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사연은 남경석을 데려오기 위해 하루 종일 서 있었다.그 마음에 진서준은 매우 감동했다.조금 전에 전화로 싸운 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진서준은 허사연을 탓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이때 얼굴에 피가 묻은 남경석이 바닥에서 일어나 험악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젠장, 감히 날 때려? 내가 누군지 알아? 난 성약당의 장로야!”남경석은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면서 미친 노인처럼 굴었다곧 남경석은 허사연 부녀를 바라보면서 호되게 말했다.“이 사람더러 치료하게 할 생각이라면 무슨 문제가 생겨도 날 찾지는 말아요.”허성태가 차갑게 웃었다.남경석은 꽤 똑똑했다. 자신이 조희선을 구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이 기회를 틈타 진서준에게 책임을 돌렸다.그리고 600억을 챙겼다.조금 전 진서준에게 한 방 맞은 건 지금 당장 돌려줄 필요가 없었다.성약당으로 돌아가서 얘기한다면 남주성의 다른 가문에서 진서준을 혼내겠다고 나서줄 것이다.남경석은 떠나려 했고, 진서준은 이대로 그를 보낼 생각이 없었다.그로 인해 어머니가 괴로워했으니 말이다.“내가 언제 가라고 했지?”진서준은 고개를 돌려 차가운 얼굴로 남경석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서 분노가 불타올랐다.남경석은 흠칫했다.“왜? 날 죽이기라도 하게?”“우리 어머니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해.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줄게.”진서준이 차갑게 말했다.“뭐라고?”남경석은 경악했다.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기까지 했다.무려 성약당의 장로인 그가 진서준의 어머니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니.이때 권해철이 진서준의 곁으로 다가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진 마스터님, 저 사람은 성약당 장로입니다.”“그런데요?”진서준은 싸늘한 얼굴로 차갑게 되물었다.“그...”권해철은 진서준이 큰 사고를 칠까 봐 두려워 서둘러 설명했다.“화진에서 성약당의 지위는 아주 높습니다. 화진의 유명한 가문들도 그들을 쉽게 건드리지 못합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차갑게 웃었다.“다른 사람
감히 성약당 장로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하다니.미친 건지 아니면 머리에 문제가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사부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지금 당장 이 거만한 자식을 혼쭐내겠습니다.”남경석은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조금 전 그는 기습적으로 진서준에게 따귀를 맞아 꽤 심하게 다쳤다.그래서 남경석은 진서준이 아마도 반보 종사 급의 천재일 거라고 생각했다.남경석이 두 제자가 함께 손을 쓰게 놔둔 건 진서준의 실력을 시험해 보고 동시에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남경석의 두 제자는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체내의 내력이 움직이고 있었다.쿵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훌쩍 뛰어올라 마치 호랑이처럼 진서준을 습격했다.다른 한 명도 손을 썼다. 그의 얼굴에 경멸 어린 미소가 걸렸다.그들에게 있어 진서준 같은 사람을 처리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제 주제도 모르는 놈들. 오늘 너희는 대가를 톡톡히 치를 거야.”두 사람은 아주 악랄했다. 모든 공격이 목숨을 빼앗으려는 치명적인 공격이었다.허사연은 상황을 보자 겁을 먹고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서 두 손을 덜덜 떨었다. 그녀는 더욱 자책했다.권해철은 상황을 지켜보다가 성약당 제자들을 공격하려 했다.진서준이 그를 말리면서 차갑게 말했다.“이놈들은 제가 직접 처리할 겁니다.”어머니를 괴롭게 했으니 진서준은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직접 성약당 사람들을 혼쭐낼 생각이었다.권해철은 곧바로 물러나면서 연민 어린 눈빛으로 두 명의 내력 무인을 바라보았다.진서준이 직접 나선다면 큰일이었다.두 사람과 가까워질 때쯤, 갑자기 강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무릎 꿇어!”진서준은 차가운 얼굴로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그는 눈동자가 번뜩이면서 체내의 영기가 움직였다. 곧 엄청난 위력의 힘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두 명의 손을 쓰려던 무인은 순간 엄청난 압박을 느껴서 두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털석 무릎을 꿇었다.두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
“감히 나한테 무릎을 꿇으라고 해?”남경석은 성약당의 장로로 신분이 높았다.그런데 진서준에게 맞았을 뿐만 아니라 무릎까지 꿇게 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닌단 말인가?성약당에서의 그의 체면이 나락으로 떨어질 게 분명했다.그러나 남경석은 전력을 다해도 진서준의 손바닥에 저항할 수 없었다.남경석의 눈동자에 두려움이 가득했다.눈앞의 소년은 그보다 몇 배는 더 강했고 심지어 대성 종사만큼이나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이럴 수가!이 세상에 어떻게 대성 종사 경지에 다다른 20대 청년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물론 경성의 몇몇 가문에서는 그럴 수도 있을지 몰랐다.설마 눈앞의 청년이 바로 경성 대가문의 사람인 걸까?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남경석의 두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그의 얼굴은 한없이 어두웠다.성약당의 여섯 번째 장로이자 종사급 강자인 그는 화진의 강자들 중에서도 강한 존재였다.그러나 그는 지금 한 청년의 앞에 무릎 꿇고 있었다.도저히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세 번 무릎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려!”싸늘한 음성이 방 안에서 울려 퍼졌다. 순간 이곳이 극지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진서준의 손바닥에서 번쩍이는 자줏빛 번개는 무시무시했다.남경석은 어쩔 수 없이 진서준이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 자칫했다가는 정말로 진서준에게 죽임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남경석은 울부짖었고, 피가 그의 입가에서 흘러내렸다.그는 매우 두려웠다. 지금은 성약당으로 진서준에게 겁을 줄 수밖에 없었다.진서준은 이미 손을 썼기에 성약당이든 뭐든 당연히 두렵지 않았다.“꿇지 않겠다고? 그러면 죽어야지!”진서준이 손을 쓰려는 데 허사연이 서둘러 외쳤다.“서준 씨, 저 사람을 죽이면 안 돼요. 그의 뒤에는 성약당이 있어요. 그를 죽이게 되면 성약당 전체가 서준 씨를 원수로 삼을 거예요.”“성약당에는 종사가 6명 있는데 모두 무도 종사예요. 심지어 그들의 당주는 전설 속의 선천 대종사라서 실력이 무시무시하다고 해요.”옆에 있던
병실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그렇게 몇 분이 흐른 뒤에야 사람들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진서준은 영골을 들고 어머니의 곁으로 걸어가서 치료를 하기 시작했다.“사연 씨, 다들 나가봐요. 전 어머니의 다리를 치료할 거예요.”진서준은 허사연을 바라보았다.“네, 그러면 우리는 치료에 방해되지 않게 먼저 나가볼게요.”허사연 일행은 곧바로 병실을 나서며 방문을 닫았다.진서준은 영골을 들고 장청의 힘을 썼다. 50cm 정도 되는 영골이 순식간에 10cm 정도로 축소되었다.이 영골에는 유성이 지나가며 남긴 듯한 광택이 있었고 그 작은 광택은 영골 안을 유영하고 있었다.진서준은 본인의 영기를 이용해 움직이는 광택을 고정한 뒤 그것을 어머니의 다리 옆으로 가져갔다.영골이 영골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영골의 크기가 자유롭게 변화할 수 있고 그중의 경맥과 골수가 환자의 것과 똑같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마치 그 뼈가 환자에게서 가져온 뼈인 것처럼 말이다.이때 조희선은 깊이 잠든 상태였다. 진서준은 어머니의 망가진 뼈를 빼고 그곳에 대신 영골을 이어 붙였다.장철결의 작용 아래 영골은 곧 조희선의 다리와 합체되었다.모든 일을 마친 뒤 진서준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그러나 진서준은 힘들기는커녕 오히려 무척 기뻤다.어머니가 드디어 다른 사람들의 무시당하지 않고 평범한 사람처럼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다.조희선의 몸에 꽂은 7개의 은침을 전부 빼낸 뒤 진서준은 그녀를 깨우는 대신 그녀가 계속 잘 수 있게 놔뒀다.그동안 조희선은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진서준이 병실에서 나오자 허사연과 허윤진이 곧바로 그를 맞이했다.“진서준 씨, 아줌마는 어때요?”허사연이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우리 어머니는 괜찮으세요. 지금 쉬는 중이라서 잠시 뒤에 식사할 때쯤 부르려고요.”진서준이 가벼운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놓였다.“다행이네요.”허사연은 매우 기뻤다.그녀가 이틀 동안 많은 고생을 했던 이유가 조희선이 평범한 사
허사연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그녀에게 진서라는 친동생과 다름없었다.그래서 진서라가 사라진 지금 그녀도 매우 슬펐다.권해철이 앞으로 나서며 진서준에게 말했다.“진서준 씨, 전라도 조씨 일가가 한 짓이 아닐까요?”어제 그들은 서울을 떠날 때 조씨 일가에서 보낸 사람과 마주쳤었다.그런데 진서라가 지금 갑자기 사라진 것을 보면 조재찬이 사람을 시켜 진서라를 납치한 걸지도 몰랐다.진서준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쿵!엄청난 살기가 진서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와 별장 전체를 휩쌌다.“조재찬, 죽으려고!”허사연이 말했다.“서준 씨, 조급해 하지 말아요. 아직은 조씨 일가가 그랬다는 증거가 없잖아요. 어쩌면 다른 사람이 한 짓일지도 몰라요.”“다른 사람이요? 어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 감히 내 동생을 납치한 거죠?”진서준은 미간을 찡그렸다.그러다 갑자기 전에 허사연을 납치했었던 놈들이 떠올랐다.황씨 일가, 유지수 말이다.황씨 일가와 조씨 일가 모두 전라도 3대 가문 중 하나였다.만약 진서준이 그중 한 가문과 갈등이 생긴다면 다른 가문에서는 틀림없이 기뻐할 것이다.그러니 유지수가 한 짓일지도 몰랐다. 진서준과 조씨 일가가 싸우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그렇게 되면 황씨 일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다.“지금 당장 전라도로 가야겠어요.”“늦은 시간인데 지금 간다고 해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조씨 일가에서 함정을 파놓았을지도 몰라요.”허사연이 서둘러 그를 말렸다.“그리고 아줌마도 잠시 뒤에 깨어날 텐데 서준 씨가 보이지 않으면 당황해하실 거예요.”어머니를 떠올린 진서준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권해철 씨, 내일 저랑 같이 전라도로 가죠.”권해철은 그곳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그와 함께 가면 편할 것이다.“좋아요!”권해철은 고개를 끄덕였다.조희선이 깨어났을 때 진서준은 그녀의 옆에 있었다.“어머니!”진서준이 그녀를 작게 불렀다.“서준아, 돌아온 거야? 난 내
조희선을 달랜 뒤 진서준은 허사연에게 이끌려 별장 2층에 도착했다.“얼른 가서 옷 갈아입어요. 잠시 뒤에 우리 같이 파티에 참석해야 해요.”허사연은 진서준을 데리고 그를 위해 구매했었던 옷장 앞에 섰다.옷장 안에는 다양한 옷들이 들어 있었고 대부분이 비싼 옷들이었다.진서라가 행방불명인 상황에서 진서준은 파티에 참석할 기분이 아니었다.“사연 씨, 윤진 씨랑 같이 가요. 전 안 갈래요.”진서준은 고개를 저었다.“서라 씨가 걱정되는 건 알아요. 하지만 아무리 걱정해도 소용없어요. 그러니까 나랑 같이 파티에 참석해서 기분 전환 좀 해요!”허사연은 진서준의 팔을 잡고 애교를 부렸다.진서준이 괴로워하면 허사연도 괴로웠다.“서준 씨가 가지 않는다면 분명 다른 남자들이 절 귀찮게 할 거예요.”허사연이 말했다.“그러면 사연 씨도 가지 말아요.”진서준이 말했다.“안 돼요. 이건 강남 김씨 일가에서 주최하는 파티라 서울의 모든 명문가가 참석해야 해요.”허사연은 한숨을 쉬었다.“그쪽에서 참석하지 않는 가문이 있다면 그 가문을 없앨 거라고 그랬어요.”진서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미간을 살짝 찡그리면서 물었다.“김씨 일가가 그렇게 대단해요?”“그럼요. 강남에서 서씨 가문 바로 다음이에요. 게다가 김씨 일가와 서씨 일가는 정략결혼을 했어요. 이번 파티는 김씨 일가 가주 김형섭 씨가 직접 주최한 거라고 해요.”허사연이 진서준에게 설명했다.허사연의 설명을 들은 진서준은 깜짝 놀랐고 동시에 궁금하기도 했다.“김씨 일가가 강남의 가문이라면 여기 서울에는 왜 온 거래요?”“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요. 파티에 가면 알게 되겠죠.”허사연이 말했다.“그래요. 그러면 같이 가요.”진서준은 곧바로 흰색 정장으로 갈아입었다.허사연은 정장을 입은 진서준을 보자 눈을 빛냈고, 허윤진은 저도 모르게 넋을 놓고 그를 보았다.“서준 씨, 이제 백마만 있으면 백마 탄 왕자나 다름없겠어요!”누렁이도 진서준의 곁을 맴돌면서 잘 보이려는 듯 낑낑거렸다.진서준은 미소를
김형섭은 서울에 몰래 온 것이었다. 가족들에게는 거래하러 온 거라고 했다.“셋째 고모부 정말 돈 많이 들였겠는데. 저 사생아를 위해서 이렇게 성대한 파티를 여는 걸 보니 말이야.”청년 서경재는 경멸 어린 눈빛으로 차갑게 웃었다.“저 망할 년을 김씨 일가로 데려오는 건 절대 허락할 수 없어!”김혜민은 김연아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김연아를 신경 써 본 적이 없었다.김연아는 사생아였기에 그녀가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번에 김형섭이 직접 김연아를 위해 생일 파티를 주최하는 걸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가자. 가서 저 망할 X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거야. 김씨 일가와 서씨 일가는 절대 저런 X을 받아줄 수 없다는 걸 깨닫게 해줘야지.”서경재는 차 문을 열고 김혜민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김혜민의 곁에는 1m 가까이 되는 차우차우 한 마리가 있었다.김혜민은 3년 전부터 그 차우차우를 길렀고 매일 소고기와 양고기만 먹여서 아주 건장했다.평범한 성인 3, 5명도 그 차우차우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컹컹컹...”차우차우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오른쪽을 향해 짖었다.김혜민은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고개를 돌려 오른쪽을 바라보았다.남자 한 명과 여자 두 명의 곁에 50cm 정도 돼 보이는, 골든 리트리버 같은 강아지가 있었다.“그 집 강아지 저기 멀리 보내지 그래요? 난 미리 말했으니까 우리 초코에게 물려서 죽어도 우리 책임 아니에요!”김혜민은 자신이 가장 잘난 것처럼 건방지게 말했다.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은 다름 아닌 진서준과 허씨 일가 자매였다.그리고 골든 리트리버처럼 보이는 건 누렁이였다.김혜민의 말을 들은 진서준은 불쾌한 듯 미간을 찡그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서준은 예전보다 훨씬 더 침착한 상태였다. 그는 김혜민처럼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잘난 줄 아는 사람과 싸울 생각이 없었다.오히려 허윤진이 냉랭하게 말했다.“누가 물려서 죽을지는 모르는 일이죠!”누렁이는 개처럼 보이긴 해도
김혜민은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가 자랑스럽게 여기던 초코는 골든 리트리버에게 겁을 먹고 도망쳤고 이젠 진서준마저 그녀를 조롱했다.김씨 일가 아가씨인 그녀가 진서준을 그렇게 쉽게 보내줄 리가 없었다.“거기 멈춰요! 사과해요!”김혜민은 진서준을 바라보면서 화가 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여전히 건방지기 그지없는 태도였다.“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진서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불쾌한 듯 말했다.“그쪽이 먼저 시비를 걸었잖아. 그쪽 개가 소심한 걸 왜 우리 탓을 하지?”김혜민은 진서준이 반박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진서준의 앞으로 걸어가서 그의 뺨을 때리려 했다.예전에 금운에 있을 때, 김혜민은 자신에게 반박하는 사람이 있으면 곧바로 상대를 때렸다.그녀가 뺨을 때려본 사람은 두 자릿수가 넘었다.그들은 화가 나도 티를 낼 수는 없었다. 김씨 일가가 그들의 가문을 무너뜨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진서준의 눈동자에 서늘함이 스쳐 지나갔다.막무가내인 건 둘째치고 그를 때리려고 하다니.짝!진서준은 손을 들어 김혜민의 손목을 잡은 뒤 차갑게 말했다.“여자인 걸 봐서 그냥 넘어가 주는 거야. 자꾸 내 성질을 긁는다면 가만있지 않을 줄 알아.”김혜민은 집게에 손목이 잡힌 것처럼 아주 아팠다.이내 그녀의 손목에 붉은색 흔적이 남았다.“얼른 내 동생을 놔줘!”서경재는 빠르게 진서준 앞으로 다가가서 손을 들어 진서준의 머리를 치려 했다.파워 넘치는 주먹이라서 그런지 바람을 가르는 소리도 들렸다.그 주먹만으로 진서준은 서경재가 무술을 배운 적이 있고 실력이 약하지 않다는 걸 단번에 간파했다.서경재는 확실히 무인이었고 내공 초기였다.서씨 일가는 강남 최고의 가문으로 재력이 대단했고 가문 사람들 거의 모두가 무술을 배운 데다가 실력이 약하지 않았다.소문에 따르면 서씨 일가에는 선천 대종사가 세 명 있고 종사가 5명 이상이 있다고 한다.그리고 종사 아래의 무인은 3, 40명쯤 된다고 한다.“꺼져!”진서준은 미간을 찡그리면서 불쾌한 듯 손을 뻗
“저 녀석이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명주시를 떠날 생각인가?”황예은의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다.“대표님, 계속 따라갈까요?”비서의 질문에 황예은은 바보를 쳐다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이곳 사람이 이렇게 적은데 굳이 진서준에게 들킬 일 있어?”비서는 그제야 자기 질문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차 안에서 기다려.”진서준은 공항에서 거의 세 시간을 기다렸고 오랜 기다림의 끝에 마침내 바이올렛의 비행기가 도착했다.“넌 왜 따라왔어?”진서준은 검은 선글라스를 쓴 허윤진을 보고 의아해했다.“내가 왜 못 오지?”허윤진은 눈을 굴리며 말을 이었다.“혹시 내가 오면 네 계획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그래?”진서준은 어이없어 말문이 막혔다.“전에 말했잖아, 명주시는 안전하지 않다고.”“괜찮아, 어차피 네가 있잖아.”허윤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진서준의 팔을 끌어안으며 자기 품에 밀어 넣었다.진서준은 얼굴색이 살짝 변하며 급히 벗어나려 하자 허윤진은 오히려 더 꽉 안았다.어쩔 수 없이 진서준은 허윤진의 팔을 그냥 둘 수밖에 없었다.바이올렛은 주위를 경계하며 살폈다.“다른 곳에서 얘기하자. 여기 사람 많아.”“따라와.”진서준은 두 사람을 주차장으로 안내했다.차 안에서 잠시 졸고 있던 황예은은 진서준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는 벌떡 자세를 고쳐 앉았다.“세상에, 저 남자가 여자 두 명 데리고 왔네요. 그중 한 명은 심지어 서양 여자네요.”비서는 이 장면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그래서 아까 대표님이 물어봤을 때 저 남자가 제대로 대답을 안 했던 거구나.’비서는 진서준과 함께 온 두 여자가 분명히 진서준과 그렇고 그런 관계일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유는 모르겠지만, 진서준이 양쪽에 여자를 끼고 있는 모습을 보니 황예은은 화가 나기도 했지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더 큰 감정은 서글픔이었다.황예은도 자기 솔직한 감정을 스스로 깨닫지 못했다.“황 대표님, 불륜 현장을 잡으러 가시는 건가요?”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 말을 듣자 황예은
한바탕 소동 끝에 황예은의 얼굴 양옆이 홍조로 물들어 술에 취한 사람처럼 보였다.온몸에 진한 향기와 땀이 배어 침대 시트엔 큰 자국이 남았다.항상 도도하고 차가운 모습만 보이던 황예은이 지금 진서준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원망과 수줍음이 섞여 있었다.진서준조차도 조금은 머리가 띵한 기분이었다.어젯밤에 약 바를 때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는데 왜 지금은 이런 눈빛으로 진서준을 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런 눈빛으로 진서준을 쏘아보니 마치 진서준이 황예은을 괴롭히는 것처럼 보였다.가장 중요한 건 옆에 있는 비서가 사냥감을 보는 눈으로 진서준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었다.정확히 말하면 비서는 진서준이 아니라 진서준의 손에 들고 있는 약을 보고 있었다.이 세상에 더 예쁘고 아름다워지고 싶은 걸 원하지 않는 여자는 있을 수 없었다.그런 마치 남자라면 누구나 다 자기 소중한 부위 사이즈가 늘어나길 원하는 것과 똑같은 도리였다.“왜 아직도 안 나가?”황예은은 돌아누우며 이불을 당겨 몸을 가렸다.이번에 약을 발라줄 때, 진서준은 모든 것을 다 본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거의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이유는 단순했다. 상처 두 곳 중, 하나는 가슴 아래쪽에 있었고 또 한 곳은 허벅지 안쪽에 있었다.진서준이 이 약은 내가 발라야 효과가 있다고 단언하지 않았다면 황예은은 절대로 진서준에게 이런 일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어젯밤, 진서준이 자기 알몸을 만졌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황예은의 얼굴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진서준도 더 이상 반박하지 않고 살짝 죄책감을 느끼며 방을 나갔다.10분쯤 지나자 황예은이 방에서 나왔다.황예은은 새로운 검은색 정장으로 갈아입었지만 한 가지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황예은의 눈부신 가슴 라인은 절대 새 정장으로 가려지지 않았다.그리고 아까와는 달리 황예은의 얼굴에는 더 이상 수줍은 표정을 찾아볼 수 없었고 차갑고 도도한 표정만 남았다.“네 상처는 이제 다 치료했어. 다른 일이 없으면 난 이만 가볼게.”황예은이 사무실에
“네, 알겠습니다.”비서는 벗은 옷을 다시 주워 입기 시작했다.비서가 옷을 다 입자 황예은은 진서준을 방으로 불렀다.가운은 황예은의 풍만하고 매혹적인 몸매를 전혀 감출 수 없었다.그 몸매를 슬쩍 본 진서준은 아랫도리에서 불타는 느낌이 솟기 시작했다.“젠장, 내가 언제 이렇게 변했지?”진서준은 속으로 자기를 욕하고 곧바로 청심주를 속으로 읊었다.다행히 그 불타오르는 욕망이 곧바로 내려가기 시작했다.“먼저 등 쪽부터 처리하자.”진서준은 평온하게 말했다.황예은은 침대에 엎드려서 수건을 천천히 허리까지 내리며 그녀의 부드럽고 윤기 나는 등을 드러냈다.황예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진서준은 이전에 목욕탕에서 목욕할 때, 그곳 직원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이렇게 좋은 등을 보면 컵 마사지를 해주지 않으면 아쉽죠.”비서는 세 가지 감정이 섞인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봤다.긴장함과 호기심 그리고 부끄러운 세 가지 감정이었다.비서는 진서준과 황예은이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몰랐다.이런 방식으로 즐기는 건 비서도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다.진서준은 손가락에 약을 묻혀서 황예은의 상처 부위에 가볍게 눌렀다.“으윽!”황예은은 순간 차가운 숨을 들이마시며 신음을 냈다.약이 아픈 게 아니라 너무나 차가워서였다.마치 한겨울 눈이 내리는 날, 갑자기 누군가 목에 눈 뭉치를 던져 넣은 것처럼 너무나 차가웠다.이건 혹시 특별한 애무 방식인가?비서는 여전히 의심을 가득 품고 또 엉뚱한 생각을 했다.황예은의 등에는 상처가 두 군데 있었다. 진서준은 약을 발라준 뒤, 손바닥으로 고르게 그녀의 등을 문지르며 약을 완전히 흡수시켰다.그러자 황예은은 갑자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진서준이 이 틈을 타 자기를 추행하려고 하는 게 아닌지 의심이 생겼다.“다른 곳엔 상처가 없던 걸로 기억하는데?”그러자 진서준이 천천히 설명했다.“이 약은 네 몸에 좋은 거야. 피부가 더 부드럽고 매끄러워질 거야.”어떤 여자도 피부가 더 하얗고 탄력 있게 변하는 걸 원하지 않을 수
“진! 서! 준!”황예은의 얼굴은 눈에 띄게 빨개졌고 그녀의 눈에서는 화가 치솟아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만약 사무실에 두 사람만 있을 때 진서준이 이런 말을 했다면 황예은은 이 정도로 화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비서가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이다.진서준이 갑자기 옷을 벗으라는 건 일부러 자기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의도 아니겠는가?황예은은 자존심이 극도로 강한 사람으로 다른 사람에게 급하게 해명을 해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비서에게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으면 아마 다음 날에는 회사뿐만 아니라 명주시 전역에서 황예은이 남자가 생겼다는 소문이 퍼질 것이다.분노가 가득한 황예은을 보자 진서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황예은의 예상대로 진서준은 일부러 황예은을 곤란하게 만들려고 한 것이다.“왜 소리쳐? 등 뒤의 상처를 치료하지 않겠다면 난 그냥 가겠어.”진서준은 말을 마친 후, 황예은이 망설일 틈도 주지 않고 몸을 돌려 바로 나가려 했다.옆에 있던 비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두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자극적으로 놀았기에 등 뒤에 상처까지 생긴 거지?평소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황 대표가 이렇게 야생마처럼 열정적인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황예은은 비서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꿰뚫어 볼 수 있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기절했을 것이다.“기다려!”황예은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날 따라와.”황예은은 차갑게 말한 후,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무실을 나가려던 순간, 황예은은 다시 돌아서서 비서에게 말했다.“너도 함께 와.”황예은은 굳이 구구절절 해명하고 싶지 않았고 설령 해명한다고 해도 비서가 믿을지 의문이었다.그래서 황예은은 비서가 직접 보고 알 수 있도록 하려고 했다.또한, 비서가 함께 있으면 진서준도 도가 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비서는 그 말에 당황해하더니 급히 말했다.“황 대표님, 저도 같이 가는 게 적절할까요?”비서는 이곳에 일하러 온 것이지 그런 일을 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비서가 황예은이라는 여성 상사와 함께
그리고 왜 굳이 대한민국으로 도망쳤는지 그 이유는 단순했다.대한민국에는 국안부가 존재해 그 사람들이 함부로 소란을 일으킬 수 없었다.게다가 대한민국에는 진서준이 있었다.“용란 혈수사들이 재난을 겪었다고?”진서준은 멈칫하더니 눈빛에 놀라운 기색이 스쳤다.전에 바이올렛은 용란 혈수사 집단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실력은 매우 강하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게다가 그들 중에는 지선 급의 존재도 하나 있었다.이렇게 강력한 혈수사 집단이라면 해외에서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조직은 별로 없을 것이다.“맞아, 넌 어디 있어? 직접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데?”“난 지금 명주시에 있어. 도착하면 전화해, 마중 나갈게.”진서준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휴대폰을 허사연에게 돌려준 후 바이올렛은 떠나려고 몸을 돌렸다.“기다려요, 옷 좀 갈아입어요. 그래야 다른 사람들한테 눈에 띄지 않을 거예요.”허사연이 바이올렛을 말렸다.처음에는 바이올렛의 신원을 확신하지 못했으나 이제 바이올렛이 진서준의 친구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 허사연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다.“고마워요.”바이올렛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탈출하는 길에 실제로 많은 현지 경찰들이 바이올렛을 추적했지만 다행히 바이올렛의 속도가 빨라 도망칠 수 있었다.샤워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바이올렛은 허사연과 작별을 고하고 떠날 준비를 마쳤다.“기다려요, 나도 같이 갈 거예요.”허윤진이 작은 가방을 메고 나왔다.“너 뭐 하러 가는 거야?”허사연은 허윤진을 제지하려고 했다.“당연히 이분한테 길을 알려줘야지, 길이라도 않으면 어쩌려고 그래?”허윤진이 당당하게 대답했다.길을 안내하는 것은 그저 구실일 뿐, 사실은 바이올렛을 감시하려는 목적이었다.비록 바이올렛이 47세였지만 외모만 봤을 때 그녀의 성적 매력은 이 여자들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다.아까 속옷을 갈아입을 때, 허사연은 본인이 입을 수 있는 가장 큰 사이즈를 꺼내야 겨우 바이올렛이 입을 수 있었다.이런 여자라면 나이가 47이든 57이든 여전히 예쁘고
이 여성은 온몸에 피가 묻은 서양인이었다.시퍼런 대낮에 피범벅이 된 사람이 갑자기 집 앞에 나타나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허사연도 마찬가지였다.게다가 별장 안에는 평범한 일반인인 진서라와 조희선도 있었다.만약 그 둘이 사고라도 당한다면 허사연은 평생 죄책감 속에서 살 것이다.“멈춰요!”상대방이 들어오려 하자허사연은 큰 소리로 외치며 제지했다.누렁이와 하얀이도 즉시 달려와 허사연 앞에 서서 이 서양 여성에게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그 여자는 이 두 작은 동물을 보자 발끝에서 알 수 없는 냉기가 솟구쳐 올랐다.여자는 눈앞에 있는 이 온순해 보이는 동물이 자기를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난 진서준을 찾으러 왔어요.”여자가 서둘러 이곳에 온 이유를 털어놨다.“당신은 누구예요? 왜 진서준을 찾으려 하죠?”허사연은 전혀 긴장을 풀지 않고 경각심을 높이며 물었다.이때 집 안에서 김연아와 허윤진이 별장 밖 소리를 듣고 나왔다.“내 이름은 바이올렛이고요, 진서준과 친한 친구예요.”이 서양 여성은 바로 얼마 전에 대한민국을 떠난 바이올렛이었다.바이올렛이 피범벅이 되어 여기 나타난 건 용란의 혈수사들이 전멸당했기 때문이었다.“왜 진서준이 당신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죠?”허사연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믿지 않는다는 말투로 물었다.김연아와 허윤진도 한참을 생각해봤지만 진서준이 바이올렛을 언급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혹시 진서준이 외국에서 찾은 애인 아닐까?”허윤진이 갑자기 합리적인 추측을 꺼냈다.“요즘 남자들은 전부 어디서나 제멋대로 씨앗을 뿌리는 놈들이잖아.”허사연은 그 말을 듣자 허윤진의 머리를 툭 쳤다.“서준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바이올렛도 재빨리 해명했다.“난 진서준의 애인이 아니에요. 그냥 친한 친구일 뿐이에요. 이번에 진서준을 찾은 이유는 중요한 일이 있어서 알리려고요.”“잠깐만요, 전화해서 확인할게요.”허사연은 휴대폰을 꺼내어 진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가 내게 부탁할 준비가 됐거나, 아니면 네 동생이 부탁할 준비가 되면 그때 내가 도와줄게.”“부탁할 준비는 안 됐지만 네가 원하는 것 하나는 들어줄 수 있어.”황예은의 말은 남자에게 충분히 상상할 여지를 주는 말이었다.진서준은 그 말에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황예은을 바라보았다.“내가 뭘 원하든 다 들어준다고?”“물론 너무 과하지 않은 선에서 말이야.”황예은의 시선은 차갑게 변했다.황예은은 동생을 구하려고 굳이 몸을 팔 정도까진 가고 싶지 않았다.“내가 딱 과한 걸 원한다면 어쩌려고?”진서준이 빙그레 웃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진서준은 항상 도도한 모습만 보여주는 여자의 성격을 고쳐주고 싶었다.적어도 진서준 앞에서 이렇게 거만한 자태를 유지하는 꼴은 용납할 수 없었다.그러자 황예은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서지은 알게 돼도 괜찮다면 난 받아들일 수 있어.”그 말에 진서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불쾌한 목소리로 따졌다.“날 협박하는 거야?”“아니, 그냥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황예은의 눈에는 작게나마 승리감이 어려 있었다.황예은은 이 방식으로 진서준이 움직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짝!갑자기 조용한 사무실의 정적을 깨는 소리가 울렸다.황예은의 예쁜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고 당혹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이 그녀의 눈동자를 지배했다.황예은은 진서준이 갑자기 자기 엉덩이를 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하지만 진서준은 손을 거두지 않고 여전히 황예은의 엉덩이 위에 놓았다.“난 협박당하는 걸 가장 싫어하거든.”황예은은 이를 악물며 분노를 삼켰다.“네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하지만 대답 대신 진서준의 손은 다시 한번 내려쳤다.짝!귀에 익은 소리가 또 울려 퍼졌다.“당연히 알지. 네 엉덩이를 또 치고 있잖아.”진서준은 엉덩이를 치고 나서 태연하게 한 마디 던졌다.황예은의 얼굴은 이제 빨간색을 넘어 거의 핏빛으로 변해 있었다.“인간쓰레기!”황예은의 욕설에 진서준은 다시 한번 손을 올렸고 이번엔 더욱 강하게
황현호는 자기가 이번 일을 정말 어리석게 처리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그렇다고 이 하찮은 경호원 따위가 자기를 욕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했다.“한낱 경호원 따위가 주제 파악도 못 하고 감히 날 욕해?”황현호는 진서준을 향해 분노의 목소리로 외쳤다.“지금 당장 사과해. 아니면 너 그냥 자를 테니까!”그때 황예은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진서준 말이 맞아.”“누님, 왜 이 경호원 편을 드는 겁니까?”황현호는 이 상황이 정말 억울했다.황예은 친동생인 자기가 정말 한낱 경호원보다도 더 못한 존재란 말인가?황현호의 자존심은 큰 상처를 입었다.그때, 진서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박진강이 너한테 가르쳐준 그 무도는 더 이상 배우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며칠 지나면 네가 죽을 거니까.”진서준이 자기가 죽는다고 저주하자 황현호는 더욱 화가 치밀었다.“뭐라고? 뭔 개소리야?”황현호는 진서준에게 다가가서 그의 옷깃을 움켜잡으려 했다.하지만 손목이 반쯤 닿자마자 진서준은 손으로 황현호의 손목을 단번에 잡았다.“아야, 아야! 놔, 이거 놔!”황현호는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믿든 안 믿든 네 맘대로 해, 어차피 죽는 건 너니까 나랑 상관없어.”진서준은 손목을 툭 치며 그를 밀쳐냈다.강력한 힘에 황현호는 휘청거리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났고 결국 엉덩방아를 찧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황현호는 진서준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황예은은 진서준이 진지하다는 걸 알아챘다.진서준의 용존 봉호는 가짜가 아니었고 어젯밤 진서준은 그의 뛰어난 의술을 보여주기도 했다.“진서준, 내 동생 살릴 수 있어?”황예은이 진지한 표정으로 묻자 진서준은 간단하게 대답했다.“살릴 수 있어.”“그럼 살려줘.”황예은이 짧고 단호하게 말하자 진서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너 지금 그게 사람에게 부탁하는 태도야?”거만한 태도로 자기에게 누군가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아보기는 진서준도 처음인 것 같았다.“누님, 부탁하지 마세요. 저 녀석 분명 헛소리하는 거예요.”황현호도 사실
“저년 운이 정말 좋네. 열 명이 넘는 총잡이가 덤벼도 못 죽이다니.”임동식의 눈에는 깊은 원한이 서려 있었다.“동식 형님, 이번에 저 여자를 못 처리했으니 다음엔 더 어려워질 겁니다...”“저 여자가 데려온 그 경호원은 보통 인물이 아니던데요. 박진강조차 그 경호원 상대가 되지 않았잖아요.”“그래서 이번엔 철저히 준비했어. 어제 이미 동남아 킬러 업계에서 유명한 킬러인 독룡에게 연락했어. 이틀 후면 명주에 도착할 거야.”임동식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독룡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자리에 있던 이들의 표정이 변했다.“혹시 그 국제적으로 돈 많은 부자 열댓 명을 죽인 적 있는 부자 킬러 말씀입니까?”“맞아.”임동식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그 킬러를 고용하는 건 호랑이와 함께 음식을 나누는 꼴 아닙니까? 제가 듣기로는 과거 그 킬러가 단지 고용주가 심기를 건드린 말을 했다는 이유로 자기 고용주까지 죽인 적도 있다던데요?”자리에 있던 한 노인이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이런 살인마와 협력하는 건 사실 가장 두려운 일이었다.임동식도 그런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지만 이내 침착하게 말했다.“큰 파도를 헤쳐야 큰 물고기를 얻는 법이야. 위험이 없다면 내가 굳이 그 킬러를 부를 이유도 없었겠지.”임동식의 말에 사람들은 저마다 혀를 끌끌 찼지만 속으로는 두려움도 컸다.독룡이 폭주해 임동식까지 죽여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물론, 임동식이 죽는다면 그들에겐 대표이사 자리를 노릴 기회가 생길 수도 있었다.그러나 다들 방금 나눈 대화가 이미 황예은의 사무실에서 황예은이 전부 듣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리 없었다.황예은은 회의실에 미리 설치해 둔 감시 장비 덕분에 대화를 전부 녹음하고 있었다.“젠장! 어젯밤 총잡이들이 이놈들 짓이었다니!”황현호는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누님, 지금 당장 가서 이놈들 전부 죽여버릴게요.”“앉아.”황예은이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지금 만약 임동식 일당을 죽이려 했다면 굳이 황현호가 나설 필요도 없이 황예은