼요. 그의 뒤에는 성약당이 있어요. 그를 죽이게 되면 성약당 전체가 서준 씨를 원수로 삼을 거예요.”“성약당에는 종사가 6명 있는데 모두 무도 종사예요. 심지어 그들의 당주는 전설 속의 선천 대종사라서 실력이 무시무시하다고 해요.”옆에 있던
병실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그렇게 몇 분이 흐른 뒤에야 사람들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진서준은 영골을 들고 어머니의 곁으로 걸어가서 치료를 하기 시작했다.“사연 씨, 다들 나가봐요. 전 어머니의 다리를 치료할 거예요.”진서준은 허사연을 바라보았다.“네, 그러면 우리는 치료에 방해되지 않게 먼저 나가볼게요.”허사연 일행은 곧바로 병실을 나서며 방문을 닫았다.진서준은 영골을 들고 장청의 힘을 썼다. 50cm 정도 되는 영골이 순식간에 10cm 정도로 축소되었다.이 영골에는 유성이 지나가며 남긴 듯한 광택이 있었고 그 작은 광택은 영골 안을 유영하고 있었다.진서준은 본인의 영기를 이용해 움직이는 광택을 고정한 뒤 그것을 어머니의 다리 옆으로 가져갔다.영골이 영골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영골의 크기가 자유롭게 변화할 수 있고 그중의 경맥과 골수가 환자의 것과 똑같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마치 그 뼈가 환자에게서 가져온 뼈인 것처럼 말이다.이때 조희선은 깊이 잠든 상태였다. 진서준은 어머니의 망가진 뼈를 빼고 그곳에 대신 영골을 이어 붙였다.장철결의 작용 아래 영골은 곧 조희선의 다리와 합체되었다.모든 일을 마친 뒤 진서준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그러나 진서준은 힘들기는커녕 오히려 무척 기뻤다.어머니가 드디어 다른 사람들의 무시당하지 않고 평범한 사람처럼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다.조희선의 몸에 꽂은 7개의 은침을 전부 빼낸 뒤 진서준은 그녀를 깨우는 대신 그녀가 계속 잘 수 있게 놔뒀다.그동안 조희선은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진서준이 병실에서 나오자 허사연과 허윤진이 곧바로 그를 맞이했다.“진서준 씨, 아줌마는 어때요?”허사연이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우리 어머니는 괜찮으세요. 지금 쉬는 중이라서 잠시 뒤에 식사할 때쯤 부르려고요.”진서준이 가벼운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놓였다.“다행이네요.”허사연은 매우 기뻤다.그녀가 이틀 동안 많은 고생을 했던 이유가 조희선이 평범한 사
허사연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그녀에게 진서라는 친동생과 다름없었다.그래서 진서라가 사라진 지금 그녀도 매우 슬펐다.권해철이 앞으로 나서며 진서준에게 말했다.“진서준 씨, 전라도 조씨 일가가 한 짓이 아닐까요?”어제 그들은 서울을 떠날 때 조씨 일가에서 보낸 사람과 마주쳤었다.그런데 진서라가 지금 갑자기 사라진 것을 보면 조재찬이 사람을 시켜 진서라를 납치한 걸지도 몰랐다.진서준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쿵!엄청난 살기가 진서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와 별장 전체를 휩쌌다.“조재찬, 죽으려고!”허사연이 말했다.“서준 씨, 조급해 하지 말아요. 아직은 조씨 일가가 그랬다는 증거가 없잖아요. 어쩌면 다른 사람이 한 짓일지도 몰라요.”“다른 사람이요? 어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 감히 내 동생을 납치한 거죠?”진서준은 미간을 찡그렸다.그러다 갑자기 전에 허사연을 납치했었던 놈들이 떠올랐다.황씨 일가, 유지수 말이다.황씨 일가와 조씨 일가 모두 전라도 3대 가문 중 하나였다.만약 진서준이 그중 한 가문과 갈등이 생긴다면 다른 가문에서는 틀림없이 기뻐할 것이다.그러니 유지수가 한 짓일지도 몰랐다. 진서준과 조씨 일가가 싸우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그렇게 되면 황씨 일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다.“지금 당장 전라도로 가야겠어요.”“늦은 시간인데 지금 간다고 해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조씨 일가에서 함정을 파놓았을지도 몰라요.”허사연이 서둘러 그를 말렸다.“그리고 아줌마도 잠시 뒤에 깨어날 텐데 서준 씨가 보이지 않으면 당황해하실 거예요.”어머니를 떠올린 진서준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권해철 씨, 내일 저랑 같이 전라도로 가죠.”권해철은 그곳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그와 함께 가면 편할 것이다.“좋아요!”권해철은 고개를 끄덕였다.조희선이 깨어났을 때 진서준은 그녀의 옆에 있었다.“어머니!”진서준이 그녀를 작게 불렀다.“서준아, 돌아온 거야? 난 내
조희선을 달랜 뒤 진서준은 허사연에게 이끌려 별장 2층에 도착했다.“얼른 가서 옷 갈아입어요. 잠시 뒤에 우리 같이 파티에 참석해야 해요.”허사연은 진서준을 데리고 그를 위해 구매했었던 옷장 앞에 섰다.옷장 안에는 다양한 옷들이 들어 있었고 대부분이 비싼 옷들이었다.진서라가 행방불명인 상황에서 진서준은 파티에 참석할 기분이 아니었다.“사연 씨, 윤진 씨랑 같이 가요. 전 안 갈래요.”진서준은 고개를 저었다.“서라 씨가 걱정되는 건 알아요. 하지만 아무리 걱정해도 소용없어요. 그러니까 나랑 같이 파티에 참석해서 기분 전환 좀 해요!”허사연은 진서준의 팔을 잡고 애교를 부렸다.진서준이 괴로워하면 허사연도 괴로웠다.“서준 씨가 가지 않는다면 분명 다른 남자들이 절 귀찮게 할 거예요.”허사연이 말했다.“그러면 사연 씨도 가지 말아요.”진서준이 말했다.“안 돼요. 이건 강남 김씨 일가에서 주최하는 파티라 서울의 모든 명문가가 참석해야 해요.”허사연은 한숨을 쉬었다.“그쪽에서 참석하지 않는 가문이 있다면 그 가문을 없앨 거라고 그랬어요.”진서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미간을 살짝 찡그리면서 물었다.“김씨 일가가 그렇게 대단해요?”“그럼요. 강남에서 서씨 가문 바로 다음이에요. 게다가 김씨 일가와 서씨 일가는 정략결혼을 했어요. 이번 파티는 김씨 일가 가주 김형섭 씨가 직접 주최한 거라고 해요.”허사연이 진서준에게 설명했다.허사연의 설명을 들은 진서준은 깜짝 놀랐고 동시에 궁금하기도 했다.“김씨 일가가 강남의 가문이라면 여기 서울에는 왜 온 거래요?”“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요. 파티에 가면 알게 되겠죠.”허사연이 말했다.“그래요. 그러면 같이 가요.”진서준은 곧바로 흰색 정장으로 갈아입었다.허사연은 정장을 입은 진서준을 보자 눈을 빛냈고, 허윤진은 저도 모르게 넋을 놓고 그를 보았다.“서준 씨, 이제 백마만 있으면 백마 탄 왕자나 다름없겠어요!”누렁이도 진서준의 곁을 맴돌면서 잘 보이려는 듯 낑낑거렸다.진서준은 미소를
그러자 하문천은 돌아서며 말했다.“넌 일단 날 따라와.”진서준은 바로 하문천을 따라갔고 두 사람은 뒷마당에 도착했다.“앉아.”하문천이 자기 맞은편의 의자를 가리키자 진서준도 사양하지 않고 바로 자리에 앉았다.“네가 설표 특전대 교관 신분도 있다고 들었는데 맞아?”하문천의 질문에 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반쯤 교관이라고 볼 수 있죠. 전에 그 병사들을 가르쳤습니다.”“만약 일반인을 상대로 무도를 가르친다면 어떨 것 같아?”하문천이 갑자기 화제를 돌리자 진서준은 순간 멈칫했다.진서준이 이전에 가르친 설표 특전대는 대한민국 8대 특전대 중 하나였고 그곳 병사들은 전부 각 전구의 병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비록 종사급 고수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일반인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들이었다.진서준이 설표 특전대를 가르친 것도 사실 체질 강화 약재를 제공하고 몇 가지 필살기를 전수했을 뿐, 다른 특별한 가르침은 없었다.이 두 가지 일은 쉬운 일인 것 같았지만 일반인이 배운다면 적어도 1년은 열심히 해야 겨우 성과를 볼 수 있을 터였다.“사실 이 일은 우리 호국장군이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거야.”하문천이 천천히 설명했다.“우리는 대한민국에 무도 학원을 세워 무도에 재능 있는 사람들을 대거 모집하려 해. 지금의 대한민국은 무도가 쇠락하고 있어. 게다가 이전 대재난 때문에 재능이 뛰어난 무인을 대거 잃어버린 상태야. 몇십 년만 더 지나면, 대한민국 무도는 완전히 붕괴할지도 몰라. 그때가 되면 해외 강자들을 막을 사람이 아무도 없을 거야.”이는 하문천이 괜히 기우를 떠는 것이 아니었다.하문천이 젊었을 적에는 대한민국 무인 수량이 지금의 두 배나 되는 숫자였다.그러나 불과 백 년이 채 되지 않아 무인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이런 상태로 또 백 년이 지나면 대한민국에서 무인 존재 자체가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었다.“윗선에서도 우리 계획을 승인했어.”하문천의 말에 진서준이 다소 놀랐다.“뭐라고요? 이미 승낙하셨다고요?”“맞아. 다만, 학원에 입학
“왜? 너무 부끄러워서 화가 나?”진서준의 분노 어린 눈빛을 보며 한창순은 자기가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켰는지 아직 깨닫지 못했다.“내 말이 네 아픈 곳을 찔렀구나. 네가 진서훈이 깔끔한 퇴직 생활을 원한다면 스스로 국안부에서 물러나는 게 좋을 거야.”진서준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순식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활처럼 몸을 구부린 채 한창순을 향해 돌진했다.한창순은 진서준이 대화를 포기하고 손찌검을 하려는 모습을 보고 경멸이 가득한 눈빛으로 비웃었다.“나랑 한 판 붙을 거야? 네가 어떤 처참한 결말을 맞이할지 생각해 봤어? 내가 널 폐인으로 망가뜨려도 진서훈은 아무 말도 못 할 거야.”한창순은 솔직한 생각을 그대로 내뱉고 있었다.진서준을 폐인으로 만든다면 아무리 진서훈이 진서준의 편을 들려고 해도 진서준은 국안부에 남을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진서준의 모습이 한창순 앞에 나타났을 때 그의 표정은 돌연 변했다.한창순 앞에 사람이 서 있는 게 아니라 백 길이나 되는 거대한 산이 한창순을 압박하고 있는 것처럼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선천강기가 한창순 앞에 모이고 맨눈으로 보일 수 있는 보호막이 나타났다.한창순이 국안부 상경이라는 신분이 있는 이상 그의 실력은 약할 수 없었다.한창순의 상운수는 기묘하고 예측할 수 없는 기술이었다.고수가 넘쳐나는 명주시에서 같은 경지에서는 아무도 한창순을 이길 수 없었다.심지어 팔급 대종사도 한창순을 단시간에 죽일 수는 없었다.진서준의 손바닥이 한창순 앞의 강기 보호막에 떨어졌고 잇따라 둔탁한 소리가 나며 그 보호막이 종이처럼 찢어졌다.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한창순은 끔찍한 힘이 자기에게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한창순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진서준의 힘이 순식간에 그를 벽으로 날려버렸다.순간 한창순은 내장이 전부 뒤틀린 것처럼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한창순의 몸은 벽에 강하게 부딪히며 벽에는 거미줄처럼 균열이 가며 곧 무너질 것처럼 위험해졌다.바닥에 엎드린 한창순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한창
그러자 한창순이 한술 더 떴다.“귀로 들은 건 믿을 수 없고 눈으로 본 것만이 진짜야.”이때, 하문천이 두 사람의 대화를 끊고 진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바로 이 두 여자인가?”“네, 황예은은 자기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서 벌인 거였습니다.”진서준이 간단하게 설명하자 황예은이 자리에서 일어나 하문천에게 말했다.“모든 책임을 저에게 있어요. 부탁이 하나 있다면 제 동생을 살려주는 거예요.”하문천은 눈살을 찌푸렸다.“외적과 내통해 국가를 배반하는 건 중죄야.”그때, 옆에 있던 한창순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진서준이 맡은 이번 임무에 대해 한창순은 전혀 알지 못했다.대한민국 일인자 갑부의 딸이 외적과 내통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한창순의 첫 반응도 역시 당혹감과 경악이었다.진서준이 황예은을 두둔하기 시작했다.“하문천 어르신, 황예은은 죄를 씻고 공을 세울 기회가 있습니다. 멸용 조직 조직 사람들은 원하는 데이터를 손에 넣지 못했으니 이후에도 황예은에게 다시 연락할 겁니다. 그때 우리가 역으로 이용해서 멸용 조직을 단숨에 처치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말도 안 돼!”한창순이 탁자를 쾅 치며 일어나며 단호한 말투로 진서준의 말을 반박했다.“다음에 이 여자가 외부 세력과 결탁했을 때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보장해?”한창순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이 세상 모든 일은 한 번도 하지 않은 것과 여러 번 한 걸로 나눌 수 있다.황예은이 외적과 한 번 내통했으니 두 번째, 세 번째로 배신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한창순의 말대로 다음에 황예은이 외적과 손잡고 그들을 엿 먹인다면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다.진서준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황예은은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겁니다.”“내가 왜 이 여자를 믿어야 해?”한창순은 물러서지 않고 말을 이었다.“너 이 자식이 이 여자 미모에 빠져서 이 여자를 감싸는 거겠지.”한창순은 심지어 진서준을 꾸짖기 시작했다.“넌 네 신분을 잊지 말아야 해. 항상 자기가 국안
새벽이 다가오자 천하 유람선은 명주시 항구에 도착했다.“너희는 먼저 돌아가서 날 기다려. 난 이 두 여자와 함께 국안부에 잠깐 들를 거야.”“얼른 돌아와.”허윤진과 서지은은 차를 타고 떠났다.“가자.”진서준은 황예은과 바이올렛을 데리고 명주시 국안부로 향했다.가는 길에 바이올렛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진서준이 차 안에서 덤덤하게 말문을 열었다.“국안부에 도착하면 너희는 있는 그대로 진실만 말하면 돼. 난 너희가 죄를 씻고 공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줄 거야.”차는 가다가 멈추기를 반복했고 약 한 시간을 달려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두 층 건물의 작은 저택 앞마당에는 꽃과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한 노인이 마당의 풀밭에 앉아 두 눈을 꽉 감고 명상 중이었다.진서준은 이 노인이 수련 중인 것 같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문을 열고 들어갔다.“거기 서.”예상외로 명상 중이던 그 노인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제 이름은 진서준입니다. 국안부 상경이고요. 진천진군을 찾으러 왔습니다.”진서준이 본인의 신분과 목적을 밝히자 풀밭에 앉아 있던 노인은 갑자기 눈을 뜨고 일어섰다.“네가 진서준이야?”노인이 다가와 진서준의 속내까지 꿰뚫어 보려고 하듯 유심히 살펴보았다.“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노인을 힐끗 쳐다보았다.노인은 칠급 대종사였고 실력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국안부 내에서도 명망 있는 인물임이 틀림없었다.“난 국안부 상경 한창순이야.”노인이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했다.“한 어르신, 안녕하세요.”진서준은 공손하면서도 너무 자세를 낮추지 않고 인사를 건넸다.“넌 이 여자들을 데리고 뭘 하러 왔어?”한창순이 황예은과 바이올렛을 가리키며 물었다.“볼 일이 좀 있습니다.”진서준의 대답에 한창순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한창순은 물론 진서준 일행이 볼일을 보러 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무슨 일인데?”이들이 여기 온 목적이 뭔지 그것이 궁금했다.한창순은 황예은을 알고 있었다.지난번 명주시 거리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에서
만약 허윤진이 진서준의 말을 잘 듣고 진서준 옆에 있었더라면 교회 주교의 아들을 건드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진서준은 그런 허윤진을 보며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어.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다시 그렇게 충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돼.”“앞으로 절대 그렇게 충동적이지 않을 거야. 다시는 도박도 하지 않겠어.”허윤진이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말을 마친 순간, 허윤진의 발걸음이 조금 느려졌고 진서준이 실수로 허윤진의 발을 밟았다.“앗!”허윤진이 가볍게 외쳤고 제대로 평형을 잡지 못하고 몸이 뒤로 넘어갔다.진서준은 그 상황을 보고 즉시 허윤진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쌌다.허윤진의 허리는 뼈가 없는 듯 부드러웠고 안을 때 부드러운 솜사탕을 안고 있는 느낌이었다.“괜찮아?”진서준은 허윤진의 허리를 잡고 그녀를 일으켰다.허윤진은 진서준의 힘을 빌려 머리를 진서준의 가슴에 묻었다.두 사람의 자세는 애매했다.진서준에서 나는 진한 남성의 향기가 바로 허윤진의 코끝에 닿았다.허윤진의 얼굴은 순간 술에 취한 것처럼 붉게 달아올랐다.“괜찮아...”허윤진은 진서준이 자신의 이 부끄러운 모습을 볼까 봐 두려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계속 춤을 출 거야?”진서준은 허윤진이 허리를 삐끗해서 자기에게 기대고 있는 줄 알았다.“아니야, 춤추지 않을 거야. 그냥 잠깐 이렇게 조용히 있을게.”허윤진은 진서준이 떠날까 봐 두려워 그의 팔을 더 단단히 붙잡았다.무도장에 몰려오는 사람은 점점 더 많아졌지만 아무도 진서준을 방해하려고 하지 않았다.진서준이 천의방 강자를 처치하는 모습을 모두 목격했기 때문이다.다들 그렇게 강력한 인물이 이렇게 부드러운 면모를 보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이야, 시누이와 형부 사이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정말 헛소리가 아니었군요.”이세아는 무도장에서 두 사람의 애매한 모습을 보며 장난스러운 눈빛을 보냈다.“서지은 씨, 당신과 진서준도 그런 관계인가요?”이세아가 서지은에게 물었다.“아니에요...”서지은은 거
방금 일어난 요란한 소동 때문에 천하 유람선은 방향을 돌려 명주시로 향했다.진서준은 이세아에게 끌려 유람선의 10층으로 갔다.이 층의 인테리어는 호텔의 연회 스타일과 비슷했는데 중앙에는 아주 큰 무도장이 있었다.무도장 한가운데서 한 서양 청년이 부드러운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몇 쌍의 남녀가 무도장에서 가볍게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었다.사교춤은 아주 간단한데 허사연이 진서준에게 그 춤을 가르쳐 준 적이 있었다.하지만 진서준은 이 자리에서 이세아와 춤추고 싶지 않았다.그 이유는 이세아의 외모 때문이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권력자들이 진서준과 이세아 사이의 관계를 오해할까 봐 걱정스러웠다.만약 그 소문이 허사연에게까지 전해진다면 진서준은 아무리 입이 열 개라도 해명할 수 없을 것이다.“난 진서준과 춤을 출 거야.”허윤진은 단호한 태도로 진서준의 팔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허윤진 씨는 진서준 시누이잖아요. 이런 자리에서 진서준과 춤추는 건 적절하지 않죠.”이세아가 부드럽게 귀띔했다.“왜 적절하지 않죠?”허윤진이 이를 악물고 되물었다.이세아와 같은 여우도 진서준과 춤을 출 수 있는데 왜 자기는 안 된다는 거지?허윤진은 이미 이세아를 적으로 간주했다.“난 진서준과 그냥 친구일 뿐인데 허윤진 씨와 진서준은 이제 가족이 될 거잖아요. 가족 사이, 특히 시누이와 형부 사이에서 이런 춤을 추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죠.”이세아는 눈을 가늘게 뜨며 당당하게 말했다.같은 여자라 이세아는 허윤진의 생각을 눈치챘다.시누이와 형부 사이는 누구나 다 흥미진진하게 얘기할 수 있는 독특한 관계였다.“난 다른 사람 오해 따윈 두렵지 않아요. 어차피 진서준과 나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요.”허윤진도 당당하게 나왔다.진서준은 이 둘이 자기 생각을 하나도 물어보지 않아 좀 답답했다.여자란 본래 이렇게 강압적인 동물인가?“그래요? 허윤진 씨가 뜬소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니 그럼 첫 번째 춤은 허윤진 씨에게 양보하죠.”이세아가 갑자기 시원시원하게 진서준을
“네게 기회를 줄게. 서울에 남아서 우리 가족 안전을 책임져.”진서준이 다시 고개를 돌려 바이올렛을 쳐다보며 말하자 바이올렛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았어.”“이제 내가 해외에 갔을 때 네 가족이 살아 있다면 내가 꼭 네 가족을 네게 데려다줄게.”진서준이 약속하자 바이올렛은 진심으로 고마워했다.“고마워, 진서준.”바이올렛은 이미 죽을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진서준이 그녀를 처단하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주었다.“진 마스터님은 정말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강한 실력을 갖춘 것 같네요. 저 박서명은 진 마스터님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이때 박서명이 급히 다가와 아첨하기 시작했다.박서명은 상인으로서의 눈매와 감각이 항상 예리했다.인터넷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박서명은 모든 자산을 전자상거래에 투자했다.그만큼 박서명의 선견지명이 돋보이는 일화였다.“진 마스터님, 이제부터는 저희 박씨 가문 귀인이 되실 겁니다. 박씨 가문은 영원한 진 마스터님의 친구가 되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박서명은 명주시 모든 권력자 앞에서 대놓고 입장을 밝혔다.그제야 다른 사람들도 정신을 차리고 하나둘씩 다가가 명함을 건넸다.“진 마스터님, 저는 경동 그룹 강시찬입니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진 마스터님, 저는 행다 그룹 허준우입니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진 마스터님, 저는...”수많은 사람이 진서준을 겹겹이 둘러쌌다.평범한 사람들에게 이들 상류사회의 권력자는 감히 근접할 수 없는 존재였지만 다들 순서대로 진서준 앞에서 공손히 대했다.이것이 바로 절대적인 힘이 가져오는 영광이었다.진서준은 권력자들의 명함을 하나하나 받았다.이 명함들이 언젠가 유용하게 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모든 사람이 흩어진 후, 진서준이 손에 들고 있던 명함은 20센티미터가 넘었고 그는 그 명함을 전부 허윤진에게 건넸다.“아버님에게 전해줘. 그분은 사업을 하시니 분명 이 명함들이 필요할 거야.”허윤진은 명함을 받아 들고 그 위에
진서준은 배로 돌아갔다.진서준을 바라보는 주변 권력자들의 눈빛에는 경외심이 가득했다.하룻밤 사이에 천의방에 오른 절세 강자 세 명이 모두 한 사람의 손에 죽었다.지선이 아닌 이상 누가 이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을까?더 무서운 생각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올랐다.혹시 이 앞에 있는 청년은 이미 지선 경지에 오른 건가?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한 것 같았다.진서준은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황예은과 바이올렛 앞에 섰다.“날 죽여.”황예은의 눈은 흐릿하게 가라앉았다.나라를 배반하고 외부 세력과 결탁한 죄는 당연히 사형에 처해야 한다.진서준은 국안부 상경으로서 사후보고의 권한이 있었다.진서준이 여기서 황예은을 죽이지 않더라도 그녀가 명주시에 돌아가면 국가의 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널 죽이면 황씨 가문은 어떻게 되지?”진서준이 결정적인 질문을 던졌다.“다른 사람도 충분히 날 대신해 황씨 가문을 이끌 수 있어.”황예은은 눈을 감고 죽음을 맞이하려고 했다.데이터를 넘기지 못했고 해외 조직도 천의방 강자 두 명을 잃었다.자기 아버지가 어떤 처지가 될지 상상만 해도 뻔했다.“그럼, 황현호는 어떻게 할 거야? 네가 죽으면 황현호는 과연 어떻게 될까?”진서준이 또 질문을 던졌다.황현호라는 단어에 황예은의 표정이 일시적으로 흔들렸다.황예은이 가장 염려하는 건 언제나 가족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나라를 배반하는 일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황현호가 막 부귀전승을 얻었는데 네가 황경영과 함께 처참하게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녀석이 어떻게 할 것 같아?”진서준이 차분하게 말하자 황예은은 눈을 뜨고 무거운 말투로 대답했다.“당연히 원수를 찾아 복수하겠지.”“그렇겠지.”진서준이 말을 이어갔다.“왕권 부귀전승은 아무리 국내 4대 최강의 은세 종문이라고 해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비법이야. 그 전승이 세상에 드러나기라도 하면 상처 입은 사람이 바다에 빠진 것과 같아서 상어들이 끊임없이 몰려올 거야. 상황이 그렇게 번지면 황현호는
그런 레일린이 올림푸스 신전의 신왕과 힘을 합친 지금 이 청년을 이기지 못한다니, 너무나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가는 상황이었다.루도프도 마찬가지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편, 진서준의 뒤에 있던 네 마리 용이 우렁차게 울부짖으며 하늘을 누비다가 진서준의 등을 향해 모여들어 두 팔로 뻗어갔다.그러자 진서준의 두 팔꿈치에 각각 용 두 마리가 나타났다.“이제 내 차례야.”진서준이 갑자기 말문을 열었다.조금 전 그 일격은 진서준이 두 사람의 공격을 막기 위해 사용한 것이었다.이제 진서준은 반격을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찌지직!순식간에 진서준의 옷이 찢어지며 완벽한 근육이 드러났다.진서준의 손가락에 낀 천용 반지는 더욱 눈부시게 빛났고 그 빛은 심지어 하늘의 달빛을 능가할 정도였다.진서준이 힘을 모아 주먹을 날리자 천지가 찢어지는 것 같았다.주먹이 날아가는 동시에 진서준의 두 팔에 있던 네 마리 용이 동시에 레일린과 루도프를 향해 돌진했다.거대한 용이 하늘로 솟구치자 바다가 갈라지며 거센 파도가 일었다.모두가 이 장면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어떻게 이렇게 신기한 일이 있을 수 있지? 저 녀석이 멸세급 강자도 아닌데 이런 실력을 갖췄단 말인가?”이 한 방에서 멸세급 강자 수준의 실력을 감지한 레일린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이 힘은 산을 부수고 달도 짓밟을 수 있는 수준의 힘이었고 심지어 천지의 의지도 조금 응축한 것처럼 보였다.천지와 소통할 수 있는 건 오직 지선급 강자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눈 속에서 살기와 분노가 모두 사라지고 대신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만 남은 두 사람은 느닷없는 공포가 밀려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두 사람의 강기는 이 거대한 용 앞에서 종이처럼 쉽게 찢어졌고 곧이어 그 거대한 용은 두 사람의 가슴에 거세게 부딪혔다.쿵!다음 순간, 두 사람은 발사한 폭탄처럼 뒤로 날아가 요트에 그대로 부딪혔다.풍덩!요트는 두 사람의 충격에 그대로 뒤집혀 바닷속으로 침몰했다.용이 사라지자 하늘과 바다가 순간 깊은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